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임위, 꼭 필요한 경우 아닌 한 참석 보류”…與 “왜 국회 멈춰야 하나”
이 대표 단식 이어갈 경우 국회 공전을 비롯한 대치 정국 장기화될 전망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사진 / 김경민 기자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 민주당이 불가피한 경우 외엔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 상임위 보이콧 나선 민주당 “檢 영장 청구의 부당성 문제제기 위한 것”

이 대표가 장기간 단식으로 건강이 악화돼 병원으로 이송된 18일 검찰이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민주당은 검찰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정부여당에 국정 쇄신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모든 국회 상임위원회에 대한 보이콧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부터 상임위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보류하기로 논의됐다. 정부여당에 국정쇄신을 강하게 요구하고, 정기국회 회기 중 검찰 영장 청구의 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며 실제로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낮 12시부터 국회가 아니라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여 윤석열 정부 규탄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임위 보이콧’으로 이날 예정된 기획재정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와 국방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가 취소됐으며 행정안전위원회 법안1소위는 일정이 오전에서 오후로 늦춰졌고 여당 의원이 위원장인 법제사법위원회는 오후에 전체회의가 열렸으나 야당 측 간사인 소병철 민주당 의원을 제외하고 모든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에 불참해 결국 산회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앞서 지난 15일 국회에 보낸 재송부 요청서 시한이 이날까지인 만큼 더 미룰 수도 없는 실정이었으나 민주당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전체회의가 끝내 취소되면서 결국 윤 대통령이 국회 동의 없이 임명 가능해졌다.

이 뿐 아니라 앞서 지난달 16일 국회 국민 동의청원에 공개돼 동월 26일 시민 5만명 동의 요건을 충족시킨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에 관한 청원’에 대해 논의하고자 열린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 역시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회의가 열린지 20분 만에 종료됐다.

다만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를 보이콧한 것은 아니어서 교권보호법·아동복지법을 처리하기 위해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는 참석했으며 오는 19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반면 교권보호 4법 등 중요 법안이 상정된 이날 오후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는 민주당에서 소 의원만 참석해 “오늘 보건복지위가 열린 이유는 아동복지법을 빨리 통과시키기 위해 민주당이 주도했다. 법사위 진행을 소위에 회부하는 것도 누차 여야 합의로 하겠다고 얘기했기에 빨리 처리하는 것에는 목표가 같은 것으로 19~20일 개의해 안건들을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또 소 의원은 “현재 민주당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법사위 동료인 (최강욱)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는 형을 선고받았고 (이재명) 당 대표도 단식하다가 병원에 실려 가는 비상 상황이 있어 원내지도부로부터 ‘당분간 상임위원회 활동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통보를 받아 제가 여당 측에 그대로 전했다”며 “국회는 진행돼야 하지만 날이 오늘만 있는 것은 아니고 다른 날도 가능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 국민의힘 “1명의 범죄혐의자 때문에 국회 멈추고 민생은 뒷전 됐다”

국회 법사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당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상임위 보이콧 방침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국회 법사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당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상임위 보이콧 방침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반면 여당은 민주당의 행보에 개탄하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는데, 당장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의 ‘상임위 보이콧’ 방침에 반발해 “이번 법사위 전체회의는 오래 전부터 양당 간사 간 협의된 사안으로 2023년 국정감사계획서, 일명 머그샷법이라 불리는 신상정보공개법, 세종의사당 건립 국회규칙, 교권보호 4법, 아동학대 처벌 특례법,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한 보험업법 등 신속한 처리를 기다리는 111건의 법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사위 일정을 일방적으로 보이콧하는 것은 공당으로서 국민과 민생에 대한 책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민주당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놨다.

이 뿐 아니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자당 의원총회에서 “오는 19~20일 대법원장 인사청문회가 있기 때문에 21일 본회의 이전에 법사위를 개최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오늘 오후여서 오래전부터 의사일정을 합의했던 것”이라며 “21일 오전은 소병철 민주당 간사가 일방적으로 주재하는 업무방해죄에 관한 공청회가 10시부터 있기 때문에 사실상 본회의 이전에 법사위를 개최할 기회가 없다. 하루빨리 본회의에서 통과돼 시행될 법안이 산적했는데 왜 법사위까지 보이콧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도읍 법사위원장도 최소 의결정족수인 9명에 못 미치는 8명만 참석한 채 이날 오후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전체위원이 과반수가 참여해야 의결할 수 있는데 민주당 의원이 불참해 시급한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 소병철 민주당 간사는 언제든 법사위를 열자고 하지만 21일 본회의도 개의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고 불확실하다고 예측된다”며 “본회의가 언제 열릴지 예측할 수 없기에 민생법안이 올해 안 처리가 불확실하지만 미상정 고유법안을 상정해 의결이 아닌 법안심사 1소위에 회부하는 것까지 처리하겠다”고 역설했으나 민주당 소 의원이 끝내 추후 다시 열 것을 주장해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 역시 통과에 힘을 쏟아왔던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국회 규칙안의 법사위 처리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는데, 이런 상황을 꼬집어 송아영 국민의힘 세종시당 위원장은 “민주당은 세종시민의 염원을 생각해서 즉각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 민생을 저버리고 국회를 보이콧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으며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의 이날 오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주당은 모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했던 발언을 꼬집어 “오늘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은 박 원내대표의 연설과 너무 들어맞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비단 법사위 외에도 국방위의 한기호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가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파행에 이르자 “오늘 회의 날짜는 20일 전에 잡은 날짜고 저는 오늘 일찍 출근해서 회의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무 얘기 없다가 회의하기 한 10여분 전에 지도부에서 모든 상임위를 보이콧했다고 통보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인지 아닌지 의심하게 하는 만행”이라고 민주당을 성토했으며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북한의 여러 상황으로 봤을 때 아주 냉혹하고 국제관계로 봐도 국방부장관은 한시도 비울 수 없는 입장이다. 국방위만큼은 국민 안위와 관련되고 국가안보와 관련되기에 빨리 열어주길 촉구한다”고 민주당에 호소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주당의 상임위 보이콧 이유가 이 대표 때문 아니냐고 맹공을 퍼붓기도 했는데,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오늘 예정돼 있던 상임위를 보이콧했는데 이 대표가 병원 이송됐다고 국회 전체를 셧다운하는 게 과연 국민을 위한 일이겠나. 이 대표 사수를 위해 민생을 내팽개치고 국민 다수와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아예 “구속을 피하기 위한 이 대표 단식 때문에 상임위를 취소할 이유가 뭐냐. 한 명의 범죄혐의자 때문에 국회가 멈추고 민생은 뒷전이 됐다”고 민주당을 거세게 압박했다.

◆ 정의당 “상임위 중단에 강한 유감…정쟁으로 국회 파행돼선 안 돼”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급기야 야권인 정의당에서도 이날 민주당의 상임위 보이콧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는데, 강은미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의 불참으로 국방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상임위가 중단됐다. 민주당이 상임위 전면 중단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 한 국방위 청원심사소위도 열리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데 강한 유감”이라며 “오늘 국방위 청원심사소위는 전국민적 관심 사안인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국민청원안이 상정될 예정인데 이를 오늘 의결하지 못한다면 혐의자 삭제와 사건 축소를 지시한 최고 윗선을 밝혀내라는 국민의 명령을 국회가 거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강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국회에 복귀해 상임위 개최에 협조하기 바란다. 정쟁으로 국회가 파행돼선 안 되는 것은 무론이거니와 국정조사 국민청원안 의결이 밀려서는 더더욱 안 된다. 상임위 정상 개최와 함께 국정조사와 특검법을 동시 추진하는 ‘양특’(국조특위·특검) 도입에 나설 것을 민주당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으며 국회 국방위 소속인 같은 당 배진교 의원도 이날 “민주당에 여러 정치현안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고 채 상병 사망사건 관련 의혹에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강조했던 분들이 오늘 불참했다. 이유 불문하고 불참한 것은 유감”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이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민주당의 상임위 보이콧 행보를 비판하는 상황을 의식했는지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이후 사실상 상임위를 보이콧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렇지 않다. 충실한 상임위 진행을 위해 일정을 조정하는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는데, 하지만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등 여전히 당 대표 거취에 우선 집중하는 모양새인데다 병원에 이송된 이 대표도 병상에서까지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혀 국회 공전을 비롯한 정치권의 대치 정국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탈출구 마련이 필요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국회 운영을 올스톱시키는 태도는 당내 극단 강경파들에게 포로가 돼 민심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정당이 돼 버린 민주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제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한 후 차분하게 만나 민생 현안을 치열하게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 대표가 입원한 서울 녹색병원 앞 브리핑에서 “이 대표가 이송 후에도 병상에서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폭주하는 정권에 제동 걸기 위해 자신이 앞장서야 한다는 의지”라고 밝혀 완전히 의사일정이 정상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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