김기현 “옷만 바꿔 입는 환복 쇄신 아냐”…인요한 “많은 사람 내려와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면담을 나누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면담을 나누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이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내세우면서 본격적인 당 쇄신 작업에 나서고 있어 총선 전까지 확실히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與 보선 패배 12일 만에 나온 ‘인요한 혁신위’, 쇄신 규모·방향은?

19세기 미국에서 선교사로 온 유진 벨의 증손자로 전남에서 태어나 4대째 한국에서 교육, 의료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인 위원장은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란 이색적인 기록도 가진 ‘푸른 눈의 귀화인’인데, 앞서 지난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 선대위,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점 외엔 좀처럼 정치권 전면에 등장한 적 없는 인물이다.

그러던 그가 지난 8월 23일 친윤석열계 의원들의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길-우리가 잃어버린 1%’란 주제로 강연에 나서 “한국말로 타협은 ‘내가 손해 보는 것’인데 미국에선 ‘내가 손해 보고 이기는 것’이다. 그 문화를 고쳐야 하고 국회도 고쳐야 한다”고 타협 없이 대결로 일관하는 정치권에 쓴 소리를 던졌으며 국민의힘 일각에선 그를 내년 총선에서 연대 신촌세브란스 병원이 있는 서울 서대문갑 후보로 영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총선 출마에 대해 스스로 일축한 바 있는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23일에도 이만희 사무총장 등과의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러 유혹도 있지만 이 (혁신위원장) 일을 맡은 동안 다른 것은 없고 다 내려놓은 거다. 이 일이 성공해야 한다”며 거듭 총선 출마 가능성에 선을 긋고 국민의힘 혁신에 매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인 위원장은 “민주당이냐, 국민의힘이냐는 한심스러운 질문을 한 번 받았는데, 저는 전라도에서 크고 전라도를 무척 사랑하는 대한민국 특별귀화한 국민”이라며 자신이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서도 “주말에 갑자기 결정된 일이라 오늘은 특별히 말씀드릴 게 없다.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8~9명 정도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진 혁신위원을 어떻게 구성할지 묻는 질문엔 “능력 있는 분들을 다 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여성(위원)이 많았으면 좋겠다”며 공천 룰을 바꿀 생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엔 “국민의힘에 있는 많은 사람이 내려와야 한다. 변화하고 희생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고 답했고, 심지어 고 이건의 회장의 ‘부인과 아이 빼고 다 바꾸라’던 격언까지 인용해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하기도 했다.

아울러 혁신위 활동 방향에 대해 인 위원장은 “당내 활동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의 먹거리가 무엇인지, 살아나갈 길이 무엇인지, 선진국·7대 강국인데 어떻게 더 발전할 것인가, 후대에 좀 더 좋은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 거기에 중심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는데,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인요한 혁신위에 대해 “모든 전권을 위임한다는 취지다. 향후 위원 구성도 위원장이 전권을 가지고 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인요한 혁신위, 與 ‘외연 확장’ 기대…“혁신 느낌만 날 수도” 우려

특히 국민의힘에선 인 위원장의 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 부친이 6·25 참전용사인데다 인 위원장이 호남 출신인 점을 적극 강조하면서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 효과를 기대하는 모양새인데, 실제로 인 위원장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엔 시민군의 편에 서서 외신기자들을 위해 통역활동을 한 바 있으며 자신의 어린 시절 대부분을 보낸 전남 순천을 심지어 고향이라고 부르고 지난 4월에 개막한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엔 홍보대사를 맡아 순천을 알리는 데 힘써오기도 했다.

이런 친호남 이력 뿐 아니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스스로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히며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힘에서 전라도 대통령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하는 등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통합에 대해 깊은 안목과 식견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서 “우리 당의 약점을,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일반 국민 시각에서 개혁을 이뤄내고 취약지역, 취약계층에 대한 소구력을 높이는 일이 우선이라고 본다. 그러려면 당 안 시각보다 당 밖 시각이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다”고 인 위원장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좌측부터) 국민의힘 조해진, 윤상현 의원,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조해진, 윤상현 의원,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위원장은 “권한과 제한을 가하는 조건을 제시한 적 없었고 혁신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환복 쇄신이 아니라 민심과 괴리된 환부를 과감하게 도려내는 것에 구성원 모두가 동참해 당의 진정한 쇄신과 변화를 만들어내야 하겠다”고 역설했으며 박 수석대변인은 이번 인 위원장 인선에 대해 대통령실과의 사전교감 가능성이 있었는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추천 인사 아닌지 묻는 질문엔 “지금과 같은 오해가 있을 수 있어 당 내부에서 움직였다. 실무자 포함된 자리에서 브레인스토밍할 때 아이디어로 던져졌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인 위원장 인선에 대한 당내 시선은 저마다 온도차가 있는 모양새인데, ‘최재형 혁신위’ 부위원장이었던 조해진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잘 된 인사 같다. 국민통합에 대한 열의가 누구보다 강한 분이고 정당 일도 전혀 문외한은 아니다. 사회봉사하면서 우리 당과의 관계도 있고 합리적으로 개혁 잘 하실 분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최재형 혁신위의 사례를 들어 “인요한 혁신위는 그런 전철을 밟지 말고 혁신안을 만들면 당에서 의총이든 최고위원회의든 반드시 토론 절차에 붙여서 당론으로 확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참고사항으로만 취급하는 혁신위는 만들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조 의원은 “총선에서 이기려면 당 기반 외연을 확장해야 되는데 그러려면 생각의 차이가 있더라도 큰 틀에서 당의 승리, 윤 정부의 성공을 위해 포용하고 화합하고 같이 가야 된다”며 “2030 젊은 세대나 여성들이나 중도층이나 호남이나 이런 쪽으로 확장시켜 나가는 일을 앞으로 총선까지 계속해나가야 하고 그 선두에 혁신위가 그런 작업을 이끌어 가면 좋겠다”고 혁신위에 당부했다.

반면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인 교수 같은 경우 순천 출신이고 저랑 나름대로 잘 아는 사이고 일단 국민들의 관심을 끌 만한 흥미로운 카드인 것은 맞다”면서도 “문제는 과연 정당 내부를 혁신하는 데 있어서 그 정도 전문성과 경험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부분들이 좀 지켜봐야 되는 부분인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김은경 혁신위처럼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에 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이 뿐 아니라 천 위원장은 ‘김은경 혁신위처럼’이란 우려를 내비친 이유에 대해 “첫번째로는 국민의힘이라고 하는 정당 내부에 대한 파악이 충분히 되어 있는가가 있는 것이고, 두 번째는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며 “김기현 대표 체제가 너무 힘이 세 가지고 당내 반발을 누그러뜨리면서 혁신할 수 있는 경우는 아니잖나. 두 번째로 위기감이 팽배해 있어야 되는데 지난번에 강서구청장 선거 지고 임명직만 살짝 교체하고, 임명직도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다는 얘기 나온 것 보면 아직 당내 위기의식이 그 정도 올라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천 위원장은 “정말로 불편한 혁신, 제대로 된 혁신을 하려고 했으면 하태경 카드도 가능했다. 수도권 출마 선언도 했고 사실 하 의원 명분도 좋은데 (지도부에서 혁신위원장으로) 하 의원은 안 하겠다는 것은 ‘우린 아직 거기까지는 안 갈래’라는 것”이라며 “인 교수를 저도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흥미롭고 혁신적인 느낌은 나지만 실제 ‘우리가 불편한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인 카드일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한 발 더 나아가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윤 정부와 국민의힘, 무엇을 혁신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인 교수에 대해 “훌륭한 분으로 국민통합위원장 느낌이 들 정도였지만 우리가 지금 해야 될 것은 국민통합이 아니라 변화혁신위원장”이라며 “정말로 당 내부의 체질을 개선시키고 정말 총선에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대수술할 수 있는 집도의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분이 어떻게 역할을 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 金 “창의력 발휘해주면 뒷받침”…박정하 “혁신과 공천 구분돼야”

23일 오전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 앞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23일 오전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 앞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이처럼 기대감이 없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 아직 관망하겠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조차 나오는 데에는 정말로 외부에 의해 흔들리지 않을 만큼 과연 전권 위임 받아 당 혁신을 지휘할 수 있는 혁신위가 될 수 있을지 의심이 없지 않기 때문인데, 당장 이날 박 수석대변인만 해도 ‘혁신위에 공천 관련 권한을 줄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권을 주기로 했으니 충분히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 혁신, 인재영입, 공천은 다소 구분돼야 하지 않나”라고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비록 사견임을 전제로 밝힌 발언이지만 ‘희생’과 ‘많은 사람이 내려와야 한다’고 한 인 위원장과의 주장과는 시각차가 느껴지는 부분인데, 더구나 인 위원장은 ‘통합’까지 급선무로 내세운 만큼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 등 당내 ‘비윤석열’계 인사들을 안고 갈지를 놓고 장차 현 지도부나 당내 ‘강성 친윤계’와 파열음을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김 대표는 이날 오후 당사에서 인 위원장을 만나 “‘와이프와 아이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국민 지지가 엄청 높은 것을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자세로 혁신위 활동을 하고 우리 당도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야겠다”며 “국민의힘에도 창의력을 발휘해 주시면 우리 당이 더 성숙하면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이 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게 뒷받침하겠다”고 한껏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인 위원장은 “며칠 전에 대표님과 식사했는데 무서울 정도로 권한을 많이 부여해줬다. ‘아주 거침없이 들어와 우리의 편견과 뜻을 꼭 따르지 말고 올바른 방향으로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대화를 나눴다”고 밝히면서 “이것(혁신위원장)은 아주 새로운 일이다. 배우는 데 예습과 복습을 많이 해야 하기에 시간을 달라”고 김 대표에게 부탁했는데, ‘통합’과 ‘변화’를 내건 인 위원장이 어떤 혁신안을 내놓을 것인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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