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상호주의 원칙 지켜야”
민주당 이해식 “‘혐중’ 편승해 지지율 올리려고 하나”
중국인의 건강보험 4년 누적 재정수지 2844억원 적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100일 및 비전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100일 및 비전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연일 ‘불공정’ 문제를 지적하면서 여러 방면에 있어서 바꿔나가겠다고 천명하고 있는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일단 ‘외국인 투표권 제한’을 선거 공약으로 추진할 가능성을 띄우고 있어 이런 행보가 과연 내년 총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공정’ 내세운 김기현 “외국인 투표권 제한, 총선 공약으로”

김 대표는 21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최한 ‘편집인 토론’에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는 현 상황을 꼬집어 “(외국인 투표권 제한에) 야당이 찬성한다면 총선 공약으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찬성하지 않는다면 총선 공약으로 내세워서라도 상호주의 원칙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도 “작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국내 거주 중인 중국인 약 10만명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 하지만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참정권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며 “왜 우리만 빗장을 열어줘야 하는 것이냐. 우리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공정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국내 3년 이상 체류했고 영주권을 획득한 외국인이 지방선거 투표권을 가질 수 있도록 지난 2005년 선거법을 개정한 바 있는데, 당시 우리나라가 영주권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면 일본 내 재일동포 참정권 요구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추진돼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외국인에게도 참정권을 줬지만 일본은 기초단체 1741곳 중 43곳만 외국인에게 주민투표 참여 자격을 부여했을 뿐 지자체장 선거에 외국인이 참여한 바 없고 중국의 경우 아예 외국인의 참정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외국인 선거권자 국적별 현황을 살펴보면 6·1지방선거 직전인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전체 126668명의 외국인 선거권자 중 중국인이 99969명(78.9%)으로 압도적 다수이며 그 뒤로 중화권인 대만인이 10658명(8.4%)이고 일본인은 정작 7244명으로 5.7%에 불과해 여당에선 사실상 외국인 투표권을 ‘중국인 투표권’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래선지 김 대표는 21일 “외국인 투표권이 어떤 특정 나라에 너무 많이 집중되면 민심을 왜곡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1지방선거 전체 유권자 중 중국 국적 유권자 수는 0.2%인 만큼 선거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뉴스N이슈’에 나와 “국내 거주 중국인들이 10만명 정도 되는데 국회의원 선거구 기준으로 보면 한 선거구에 20만명 정도의 유권자라고 치고 수도권 같은 경우 거기서 결과가 500~1000표 정도로 갈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중국인들이 몰려 사는 곳이 더러 있어 이들에 의해 표심이 좌지우지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 외국인 투표권 부여, ‘부정적’ 여론 높아…文 때 국민청원도

6·1 지방선거 본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 ⓒ시사포커스DB
6·1 지방선거 본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문제 제기한 이들은 비단 김 대표가 처음은 아닌데 지난 6·1지방선거에 출마해 0.15%P(8913표)로 낙선한 바 있는 김은혜 (현)대통령실 홍보수석도 당시 선거 두 달 전인 지난 4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나라는 영주권 취득 후 3년만 경과하면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한다. 12만6668명의 외국인이 투표권을 갖게 되고 이 중 중국인은 78.9%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은 단 1명도 중국에서 투표하지 못하는데, 10만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우리나라 투표권을 갖는 것은 불공정하다. 상호주의 원칙은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태도”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지난해 12월 1일 “상호주의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인에 대해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민의를 왜곡할 수 있다는 상식적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도 개정 필요성을 거론했고, 정치권에서도 이미 여당의 경우 권성동·홍석준·김성원 의원, 야권에선 조정훈 시대정신 의원이 지방선거 투표에 상호주의 원칙을 준수토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여론 역시 중국인 투표권 부여 사안에 대해 연령·지역과 관계없이 반대한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기도 했는데,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뉴데일리와 NGO저널 의뢰로 지난 14~15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중국의 투표권 행사’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물은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응답자의 19%만 찬성한다고 답했을 뿐 72%가 반대한다고 답했으며 심지어 윤 정부의 외교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들도 과반인 57%가 중국인의 투표권 행사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 아니라 같은 기관이 시민단체 ‘바른언론시민행동’의 의뢰로 지난 16~17일 전국 유권자 1036명에게 실시한 ‘국내 3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 영주권자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하는 데 대한 설문조사’ 결과(95%신뢰수준±3.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우리 국민에게도 투표권 주는 나라의 외국인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가 63%로 나왔으며 ‘우리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든 안 주든 모든 나라의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답변은 23%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외국인 투표권 부여 문제는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온 바 있는데, “중국인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와 2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으나 당시 청와대에선 “지역주민으로서 지역사회의 기초적인 정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민주주의의 보편성을 구현하려는 취지로 영주권자의 비율은 전체 선거인단의 0.25%다. 뉴질랜드나 헝가리 등도 영주권자에 대한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은 외국인 영주권자에게 피선거권까지 부여하고 있다”며 거부 의사를 표한 바 있다.

하지만 문 정부에서도 영주권 제도 시행 17주년인 지난 2019년 4월 17일 “현행 제도상 영주권 취득 후 사실상 해외에 거주하면서 지방선거 직전 귀국하여 제한 없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영주권자가 자격 유지를 위해 국내에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거주토록 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놓는 등 기존 외국인 선거권 제도의 문제점을 인지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다만 여당과 결정적 차이가 있다면 ‘상호주의’ 부분인데, 지난해 12월 5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경우 “대한민국에 최소 5년 이상 지속적으로 거주한 외국인에게만 제한적으로 선거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대로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 뿐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국가의 국민”이라는 전제를 둔다는 점에서 사실상 대다수 외국인의 지방선거 투표권을 박탈하게 되는 부분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 민주당 “金, 반중 정서 자극…외국인 혐오 조장할 일 아냐”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박성준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박성준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제1야당인 민주당에선 ‘중국인 투표권’을 불공정하다고 지적하면서 총선 공약으로 추진할 가능성까지 내비치는 국민의힘의 행보에 대해 국내 ‘반중’ 여론을 노린 정략적 주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1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총선에 투표권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방선거가 있는) 2026년에 이슈가 될 수 있는 문제인데 김 대표가 의도적으로 반중 정서를 자극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YTN 뉴스N이슈’에 출연해 “젊은 분들의 혐중 정서가 아주 강한데 거기에 편승해 국민의힘 지지도를 높이려고 하는 하나의 책략 아니냐”라며 “주민은 국민에 앞선다는 말이 있다. 영주권을 지니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주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게 하는 것은 맞고 그것은 지방자치 원리에 맞는 것이며 북미 선진국에선 다 그렇게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의원은 “지금 우리가 출산율이 0.74에다가 계속 노동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이민을 고려해야 된다. 국민의힘, 특히 윤 대통령 공약 중에도 이민청을 만들어야 된다는 공약이 있고 (외국인인) 이분들이 다 세금 내고 있고 건강보험 다 내고 있다”며 “이런 분들에 대해 무슨 의료 쇼핑을 한다든지 과하게 의료보험 혜택을 누리려고 하는 것에 대해 적절하게 제도적으로 보완하면 될 일이지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할 일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외국인 투표권 뿐 아니라 외국인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서도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상호주의를 따라야 한다.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이 등록할 수 있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범위에 비해 우리나라에 있는 중국인이 등록 가능한 범위가 훨씬 넓다. 중국인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부당하고 불공평하다”며 “국민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건강보험 기금이 외국인 의료 쇼핑 자금으로 줄줄 새선 안 된다. 건강보험 먹튀,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막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같은 김 대표의 지적이 근거가 없지는 않은데, 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8~2021년 국내 건강보험에 가입한 전체 외국인의 건강보험 누적 재정수지는 1조 6767억원으로 흑자지만 중국인만 놓고 볼 경우 같은 기간 중국인의 건강보험 누적 재정수지는 마이너스 2844억원으로 2021년의 경우 적자액만 109억원이며 이는 흑자가 난 미국인(683억원), 베트남인(447억원)과도 대비된다.

특히 2021년 기준으로 150번 이상 병원을 드나든 내·외국인 중 중국인이 1024명으로 이들이 쓴 건보 재정은 139억원 상당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중국인 2명은 무려 1106번이나 병원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와 제도 보완 필요성이 시급한 실정인데, 이처럼 여당에서 ‘중국인’을 꼬집어 문제 제기한 것을 계기로 과연 원내 단독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도 제도 개선에 동참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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