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체포안 부결’ 기류 조성 나선 ‘친명’…지지율은 떨어진 민주당
정부여당에 보내는 野의 성토 “참으로 비정하고 잔인하다”
당내 결속도 과제…비명계의 반발 무마해 다시 주도권을 쥘까

16일째 단식중인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습. 사진 /오훈 기자
16일째 단식중인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습. 사진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16일째 이어지고 있는데, 의료진이 건강이 위험한 상황이라며 입원을 권했음에도 단식을 고수하고 있는 이 대표의 행보가 본인과 당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또 득실은 무엇인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보름 넘는 李 ‘단식’에도 지지율 부진한 민주당

이 대표의 단식이 길어지고 있지만 최근 발표된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과연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인데,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1~13일 전국 유권자 1002명에게 실시해 14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이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기 전인 2주 전과 비교해 2%P 하락한 26%를 기록했다.

또 다른 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민주당 지지도는 지난주 조사 때보다 2%P 하락한 32%로 나왔는데, 심지어 동 기관이 함께 실시한 정계 주요 인물 호감도 조사에선 오세훈 서울시장 35%, 한동훈 법무부장관 33%, 홍준표 대구시장 30% 등 정부여당 측 인사들이 상위권을 차지한 데 반해 이 대표는 자당 소속인 김동연 경기지사와 함께 29%를 얻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비호감도 조사에선 1위를 찍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69%) 다음으로 61%를 얻은 이 대표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꼽혔을 정도인데, 이 대표의 단식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여론 뿐 아니라 대통령실과 여당까지 무관심 혹은 냉랭한 시선을 보내고 있어 출구전략을 찾기 어려워진 민주당의 속내는 타들어가는 모양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15일 김예령 대변인 논평을 통해 “단식의 명분이 무엇인지 우리는 아직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단식 중단으로 내걸었던 조건들도 들어주기 힘든 비현실적인 것임을 이 대표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과거 YS와 DJ의 단식과는 결이 다른 이 대표의 단식은 오히려 숨 가쁜 국회의 일정을 멈추는 부정적 역할을 하며 시간만 허무하게 가고 있다. 민주당 전체가 ‘대표의 단식’이란 블랙홀에 갇혀 정작 가장 중요한 민생은 돌보지도 못하는데 이런 민폐와 무의미한 단식을 굳이 이어가야 하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이날 ‘이 대표를 찾아갈 생각은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식) 중단하는 게 좋겠죠”라고만 말할 뿐 끝내 단식농성장을 찾아갈 가능성은 내비치지 않았는데, 한 발 더 나아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문민정부의 민주개혁과 성숙한 민주주의’ 세미나에서 이 대표를 겨냥 “단식의 고귀한 뜻을 훼손하는 명분 없는 단식”이라며 “현재 하는 단식은 무엇 때문에 하는지 알 수 없다. 이념보다 민생, 갈등보다 통합, 사익보다 국익(을 내세웠는데), 이것을 본인이 하면 다 해결되는 문제 아닌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출구 못 찾는 민주당, 대통령실 찾아가 “李 손잡아야”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와 의원, 원외지역위원장들이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폭정규탄, 국정쇄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와 의원, 원외지역위원장들이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폭정규탄, 국정쇄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여기에 민주당 의원들까지 지난 14일 이 대표에게 단식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했으며 15일에는 시민사회 원로들까지 직접 찾아와 단식 중단을 요청했지만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많은 분이 단식 중단을 요청하고 있으나 이 대표는 단식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매우 강하게 표시하고 있다”고 이 대표 스스로 중단할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도 전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쓰러지거나 아니면 정권의 응답이 있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경우에 단식이 중단될 것 같고 어차피 이 대표로선 쓰러질 각오하고 쓰러질 때까지 하겠다고 시작한 단식이었기 때문에 누가 말린다고 중단하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는데, 이처럼 단식 중단의 기미가 없다보니 급기야 이 대표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들까지 연일 국회로 직접 찾아와 난동까지 부렸다.

지난 14일 오후에는 이 대표의 얼굴이 담긴 현수막을 들고 있던 한 50대 여성이 국회 본관 앞에 있는 단식농성장 앞에서 이 대표를 병원으로 데려가라고 소리를 지르다가 국회 경비대가 퇴거를 요청하자 흉기를 꺼내 휘둘러 이들을 다치게 했으며 15일 낮에는 ‘국짐 매국 윤 정권’이라고 적힌 종이를 소지한 70대 남성이 국회 내 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흉기를 들고 혈서 작성을 시도하면서 자신을 제지하려는 국회 직원들을 향해 “사람이 죽어 가는데 이놈 XX들. 너희들은 이 나라를 사랑하는가. 이재명이 죽으면 좋을 상이지”라고 외치다 제압당하기도 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로선 이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되면서 건강이 우려되는데도 윤 정권에서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단식을 중단시킬 명분을 찾기 어렵다 보니 무심한 태도를 취하는 윤 정부 비판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도 같은 날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가 16일째 단식을 이어가는데도 정부여당 인사 어느 한 사람 ‘안타깝다’, ‘단식을 멈춰 달라’며 현장에 와 손잡고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 참으로 비정하고 잔인하다”고 당정을 성토했다.

박 원내대표 뿐 아니라 같은 당 김상희 의원도 “윤 대통령이 국회로 나와 이 대표의 손을 잡아야 한다. 정치를 복원시키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윤 대통령에 촉구했는데, 여당을 향해선 앞서 이날 오전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직접 찾아와서 손 한번 맞잡으면서 ‘앞으로 우리 좀 협치 잘해보자, 단식 풀어주십시오’ 이렇게 얘기하는 게 국민들 볼 때 얼마나 좋은 모습일까? 왜 그게 안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동 라디오에 출연한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 대표가 와서 야당 대표가 (단식) 그만둔다면 그게 처음 목적과 다른데, 오히려 이 대표 입장에서 그만두기도 힘들게 만드는 거 아니냐. 거기 가서 사진 찍히고 하는 게 이 대표가 썩 좋아할지 모르겠다”고 응수하면서 “이 단식도 문제의 해법이 아니다. 왜 바쁜 시기에 저렇게 해야 되나 싶고 이게 문제는 결국 간단하다. 지금 쟁점 되는 여러 혐의들을 이 대표가 당당하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 않나. 법원에서 소명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하나”라고 꼬집었다.

◆ 李 단식, 당내 갈등 표출은 수습?…비명계도 찾아와 위로

민주당 민형배,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더민주혁신회의가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한 무기한 동조단식 돌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민주당 민형배,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더민주혁신회의가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한 무기한 동조단식 돌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한편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 계기가 마련되지 못해 출구전략을 모색하기는 쉽지 않으면서도 보름이 넘는 단식농성을 통해 그간 노골적으로 표출되어온 친·비명계 간 갈등 등 이 대표의 리더십을 흔든 내홍 양상은 잠시나마 잦아드는 모양새여서 이 대표와 친명계로선 당내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만 해도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대표를) 옹호하고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자는 이야기는 드러내놓고 세게 얘기할 수 있게 됐지만 (단합에 대해선) 많은 분들이 침묵하고 있다. 이 대표가 단식하고 있지만 지금 민주당과 민주주의를 위해 무엇이 옳은 길인지 반대되거나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이 대표) 처지가 지금 곤궁하지 않나. 곤궁한 사람을 두고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비정하고 야박한 것이므로 참고 있는 것”이라고 표면적으로 파열음을 내지는 않으려는 내부 기류를 전했다.

심지어 이 인터뷰 당시 ‘단식현장에 아직 안 찾아갔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명단을 챙긴다고 해서 안 갔다. 그걸 챙기라고 해서 많이 못마땅하다”고 답하기도 했던 조 의원은 이 대표의 단식이 16일째가 되는 15일 오후엔 직접 당 대표실로 찾아가 누워 있는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권하면서 건강을 염려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 대표는 감사 인사를 전했는데, 표면적이나마 당 내부가 결속된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런 상황은 이전과 달리 당 내부에 동정론으로 인해 분위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실제로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14일 오후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에서 “누워 있는 (이 대표) 눈도 굉장히 흐릿하고 상태가 안 좋았다. 인간이 견뎌낼 수 있는 한계점을 지나갈 때가 되지 않았나. 자기 몸이 상하고 있는데도 정신력과 의지로 지금 견디고 있다”고 강조해 동정론에 한층 불을 지폈으며 천준호 의원은 15일 “전체적 신체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돼 있고 특히 공복 혈당 수치가 매우 낮아 건강이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대표의 건강 악화는 재판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이 대표의 건강에 문제가 있는데다 공판 준비에 시간이 더 필요해 재판을 연기해달라는 신청서를 이 대표의 변호인이 제출하자 서울중앙지법은 당초 15일 열릴 예정인 대장동·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첫 재판은 내달 6일로 연기했고, 결국 별도로 진행 중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수수 혐의와 재판을 병합한 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 등 주요 증인에 대한 신문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려던 재판부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한 발 더 나아가 백현동·대북송금 의혹을 합쳐 검찰이 오는 18일 이 대표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대해서도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체포동의안 부결’ 여론 조성에 나서고 있는데, 당장 정청래 최고위원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들어올 경우 이 대표가 나서서 가결을 선언하라고 설왕설래하는데 결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대표는 분명히 ‘영장을 치려거든 비회기 때 치라’ 했고 ‘정당한 영장청구라는 전제가 있었다”며 “검찰 독재정권의 정적 제거, 야당 탄압, 민주당 분열공작에 놀아날 수 없다. 어떤 경우도 이재명 직인이 찍힌 총선공천장을 들고 승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기에 아예 기세를 몰아 친명계 원외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15일 “이 대표가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의 무능과 폭주에 맞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동조 단식을 선언한다. 현역 국회의원 전원의 무기한 동조 단식을 비롯한 더 적극적인 투쟁이 국민항쟁의 불씨를 더 큰 횃불로 키우고 들불처럼 번지게 할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실제로 이날 이학영 등 일부 의원들은 “윤 정권의 폭거를 막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다시 민주당 의원들이 모여 비상행동을 시작하려 한다. 목숨을 거고 싸우는 이 대표와 함께 이제 우리가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1인 릴레이 단식에도 들어갔다.

오히려 그동안 사법리스크로 리더십 위기를 맞던 이 대표로선 ‘무기한 단식’이란 배수진을 계기로 당내를 결속시켜 비명계의 반발을 잦아들게 하는 등 다시 주도권을 쥐는 것은 물론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다만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방탄 단식’이라는 여론의 시선이나 여당의 공세를 피하기 쉽지 않아 어떤 면에선 민주당에 ‘양날의 칼’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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