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연이은 자충수에 리더십 위기…金, ‘안정적 관리’하지만 ‘무력하다’ 지적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재명 민주당 대표(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해 8월 28일 전당대회에서 역대 최대 득표율로 당선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을 이끌어나간 지 10개월 가까이 되어가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월 8일 결선 없이 과반 득표로 집권여당의 새 원내사령탑에 오른 지 100일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내년 총선을 앞둔 거대양당 대표의 표정은 어떤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혁신위원장 문제로 당내 일각서 ‘사퇴론’까지 직면한 李

당 대표로 당선된 뒤 그간 약 10개월 간 민주당을 이끌어온 이 대표가 22대 총선까지 약 10개월 남은 상황에서 자충수격 악재가 잇따르고 있어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사법리스크 문제 외에도 이래경 혁신위원장 인선에 대한 책임론부터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의 만찬 회동 행보 등으로 도마에 오른 모양새다.

앞서 지난 7일 이 대표는 이 혁신위원장의 자진사퇴와 관련해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게 당 대표가 하는 일”이라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책임질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밝히지 않았고 이번 사태로 친·비명 간 계파 갈등은 더욱 표면화되고 있다.

이미 이상민 등 비명계에선 이 대표의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는데다 대의원제 폐지 문제로도 친·비명 간 충돌은 한층 격화되고 있는데, 비명계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12일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1년 전에 이 대표가 전당대회 나가서 ‘민주당 혁신하겠다, 이기는 민주당 만들겠다, 전혀 다른 민주당 만들겠다’ 하지 않았냐. 그런데 지금 이게 뭐냐”라며 “병을 고치려면 이재명 1년을 평가해야 할 것 아니냐. 이런 것 없이 ‘현역 의원 기득권 혁파’, ‘대의원을 없애겠다’는 것은 방향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 사퇴를 주장하는 당내 일각을 겨냥한 듯 고민정 최고위원은 같은 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그런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는 분들이 있기는 한데 그냥 내지르는 것은 쉽다. 그 대안을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가 훨씬 책임 있는 정치의 모습”이라며 “(의원들) 모두가 이 대표의 거취에만 빠져 있지 않다. 오히려 당이 지금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 고민하는 의원들이 사실 더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 최고위원은 “170명 가까운 (민주당) 사람들이 목소리를 다 내는 게 아니다보니 당내 기류를 정확하게 국민들께 전달하고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이 대표의 (사퇴) 문제에 대해선 뜨겁게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는데,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당초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최종후보군까지 돌 정도여서 이날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던 후임 혁신위원장 인선도 이뤄지지 않은 채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해진 발표 시점은 없다”고 밝혀 당내 계파 갈등은 무시할 수준이 아닌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이날 의총에서도 혁신 논의가 대의원제 폐지로 흐르는 데 대한 우려와 더불어 이 대표 체제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는데, 다만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에 우리가 기대하고 바라는 역할 등을 더 명확히 해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혁신위원장을 인선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고 공감대가 상당히 있었다고 이해한다. (이 대표가) 혁신 기구뿐만 아니고 전반적으로 당의 쇄신과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고 혁신을 진행해나가는 데 있어서 여러 고려사항이 많았다는 점을 말했다”고 회의 내용을 전했다.

이날 의총 마무리 발언에서 이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잘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내 불협화음이 계속 일고 있는 상황 때문인지 이날 의총에선 그간 속을 태워온 민주당 몫의 5개 국회 상임위원장 인선 기준을 우선 매듭지었고 그간 반발해온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날 의총 결과를 수용하면서 행정안전위원장직을 고수하지 않기로 했다.

◆ ‘내우’부터 해결하자? 당내 결속 의식하는 李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접견,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접견,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또 이 대표는 전날엔 양문석 전 통영고성지역위원장이 지난 5일 전해철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수박 그 자체인 경기도 안산상록갑 국회의원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 수박 자체를 깨뜨려 버리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 윤리감찰을 지시하기도 했는데, 강선우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브리핑에서 “이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출마자가 출마자 또는 당원 대상으로 당의 단합을 해치는 과도한 언사와 상대의 인격을 훼손하는 모욕적 발언은 부적절하다며 이런 언행 전반에 대해 윤리감찰단에서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수박’이란 겉으로는 민주당 소속이지만 사실상 국민의힘에 도움을 주는 행보를 보인다고 비명계를 비난하는 대표적 멸칭인데, 당 내홍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기도 해 ‘친명’ 색채를 드러낸 인사의 발언에도 이 대표가 직접 윤리감찰 지시를 내린 것은 내우외환 중 ‘내우’부터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보여주고 있다.

당 내홍이 격화될수록 자신의 당 대표 리더십은 물론 정치생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총선에 부정적으로 작용할까 우려한 대응으로 풀이되는데, 무엇보다 이래경 혁신위원장 논란부터 최근 싱하이밍 중국 대사 회동 논란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자충수를 둬 책임지라는 압박에 직면한 만큼 이런 리더십 위기 상황 속에 당내 반대파와의 끝까지 힘을 겨루기보다 ‘결속’과 ‘통합’을 강조함으로써 총선 전까지 일단 내부 수습을 이루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일만 해도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를 거세게 압박하면서 행안위원장직을 거듭 요구하던 ‘친명계’ 정 최고위원이 12일엔 ‘선당후사’를 외치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다시 상임위원장을 요구하거나 맡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점도 이 같은 연장선상의 행보로 비쳐지고 있다.

빠르게 ‘내우’ 수습에 나서는 이유는 ‘외환’도 속히 처리해야 할 만큼 만만찮기 때문인데, 당장 여당의 집중공세를 받고 있는 이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간 회동과 관련해 ‘친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대표도 (중국 대사가) 입장문을 낭독할 거라는 것을 몰랐을 것 같다. 야당 대표를 불러놓고 본인 입장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외교 관례에도 맞지 않는다고 본다”며 “야당 대표와도 직접 관계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 대표는 후쿠시마 문제를 같이 얘기하고 이런 취지에서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돈 봉투 의혹’ 수사를 위해 송영길 전 대표 캠프의 경선 컨설팅을 담당한 컨설팅 업체를 압수수색한 이날엔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까지 민주당 의원들이 부결시키는 등 지지층 결속에 우선 힘을 싣는 모양새인데, 이 같은 지지층 결속 행보가 ‘집토끼’를 모으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중도층까지 아울러야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총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여당 소속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꼬집어 “현재 각종 비리 범죄 혐의로 가득한 국회의원들의 방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게 국민들의 일반적 견해고 최근 가장 대표적으로 혜택 본 것은 이 대표”라며 “대장동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후원금 의혹,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각종 불법 비리 의혹의 중심인 이 대표는 민주당에서 불체포특원을 위한 방탄국회를 계속 열고 있는 덕분에 법의 심판을 피하고 백주대로를 활보하고 있다. 이런 일들이 불체포특권에 의해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기에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은 마음 둘 곳을 잃었다. 국가를 위한 저의 책임을 깊이 생각하겠다. 대한민국의 생존과 국민의 생활을 위해 제가 할 바를 하겠다”고 지난 4일 SNS를 통해 천명했던 이낙연 전 대표가 예정대로 오는 24일 귀국하게 되면 이를 배경으로 비명계가 한층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어 이 대표가 힘을 쏟고 있는 당내 결속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15일로 100일 맞는 김기현, 與 일각서 “아젠다 없어” 지적도

국민의힘 서병수 전국위원회 의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위원회 의장직 사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국민의힘 서병수 전국위원회 의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위원회 의장직 사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이처럼 당 내홍 끝에 일부에선 비대위 요구까지 나올 정도로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는 이 대표와 달리 오는 15일로 당 대표에 취임한지 100일째를 맞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설화로 자진사퇴한 태영호 최고위원의 후임으로 선출된 호남 출신의 40대 청년 정치인인 김가람 최고위원과 함께 하는 등 한때의 비대위론을 불식시키고 큰 불협화음 없이 안정적으로 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에 비해 집권여당의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도 없지 않은데, 실제로 민주당이 갖은 악재에 맞닥뜨렸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국민의힘 지지율은 크게 상승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5~9일 전국 유권자 2004명에게 실시한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2.2%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경우 국민의힘 지지율은 큰 리스크가 없었음에도 지난주보다 2.6%P 하락한 36.8%를 얻는 데 그쳤다.

도리어 민주당은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동기 대비 0.5%P 오른 44.2%를 기록해 국민의힘과의 격차를 오차범위 밖으로 벌렸는데, 이런 실상을 우려한 듯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앞서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이 집권한 그 5년 동안 자행됐던 비리와 부패가 하루걸러 하나씩 터져 나오고 있고 민주당 대표란 자는 중국대사를 만나 굴종외교가 어떤 건지 대놓고 드러냈다. 이런 민주당과 엇비슷한 수준의 지지율로 엎치락뒤치락한다는 게 부끄럽다”며 “요즘 더는 지켜만 보고 있지 않겠다는 말을 부쩍 많이 듣는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력한 집단도 국민의힘이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한가한 집단도 국민의힘이란다”라고 꼬집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서 의원은 지도부를 향해 “명색이 집권여당인데 무엇 하나 끌어낸 아젠다가 있던가? 만들어낸 뉴스거리라고는 김재원과 태영호만 있지 않았던가. 당은 민심을 모으고 전하는 곳이며 집권여당이 민생을 돌보고 윤 정부를 받쳐줘야 국정도 제대로 돌아간다”며 “‘우리 윤 대통령이 외교 잘한다’며 물개박수만 친다고 역할을 다하는 게 아니다. 서민의 삶은 어느 때보다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그래, 우리 한 번 해보자, 이런 결기를 불어넣어야 하고 이게 집권여당의 책무”라고 촉구했다.

이밖에도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에 맞불을 놓고자 민주당에선 김 대표의 아들인 김모씨가 지난해 2월 대체불가토큰 관련 커뮤니티에서 “불장 다시 왔을 때 ‘다바’(김모씨가 최고운영책임자를 맡고 있는 ‘언오픈드’란 회사가 만든 대체불가토큰)로 인생 엑싯(exit·탈출) 해야죠”라고 발언했던 점 등을 꼬집어 12일 강선우 대변인을 통해 “김 대표 아들이 일개 직원이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에 따라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어 ‘엑싯’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본인과 가족의 가상자산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김 대표가 이 같은 공세를 어떻게 대응할 지에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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