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역술인 천공 아닌 백재권 교수로 잠정 결론
천공 공세 펼쳤던 민주당, 풍수지리가에 다시 무속 프레임
野 “국정농단...공적 시스템 붕괴돼, 국정조사와 수사 나서야”
與 김병민 “천공 아닌데, 거짓 주장 했던 사람들 사과 없어”
김성태 “野, 주술·무속으로 국정운영 프레임 씌우려고 발악 중”

(왼쪽부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풍수지리가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 / ⓒ백재권 교수 페이스북(중), 시사포커스DB(좌, 우)
(왼쪽부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풍수지리가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 / ⓒ백재권 교수 페이스북(중), 시사포커스DB(좌, 우)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지난해 용산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서 풍수지리가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가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다녀간 정황이 포착되자 여야의 정치권에서는 ‘무속 공방’이 재점화되면서 극한 대립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앞서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역술인 천공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이었던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1일 대통령 경호처에서 제공한 공관 CCTV 영상을 디지털 포렌식으로 분석한 결과, 천공이 아닌 풍수지리가인 백 교수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 역술인 천공 아닌 풍수지리가로 밝혀졌지만, 민주당 ‘무속 프레임’ 총공세

무엇보다도 야권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서 백재권 교수가 개입했다는 경찰의 잠정 수사 결과를 고리로 하여 ‘풍수지리가가 국정에 개입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연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총공세를 펼치고 나섰는데, 실제로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관저 졸속 이전 과정에 풍수지리가의 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는데, 지금까지 대통령실은 미신 의혹에 백모 씨는 쏙 빼고 진실을 숨기는 것에 급급했던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좌)과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우). 사진 / 오훈 기자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좌)과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우). 사진 / 오훈 기자

특히 장 최고위원은 “(풍수지리가가 다녀간 정황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이) 이제는 백모 씨를 ‘역술인과 다르다’며 미래예측학 박사라고까지 소개한다”고 지적하면서 “아무리 국민을 개·돼지로 생각해도 이렇게는 말하지 못할 것 같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그는 “관저 졸속 이전에 교통환경영향평가, 군사안보영향평가보다 풍수지리가 더 중요하느냐”고 따져 물으면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관저 졸속 이전’ 진상규명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아울러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국가 시스템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의견을 들어 문서에 남기는 것은 당연히 공적 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적 시스템은 공개성과 투명성, 공정성에 대한 부분이 있는데, 이를 아무도 모르게 숨어서 진행하는 것 자체가 공적 시스템이 붕괴됐다는 것이다”고 지적하며 비판의 결을 함께 했다.

박 대변인은 “그 당시 천공이 아니고, 백 교수라고 얘기하며 (대통령 관저 이전에 대한) 절차와 과정과 그 근거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 당시에도 숨겼다“고 지적하면서 ”결국은 국가의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공적인 일을 하지 않는 ‘사인 관계’에 있던 사람이 들어와서 의사결정을 했고, 이게 문제가 될 거로 생각했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숨겼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한민수 대변인도 이날 YTN ‘뉴스앤이슈’에 출연하여 “(대통령실에서는) 이제 천공이 아닌 건 다행이라고 여기는지 모르겠지만 백재권 씨로 드러난 이상 똑같은 풍수지리가 아니겠는가”라면서 “조선 시대로 따지면, 지관이 가서 땅 터 봐주고 그런 것이다. 이분이 또 얘기하기를 ‘용산으로 옮긴 뒤로 막힌 혈이 뚫렸다’고 했다는데, 우리 국민 대다수가 어떻게 그걸 받아 들이겠는가”라고 말해 사실상 무속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

◆ 강선우 “풍수지리 의지는 위험천만”, 김병주 “국정농단, 국정조사해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좌)과 육군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우). 사진 / 오훈 기자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좌)과 육군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우). 사진 / 오훈 기자

또한 강선우 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논평을 통해 “애초에 왜 천공 의혹이 제기되었는가. 무속인이 국가 의사결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었다”면서 “대통령실은 누구의 지시로 풍수지리가에게 국가 의사결정 과정을 맡겼느냐. 국가 의사결정에 누가 풍수를 끌어들였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은 “백 교수는 무슨 자격으로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들어갔느냐”고 질문을 던지면서 대통령실을 향해 “사실을 은폐해 놓고 이토록 뻔뻔할 수 있다니 어이없다.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하진 못할망정 적반하장이 웬 말인가”라고 공세했다.

더욱이 그는 “대통령실 관저 결정은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공적 영역의 일인데, 국가 중대사를 풍수지리에 의지한 것 자체로도 위험천만한 발상이고 심각한 문제인 것”이라면서 “국민을 능멸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뿐만 아니라 육군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허락받지 않는 민간인이 국가 의사결정에 참가한 것이 문제이다. 국가 운영에 이러한 무술인이든 역술인이든 참가하는 것이 큰 문제인 것”이라면서 “이것은 큰 국정농단이다. 또 대통령실이 답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가 국정조사를 하고 그다음에 수사로 더 정확히 풀어야 할 문제라고 본다”고 말해 사실상 해당 문제를 국회 차원으로 끌어들여 여야의 정치 싸움으로 확장하려는 듯한 분위기가 역력해 보였다.

더군다나 처음 의혹을 제기했던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국방부 장관이 지난 2월에 국회 상임위에서 개별 출입 기록이 없다고 그랬는데, (사실 백 교수는) 민간인이기 때문에 출입 기록을 남겨야 되는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백 교수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을 보탰다.

부 전 대변인은 “민간인의 방문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이게 만일 무단출입이고 정식 절차를 밟지 않고 (백 교수가 출입을) 했다면 민간인뿐만 아니라 동조한 관련자들도 처벌받게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맞대응 펼치는 與, 김병민 “여전히 무속 논란”·김성태 “주술 프레임 씌우려 해”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좌)과 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의장(우). 시사포커스DB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좌)과 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의장(우). 시사포커스DB

반면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 측에서도 즉각 맞대응을 펼치며 견제구를 던지고 나선 분위기였는데, 특히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천공이 다녀감으로 인해 (대통령 관저가)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외교부장관 공관으로 바뀌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모두 팩트에 어긋나는 거짓이었다”고 꼬집으면서 “일단 천공이 아닌데, (민주당에서) 거짓 주장을 했던 사람들의 사과가 없다”고 맞불을 펼쳤다.

이어 김 최고위원은 “백 교수는 당시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가서 그냥 조언을 해줬고, 외교부 장관 공관이 좋다는 조언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해명하면서 “다만 백 교수가 이런 데 자문할 정도의 자격이 되느냐는 문제가 남는데, 백 교수는 겸임 교수로 활동하는 등 전문가로서 자문한 것이다. 그리고 백 교수가 그간 활발하게 활동했던 상황들을 보면 여러 전문가들이 하는 자문 정도마저도 못할 수준인가에 대해 민주당은 여전히 무속 논란으로 회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의장도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하여 “(백 교수가) 수염이 좀 있다고 해서 (민주당은 그를) 천공으로 몰아가서 ‘주술로 인한 대통령실 이전’이라는 주장을 했는데, 이게 맞지 않다는 게 이번 경찰 사이버 수사를 통해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민주당에서는) 이제 (천공이 아닌) 백재권 교수라니까 ‘웬 풍수지리학자까지 동원해서 대통령실을 이전했느냐’는 게 민주당에서 하고 있는 이야기인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하면 끝나는 거다”며 “그런데 주술이나 무속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는 프레임을 씌우려고 발악하는 세력들의 가짜뉴스와 괴담의 일부분인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 강민국 “문재인·이재명도 백재권 만나” 반박, 그러나 여권 내 쓴소리도 솔솔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좌)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우). 시사포커스DB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좌)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우). 시사포커스DB

더욱이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지난 22일 논평을 통해 “백 교수는 풍수지리학계 최고 권위자로 청와대 이전 TF는 백 교수의 풍수지리학적 견해를 참고 차 들은 바가 있다. 그러나 최종 관저 선정은 경호·안보·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됐고, 심지어 백 교수의 의견과는 다른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힌 바 있다.

심지어 강 대변인은 “더군다나 과거 백 교수는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를 만나 조언을 한 적도 있으며, 2017년도에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부부까지 만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반박하면서 “민주당은 여전히 무속에 의존해 국정 운영을 한다는 식으로 왜곡과 선동을 일삼고 있으니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여권 내에서도 대통령실의 대응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기는 했는데,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당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천공이라고 가짜뉴스를 생산했을 때, 그게 아니고 풍수지리가인 백재뤈이었다고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며 “대통령실은 좀 더 당당하게 정당한 절차에 의해 자문을 듣기 위해서 모셔온 분이라고 얘기했어야 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풍수를 믿는지 관상을 믿는지는 개인의 자유이고, 풍수 보는 사람이나 관상 보는 사람에게 자기 돈을 갖다 줘도 그건 내가 간섭할 바 아니다”면서도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풍수를 쉴드치면서 오염수를 ‘과학’으로 받아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당이 사안별로 단편적으로 무조건 반사를 해버리니 풍수를 인정하면서 과학으로 남을 설득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어버렸다”고 지적하면서 “둘 중에 굳이 선택하라면 풍수보다는 과학을 선택하고 그 이야기만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백재권 교수의 관저 후보지 답사 논란과 관련해 여야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천공이 다녀간 것이 아니었다’고 밝혀져 그간 억울한 누명은 해소되었으나 대통령실은 해당 논란에 대해 아직까지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어 그 결과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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