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민노총 노숙시위 들어 ‘집시법’ 문제 검토
野,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강행
또 다시 윤 대통령 거부권까지 갈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위) /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할 것을 의결하고 있다. 임이자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한 뒤 퇴장해 자리가 비어 있다. (아래)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위) /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할 것을 의결하고 있다. 임이자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한 뒤 퇴장해 자리가 비어 있다. (아래)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서울 도심 집회를 고리로 정치권에서 여야 간 기싸움이 벌어지면서 급기야 ‘입법’ 대결로 치닫는 모양새다.

◆ 불법 전력 단체 집회·시위 사전 제한 검토 천명한 당정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를 꼬집어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들께서 용납하기 어렵다”고 천명한 지 바로 다음날 정부여당은 당정협의회를 개최해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타인의 권익과 공공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게 명백한 집회·시위를 하려 할 경우 이를 사전에 제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불법 전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금지나 제한하는 게 아니다. 그런 단체가 집회 시간이나 장소, 집회의 예상되는 태양(모습) 등 이런 것을 볼 때 직접적으로 공공질서 안녕에 위협을 끼칠 게 명백한 경우 제한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으며 ‘헌법에 맞지 않는 집회·시위 허가제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엔 이만희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이 “허가제라든지 이런 의견은 전혀 아니다. 관련 단체에서 집회·제한에 대해 법원에 여러 처분이나 소송을 제기하면 경찰 의견이 수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또 같은 당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집회·시위법 5조에는 금지와 관련한 내용이 규정돼 있는데 이 조항에 근거해 불법 시위 전력이 있는 단체가 유사한 시위를 하려는 경우 금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추가적인 규제를 하는 것은 아니고 집시법 내에서 판단하려는 것”이라고 역설했는데, 특히 윤 원내대표는 민노총 건설노조의 지난 16~17일 ‘노숙집회’ 사례를 꼬집어 “노숙 자체를 단순히 잠을 자는 문제가 아니고 집회·시위의 연장으로 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발의한 0시~오전 6시 집회·시위 금지법안을 중심으로 야당과 협희하겠다면서 “소음도 집회·시위 규제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전체적으로 5~10dB(데시벨) 정도 기준을 강화하는 권영세 의원 안을 중심으로 야당과 논의하기로 했다”고도 밝혔고, “지난 정부의 매뉴얼이나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공권력 행사로 현장 공직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뿐 아니라 이날 당정협의회에 함께 한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에 대해 “불법적 요소가 많이 확인됐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시민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를 중점적으로 봐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남용하는 부분에 대해선 제한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내놨는데, 다만 윤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구도인 만큼 단독 입법이 어렵기 때문인지 “입법 조치는 여론을 더 들어 검토해야 한다. 우선 소송 지원이나 내부적 신분상 (현장 공직자들에) 불이익 등이 없도록 조치를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 집시법 개정 일축한 민주당 “집회 자유 억압하려는 궤변”

이재명 민주당 대표(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재명 민주당 대표(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반면 민주당에선 민노총 건설노조가 당초 시위에 나서게 된 이유를 들어 정부여당의 대응을 비판하며 집시법 개정 가능성을 단호히 일축했는데, 박성준 대변인은 24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하루 하루 일해 먹고사는 건설노동자를 압박 수사로 죽음으로 내몬 것은 윤 정권이지만 윤 대통령은 조금의 반성도 없이 노조의 불법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또다른 비극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노조와 전 정부, 야당 때리기에만 골몰하는 대통령의 행태는 여전히 세상만사를 피의자와 피해자로만 나누는 검찰총장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대변인은 “지난 코로나 방역 위기 속에 신천지에 대한 법 집행을 포기하며 공공질서를 해친 검찰총장은 윤 대통령 본인이다. 신천지는 반발할까봐 두렵고 노동자는 힘으로 찍어눌러도 된다는 얘기냐”라며 “윤 대통령에게 법 질서란 권력 있는 자, 힘 있는 자를 위한 건가. 노동자를 겁박하며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궤변에 국민은 속지 않는다”라고 윤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렸고, 같은 당 이재명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의 실정에 풍자를 탄압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집회의 자유마저 박탈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역설했다.

특히 이 대표는 당정이 집시법 개정을 검토하려는 데 대해 “집회 때문에 무슨 문제 생긴 게 있냐.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이 대체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과 민생경제에 무슨 해악을 끼쳤나.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명백한 위헌적 발상”이라며 “집회의 자유를 포한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핵심적 기본권이며 이를 제한하려는 어던 시도도 민주주의에 대한 훼손이고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다고 정권의 실정이 가려지지 않는다. 민생경제가 파탄 지경이고 나라 안보가 백척간두인데 지금 한가하게 집시법 개정을 논할 때인가”라며 오히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을 대상으로 한 청문회와 원전 오염수 투기 저지를 위한 국회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맞불을 놓고 “떳떳하다면 이렇게까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릴 이유가 없다. 여당도 당연히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동참할 것으로 믿는다”고 역공을 폈다.

하지만 국민의힘도 물러서지 않고 응수했는데, 김기현 대표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집회 때문에 무슨 문제 생긴 게 있느냐’는 이 대표를 겨냥 “거대노조의 불법집회로 고통 받는 국민들이 안 보이나. 보통 국민들이 평온한 일상을 영위할 행복추구권이 헌법에 보장돼 있는데, 일부 과격 귀족노조가 보통 국민들의 이런 헌법적 기본권을 짓밟아도 될 특권면허증이라도 갖고 있다는 건가”라며 “국민감정과 동떨어진 이 대표의 인식이 통탄스러우면서도 그 발상의 저변에 자리한 민노총에 대한 부채의식을 보며 노조에 굴종적일 수밖에 없는 민주당의 태생적 한계를 재확인하게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도심 도로 점거 및 밤샘 노숙집회, 노상방뇨 및 음주·욕설 추태는 최근의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 지난 수년간 진행돼 온 거대 귀족노조의 횡포고 이를 바로잡는 노력을 방해하는 세력은 모두 불법 폭력집회의 동조자일 뿐”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가 ‘상식을 벗어난 확성기로 주민 피해가 극심하다’며 이를 제한·금지하기 위해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과 박광온 원내대표, 한병도·윤영찬 의원 등이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마저 민주당 스스로 부정하는 자기모순”이라고 꼬집었다.

◆ 野,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해 ‘노조’ 힘 실어…與 “폭거”

임이자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건과 관련해 전해철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임이자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건과 관련해 전해철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선 도리어 이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본회의 부의하는 건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의결하며 사실상 정부여당에 실력 행사하는 한편 노조 측에는 한껏 힘을 실어줬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앞서 항의하다가 모두 퇴장했고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만 남아 재석 10인 전원 찬성으로 소위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민주당에선 소관 상임위에서 법사위로 넘어간 법안이 60일 간 논의 없이 계류되면 상임위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 투표로 본회의 직회부가 가능한데도 지난 2월20일 환노위에서 통과된 뒤 지금까지 90일이 지난 점을 들어 더 이상 지연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들은 이날 “법사위에서 심사하지 않았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허위사실”이라며 지난달 26일과 지난 16일에 노동부·법무부·법원행정처·법제처장 등을 불러 논의하려 했지만 민주당이 반대해 심사하지 못했다고 민주당 주장에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놨다.

여기에 환노위 여당 의원들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법은 하청노조가 원청기업에 대해 단체교섭과 파업을 할 수 있도록 하며 회사의 인사·경영권에 대해서도 파업할 수 있도록 해 파업만능주의를 부추기는 법이다. 국회법을 무시한 다수야당의 횡포이자 국회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폭거”라고 성토했으며 환노위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의석수가 적다 보니 막는 데 한계가 있지만 최선을 다해 막아보려 한다. 본회의장에서의 필리버스터도 있고 헌재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면 결정에 시간이 걸릴 것이니 여러 측면에서 논의해볼 것”이라고 향후 대응 방안을 밝혔다.

한편 정부 측에서도 이날 오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을 통해 “개정안과 같이 노동조합이란 이유만으로 손해배상 책임에 예외를 둘 경우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보호하는 불합리가 발생할 것이고 불법행위자에게 특권을 주는 것으로 헌법의 평등 원칙에도 어긋난다. 불법파업을 조장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주어 특정 노조의 기득권만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개정안이 갖고 있는 여러 법리상 문제와 노동현장에 가져올 큰 파장과 혼란이 너무 명백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무엇보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데 반해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제안하는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경우 당장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경제계에서도 한국경영장총협회 등 경제 6단체가 이날 “다수 힘을 앞세워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에 대해 민주당과 정의당은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공동성명을 내고 거세게 반발했는데, 이미 본회의에 오르게 된 이상 야권의 법안 처리를 여당이 막기는 어려워 이번 역시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으로 맞받아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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