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北 인공위성 제작 도울 것”…北, 동해로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까지
정부, 북러 군사협력 강화가 우리 안보에 향후 악재로 작용할 우려에 촉각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각)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각)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4년 5개월 만에 다시 만나 서로 밀월관계를 과시함에 따라 우리나라 외교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북한과 적극 군사협력 나선 러시아…푸틴 “모든 문제 얘기할 것”

김 위원장은 이날 낮 12시30분께 미리 도착해있던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장소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환담을 나눴는데, 현지 뉴스 영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향해 “당신을 만나 정말 반갑다. 이곳이 우리의 새로운 우주기지고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바쁜 일정에도 초대해줘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북한의 인공위성 제작을 도울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이 때문에 이곳에 왔다. 북한 지도자는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그들은 우주를 개발하려 하고 있다”며 사실상 인정하는 입장을 내놨고 ‘회담에서 군사기술 협력 문제도 논의될 것인지’ 묻는 질문에도 “서두르지 않고 모든 문제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심지어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북러정상회담에서 무기 거래가 논의될지 여부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웃 국가로서 공개되거나 발표돼선 안 되는 민감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김 위원장은 회담을 마친 뒤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인 콤소몰스크나아무레의 수호이 전투기 생산공장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양국 간 군사협력 강화 기류는 한층 분명해지는 모양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순방 수행단에 국가비상설 우주과학기술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박태성 비서가 합류한 점이나 군 서열 1·2위인 리병철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이 함께 한 점도 위성·발사체 등 우주 분야부터 군사 분야에 이르기까지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전날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군부 인원을 다수 대동한 것을 고려할 때 북·러 간 무기 거래, 기술 이전 관련된 협상이 진행될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무엇보다 지난 5월31일과 8월24일에 정찰위성 발사에 두 차례 실패한 바 있는 북한은 내달 3차 발사를 예고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러시아로부터 위성 관련 기술 협조를 받으려 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래선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3일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는 패권에 맞서 자국의 주권과 안보를 지키기 위한 신성한 싸움을 하고 있다. 우린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지도부의 결정을 지지할 것이고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데 함께 할 것”이라고 한껏 푸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를 냈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적 비판을 받는데다 전쟁 장기화로 인해 무기도 부족해지고 있는 러시아를 공개 지지·지원할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러시아와의 관계를 대폭 끌어올리는 한편 북한이 받아온 국제 제재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극복해보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는데, 실제로 13일(현지시간) 로시야TV와 인터뷰한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모든 군사적 교류, 안보 분야의 시급한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 등이 이뤄지고 있다. 대북 제재는 북러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없을 것이고 유엔 제재는 양국관계를 앞으로도 방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북러 간 밀착하는 상황에 대해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헤커 교수는 12일(현지시간)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러시아를 향한 김 위원장의 행보는 지난 30년간 지속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노력을 포기한 근본적인 정책 변화의 결과”라고 해석하기도 했는데, 여기에 로이터통신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까지 북러정상회담이 이뤄진지 일주일도 안 되는 오는 18일에 모스크바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전해 ‘한미일 vs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는 한층 명확해지는 모양새다.

◆ 러시아 기술로 ‘날개’ 달 북한, 미사일 위협수위 높아지나

김정은(오른쪽 두 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각)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로켓 조립 격납고를 둘러보며 얘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김정은(오른쪽 두 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각)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로켓 조립 격납고를 둘러보며 얘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이 국외에 있는 상황임에도 이례적으로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기습 발사하는 도발도 감행했는데, 합동참모본부는 13일 “오전 11시 43분경부터 11시 53분경까지 북한이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으며 대통령실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주재로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군의 준비태세 등을 점검했다.

이날 도발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러정상회담을 비판해온 미국에 대한 견제 성격도 없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는데, 앞서 지난 11일(현지시간)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러정상회담을 겨냥 “(푸틴 대통령이) 국제적 왕따에게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자국 영토를 가로질러 여행할 수밖에 없는 것을 저는 ‘지원에 대한 구걸’이라고 규정하고 싶다”고 평가 절하한 바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밀러 대변인은 “북한에서 러시아로 가는 어떤 무기 이전도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며 러시아의 전쟁을 돕는 단체나 국가에 우리가 가해온 공격적 제재를 계속 집행하고 새 제재 부과에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으며 우리 외교부에서도 지난 12일 “그 어떤 유엔 회원국도 불법 무기 거래를 포함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해선 안 되며 특히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협력은 더더욱 이뤄져선 안 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고, 대통령실 관계자까지 같은 날 오후 “러시아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하기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고에 개의치 않는다는 듯 북한은 지난달 30일 이후 14일 만에 탄도미사일 발사라는 무력도발을 재개했는데, 비록 미사일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 밖으로 떨어졌으나 외교부에 따르면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나마즈 히로유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 한미일 3국 북핵대표는 13일 유선 협의를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다수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며 국제사회가 안보리 결의 위반에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뤄진 한미일 간 대북 공조 강화 합의에 따라 북한의 어떤 도발에 대해서도 3국은 단호히 대응해 나가기로 했으며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은 아예 내주 방한해 북러 간 무기거래 관련 대책을 우리 측과 협의할 것으로 전해졌는데, 다만 북러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위성 뿐 아니라 발사체 기술까지 발전할 수 있게 될 경우 앞으로 한미일을 겨냥한 북한 미사일의 위협수위는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는 13일 크렘린궁이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하기 전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관계자로부터 브리핑을 받는’ 영상에 북한의 미사일 및 우주발사체 관련 핵심기관인 국방과학원의 장창하 원장과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포착되기도 했기 때문인데, 이들은 미국까지도 닿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까지 김 총비서 명령을 받아 집행했던 북한 미사일 관련 핵심 당국자들이고 사실상 우주로켓 기술은 장거리 미사일과 구조가 동일하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로켓 기술을 북한에 전수할 경우 북한 미사일의 위협수위는 이전보다 대폭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러시아로선 유엔 상임이사국이면서 공개적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사항을 위반한다는 부담을 안게 되기에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3일 “정상회담 뒤 공동선언문을 포함한 어떤 형태의 문서에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일종의 구두 합의 형태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군사협력 강화는 우리 안보에 있어 향후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에 정부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이종섭 사표 수리 일축한 尹…대통령실 “안보 공백 안 돼”

이종섭 국방부장관(좌),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종섭 국방부장관(좌),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당장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종섭 현 국방부 장관의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13일 이 장관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 “안보 공백은 하루라도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수리하지 않으려고 한다. 인사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다른 장관은 몰라도 국방부장관이 부재한 것은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며 이 장관의 사표를 당장 수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보여주듯 이 장관도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로부터 현안 질의를 받던 도중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간, 장소 등이 기록된 간략한 내용의 메모를 받은 뒤 사실 확인을 위해 잠시 이석했다가 회의장에 복귀하기도 했는데, 같은 날 오후 차기 국방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개각 결과가 발표된 뒤 “대내외 안보환경과 여러 도전이 굉장히 심각하다”고 지명 소감을 밝힐 만큼 현 안보상황은 위중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북중러 결속 기류’를 흔들려는지 중국을 향해 이전과는 온도차 있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는데, 전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그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아세안·G20 정상회의 때 리창 중국 총리와 가진 회동에 대해서도 “함께 협력해 나가자고 제안했고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설명했고 순방 기간 중엔 ‘한일중’이라고 언급했던 것과 달리 이날 회의에선 두 차례나 ‘한중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북핵 위협이 대한민국에는 그야말로 실존적 위협인 만큼 북한 문제가 한중 관계에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는데, 과연 이 같은 외교안보 행보로 현재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군사적 역량을 높여가려는 북한을 견제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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