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혁신위, 1호 쇄신안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 불발에 흔들
계파 갈등 극심한 민주당, 혁신 두고 내홍 격화···예고된 후폭풍?
비명계 중심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 촉구 목소리 이어져
당 밖에서도 1호 혁신안 불발 소식에 관심 집중하며 비판 공세
다양한 계층 의견 청취하러 전국 순회 나선 혁신위, 그러나 향방은?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비롯 이재명 대표, 새로 선임된 위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제1차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비롯 이재명 대표, 새로 선임된 위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제1차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호 혁신안으로 제시한 ‘의원 전원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안’ 채택이 사실상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불발됨에 따라 당내에서는 혁신을 둘러싼 내홍 조짐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더군다나 당 밖에서는 혁신위 무용론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솔솔 흘러나오면서 사실상 혁신위가 동력을 잃어가는 분위기가 엿보였다.

◆ 혁신위 1호 쇄신안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안’ 결국 불발, 이어지는 후폭풍

앞서 전날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김은경 혁신위가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안’ 수용 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의를 벌였지만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불발되어 14일 내부 소란으로까지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박광온 원내대표는 전날 열린 의총에서 “정당한 영장청구에 대해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결의를 공식적으로 선언했으면 한다”며 “혁신위가 제안한 1호 쇄신안을 의총에서 추인해 달라”고 호소했었고, 게다가 김은경 혁신위원장도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민주당은 망한다”고 경고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심해 결국 표류되고 말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해당 사건과 연루된 의원의 입장이라면 쉽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 혁신위의 1호 안은 통과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문제는 김은경 혁신위가 제안한 1호 쇄신안은 민주당의 꼬리표로 달린 방탄정당 이미지를 지워주기 위해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안을 띄운 것인 데다가 혁신위의 위상과 존재감을 증명하는 지표로 맞물려 작용하는 것임을 잘 알기에 혁신위든 민주당 일부 의원이든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구조인 것이다.

즉, 불체포특권이 반드시 필요한 의원이 피해를 보든가 혁신위가 해체하는 수순을 밟던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얘기여서 민주당 내부는 사실상 뒤숭숭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더군다나 친명(친이재명계)과 비명(비이재명계)으로 나뉘어져 당내 극명한 계파 갈등 구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방탄정당 이미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이어 각종 의혹의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는 이재명 대표의 지난 불체포특권 사용이 기름을 부은 격이라서 의원들 간의 의견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탓도 민주당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 촉구 나선 민주당 31명 의원들 “국민 신뢰 위해 내려놔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실제로 이날(14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31명은 단체 성명을 통해 당을 향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는데, 이날 성명에 참여한 의원은 강병원, 고용진, 김경만, 김종민, 김철민, 민홍철, 박용진, 서삼석, 송갑석, 신동근, 양기대, 어기구, 오영환, 윤영찬, 윤재갑, 이동주, 이병훈, 이상민, 이소영, 이용우, 이원욱, 이장섭, 조승래, 조오섭, 조응천, 최종윤, 허영, 홍기원, 홍영표, 홍정민, 황희 등으로 대체적으로 비명계 의원들인 것으로 분석됐다.

민주당 의원 31명은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민주당 국회의원인 저희들은 국민이 국회를 신뢰할 수 있는 그 첫 걸음으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자 한다. 헌법에 명시된 불체포의 권리를 내려놓기 위한 실천으로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경우, 구명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고 본회의 신상 발언에서도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자신들이 나선 이유에 대해 “불체포특권 포기는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1호 혁신안”이라고 피력하면서 “당차원에서 추가적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아 민주당 의원들이 혁신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비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향후 당 차원에서 의원총회 개최 등을 통해 방탄 국회 방지, 불체포특권 포기 등에 대한 민주당 전체 의원의 총의가 모이기를 바란다”며 “동참 의원들도 추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당내 의원들을 향해 호소했다.

◆ 최대 의원 연구모임 ‘더미래’도 결의 촉구 가세, 이재명 때리는 이상민도 눈길

더불어민주당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이 과거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오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이 과거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오훈 기자]

또한 이날 민주당 의원 최대 연구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에서도 김은경 혁신위 1호안의 추인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며 힘을 보탰는데, 이들은 “민주당의 혁신 의지가 있는지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하루빨리 재논의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더미래는 “지금 민주당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 신뢰 회복이 민주당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고 외치면서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정당, 허구한 날 계파다툼, 집안싸움 하는 정당으로 인식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은 “민주당이 이 시점에서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검찰 정권의 부당한 영장청구와 야당 의원의 탄압에 대한 우려는 분명하지만, 불체포특권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당의 역량을 총동원해 당당히 맞서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더미래는 혁신위에 대해 “당의 윤리성 문제 해결과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출범한 혁신위는 가상자산 관련 의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등 연이은 사건들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며 의총에서 결정됐고, 당 지도부가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고 화답하고 다짐하며 설치한 기구”라면서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를 요구하고 나섰으며, 한발 더 나아가 “방탄을 위한 회기는 소집하지 않는다, 당사자는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임한다 등 실질적 행동에 나설 것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비명계로 분류되고 있는 이상민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하여 혁신위의 불체포특권 포기 요구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혁신위는 체면은 체면대로 권위나 리더십이 진짜 엉망진창 되어 버린다”면서 혁신위가 지탱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사실 최고위 회의에서 결론을 냈어야 했다. 그때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 다 있는 그 자리에서 ‘혁신위 안은 우리 당이 이미 약속한 거고 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혁신위의 1호 안을 존중해서 그대로 따른다’고 하고 당내의 의원들 공감을 (이재명 대표가) 이끌어 냈어야 했다”며 “이렇게 질질 끌면서 마지못해서 하느니 처음부터 흔쾌히 선제적으로 탁탁탁 치고 나갔어야 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 당 밖에서도 혁신안 불발 소식에 촉각, 국민의힘 이어 금태섭 신당도 총공세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좌)와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했던 금태섭 전 의원(우). 시사포커스DB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좌)와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했던 금태섭 전 의원(우). 시사포커스DB

반면 당 밖에서도 민주당 혁신위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는데, 실제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혁신위 1호 쇄신안이 불발된 것과 관련해 “불체포특권 포기 안 받으면 당이 망한다는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애타는 경고도, 윤리정당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는 민주당 원내대표의 간곡한 호소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며 “특권 내려놓기를 비롯한 국회 개혁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윤 원내대표는 “이번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가 중요했던 이유는 민주당이 국민 상식과 과학에 바탕을 둔 정상 정당으로 돌아올 준비가 됐는지를 가름할 시금석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과연 혁신의 의지가 있긴 한 것인지 국정 운영의 파트너인 여당으로서 매우 걱정스럽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같은 회의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혁신안건 불발 소식에 대해 “소 귀에 경 읽기”라고 평가하면서 “혁신위는 결국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호신위 단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황규환 수석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 의원들은 ‘선택적 특권 포기 쇼’조차도 못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꼬면서 “게다가 이런 와중에도 어제 그 어느 곳에서도 국민 앞에 특권 포기를 약속했던 이재명 대표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도대체 얼마나 떳떳하지 못한 일에 많이 연루되어 있길래, 방탄 특권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냐”고 질타하면서 “민주당은 ‘윤리 정당’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대장동의 몸통, 이재명 의원이 현재 당 대표이고, 직전 당대표였던 송영길 전 의원은 ‘쩐’당대회 돈봉투 살포의 몸통이었고, 국회의원이 부업이던 ‘코인업자’ 김남국 의원을 두둔한 정당이 바로 민주당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더해 제3의 신당 창당을 계획하고 있는 금태섭 전 의원 측의 ‘새로운 정당’에서도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 비판에 가세했는데, 새로운 정당 측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불체포 특권 포기 말고 민주당을 포기하면 된다”며 “민주당의 혁신 방법은 간단하다. 양심 있는 당원과 의원들이 부패의 중심축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 반대해 민주당을 빠져나오면 된다. 우리 새로운당은 그러한 양심 세력을 환영하며 얼마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직격했다.

더 나아가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는데, 간단한 일이다”며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각종 비리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제 발로 수사기관에 찾아가 그냥 조사를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그들은 “(사실)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면, 가결하겠다는 당론을 정하면 된다”면서 “민주당은 자체 정화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정당이 됐다. 그 어떤 혁신도 그저 보여주기 위한 쇼이거나 시간 끌기용일 따름”이라고 맹폭하기도 했다.

◆ 국민 의견 청취 행보 나선 김은경 혁신위, 해체 위기 속 앞으로의 향방은?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제1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제1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한편 1호 혁신안 불발로 인해 ‘혁신위 무용론’에 휩싸여 해체 위기에 놓여 있는 김은경 혁신위는 그래도 굳건하게 자신들에게 맡겨진 임무에 충실하려고 나름 애를 쓰는 모습이 엿보였는데, 혁신위는 이날 저녁에 경기도 광명시의 청년복합문화공간 ‘청년동’에서 간담회를 열고 올해 18세가 되어 투표권이 생기는 청년들을 만나 당 쇄신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밝혔다.

앞서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국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혁신안은 당을 바꿀 수 없다”며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래서인지 실제로 혁신위는 국민 의견을 청취하려는 전국 순회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오는 17일에는 제주도를 방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혁신안이 한 차례 불발되는 소동으로 인해 타격을 입은 상황이기에 혁신위가 이대로 동력을 잃어 해체 수순을 밟게 될 것인지, 아니면 당원들과 국민적 지지를 얻어 반전을 이끌어 낼 것인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혁신위의 향방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으로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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