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1호 혁신안 지켰으나, 조건부에 말장난 논란 솔솔
계파 갈등에 부채질 한 김은경 혁신위원장, 이대로 괜찮을까?
“현 지도부를 전제로 놓고 혁신안을 만드는 것”…혁신위 한계?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비롯 이재명 대표, 새로 선임된 위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제1차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비롯 이재명 대표, 새로 선임된 위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제1차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호 쇄신안으로 내놓았던 ‘의원 전원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안’이 좌초될 위기에서 극적인 기사회생하여 해체 위기에 내몰렸던 혁신기구가 다시 생존 기회를 잡았지만 여전히 혁신위의 향방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라 붙는 모양새가 엿보였다.

◆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안, 김은경 혁신위 ‘1호 쇄신안’ 극적 체결

1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168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김은경 혁신위가 제안한 1호 쇄신안인 의원 전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에 결의하기로 뜻을 모았는데, 다만 ‘정당한 영장 청구’에 한해서만 포기하겠다는 조건부의 단서 조항을 달아 일각에서는 말장난 논란이 제기되면서 혁신 의지에 대한 진정성과 의지를 퇴색시켰다는 일각의 평가도 솔솔 흘러 나왔다.

이날 의총에서 박광온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들을 향해 “국민이 민주당을 신뢰하지 않고 있는데, 그 한계를 벗어나는 길은 윤리정당을 회복하는 것이다”며 “정당한 영장청구에 대해서는 불체포권리를 내려놓겠단 선언을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신뢰 회복조치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적극 설득했다.

그 결과, 지난 13일 한 차례 불발됐던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안이 극적으로 이날 통과됐는데,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원들이 전체적으로 ‘정당한 영장청구에 대해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노웅래 의원을 비롯해 이재명 대표와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둘러싸여 있던 의원들(윤관석·이성만)을 보호하기 위해 그간 불체포특권을 사용하여 ‘방탄 정당’ 이미지를 충분히 보여줬기에, 이번 불체포특권 포기 결정에 대해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를 단 것에 대해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들도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또한 민주당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결의가 형식적으로도 당론 추인이 아닌 구속력이 없는 총의 수준에 그치고 있기에 의심의 눈길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는 일각의 분석이 지배적이었으나, 이러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을 눈치챈 듯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이후에 기자들과 만나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사를 다 모은 것이기에, 당론의 형식이든 결의의 형식이든 선언의 형식이든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보면 되는 것”이라고 재차 피력하고 나섰다.

◆ 해체 위기 지적 받던 혁신위, 1호 혁신안 체결로 동력 기회 되살릴까?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제1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제1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더군다나 1호 혁신안이 불발음을 보여 혁신위 무용론이 제기됨에 따라 해체 위기라는 평가까지 나왔던 김은경 혁신위도 자신들의 불체포특권 포기 요구안이 받아들여 지면서 운영 기회를 되살린 셈이었기에, 일단은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나섰다.

실제로 혁신위는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정당한 영장청구에 대해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기로 의원들의 의견을 모았다’는 의총 결과에 대해 “혁신을 위한 내려놓기의 시작”이라고 호평하고 나섰는데, 이들은 “이날 의총 결의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당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불체포 특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면서도 당내 의원들을 향해 “앞으로 실천을 통해 보여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혁신위의 향방은 그다지 녹록치 않아 보인다는 의견도 정치권에서 이어졌는데, 무엇보다 정치에 대해 잘 모르는 인사가 혁신위원장 자리에 올라 연일 그의 발언이 구설수에 오르는 분위기도 엿보이면서 위기감이 흘렀다.

즉, 민주당이 ‘친명’(친이재명계)과 ‘비명’(비이재명계)의 정치적 계파 구도가 확연히 드러나면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도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당내 분열을 자초하는 발언들을 내뱉고 있어 그의 한계가 들통나버렸다는 것인데,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이상민 의원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엄중 경고를 내리고 지난 16일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고 (정치적인 언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해 사실상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김 위원장은 이제까지 방탄 논란의 핵심 역할인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비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기에 그가 보여주고 있는 정치적 발언과 입장들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효과를 내면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여지게 되는 것이다.

◆ 한계 드러낸 김은경 혁신위원장, 되려 계파 갈등 자초하는 발언해 구설수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시사포커스DB

다만 김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자신의 발언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나섰는데, 그는 자신이 이낙연 전 대표만을 비판했다는 지적에 대해 “오해”라면서 “(제가 한 발언들이) 살짝 앞뒤가 잘려 맥락상 그렇지 않은데 이 전 대표만 겨냥한 것처럼 보였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비명으로 분류되면서 5선의 중진인 설훈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분열은 혁신 대상’이라고 언급했는데, 무슨 근거로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혼란을 증폭시키는) 그런 발언을 했느냐”고 꾸짖으면서 “공명정대한 혁신을 이끌어야 할 혁신위원장이 특정인을 겨냥한 마녀사냥식 발언을 쏟아낸 속내는 무엇이냐. 이 전 대표가 ‘자기 계파를 살리려고 한다’는 이 발언에 대해서는 반드시 공개적인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급기야 설 의원은 정치 초짜인 김 위원장을 향해 “민주당은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며 집단지성의 민주주의를 꽃피워 왔던 정당인데, 혁신위가 출범한 이후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건 참신한 혁신 의제가 아니라 다른 목소리들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옐로카드 뿐”이라고 개탄하면서 “쓴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특정인을 지목해 모욕적인 언사로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혁신이라면 김은경 혁신위는 재정비해야 한다. 김은경 위원장이 ‘민주당 혁신위원장’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려면 지금이라도 민주당의 가치와 민주당의 정체성부터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려 사실상 김은경 혁신위의 한계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혁신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 공천룰 개정 방침에 이어 대의원제도 폐지 등의 예민한 문제까지 언급하여 의원들을 자극시켰는데, 만약 김 위원장이 정치 고수였다면 공천룰이나 대의원제와 같은 정치적 셈법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로 말을 아끼는 자세를 취했을 것이라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왔다.

더군다나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개딸’이라고 불리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으로 ‘검찰 프락치가 아니냐’는 비판을 들은 것에 대해서도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는데, 김 위원장은 개딸들을 향해 “약간 서운하다”고 속내를 밝히면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열을 내리기 위한 응급조치였지 그걸 혁신안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옹색하지 않겠느냐. 국민 입장에서 봤을 때는 ‘방탄국회‘라는 비판이 있는데 그런 부분은 좀 정리해 주고 가야 소위 말하는 혁신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반박하기도 해 사실상 그간 정치권에서 보여줬던 기존 혁신위의 역할과 대조를 이룬 모습까지 보여줬다.

◆ 정치적 중립 논란에 빠진 김은경 혁신위, 이대로 괜찮을까?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비롯 이재명 대표, 새로 선임된 위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제1차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비롯 이재명 대표, 새로 선임된 위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제1차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심지어 혁신위에서 활동하는 서복경 혁신위원도 이날 함께 구설수에 올랐는데, 서 위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인가’라는 시청자들의 지적에 대해 “뭐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며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현 지도부는) 작년 전당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당헌·당규에 따라서 적법하게 선출된 지도부이기 때문에 그 지도부가 교체될 수 있는 방법은 탄핵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 위원은 “이재명 대표가 사퇴를 해야지 문제가 해결된다라고 보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저희는 아직 이분이 탄핵에 이르는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현 지도부를 전제로 놓고 혁신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이 대표 체제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고 나서 혁신위의 출범 배경과 역할에 대해 무지하다는 평가가 나올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렇듯 김은경 혁신위가 혁신위의 본연의 역할과 숙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이재명 대표 체제의 호신위라고 보여지는 발언들을 서슴치 않게 하고 있어 당내 일각에서는 근심과 고민이 가득한 분위기가 엿보이면서 사실상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만 더 커진 셈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