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부터 ‘돈 봉투 의혹’까지…내년 총선 ‘새 인물 교체’ 응답 과반

(좌측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윤관석, 이성만 민주당 의원. 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윤관석, 이성만 민주당 의원. 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현역 국회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줄줄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르거나 재판을 받게 되자 최근 여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벌려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내 분위기는 뒤숭숭한 모양새다.

◆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민주당 의원들 “檢 기획수사” 한 목소리

현재 ‘라임자산운용 사태’부터 ‘돈 봉투 전당대회’ 의혹에 이르기까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을 처지에 몰렸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은 여럿인데, 이들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수사기관의 기획 수사라는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당장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 1억원과 200만원 상당의 양복 등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18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차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법원에서 30년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의 세 번 번복된 진술에 의존한 검찰의 기획수사이자 정치재판”이라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기 의원 측 변호인도 이날 첫 공판에서 “양복 받은 사실은 있지만 대가성은 없었고 나머지 금품은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또 2016년 2월 500만원 받은 혐의로 동 재판에 넘겨진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와 같은 해 3월 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은 김영춘 전 의원, 같은 해 2월 김 전 회장에게 5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은 국회의원 전 예비후보 김씨도 이날 법정에서 기 의원과 한 목소리로 혐의를 부인했는데, 비단 ‘라임 사태’ 의혹 뿐 아니라 최근 민주당을 뒤흔들기 시작한 ‘2021년 전당대회 불법자금’ 의혹 사건으로 거명된 전·현직 의원들도 하나 같이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면서 검찰의 기획수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지난 12일 윤관석 의원이 “이정근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저는 아무 관련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오로지 사건 관련자의 진술에만 의존하여 이뤄진 검찰의 비상식적인 야당 탄압 기획수사와 이로 인한 무차별적인 압수수색을 규탄한다”고 입장을 내놓았으며 같은 당 이성만 의원도 “야당 의원을 뒤져서 무엇이 발견되길 기대했는지, 혹은 기획했는지 모르겠다. 관련 진술만으로 야당 의원들을 줄줄이 엮으며 정치 탄압에 몰두하는 검찰의 야만적, 정치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전당대회 불법자금 의혹을 이 전 사무부총장의 개인 일탈로 규정한 송영길 전 대표도 지난 17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정말 이 일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며 선을 그었는데,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전당대회 하다 보면 대표가 그런 거 관여하고 보고 받고 할 시간이 제 경험상 거의 없고 국민들은 큰 금액이라고 생각하지만 실무자들의 차비, 기름값, 식대 수준”이라며 “알았다고 하면 송 전 대표가 그걸 용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좌관도 연루됐다는 얘기도 나오기 때문에 송 대표 본인은 알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도리어 정 의원은 “녹취 파일 나온 게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갖고 있던 휴대폰 압수된 거 아니냐. 압수한 휴대폰에 보관돼 있던 녹취 파일이 어떻게 유출될 수 있는지, 검찰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을 안 할 수가 없다”며 검찰을 겨냥해 피의사실 공표 의혹을 제기했고 같은 당 서영교 최고위원도 18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녹취를 내놔서 흘리는 것은 검찰이지 않나. 검찰이 수사하면서 이 내용을 정치적으로 개입하고 있고 정치 상황에 넣고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그러면서 서 최고위원은 “작년 이 전 사무부총장이 공소되고 재판까지 끝났는데, 할 거면 그때 다 나왔어야 되는데 다 끝내놓고 나서 (검찰이) 이렇게 나오는 것”이라며 ‘돈 봉투 의혹’으로 거론된 의원들에 대해서도 “저희가 체크해보니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저는 1명 체크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고 근거 없다 얘기하더라”고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저희 당은 검찰과 현재 여당의 작업에 의해 실제 많은 선거에서 패했다. 이재명 대표 관련해 300번 넘는 수사를 했는데 돈 한 푼 받은 흔적이 나오는 게 없기 때문에 국면이 바뀌게 된 것”이라며 “지금 시점은 오히려 재판을 받고 있음에도 많은 국민이 이재명에 대해 ‘정치적 수사였어’, ‘조작이었어’ 이런 것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전 부총장의 통화 녹취록에는 이 전 부총장과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이 나눈 전화 통화 녹취에 “송 전 대표가 ‘(강)래구가 돈 많이 썼냐’고 (내게) 묻더라”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앞서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과는 큰 온도차가 있는 만큼 어느 쪽이 진실일지 확인 되는대로 그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 검찰 “일말의 정치적 고려 없어…민주당도 수사 협조해주길”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선 ‘정치 수사 아니냐’는 민주당 측 시각을 일축하려는 듯 18일 서울중앙지검은 입장문을 통해 “검찰은 앞서 노웅래 의원, 이 전 사무부총장 수사 중에 발견된 증거를 단서로 민주당 전당대회 금품수수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게 됐고 수사에 일말의 정치적 고려도 있을 수 없다”며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며 사안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민주당에서도 수사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검찰은 ‘녹취 파일을 언론에 유출시켰다’는 민주당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언론에 보도된 녹음파일이 검찰에서 제공한 게 아닌데도 검찰에서 유출된 것처럼 사실과 다른 주장이 나온다”고 반박했는데, 다만 녹음파일이 검찰에서 유출된 게 아니라고만 했을 뿐 언론 보도된 녹취 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검찰청을 직접 찾아가 여당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이 전 사무부총장의 녹음파일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적극 수사에 나서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 대검찰청을 방문하게 됐다”며 “특정 의원 중심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광범위한, 민주당 의원 전체를 상대로 돈 봉투 살포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고, 유상범 의원은 “송 전 대표는 개인 일탈이란 의미로 축소하려 하고 있으나 언론 보도된 바에 의하면 이것은 ‘당 대표 선거’를 위해 조직적으로 많은 사람이 관여한 조직범죄다. 이런 부분에 검찰이 중점 두고 수사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보좌진이 29일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정회 때 국민의힘 의원 간 사적 대화 내용을 촬영한 것과 관련 논평에서 "용혜인 의원은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국민들과 유가족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보좌진이 29일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정회 때 국민의힘 의원 간 사적 대화 내용을 촬영한 것과 관련 논평에서 "용혜인 의원은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국민들과 유가족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심지어 이들과 함께 대검찰청을 찾은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당 공식 논평을 통해 “검찰은 돈 봉투 뿌린 송 전 대표 측 인사들을 불러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지만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는 의원들은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든든한 ‘방탄 이재명 대표’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 대표는 천문학적 이익을 나눈 중대 토착비리 혐의를 받고 있지만 ‘검찰소설’과 ‘야당탄압’이란 ‘양면방탄’으로 대표직과 의원직을 유지해왔다. 벌써부터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검찰수사는 야당탄압’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송 전 대표도 ‘검찰이 말도 안 된다는 소설을 쓴다’고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장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때문에 이제 대한민국 검찰은 ‘소설출판사’가 됐고 검사들은 ‘신춘문예’ 작가가 돼버렸다. 확실한 것은 이번 수사는 ‘정치 수사’가 아니라 비리 저지른 ‘정치인 수사’로 (민주당의) 어제 사과가 진정성 있는 사과인지 국민들과 함께 지켜보겠다”고 민주당에 경고했는데,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의총에서 “송 전 대표는 이것저것 재지 말고 하루빨리 귀국해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기획수사니 정치탄압이니 하는 주장은 더 이상 국민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민주당 “결과 따라 상응조치”…‘물갈이론’ 탄력 받을까

특히 윤 원내대표는 “돈 봉투 사건은 민주당의 도덕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어제 당 대표가 공식 사과하고 자체 진상조사 대신 수사촉구 방침을 세웠다고는 하지만 민주당이 당 대표 의혹을 2중, 3중으로 방탄하기 급급했던 것을 볼 때 국민들이 진정성을 느낄지 의문”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높아 민주당도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는데, 송 전 대표가 민주당의 조기 귀국 촉구에도 즉각 들어오기보다 오는 22일 프랑스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응하겠다고 밝힌 만큼 민주당의 부담감은 커져가고 있다.

급기야 당내 일각에선 연루자들의 탈당이나 출당 등 고강도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비록 소수지만 나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송 전 대표 출당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은 지켜보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현행법 위반, 당헌당규 배치 행동이 있었다면 상응 조치를 취하는 것은 공당으로서 마땅한 책무다. 결국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상응 조치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더구나 여론도 기존 국회의원보다 차기 총선에선 새 인물로 교체하고 싶다는 열망이 높은 것으로 나오고 있어 현재 도마에 오른 전·현직 의원들로선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지난 8~10일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7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거주지역의 국회의원이 내년 4월 총선에 다시 출마할 경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과반인 57.9%가 ‘새 인물로 교체되는 게 좋다’고 답한 것으로 나왔다.

반면 ‘현역 의원이 다시 당선되는 게 좋다’는 답변은 그 절반도 안 되는 28.4%에 그쳤으며 심지어 민주당의 지지기반으로 꼽히는 광주에서도 KBC광주방송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9~10일 광주광역시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현직을 뽑겠다’는 비율은 13.9%에 불과한 데 반해 ‘현직 국회의원과 새 인물이 대결할 경우 새 인물을 뽑겠다’는 과반인 56.8%로 나와 현 정치권에 대한 국민 여론의 비판적 시각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사법리스크에 처한 민주당으로선 이 같은 여론을 바탕으로 현역 의원 등 기존 정치인을 물갈이함으로써 내년 총선을 위한 쇄신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없지 않지만 결정적으로 당을 이끌고 있는 이 대표마저 현재 재판에 출석하고 있을 정도로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입장인 만큼 기존 의원들을 대규모로 교체하기도 쉽지 않아 좀처럼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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