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수신료부터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직 놓고 정부여당과 야권 ‘힘겨루기’
‘TV 수신료 영구 폐지’ 여론조사에 ‘찬성’이 과반인 57.9%...반대의 2배

조승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가 14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통위의 일방적인 운영 및 김효재 방통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항의 방문해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와 면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승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가 14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통위의 일방적인 운영 및 김효재 방통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항의 방문해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와 면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면직을 재가한 이후 위원장 자리가 사실상 공석인 가운데 정부여당과 야권 간 방송 권력을 둘러싼 공방전이 한층 격화되는 모양새다.

◆ 차기 방통위원장 ‘유력 후보’ 이동관 맹폭하는 야당, 왜?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점수 조작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면직안 재가에 불복해 면직 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냈고 해당 법원은 지난 12일 “다음 주 금요일(23일)까지는 결정하겠다”고 밝혀 아직 최종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정부에선 이미 후임으로 이동관 대외협력특보를 유력후보로 꼽고 있다.

한 전 위원장 측에선 “기소를 근거로 면직한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윤 대통령 측에선 “(원고의 주장은) 탄핵소추 말고는 아루 징계를 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반박하면서 공소제기와 별개로 한 전 위원장이 종편 재승인 심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허위 보도자료 등을 배포한 게 면직 이유라고 주장했는데, 재판부에선 “TV조선의 평가 결과가 변경됐다는 것을 한 전 위원장이 인식했음에도 청문 절차를 지시한 게 맞는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020년 3월 11일 TV조선 반대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선임하고 같은 해 4월에 TV조선 평가점수가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로 기소된 상황인데다 한 전 위원장의 잔여임기도 내달 31일까지이기에 설령 법원이 면직처분 집행 정지 판결을 내려도 윤 대통령 측에선 항고를 제기하고 후임자 선임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아 야권도 후임자로 유력한 이 특보를 겨눈 공세에 당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미 이 특보의 ‘아들 학교폭력’ 논란을 고리로 민주당은 사건 재수사 요구부터 진상규명을 위한 교육위 청문회 개최 검토를 역설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자녀 학폭 문제로 정순신 변호사가 낙마했던 적도 있는 만큼 촉각을 곤두세운 여당에선 지난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중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윤두현 미디어정책조정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이 한 목소리로 ‘피해자로 거론된 학생의 학폭 부인 입장문’을 내세워 반박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들은 KBS도 보도한 이 입장문을 MBC는 7일 전에 받아놓고도 거의 4일 넘게 보도하지 않은 채 일방의 주장만 보도했다며 편파왜곡 보도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성토했는데, 14일엔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KBS나 MBC, YTN은 언론의 중립성이나 공정성 측면에선 국민들로부터 실망스러운 입장이 있고, 이게 언론이라기보다 민노총 소속이라고 보는 시각이 크다. 합리적인 인사가 방통위에 간다고 해도 계속 편향적으로 해왔던 것을 금방 잡을 수 있을까”라고 이들 방송사들이 편향보도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합리적이고 일반적인 사람이 가면 오히려 어렵다. 이 특보 같은 사람이 오는 것에 대해 언론계에서 반대하기 때문에 더 그런 사람이 가야 한다고 여권 내에선 보고 있다. (이 특보가) 언론개혁을 할 수 있는 가장 적임자”라고 이 특보에 힘을 실어줬는데, 하지만 같은 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과거의 언론 탄압 전력, 자녀 학폭 은폐 의혹, 농지법 위반까지 이 특보는 이미 국민 검증 삼진 아웃으로 가장 중립적이고 공정해야 할 방통위원장 자리에 부적합한 인사”라고 지명 의사 철회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설이 있는 '이동관 아들 학교폭력 의혹'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설이 있는 '이동관 아들 학교폭력 의혹'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대표는 “MB정권에 이 특보가 진두지휘했던 언론탄압으로 고 이용마 기자를 비롯한 많은 언론인이 고통 받았다. 언론을 겁박했던 MB 정권이 어떤 말로를 겪었는지 명심하라”고 윤 대통령을 압박했는데, 다만 같은 날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이 특보를 임명할 가능성과 관련 “(대통령이) 쉽게 물러서는 스타일이 아니게 때문에 요직에 앉히려고 결국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윤 전 장관은 “이 특보가 방송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실제로 앞서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5~7일 전국 유권자 1039명에게 실시한 이 특보의 방통위원장 인선 여론조사(95%신뢰수준±3.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공정한 방통위원장 역할을 기대한다’는 답변은 31.1%로 나온 데 반해 ‘언론장악 의도 있는 잘못된 인사’란 답변은 과반인 55.4%로 나오기도 해 민주당에선 이를 근거로 여론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방통위, 김효재 직무대행 체제 아래서 주요 현안 ‘속전속결’

하지만 이 특보가 실제 공식 임명될지 여부와 별개로 이미 방통위에선 이른바 윤 대통령의 ‘언론개혁’에 시동이 걸린 모양새인데, 한 위원장 면직으로 김효재 상임위원이 위원장 직무대행 역할을 맡으면서 주요 사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방통위는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 이태원 참사 관련 보도에 내린 법정제재(‘주의’)를 확정했는데 TBS의 재심 청구에 방심위가 지난 3월 기각한 결과를 그대로 인정한 것으로, 방통위는 방심위 결정을 60일 내에 확정해 사업자에 통보했어야 했지만 위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그간 안건 상정이 늦어졌다가 이날 표결 끝에 처리돼 조만간 사업자에 통보하기로 했다.

표결은 여권 추천 인사인 김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이 찬성, 야당 추천 인사인 김현 상임위원은 반대로 2대 1이 되어 ‘찬성’으로 의결됐는데, 김 위원은 “방심위 신속심의 안건으로 상정됐다고 하는데, 이게 신속심의 안건인지 의문이 있다. 신속심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고 방심위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이 위원은 “방심위에 개입하고 간섭해선 안 되기 때문에 방심위 의견대로 재심 청구를 기각하는 게 맞다”고 역설했고 김 직무대행도 “방심위 운영에 대해 방통위가 제도 개선하라고 하는 것은 월권이며 그건 국회에서 논의할 일”이라고 김 위원의 요구를 일축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선 김 직무대행이 임기가 오는 8월 23일까지인 부위원장으로 선출되기도 했으며 부산영어방송재단의 법인합병 변경허가 신청을 승인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요청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 11개사의 재허가에도 동의하는 등 현안 처리에 속도를 냈다.

무엇보다 현재 정치권 쟁점으로 떠오른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법령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는데, 특히 KBS 수신료와 관련해선 현행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2항의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해 이를 행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행위와 결합해 행해서는 아니된다’로 개정하기로 했다.

◆ KBS수신료 분리징수도 박차…민주당 “방통위 사전접수 하나”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4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해 방통위의 일방적인 운영 및 김효재 방통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항의 성명서를 읽고 있다. ⓒ뉴시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4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해 방통위의 일방적인 운영 및 김효재 방통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항의 성명서를 읽고 있다. ⓒ뉴시스

이 사안에서도 김 직무대행과 이 위원은 찬성, 김 위원은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2대 1 다수결로 처리됐는데, 결국 김 위원이 “수신료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방통위의 독립성과 합의 정신을 망각하고 3인 체제에서 2인이 동의하고 안건 상정하는 점에 심히 우려를 표한다”며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일어날 것을 예견한 민주당에서도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에 앞서 조승래, 장경태 의원이 방통위가 있는 정부과천청사를 직접 찾아와 기자회견을 열고 김 직무대행과의 면담도 진행했는데, 조 의원은 이 자리에서 “방통위 비정상화는 한 전 위원장 면직과 함께 국회가 3월30일 최민희 방통위원을 의결했지만 두달 넘도록 임명을 안 해 정부가 자초한 상황”이라며 “고의적으로 (임명을) 지연한 것이다. 5명 위원회를 3명으로 운영하는 것은 부당하고 방통위와 대통령실이 의지를 가지고 정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자 김 직무대행은 “(방통위는) 언론을 장악하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고 그럴 의사도 없다. 위원장이 바뀐다고 방통위가 언론 통제할 수 없고 (현 상황은) 자연스럽게 교체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일”이라고 반박하면서 “우리들이 해야 할 행정행위를 차질 없이 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그럼에도 조 의원은 “직무대행이 할 수 있는 권한 등은 제한적으로 진행하는 게 맞다. 행정부가 하는 일을 국회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에 대해 부당하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그렇게 하라고 우리가 있는 것”이라고 맞받아쳤고 면담에 앞서 연 성명 발표 회견에선 “현재 한 전 위원장 면직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이 진행 중이고 다음 주면 복귀 여부가 결정돼 논란을 만들면서 무리해서 처리할 이유가 없다. 논의가 필요한 안건이라면, 방통위 정상화 이후에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진행하면 되지 무리한 방통위 운영은 KBS, MBC 방송 장악을 위한 방통위 사전 접수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KBS에서도 같은 날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 추진에 “독립성이 강조되는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야기하면서까지 대통령실의 권고 9일 만에 개정 작업을 시작하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시행령 개정 절차와 관련해 정부 부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활발한 협의를 이어가고 법리적 문제 등 검토와 대응을 철저히 진행할 것”이라고 반발하는 입장을 내놨다.

한 발 더 나아가 KBS는 “다른 경쟁국들과 비교할 수 없이 낮은 2500원의 수신료로 KBS라는 공영방송이 유지될 수 있었던 기반은 통합징수 방식 때문”이라며 “분리징수로 변경하면 부당한 납부 회피와 저조한 납부율, 과다한 비용 소요, 징수 과정에서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해 결국 공영방송의 존립마저 위협 받는다”고 지적했는데, 하지만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11~12일 전국 유권자 1009명에게 실시해 14일 발표된 ‘TV 수신료 영구 폐지’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찬성이 과반인 57.9%로 ‘반대’의 2배가 넘어 과연 여론에 설득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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