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게임물관리위원회 비위 의혹 관련’ 감사 보고서 공개
6건 처분요구·고발 결정 및 1150만원 환수 결정

ⓒ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지난해 수면 위로 드러났던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비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약 38억원 상당의 전산망 납품 과정에서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게임위는 합격한 것으로 검수한 후 대금을 모두 지급해 6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2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 비위 의혹 관련’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앞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게임위는 2017년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이하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사업’ 구축 명분으로 수십억원의 세금을 투입해 전산망을 납품받았다. 이후 지난 2021년 2월 작성된 감리보고서에는 납품받은 전산망이 96.24%의 적합률을 기록했다고 돼있었으나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 의원 측 보좌관이 게임위에 방문해 시스템 시연을 요구하자 정상 작동하는 기능이 거의 없었다.

이에 이 의원은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기 위해 시민들의 연대서명을 받을 계획을 세웠고, 서명운동이 시작된 지 1시간 만에 최소 기준인 300명을 넘어섰다. 당초 4시간 만 진행될 예정이었던 서명운동은 게임위의 행태에 불만을 가진 게임 이용자들이 대거 운집하며 2시간가량 더 진행됐다. 이날 국회 앞을 찾은 게임 이용자는 모두 5489명이었다. 이 의원은 이틀 후인 지난해 10월 31일 감사원에 전달했다.

감사원은 올해 1월 30일부터 2월 24일까지 15일간 감사인원 7명을 투입해 실지감사를 진행했다. 이번 감사는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사업의 준공검사와 감리 수행의 적정성 등을 점검하는 데 중점을 뒀다.

감사 결과 게임위는 보조사업의 회계기간 내에 집행한다는 명목으로 통합관리시스템 1·2단계 및 감리용역 모두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합격한 것으로 검수한 후 대금을 모두 지급했으나 사업자가 과업을 마무리하지 않고 철수해 최소 6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했다.

또한 게임위는 감리업체에 감리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해 줄 것을 종용했고, 감리업체가 이에 응해 거짓으로 작성한 감리보고서를 게임위에 제출하자 이를 검수 업무 등에 활용했다.

여기에 언론에 통합관리시스템의 검수 문제 등이 보도되자 게임위는 허위·과장된 해명자료를 작성·게재했을 뿐 아니라 추가 감리를 통해 이를 무마하기로 방침을 정한 후, 추가 감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리자료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인위적으로 통합관리시스템의 과업 진척률을 97%로 만들었으나 실제 진척률은 47%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게임위는 통합관리시스템과 관련해 개인정보 침해 위험성분석 및 블록체인 기술 적용 가능성 검증 등을 위한 용역을 추진했는데, 역시나 납품이 확인되지 않은 물품과 용역에 대금을 지급했다.

구체적으로 게임위는 자체등급분류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용역을 수행하기 위해 위 검증용역에 활용할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를 먼저 구입했는데, 라이선스의 유효기간이 만료돼 검증용역에 활용할 수 없었는데도 서류상 검증용역을 수행한 것으로 돼 있어 점검한 결과 라이선스 납품 사실을 게임위와 업체 모두 입증하지 못했다.

검증용역도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검수 후 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약 6개월 뒤에서야 결과를 제출받았으나 실제 검증 과업이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김규철 게임위 위원장에게 통합관리시스템 등 용역계약의 준공검사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에 대해 문책요구(정직)하도록 하는 한편, 행정안전부장관에게 감리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한 감리업체에 업무정지 등의 처분을 하도록 하는 등 총 6건의 감사결과를 처분요구하거나 통보·고발했다.

국민감사청구를 주도한 이상헌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적인 게임 검열과 규제로 일관하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정작 기관 내부는 곪아 썩어가고 있었다”며 “그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게임 이용자가 감당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감춰져 있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됐다”며 “비위 의혹을 밝히기 위해 귀중한 시간을 내준 5489명의 유저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번 감사는 비리의 끝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라며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전면적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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