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野 반발
교육위에선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 野 단독 처리
野, 장제원 행안위원장에 “가치중립적으로 사회를 봐야”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20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좌),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과 정책위위장단, 보건복지위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간호법 대통령 거부권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우). ⓒ대통령실(좌), 뉴시스(우)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20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좌),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과 정책위위장단, 보건복지위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간호법 대통령 거부권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우). ⓒ대통령실(좌), 뉴시스(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정부여당과 야당이 협의와 타협보다는 권한을 활용하는 ‘힘 대결’식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정국 급랭 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다시 거부권 행사한 윤 대통령 vs 재투표 나서겠다는 민주당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주도로 국회에서 처리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16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을 상정·의결했는데, 이는 지난달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은 취임 후 2번째 거부권 행사로 재의를 요구한 이유에 대해선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간호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며 “국민 건강은 다양한 의료 전문 직역의 협업에 의해 제대로 지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며 야당이 국회에서 간호법을 일방 처리한 점을 꼬집었는데, 여당에서도 앞서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강행 처리에 앞서 중재하려고 최선을 다했으나 (민주당이) 완강히 거부했다. 의료계가 혼란에 빠진 것은 부작용이 예상됨에도 의석수로 밀어붙인 거대 야당 때문”이라고 민주당에 책임을 물었다.

그러면서 박 정책위의장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정치적 입장을 관철하려는 행보는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 안 된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반성과 결자해지의 자세로 타협안을 만드는 데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으며 같은 당 윤재옥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재의) 표결 문제를 비롯해 표결의 시점, 표결하기 이전에 양당 간 법안 관련 논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민주당 원내지도부하고 교감해보겠다”고 민주당과 대화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재투표할 뜻을 분명히 밝혔는데,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 통합의 결단을 내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지만 윤 대통령은 기어이 국민과 맞서는 길을 택했다. 민주당은 국민 뜻에 따라 국회에서 재투표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내놨으며 민주당 의원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직접 찾아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오랜 기간 정당 논의 절차를 거쳐 통과된 법인데 그럼에도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입법권을 철저히 무시한 행태다. 본인 입맛에 맞지 않는 법에 계속 거부권 행사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독선적 정권인지 보여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대통령은 봤어도, 지금껏 공약을 정면으로 부정한 대통령은 처음”이라며 윤 대통령이 대선 이전인 지난해 1월11일 간호협회 간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간호법 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는데, 이 같은 지적에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공약 여부를 떠나 법안에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제거하고 법을 만들어내는 게 맞지 약속했기 때문에 문제 있어도 야당이 요구하는 대로 법안 통과돼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뿐 아니라 장 원내대변인은 앞서 소통관 브리핑에선 “간호법은 간호사 단체를 제외한 13개 보건의료단체가 반대하는 법안으로 민주당 단독으로 밀어붙였다. 간호사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지만 처우 개선엔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껍데기 법안”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료계를 갈라치기해서 46만 간호사 표심을 얻고 극단적 갈등의 책임은 정부여당에 떠넘기겠다는 정치적 셈법만 남아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는데, 실제로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이날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2023년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단죄하고 파면하는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그래선지 장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정략적 목적만을 위한 입법권 남용은 어떤 경우에도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고 민주당에 경고하면서도 간호업계를 향해선 “정부여당은 이미 발표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간호사 처우법’ 제정이란 대안으로 끝까지 협의에 나서겠다. 간호사 단체와 의료계도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한 단체행동을 중단하고 협의에 동참해주기 바란다”며 호소했다.

여기에 정부에서도 같은 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간호법 관련 국무회의 의결 결과 브리핑을 통해 “간호사 처우 개선은 국가가 책임지겠다. 정부는 4월 간호인력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며 간호사가 우수한 전문의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는데, 그럼에도 여당의 지지기반인 대구지역에서조차 대구시간호사회가 이날 “거부권이 행사된 간호법은 즉각 국회에서 재의할 것을 요구한다. 간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끝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성명을 내놓는 등 관련업계의 반발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다만 법안 재의결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이제 의결정족수가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기 때문에 여당 의원 수가 100명을 넘기는 상황에선 지난달 13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투표 때처럼 간호법 역시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듯 과반 야당의 법안 처리에 대통령도 ‘권한’으로 응수하는 양상이 되자 정춘숙 보건복지위원장은 대통령실 항의 방문 회견에서 “국회법에 따라 복지위 여야 모두 참여한 상태에서 5분의 3이상 가결로 본회의에 부의했고 본회의 의결됐다. 간호법은 공청회를 거치고 네 번의 소위를 거쳐 작년에 여당도 있는 상황에서 합의 처리됐던 법안”이라고 야당의 일방 처리가 아니란 주장을 펴기도 했다.

◆ 교육위에선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 야당 단독 처리…與 반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태규, 조경태 의원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 의결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태규, 조경태 의원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 의결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다만 이 같은 발언이 무색하게 같은 날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도 야당 단독으로 법안이 처리됐는데, 민주당 소속인 유기홍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회 교육위에선 이날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했으며 당초 이에 반대해온 국민의힘 교육위원들은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만 회의장에 나와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다 표결 직전 항의하면서 퇴장했다.

학자금상환법은 실직 등 이유로 학자금 상환을 유예할 경우 해당 기간 동안 이자를 면제해주는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데, 이태규 의원은 “대규모 혈세가 투입되는 경우 사회와 공동체의 합의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여당일 때는 정부가 재정문제로 반대하니 가만있다가 이제 야당이 되니 뒷감당은 윤 정부가 하라며 밀어붙이고 있다”며 “민주당은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위법사례를 반성도 없이 반복하고 있다. 헌재가 민형배 민주당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처리한 법사위 검수완박법 처리 과정은 국회법을 위반했고 다수결 원칙도 어겼다고 지적했는데도 민 의원이 교육위로 와서 학자금상환법을 강행처리한 것은 절차적·민주적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앞서 지난달 17일 야당 주도로 학자금상환법을 의결한 교육위 안건조정위원회(안조위)를 꼬집은 것으로 보이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시 민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인 민 의원이 안조위에 포함된 데 반발해 퇴장하기도 했을 정도로 이 법안에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고 보고 있지만 서동영 민주당 의원은 도리어 “대체 1년 동안 무소속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민 의원이 안조위원 자격이 없다면 누가 있다는 말이냐”라고 반박했고 야당 교육위 간사인 김영호 의원도 “이태규 간사가 정부 중재안을 마련해 다른 위원들도 설득해 합의 처리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제안에 기대했지만 지난주까지 전달하겠다는 중재안은 오지 않았다”고 이 의원을 탓했다.

이에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이날 “정부가 학자금상환법에 대해 그동안 심의 과정에서 일관되게 미진학 고졸자, 소상공인 대출과의 형평성 문제, 과도한 추가 대출 유발 등 우려로 신중한 입장을 표했음에도 오늘 통과된 데 대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제도의 근본 취지와 맞지 않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야당에 일침을 가했는데, 그러자 교육위원장인 유 의원은 “법안 통과된 마당에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법에 대해선 거론하지 말든가, 여당이 불참하고 반대했다고 장관이 이 자리에서 바로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위원장으로서 불편하다. 국회 다수당이 다수결 의사로 결정한 법안”이라고 응수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반응에 국민의힘 교육위원들은 이날 법안 처리 이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강행처리 철회와 함께 여당의 의견을 존중해 대화와 절충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호소했으며 이 의원은 회견 직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고 본회의로 가는 과정에 있어 끝까지 야당에 사회형평성, 정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의원은 “물론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갖고 있어서 밀어붙이면 막을 방법은 없다”고 현실적 한계도 내비쳤는데, 그러면서도 이 법안 역시 대통령에 거부권 건의할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마지막까지 절충점을 찾는 노력을 여야가 하는 게 맞다”고 답했으며 조경태 의원도 “재의요구권은 지금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 당장 대통령 거부권 건의로 맞받아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행안위에선 민주당 “與 위원장, 중립 아냐…이러면 보이콧 불가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장제원 행정안전위원장의 강압, 편파적 회의 진행과 동료의원 신상 모욕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장제원 행정안전위원장의 강압, 편파적 회의 진행과 동료의원 신상 모욕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한편 교육위와 달리 여당 소속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행정안전위원회에선 장 의원이 이날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을 향해 북한 해킹 관련 의혹을 들어 “보안 점검을 강화해 나가지, 외부로부터 보안을 받을 생각은 없느냐는 말이냐. 현안질의에 왔으면 대안을 갖고 왔을 것 아니냐”고 질의하자 야당 의원들이 “사회를 봐야지 뭐하는 거냐”고 거세게 항의했는데, 특히 ‘돈 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이성만 의원이 목소리를 높인 데 대해 장 의원은 “아직도 그런 힘이 남았나.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응수했다.

심지어 장 의원은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지금까지 의사진행에 제가 한 번도 발언한 적 없는데 이번에는 할 것”이라며 박 사무총장에 대한 질의를 계속했으며 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자 “안 주겠다”고 일축하기도 했는데, 행안위 야당 간사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은 여야 가릴 것 없이 가치중립적으로 사회를 봐야 한다. 위원 질의에 대해 위원장이 본인 입맛에 맞는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으나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해선 안 될 짓을 한 것처럼 벌떼처럼 나서서 말한다”고 장 의원을 비호했다.

그러자 민주당 행안위 위원들은 같은 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그동안 장 위원장의 강압적, 편파적 회의 진행에도 민주당은 책임 있는 야당으로서 행안위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으나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장 위원장은 선관위 사무총장으로부터 본인이 원하는 답변을 얻어내려는 듯 의원들 질의에 개입해 답변을 추궁하며 정상적인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며 “중립적 회의 진행과 동료의원 신상 모욕에 대한 유감 표명을 요구했지만 장 위원장은 이를 거부했다. 국회 행안위를 파행과 정쟁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장 위원장과 이를 비호하는 국민의힘의 행태가 계속되면 민주당은 행안위 운영에 임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이만희 의원이 같은 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보이콧하겠다는 민주당의 행태는 회의를 파행하려는 다분히 의도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강력 규탄한다”며 “행안위가 국가 안보의 특혜 채용 의혹 등 긴급현안질의로 개최했는데 오늘 터무니없는 이유를 빌미로 향후 위원회 일정을 보이콧하겠다고 겁박하는 것은 다수당의 횡포에 불과하다”고 응수했는데, 이처럼 정치권 분위기가 갈등과 충돌만 격화되는 모양새여서 정국 냉각 국면은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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