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김남국 논란 계기로 李 리더십 맹폭…친명계, ‘맞대응’하면서 내홍 양상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가상자산 보유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김남국 의원이 의혹보도 9일 만인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을 잠시 떠난다”며 탈당을 선언했으나 후폭풍은 잦아들지 않은 채 급기야 민주당 내홍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 김남국 탈당했는데도 후폭풍 휩싸인 민주당, 왜?
김 의원은 지난 14일 “더는 당과 당원 여러분에 부담 드리는 게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저는 앞으로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며 민주당을 탈당한다고 입장을 내놨지만 정작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의총 브리핑에서 “진상조사단이 김 의원에게 방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이용거래소, 전자지갑, 거래 코인 종목, 수입 등 현황 관련해 요청 자료를 제출받지 못한 상황이다. 모든 자료가 제출 안 된 상태에서 김 의원이 탈당해 조사 경과 발표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밝혀 당 안팎에서 ‘꼼수 아니냐’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 대변인은 김 의원이 ‘당으로부터 가상화폐 매각 권고를 받았고 당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실제로 코인을 매각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는데, 김 의원으로선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이유로 자진 탈당한다고 밝혔으나 정작 탈당 시점과 그 과정에서 보인 행보는 결과적으로 당에 더 부담을 줘버린 셈이 됐다.
하지만 김 의원은 15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이미 요청 받은 대부분 자료는 제출했다. 대형 화면으로 거래내역을 열람해 (진상조사단에) 보여드렸다”며 민주당 원내대변인과는 온도차 있는 주장을 펼쳤고, “당에 처음 진상조사를 요구한 게 저였고, 조사를 피하기 위해 탈당한 것은 절대 아니다. 12일에 거래소에 통계를 내서 달라고 했는데 시스템상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의원실에서 사흘 내내 매달려 통계 내도 물리적으로 모든 거래 내역을 취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결국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의총 브리핑 발언과 김 의원 발언 중 어느 한 쪽이 거짓 주장이란 의미인데,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쇄신 의총’ 이후 결의문을 통해 “탈당으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고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 엄정한 조사 후 징계하는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천명했으나 이 역시 김 의원이 상반된 주장을 펼치면서 불응할 경우 이미 소속의원도 아니어서 강제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이 원내대변인도 15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추가 조사와 관련 “아무래도 (김남국 의원) 본인 협조가 좀 많이 필요할 것이다. 자료제출이나 이런 본인이 해야 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심지어 진상조사단 단장인 김병기 의원은 “지금부터는 김 의원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탈당하자마자 협조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회의적 시선을 보내 쇄신 의총에서 내놨던 ‘추가 조사’ 결의도 실효적 조치라기보다 이번 사태에 돌아서는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한 보여주기식 대응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비명계, 김남국 의혹에 대한 李 체제 ‘대응’ 비판…“李 사퇴” 주장도
이렇듯 실효적 조치가 아니다 보니 지도부 대응이나 리더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일 쏟아지고 있는데, 이낙연계 좌장인 5선의 설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밤 의총 모두발언에서 공개 의총을 주장한 데 이어 비공개 의총에선 이 대표를 향해 “사퇴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맹공을 퍼부었고 비명계 초선인 양기대 의원도 이 대표에게 “재신임 받고 그 힘으로 돌파하라”고 한 목소리로 이 대표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박용진 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게 결의안의 첫 번째 항으로 올라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없었다. 최종 결의문을 보고 매우 불쾌해 의원들 전체 채팅방에 ‘어떻게 된 일이냐, 원내대표도 이 부분에 대해 해명해 달라’했는데 ‘미흡한 점이 있다, 양해해 달라’로 지금 끝난 상태”라며 “(결의문에) 김 의원 이름도 없고 그냥 ‘가상자산 관련 의혹이 있는 민주당 의원이 탈당했다’, ‘개별 의원의 탈당’으로만 표현돼 있다. 여전히 온정주의에 갇혀 있는 것 아니냐”고 이번 사태를 대하는 당의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이 대표가 이 상황에서 쇄신의 칼을 쥐고 휘둘러야 하고 이를 제대로 못하면 이 대표의 최대 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한 발 더 나아가 당내 다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재창당 각오로 반성과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당의 결의를 꼬집어 “재창당하려면 기존의 구조물은 제거해야 하는 것 아니냐. 기존 골격은 그대로 둔 채 재창당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면책이고 눈속임”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급기야 이 의원은 “쇄신한다는데 과연 누가 주체이고 누가 대상이냐? 쇄신 대상자가 주체로 나서면 먹힐 수 있을까”라며 “그 결의가 진정하고 실효성 있으려면 기존의 구조물이고 쇄신의 대상인 이 대표와 그 맹종파에 대한 조치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허구일 뿐”이라고 노골적으로 이 대표와 친명계에 대한 사퇴 압박에 나섰다.
또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 의원은 그동안 이 대표의 호위무사 역할을 자임해왔고 그런 김 의원을 이 대표 역시 측근으로 뒀다. 이 대표는 이 상황을 분명히 책임지고 이끌어야 하고 이는 김 의원 개인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며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김 의원이 이렇게 코인을 갖고 있는 줄 몰랐지만 현재 코인은 정식 자산이 아니기에 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이 아닌 것 아니냐’며 김 의원을 옹호한 적도 있다. 내로남불과 위선, 온정주의에 빠져 허우적대는 민주당이 심히 염려스럽다”고 이 대표와 지도부 내 친명계를 직격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문재인 정권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3선 출신의 최재성 전 의원은 1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김 의원 논란과 관련 “아주 심각한, 당에 대한 어떤 평가가 지금 내려지고 있다. 특히 청년세대라든가 이건 거의 폭발적이라고 할 정도로 문제의식 느끼고 그런 것 아니냐”며 “이 대표 같이 정치 검찰의 수사가 없었던 당 대표도 선거를 앞두고 사퇴한 적 있다. 이 대표로는 선거 치르기 어렵고, 이런 민심이 확인되면 못하는 거다. 물러나야 되는 것”이라고 이 대표의 사퇴 필요성을 역설했다.
◆ 친명계 측도 ‘맞불’…“비명계, 본인들이 당원에 재신임 받아야”
그러자 친명계에서도 대응에 나섰는데, 강경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의 유정주 의원은 SNS에 “소명 끝나기 전까지 기다리자. 우리끼리라도 사냥하지 말자, 상처주지 말자”고 글을 올렸으며 마찬가지로 ‘처럼회’ 소속인 양이원영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 재신임을 주장한 비명계를 겨냥 “이 대표가 재신임 받아야 한다고요?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오히려 본인들이 당원들에게 재신임 받아야 하는 상황 아니냐”라고 보다 강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처럼회’ 소속 황운하 의원도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이 사냥감을 정한 후 게임하듯 놀이하듯 수사권 남용하고 특정 언론과 협잡해서 프레임 짜서 한 사람을 공격하면 그 대상이 된 사람은 패가망신을 피할 방도가 없다”며 사실상 김 의원을 감싸는 듯한 입장을 내놨고, 아예 친명 성향의 강성 당원들은 이미 지난 12일 김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국회 기자회견을 열었던 민주당 청년 정치인 8인의 태도를 거세게 비판하면서 당 청원게시판에는 ‘민주당 대학생위원회 모든 위원장의 직위해제를 요구한다’는 청원도 올려 15일 오후 4시 기준으로 벌써 1만4천명이 동의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일각에선 민주당 청년정치인 8명을 꼬집어 “요것들, 김남국의 코인거래에 배가 많이 아팠구나. 이렇게 하려는 게 ‘허가받은 범죄집단’인 검찰의 농간이란 사실조차 모르는 자들이 어떻게 정치하려고 하는지”라며 김 의원을 두둔하고 나서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는데, 그러자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글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민주당 청년들이 민주당 쇄신을 요구했으나 청년 8인에 대한 수박 공격 등이 거세지고 있고 심지어 김 의원의 코인 거래 의혹을 거론하며 김 의원을 비판한 대학생위원장도 공격하고 있다. 청년들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차라리 날 공격하라”고 호소했다.
특히 이 의원은 강성 지지층을 겨냥 “내부총질이라 말하며 입을 닫으라고 하는데 내부총질이 아닌, 민주당 쇄신으로 인정해야 한다. 내부총질은 당에 대한 애정의 비판을 욕설과 모욕, 조롱 섞인 글로 협박하는 그것”이라며 “그래서 민주 없는 민주당이란 자조적인 푸념이 나오며 외부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대학생위원회는 입장을 당당히 발표할 수 있는 조직이지 단순히 당 지도부에 줄서야 하는 그룹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대부분 권리당원으로 이뤄진 친명 성향의 강성 지지층은 ‘돈 봉투 의혹’을 계기로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하면서 당내에 자신들의 목소리와 영향력을 더 높여가려는 모양새여서 단지 김 의원 의혹 관련 사안이 아니더라도 민주당 내홍은 여러 면에서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무소속이 된 김 의원도 자신을 두둔하는 민주당 내 여론에 힘입었는지 15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이 이슈로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흘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국가기관이나 수사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얻어서 기사를 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이처럼 돈 봉투 의혹부터 김 의원 의혹까지 연이어 당을 뒤흔든 상황 속에서도 도리어 ‘팬덤’에 기대는 모습이 나오고 당 내부는 다시금 친명과 비명 간 내홍으로 치닫고 있어 현재 이 대표 체제의 리더십으로 과연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을지 의구심 어린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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