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체제 지도부, 혁신위원장 인선 두고 ‘인물난’ 고심
내주 초 혁신위 출범 예고한 與, 그러나 박정하 “인선난, 부정 안해”
하태경 “혁신위에 전권 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위원장 뽑기 힘들 것”
혁신위 참여 뜻 밝히기도, 하태경 “이준석과 연합”·조정훈 “진보 의제”
신당 창당론 갈등까지, 이준석 “정신 차리라, 대책 없으면 내려 놓으라”
박원석 “혁신위는 군더더기일 뿐, 비대위 체제 들이는 게 정공법인 것”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예상치 못한 큰 표차로 참패하여 반전 기회를 꾀하기 위해 임명직 당직자 전원 교체 등의 인적 쇄신과 함께 혁신위원회 설치 카드까지 꺼내 들며 선거 패배 수습에 돌입했는데, 무엇보다도 여당의 변화와 쇄신의 의지를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다음 주 출범을 예고한 혁신위원회 인선 구성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 내주 초 혁신위 출범 예고한 국민의힘, 그러나 하마평만 무성 ‘인선 난항’

앞서 국민의힘은 당 쇄신을 위해 내주 초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예고했는데,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지도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위원장 인선부터 논의를 했다”며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어느 분이 유력하다는 말씀을 드릴 단계는 아니다. 당내 전·현직 의원을 포함해 경제계와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위원장을) 하실만한 분들을 두루두루 물색하고 있다. 주말까지 인선을 완료해서 오는 23일에 출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기현 대표도 그 다음 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변화하고 쇄신해야 한다는 국민의 의지를 확인한 만큼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이라면서 “우리 당이 과연 얼마나 변화된 모습을 국민께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차분하지만 확실한 변화, 내실 있는 변화로 국민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혀 여당의 혁신 의지를 확인시켜 주는 혁신위원장이 누가 될지에 대해 정치권으로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다.

다만 김기현 2기 체제의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 쇄신을 이끌어 갈 혁신위원장 인선에 난항을 겪는 듯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었는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희숙 전 의원 등의 후보군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실상은 아직까지는 하마평만 무성한 수준이라고 관측했다.

심지어 혁신위원장 후보군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안갯속의 상황에서 혁신위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면서 물망에 올랐던 인사들도 고사하며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는데, 실제로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전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선난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 혁신위 권한 문제 제기 나선 하태경 “전권 줘야 제대로 된 위원장 뽑을 것”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좌)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시사포커스DB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좌)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시사포커스DB

그래서인지 이날 여권에서는 혁신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는데, 최근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 놓는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했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지도부가 혁신위원 인선에 관여하지 않고, 혁신위 결정 사안을 거부하지 않아야 한다. 그 정도는 해야 당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전권을 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혁신위원장을 뽑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 의원은 “제대로 된 혁신위원장을 뽑지 않으면 김기현 지도부의 신뢰도는 더 추락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결단은 해야 된다”며 혁신위원회의 독립성과 구성의 자율성 등 ‘위원장 권한 부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욱이 하 의원은 “최고위원 중에 누군가가 저를 (혁신위원장으로) 추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히면서 만약 자신에게 혁신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할 경우 “저는 혁신위에서 결정이 된 사안을 거부하지 말 것과 혁신위 구성에 관여하지 말 것, 이 두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에 더해 그는 “제가 혁신위를 맡게 되면 이준석과 아주 가까운 사람 한 분은 반드시 혁신위원으로 넣을 것”이라며 연합정치의 시도를 예고했고, 더 나아가 “저는 이준석 전 대표는 탈당 못하게 할거다. 탈당 명분을 안 줄 거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당과 대통령실을 겨냥해 “이준석 전 대표를 미워하는 건 알겠지만 이준석 아이디어는 수용하라, 유승민 전 의원을 싫어하는 건 알겠는데 일리 있는 말도 있으니 유승민 제안 중에 수용할 건 다 수용하라”며 “정치는 그런 거다. 싫어하는 사람하고도 세를 확장하기 위해서 선거 연대하고 단일화도 하고 하는 거다. 그러니까 이준석과 연합정치를 해라. 통 큰 연합 정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 혁신위 참여 의사 내비친 조정훈 “與 인적 쇄신, 약간 돌려막기 한 느낌 들어”

시대전환이었던 조정훈 의원이 지난 9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합당설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시대전환이었던 조정훈 의원이 지난 9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합당설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또한 최근 국민의힘과 합당을 선언했던 시대전환당을 이끈 조정훈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인적 쇄신 차원에서 임명직 당직자 전원 교체를 한 것에 대해 “현역의원의 숫자가 부족하기에 쓸 사람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약간 돌려막기를 한 고심이 느껴진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조 의원은 “영남으로 가면 또 영남 했다고 비판할 거고, 수도권 중심의 초선만 해 보니까 이미 다 했던 사람들이기에 여기서 더이상 멋진 그림과 감동이 나오기에는 한계치에 다다랐다”고 진단하면서 “이제부터는 혁신위와 외부개혁을 어떻게 내부에서 수용할지 이 문제가 남은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조 의원도 마찬가지로 최근 국민의힘 당원들과 지지자들로부터 ‘혁신위를 맡아 달라’는 제안이 자신에게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알리면서 “하지만 이제 합당한 지 얼마 안됐는데 혁신위를 제가 맡는다는 건 제게는 청산가리를 먹는 것이다. 죽든지 살든지 둘 중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렇지만 진짜 국민의힘이 개혁의 의지가 있다면, 진보의 의제까지 확장해서 보수적으로 해석할 그런 의지가 국민의힘에 이다면 저 또한 쓰임을 받을 마음은 돼 있다”고 혁신위 참여 제안이 오면 수용할 뜻이 있다는 점을 피력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혁신위원장을 잘못 뽑으면 다 죽는다’며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사보다는 결이 다른 사람이 혁신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사실상 혁신위원장 자리를 두고 국민의힘의 체질을 개선 시킬 상징적인 인물로 누가 발탁될지 인물난 속에서 그 결과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신당 창당설까지 與 위기론 심화, 이준석 “김기현, 대책 없으면 내려 놔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용기와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 이 훈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용기와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 이 훈 기자

한편 보궐선거 패배 이후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며 급기야 유승민 전 의원 및 이준석 전 대표 등 비윤으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당과 대통령을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 이어 급기야 신당 창당설까지 나오며 국민의힘의 위기론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는데, 다만 신당 창당설의 중심에 서 있는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보궐선거 이후에 어떻게 반성하고 변화할지에 대한 현실적인 행동이나 구체적인 조치는 없고, 천하태평으로 누가 신당을 하면 어쩌니 하면서 주판알이나 굴리고 있나 보다”고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당 지도부를 향해 “일주일 만에 이준석·유승민을 욕하면서 원기회복하고, 부정선거 알약 하나 삼키고, 의대 정원 갖고 늘릴 듯 말듯 해열제 하나 놓고 다시 먹고 살만해졌나 보다”며 “진짜 유머로 승화시키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보궐에서 17%포인트 차이면 부산도, 경기·북부도, 충청남도도 다 떨어진다. 정신 차리라”고 쏘아붙이면서 “이기고 싶으면 방송 나와서 아부하지 말고 용산 전체주의와 싸우시라”고 일침을 날렸다.

더 나아가 이 전 대표는 다른 게시물을 통해 서울지역의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나타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면서 “(김민수 대변인이 날 자르면 장기적으로 3~4% 여당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었는데) 이제 나 한명 자르는 거 갖고 안된다. 3~4% 올려서 뭐 하겠는가”라고 지적하면서 “이준석, 유승민, 하태경도 자르고 한 10명은 잘라야 당선권에 가까워진다. (김기현 지도부는) 제발 대책 없으면 내려 놓으라”고 직격해 사실상 혁신위가 아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 셈이 됐다.

◆ ‘김기현 겨냥’ 박원석 “사실 혁신위는 군더더기, 비대위로 전환이 정공법”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박상민 기자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박상민 기자

또 다른 한편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YTN 방송 ‘뉴스큐’에 출연하여 여당의 혁신위 인선과 관련해 “일단 하태경 의원은 혁신위원장을 못 맡을 것 같다. 이준석과 아주 가까운 사람을 혁신위에 집어넣겠다고 이러면 현 지도부가 그렇게 좋아할 계획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으면서 “바꾸려면 얼굴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박 전 의원은 “김기현 대표는 지금 혁신위와 관련해 고심이 많은 것 같은데, (혁신위보다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서는 게 정공법인 것”이라고 조언하면서 “정공법을 택하지 않고 우회하여 결국 임명직 당직자들을 바꾸고 또 혁신위 만들고 이후에 무슨 인재영입위 만들고, 이렇게 군더더기들이 많이 생기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변화의 체감을 못 느끼면 그 인선은 실패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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