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사전투표 속 명운 건 여야 지도부 ‘막판 유세’…지역개발론 vs 정권심판론 구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좌)와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우). 사진 / 오훈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좌)와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우).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지도부가 직접 당력을 모두 집중해 지원에 나서는 등 단순히 지자체장 한 명을 선출하는 보궐선거 수준을 넘어 내년 총선을 앞둔 ‘여론 잣대’로 판이 커진 만큼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재명 직접 나선 민주당…‘정권심판’ 호소 통할까

지난달 28일 병상에서도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의 출정식 관련 현황보고를 받으면서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정권 심판 선거인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 될 것이므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각별히 주문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병원 퇴원 후 첫 일정으로 지난 9일 강서구청장 후보 지원유세에 나섰을 만큼 10·11 강서구청장 보선에 명운을 걸었다.

대선 패배 이후 지방선거 등 연이어 선거 패배를 겪은 이 대표로선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에 따라 자신의 향후 리더십과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인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민주당이 내일 지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거 지면 이 대표는 정계 은퇴해야 한다. 이 대표에 대한 욕만 하는 것만으로도 강서구청장 보선 정도의 판이 뒤집힌다는 것 아니냐”고 발언하기도 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여당을 겨냥해서도 “선거 기획은 윤석열 대통령이 했고 선거 지휘는 김기현 대표가 했어야 되는 건데 이번엔 설계부터 잘못된 선거다. 경선 시켜준 것부터 해서 나중에 어느 정도의 책임을 김기현 지도부가 분담해서 져야 되는 상황”이라며 ‘만약 여당이 졌을 경우 김 대표가 총선 지휘봉을 내려놔야 된다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만약 큰 격차로 지면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 거라고 본다. 수도권 선거에서 김 대표가 대단한 메시지 나온 것도 아니고 전환점이 나온 것도 아니고 그냥 묻어갔잖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결국 양당 대표 모두 이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거취가 좌우될 수도 있다는 주장인데, 그래선지 이 대표는 지난 9일 강서구 발산역 집중유세에서 “진 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켜 국민의 무서움을, 이 나라의 주인이 진정 국민임을 여러분께서 확실히 증명해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정권심판론을 펼치는 한편 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적극 호소했다.

또 당 차원에서도 본 선거를 하루 앞둔 10일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윤 정권의 무능과 독선, 불통을 심판할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내일, 이번 보선의 원인을 제공하고도 뻔뻔하게 재출마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와, 무능과 실정으로 민생 경제를 무너뜨리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심판 의지가 분출될 것”이라며 “‘대통령 핫라인’, ‘힘 있는 여당 후보론’ 운운하며 강서구민을 우롱하고 용산 대통령실만 바라보는 국민의힘도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거듭 심판론을 강조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자치구 1석 선거에도 상대 당을 넘어 ‘정권’까지 거론하는 데에는 윤 대통령이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김 후보를 사면복권해줘 재출마의 길을 열어준 바 있는데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격인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가늠해볼 수 있는 사전평가 성격도 없지 않아 이번 선거를 그간의 ‘연패’를 끊는 전환점으로 삼으려하는 점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정권심판’ 여론이 높다고 판단하는 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를 받아 지난 5~6일 전국 유권자 1005명에게 조사해 10일 공개한 10월 첫째 주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정권견제론에 공감한다는 답변이 과반인 53.4%로 나왔으며 ‘내년 총선에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는지 물은 결과에서도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46.5%, 국민의힘 후보를 택하겠다는 답변은 35.4%로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 與 “강서구는 험지…일꾼론에 호응 높아 승부될 만해”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이런 가운데 이 지역에서 지난 지방선거 당시 승리한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험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원칙적으로 강서구 자체가 저희 당에 굉장히 험지고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강남3구와 같은 지역이라고 평가 받을 정도로 오랫동안 민주당에서 지지를 많이 받아왔던 지역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약세 지역인데다 우리 후보가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하고 결국 재출함으로써 발생하는 기본적인 약점이 있었다”며 자세를 낮췄다.

실제로 강서구는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가 윤 대통령보다 더 많은 표를 받은 지역인데다 현재 강서 갑·을·병 지역구 국회의원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며 지난 지방선거 당시 김 후보가 당선되기 전까지 12년 동안 민주당 후보가 구청장으로 뽑혔던 만큼 유 수석대변인의 ‘험지’란 표현은 틀린 말이 아닌데, 다만 그는 “지방자치단체가 관심 갖고 있는 것, 특히 강서구는 지역개발이고 가장 중요한 게 재개발”이라며 “이 이슈가 관심 있는데 진교훈 민주당 후보 측에서 지금 심판론으로서만 얘기하지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구체적 정책에 대한 지지가 없는 상태고 우리는 그에 대응해 일꾼론을 계속 강조하면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 수석대변인은 “추석연휴 지나면서 일꾼론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호응도가 높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많이 느꼈고 저희가 충분히 승부될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진 후보에 대한 이 대표의 지원유세에 대해선 “선거 승리한다면 ‘내가 지지유세해서 승리에 일조했다’는 숟가락 얹기의 행태고 선거에 진다고 한다면 당 대표 책임론이 나오는 걸 생각해서 ‘내가 단식 후유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유세 했다’는 당 대표로서의 위상 유지를 위한 명분 쌓기용 행태”라고 평가 절하했다.

특히 그는 역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통틀어 최고치인 22.64%란 사전투표율을 들어 “이틀 남았으면 대부분 선거인들은 대부분 후보를 결정한 상태다. 단순히 거리 유세 한번 한다고 어떤 영향을 미치겠나”라고 꼬집었는데, 같은 당 이용호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막판 유세하지만 그건 거의 정치적 세리머니에 불과하고 이미 마음을 결정한 유권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보기 때문에 이 대표가 선거 승리했을 경우를 생각해서 숟가락 좀 올리는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 의원은 이번 선거에 대해 “그냥 보궐선거 수준으로 처음부터 격하해서 시작했으면 모르지만 가용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지금 하고 있기 때문에 판을 너무 키웠고 후폭풍도 있을 것”이라며 “총선을 너무 임박해서 치르는 선거이기 때문에 강 건너 불 보듯 치를 수 있는 선거는 아니라서 어차피 외통수로 올 수밖에 없을 것이고, 선거결과에 따라 당의 어떤 모멘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내놨는데, 반면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박빙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그래서 지도부가 크게 책임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온도차를 보였다.

◆ 국감장까지 번진 선거전?…‘개표시스템’ 해킹 가능성 논란도

백종욱 국가정보원 3차장이 10일 경기 성남시 국가사이버안보협력센터에서 선관위 사이버 보안점검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백종욱 국가정보원 3차장이 10일 경기 성남시 국가사이버안보협력센터에서 선관위 사이버 보안점검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이처럼 양당이 강서구청장 보선에 촉각을 곤두세우다 보니 10일 열린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 첫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이번 선거는 대법원의 판결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김 후보의 발언을 꼬집어 민주당 의원들이 맹공을 퍼부었는데, 박주민 의원은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심지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까지 ‘정치적 판결이 아니다’, ‘판결에 따르면 김 후보는 공익신고자가 아니다’라고 얘기하는데, 김 후보의 태도가 법원 판결을 존중하는 태도냐”고 물었고 김 처장은 “저희들이 바라는 기본적 바람과는 거리가 있다. 판결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는 평가는 억제하고 삼아야 하는 게 원칙”이라고 답했다.

이는 김 후보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특감반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다가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 구청장직을 상실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상황과 관련해 ‘법원의 정치보복 판결’이란 취지의 주장을 펼치자 민주당에선 이를 일축하려는 셈인데, 권칠승 의원도 이날 법사위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판결이 투표 심판의 대상이냐”고 질의하고 송기헌 의원도 “김 후가 개인적으로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문제없으나 후보로서 공적으로 말하는 것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국감장은 졸지에 강서구청장 선거전으로 전환된 모양새가 됐다.

당장 국민의힘에선 박형수 의원이 “김 후보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공익신고자로 인정 받았었기 때문에 본인이 그렇게 표현한 것이고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허위사실 공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반박에 나서는 등 김 후보를 둘러싼 공방이 격화됐는데, 한 발 더 나아가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내일 선거 앞두고 법사위가 특정 후보자를 비난하거나 특정 후보의 선거 구호를 법리적으로 판단하는 자리가 돼야 하는가”라고 민주당 의원들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선거를 하루 앞둔 이날 국가정보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지난 7월17일부터 9월22일까지 진행한 합동 보안점검 결과, 존재하지 않는 유권자를 정상적인 유권자로 등록하거나 개표 결과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그간 중앙선관위의 투·개표 관리시스템이 가상 해킹에 취약하다고 발표해 이 역시 막판 선거 변수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에선 이에 대해 강민국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최근 2년 동안 국정원은 메일과 악성코드 등에 의한 북한 정찰총국의 해킹 공격 사실을 8차례나 선관위에 통보하고 보안점검을 받도록 했으나 선관위가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애초에 감염 사실을 통보받은 적 없다고 발뺌까지 하더니 보안점검 권고엔 헌법기관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침해 논란 등 이유를 대며 거부했다는 것”이라며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6개월여 앞둔 지금 투표 조작에 더해 개표 결과까지 바꿔치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공포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반해 민주당에선 윤영덕 원내대변인이 같은 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선관위는 ‘선거시스템에 대한 기술적 해킹 가능성이 곧바로 실제 부정선거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재보선 선거 하루 남기고 부정선거 가능성 운운하는 국정원은 선거개입을 하려는 건가”라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여당 지지자를 결속시키려는 건가, 아니면 선거 패배에 대비해 선거 불복의 핑계거리를 만들려고 하는 건가. 선거 앞두고 유권자의 불안을 가중하는 무책임한 주장을 퍼뜨리는 행태는 선거 개입”이라고 응수하는 등 ‘선관위 투·개표시스템’ 해킹 가능성 관련 발표를 놓고도 양당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렇듯 양당이 ‘변수’가 될 만한 사안에 신경전을 벌일 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여야 지도부는 이날 오후 마지막으로 강서구청장 유세에 총력을 쏟고 있는데, 이준석 전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역대급으로 사전투표가 높았다는 것은 엄청 영끌해서 보냈다는 얘기도 된다. 강서 갑을병 의원이 다 민주당이기 때문에 공천 앞두고 경쟁적으로 자신의 지역구에서 지지자들을 투표소로 보내기 위해 섰을 것”이라며 “만약 본 투표율이 (사전투표율보다) 낮으면 국민의힘은 불리한 것”이라고 관측해 과연 내일 투표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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