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불발된 김영호 임명안 재가
김영호 “변화된 남북관계 직시해야, 명확한 통일 비전 바탕으로”
김영호 임명 강행에 여야 대립각, 野 “한반도 평화 포기 대통령”
80여 명 인원 감축, 교류 협력담당 대신에 납북자대책반 신설
권영세 “김영호, ‘담대한 미래’로 나가는 평화·통일의 길 열어주길”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사진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반발음에도 불구하고 통일정책을 이끌어 갈 새 국무위원으로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하고 28일 임명장 수여식을 거행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 윤 대통령,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불발에 김영호 임명안 재가 강행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김영호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아 다시 시한을 27일로 변경하면서 재송부를 요청하고 나섰지만, 여야의 의견은 끝내 좁혀지지 않고 불발되어 대통령은 결국 28일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하고 말았다.

앞서 국회에서 지난 21일 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었지만, 민주당 측에서는 제출 자료 부실 문제와 극우 성향의 대북관을 이유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는데, 이로써 김 장관은 윤 정부 출범 이후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의 채택 없이 임명된 15번째 장관급 인사로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에 용산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는데,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이유로는 북한의 무력 도발 시도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관계 재정립 등 국가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중요 조직인 통일부의 수장을 공백으로 둘 수 없다는 판단일 것이라고 일각은 관측했다.

김 신임 통일부 장관은 임명장을 받은 직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취임식을 가졌으며, 첫 공식 일정은 오는 31일 국립현충원 방문을 시작으로 하여 공식적인 장관 업무에 돌입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 김영호 “당장의 성과 급급해 일방적 北주장에 수용하지는 않을 것”

김영호 신임 통일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통일부 장관 취임식에서 공무원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김영호 신임 통일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통일부 장관 취임식에서 공무원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김 장관은 이날 열린 취임식에서 “지금 국민들은 통일부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변화된 남북관계와 냉엄한 국제 정세를 직시하고 시대적 흐름과 보편적 가치를 고려한 통일부의 새로운 역할을 바라고 있다”면서 조직개편에 들어갈 것을 밝혔는데, 이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를 ‘대북지원부’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응답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그는 “당장의 성과를 내는데 급급해서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수용할 것이 아니라 명확한 통일 비전을 바탕으로 국격과 국민 기대에 맞게 흔들림 없이 원칙을 견지해 나가야 한다”며 “남북관계의 일시적인 부침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으며, 긴 호흡을 갖고 분명한 원칙 하에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김 장관은 “힘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지켜야 한다”며 “북한 당국이 핵개발의 무용성을 깨닫고 ‘담대한 구상’을 중심으로 한 비핵화 협상의 장으로 스스로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더욱 집중적으로 노력해 나간다고 한다면 인권문제에 대한 북한 당국의 태도 변화도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는 “변화된 남북관계와 국제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업무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이 있을 예정”이라고 알리면서 “위기가 오히려 기회라는 긍정적 생각을 갖고 의연하게 원칙에 따라 맡은 바 소임을 수행해 나간다면 자연스럽게 조직의 안정을 회복하고 우리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자신감에 찬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 국민 과반 이상 ‘김영호 부적격’ 응답, ‘보수 vs 진보’ 성향별 큰 차이 보여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장관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아 보였는데, 실제로 이날 발표된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4일~26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한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장관이 통일부 장관직에 ‘적격하지 않다’는 의견이 과반 이상인 52.7%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김 장관이 ‘적격하다’는 답변은 24.4%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22.8%였다.

그러나 보수층에서는 김 장관이 적격하다는 의견은 52.7%로 부적격(25.6%) 의견보다 월등히 높았고, 반대로 진보층에서는 적격 의견이 6.1%로 부적격(79.6%)로 기록돼 진영 간의 상반된 큰 온도차를 보였다. 이번 조사는 무선 100%의 ARS 자동응답 방식의 전화 조사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였고,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이렇듯 국민 여론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출발한 김 장관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많아 보이는데, 특히 그간 야권의 공격으로 인해 극우 성향의 대북관으로 단단히 낙인이 찍혀 있는 만큼 어떻게 국민적 신망을 끌어올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외통위 소속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장관에 대해 “극우 유튜버”라고 지적하면서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을 향해 “대한민국을 수렁으로 빠뜨리고 싶은 것이냐”고 쏘아붙이면서 “(대통령은) 국민이 아닌 자신을 지지하는 진영만을 바라보며 정치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 임명 강행에 여야 대립각, 野 “한반도 포기 대통령” vs 與 “무작정 반대 말라”

28일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28일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더군다나 김 장관의 임명에 대해 야권의 반발이 컸던 만큼 정치권에서는 이날 임명안 재가를 두고 여전히 여야가 공방을 벌이며 대립각을 세운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로 민주당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김영호 후보자에 대한 통일부 장관 임명을 재가했는데, (이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 강행에 이어 국민 여론과 야당의 요구를 철저히 묵살한 결정인 것”이라면서 “정부는 야당과의 협치 의지가 전혀 없고, 인사청문회를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원내대변인은 “남북 관계는 적대적 관계, 김정은 정권 타도를 주장하며 반헌법적 가치관을 지닌 자에게 통일부 수장을 맡기다니 윤 대통령은 정년 한반도 평화 포기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으면서 “헌법과 정부조직법상 규정된 통일부의 역할마저 부정한 인물을 장관직에 앉힌 한반도 평화 포기 대통령, 오늘로써 역사에 윤석열 이름 석 자가 새겨질 것”이라고 규탄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에서는 민주당의 날 선 반응에 대해 씁쓸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해 보였는데,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은 무작정 반대만 하는데, 민주당은 그럴 것이 아니라 합리적 사유를 가지고 반대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이 모든 인사권을 장악하고 좌우하는 것처럼 자기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민주당이 추진한 통일정책으로 남북관계는 완전 파탄이 났고, 대한민국의 안전 보장을 위협하는 수순에 와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면서 “민주당 잘못과 반성에서 시작하는 게 민주당의 도리일 것”이라고 비판하며 맞대응을 펼쳤다.

◆ 통일부 대대적 조직개편 예고, 문승현 “80여 명 감축, 인력 재편될 것”

정부서울청사 내에 있는 통일부 사무실 모습  ⓒ뉴시스
정부서울청사 내에 있는 통일부 사무실 모습  ⓒ뉴시스

한편 이날 김 장관이 임명됨과 동시에 통일부는 80여 명의 인원 감축을 포함한 조직개편안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는데, 문승현 통일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직개편안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 차관은 “80명이 좀 넘는 선에서 인력 재편(축소)이 예상된다”며 통일부 정원의 15%를 구조조정하는 조직개편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밝혔는데, 세부적으로 남북 대화와 교류·협력을 담당하는 교류협력국, 남북회담본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출입사무소 등 4개 조직을 하나로 통폐합하고 장관 직속의 납북자대책반을 신설한다고 알렸다.

또한 그는 “오늘 기준으로 통일부에 1급(고위공무원단 가급) 6명 중 개방직 제외한 5명과 무보직 상태인 전 통일비서관 등 총 6명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 받았다”면서 “어느 정도 선에서 사직서를 수리할지는 김영호 장관과 상의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더욱이 문 차관은 “남북 간 교류·대화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 국제정치 상황에 걸맞은 유연하고 경쟁력 있고 효율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개편안을 검토했다”고 조직 개편 취지를 설명했는데, 통일부는 다음 달 하순까지 조직개편을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 ‘이임식 진행’ 권영세 “통일부의 역할도 변화와 혁신 요구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통일부 장관 이임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통일부 장관 이임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또 다른 한편 이날 임기를 마친 직전 통일부 장관인 권영세 장관도 서울정부청사 별관에서 이임식을 진행했는데, 권 장관은 “통일부의 역할도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며 “북한이 태도를 조금도 바꾸지 않고 있고 대화의 문을 굳게 닫아건 채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며 도발과 위협의 수위를 계속 높이는 상황인데, 그동안 우리가 걸어왔던 여정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통일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새길을 찾아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권 장관은 통일부 직원들을 향해 “출중한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김영호 장관이 새롭게 취임하는 만큼 여러분 모두 심기일전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간다면 극복하지 못할 난제는 없을 것”이라면서 “비핵화·평화·번영의 한반도라는 목표를 잊지 말고, 합심해 더 많은 일을 성취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더 나아가 그는 신임 장관을 향해 “헌법적 책무와 인류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통일·대북정책을 더욱더 발전시켜 나가 달라”며 “국민의 눈높이와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더욱 분발하여 ‘담대한 미래’로 나가는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하면서 임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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