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대응도 도마…與 “남국의 강이 조국의 강보다 깊어져”

조국 전 법무부장관(좌), 김남국 무소속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조국 전 법무부장관(좌), 김남국 무소속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돈봉투 의혹에 이어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의혹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으면서 ‘조국 사태’ 못지않은 후폭풍을 맞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 ‘도덕성’ 자부해온 진보 이미지 어디로…“도덕성 내세울 필요 있나”

그간 보수정당이나 정권을 겨냥해 비리 등 도덕성 문제를 집중 질타하면서 도덕적 우위를 바탕으로 지지를 받아온 진보진영은 그 대표적 인사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오히려 도덕성 문제로 도마에 올랐던 ‘조국 사태’나 민주당 정치인들의 여성 성범죄 의혹인 ‘미투 파문’ 등으로 부메랑을 맞으면서 기존의 ‘도덕적 우위’란 이미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까지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부터 ‘이정근 녹취록’으로 불거진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 등 악재로 작용할 만한 사안이 줄줄이 잇따르면서 더 이상 도덕성을 자부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는데, 급기야 지난 14일 열린 민주당 쇄신 의총에서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나. 우리 당은 너무 도덕주의가 강하다”라는 주장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민주당 내 강성 지지층은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마을’에서 윤리특위에 김남국 의원 징계안을 발의한 의원들의 명단을 공유하며 반발하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으며 심지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지성용 신부도 김 의원 코인 논란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남국은 법을 어긴 게 아니라 그저 제 돈으로 투자한 것이고 평소 검약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진보는 돈 벌면 안 되는가. 누구든 욕망이 없는 자, 김남국에게 돌을 던져라”라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비단 이 뿐 아니라 전 정권 때 발생한 ‘미투 사태’ 당시 성추행 의혹에 극단적 선택을 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이미 지난해 11월 법원이 “장기간에 걸쳐 피해자에게 고통을 줬다”고 판결한 바 있으나 최근 박 전 시장 다큐멘터리가 2차 가해 우려에도 불구하고 끝내 만들어져 지난 16일 제작발표회를 통해 2차 트레일러까지 공개됐고 오는 7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특히 이 제작발표회에서 다큐영상에 출연한 인물들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의 경우 “인권위원회 결정문에 나온 피해자의 증언에 대한 기록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피해자 머릿속에만 있는 것에 대해 탁상공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는데, 반면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박 전 시장 다큐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17일 “피해자 유발론이나 피해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 등으로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된다면 2차 가해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참여연대에서도 박 전 시장 다큐멘터리와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비판적 반응을 보인 점을 들어 “사전검열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했는데, 한 장관은 지난 17일 “피해자를 공격하는 다큐가 만들어질 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사전 검열이 아니다”라고 응수했고,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5~16일 전국 유권자 1002명에게 실시한 고 박 전 시장의 다큐가 2차 가해인지 물은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에선 47.3%가 공감한다고 답해 비공감(39.9%)을 오차범위 밖에선 것으로 나왔다.

◆ 지지층 의식한 늑장대응 지적 잇따라…김종인 “이러면 총선 어려워”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같은 실상 때문인지 지난 16일 SBS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이 자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중 어느 쪽이 더 도덕적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민주당 당원들의 66.2%는 ‘민주당 도덕성이 낫다’고 답했으나 일반 국민은 21.3%만 ‘민주당 도덕성이 낫다’고 평가했으며 오히려 ‘국민의힘 도덕성이 낫다’는 답변이 37.6%로 더 높게 나온 것으로 전해져 국민 여론과 당 주요 지지층의 목소리 간 괴리가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18일자 중앙일보 칼럼에서 “과거엔 ‘보수는 썩어도 유능한 맛, 진보는 미수해도 깨끗한 맛’이라고 했었는데 총 15년을 집권하면서 민주당도 기득권층으로 굳어졌다. 진보라고 특별히 도덕적이었겠나. 그저 권력이 없어 부패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며 “문제는 자신들의 ‘존재’가 변했음에도 그들의 ‘의식’은 여전히 과거에 가 있다는 것 아니겠나. 그게 우리 눈에 위선으로 비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7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진보라고 꼭 도덕성 내세울 필요가 있겠느냐’ 등 김남국 의혹과 관련해 이런 말이 민주당 내에서 나온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국민이 우둔하다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그런 코인에 투자해 불분명한 일들을 했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얘기”라며 “이런 상황으로 계속 가면 당이 내년 총선과 관련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아무 근거 없는 걸 가지고 검찰이 (수사)했겠나”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국민의힘에서도 18일 장동혁 원내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오늘도 김 의원의 수상한 자금에 대한 보도가 있었는데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 따르면, 김 의원의 수익은 10억원이었지만 다른 전자지갑으로 40억원이 이체되어 이상거래로 의심하고 거래소가 직접 FIU에 신고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거래내역도 일체 밝힐 수 없고 코인도 팔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제 ‘남국의 강’이 ‘조국의 강’보다 더 깊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장 원내대변인은 “김 의원은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제명하기에 충분하다. 김 의원이 스스로 결단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결단해야 한다”며 “민주당도 윤리위 제소가 ‘소나기 피하기용’이 아니라면 신속하게 제명에 협조하기 바란다”고 촉구했고, 같은 당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민주당을 향해 “김남국 코인 의혹이 보도된 지 2주 지나서야 민주당은 겨우 김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했다. 뒤늦게 여론에 등 떠밀리듯 마지못한 제소에 민주당은 ‘이 대표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큰 결단인 양 포장하기 바쁜데 늑장 제소에 무슨 할 말이 더 있나”라며 “진정성 있는 행동이라면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에 먼저 결단하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비슷한 지적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왔는데, 조응천 의원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의원이 탈당 선언했을 때 꼬리 자르기라는 말이 많았는데 (윤리특위 제소는) ‘그게 아니다’ 보여줄 기회였다. 그걸 떠밀리듯 사나흘 지나 발표하는 게 읍참마속으로 보기 힘들다”며 “한 박자 빠른 결정이 필요한데 (이 대표가) 정치로서 결단하기에는 행정가로서의 때를 벗지 못한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고, 최재성 전 의원도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당 대응이 처음부터 너무 안일했다. 조국 사태하고 비교하는 것 자체는 거품이 있지만 잘 대응하고 실점을 덜 할 수 있는 것을 키워버린 셈이 돼버렸다”고 개탄했다.

그래선지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김 의원의 국회의원직 제명 절차에 신속하게 착수해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의 불법성 여부와 가담자에 대해선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지만 우선 김 의원에 대한 신속한 국회의원직 제명이 무너진 국회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길”이라며 윤리특위 제소에 그치지 않고 아예 김 의원 제명을 추진해야 한다고 당에 주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당내 강성 지지층이 김 의원을 옹호하면서 오히려 김 의원 징계를 요구한 이들을 몰아세우는 상황에 대해 조 의원은 “이런 여론이 형성되는 곳이 바로 재명이네 마을이고 이 대표가 이장으로 있는데 이장 그만둬야 한다. 강성 당원들도 도가 지나친 것, 당원이라면 징계위에 회부하고 당원 아니면 고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같은 당 이원욱 의원도 이미 지난 14일 쇄신 의총 당시 이 대표에게 ‘재명이네 마을 이장 사퇴’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심지어 국민의힘에서도 최주호 부대변인이 18일 이 대표를 겨냥 “가장 큰 문제는 극성 지지자들의 ‘정치테러 행위’를 이 대표가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조국 사태’ 수준 파장 미칠까…“조국 때보다 더 안 좋아”

(좌측부터)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 김병민 최고위원, 장동혁 원내대변인.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 김병민 최고위원, 장동혁 원내대변인.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여당에선 민주당을 궁지로 몬 김 의원 의혹을 과거 ‘조국 사태’에 빗대며 공세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는데, 최재형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위선과 내로남불로 인한 국민의 분노가 절정에 이르렀던 2019년, 김 의원은 조국수호의 팬덤에 힘입어 조국키즈로 국회에 입성했다. 민주당은 조국, 김남국을 거치면서 도덕성을 포기하고 내로남불을 당연히 여기고 양심마저 버리자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빠진 듯하다”며 “조국 수호 외치던 민주당, 이번엔 조국키즈 김남국 수호”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민주당에선 여전히 강성 지지층이 김 의원을 옹호하고 응원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고, 손혜원 전 의원 등이 나서서 김 의원을 지키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돌아가는 느낌이 모든 것을 검찰과 언론 탓이라고 지적하는 과거 조국 전 장관 사태와 매우 닮아있다”며 “조국의 강이 아닌 남국의 바다에 민주당이 빠져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은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최재성 전 의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국 사태는) 온 국민이 바다 갈라지듯 딱 서초동 집회하고 광화문 집회해서 나라를 흔들던 사건인데 (김 의원 의혹) 이건 민주당의 그냥 의원이잖나. 인물이나 사안 자체가 비교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일축했으나 반대로 전날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조국 사태보다도 민주당에 더 안 좋다”고 상반된 시각을 내비쳤는데, 문제는 김 의원 의혹만이 아니고 돈 봉투 의혹만 해도 금품 수수한 현역 국회의원들을 상당수 특정했다고 검찰이 이날 전하는 등 민주당 의원들에 악재가 줄을 잇고 있어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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