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수사 여파…檢, ‘민주당 전대 정치자금 의혹’ 윤관석·이성만으로 확대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관석, 이성만, 노웅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관석, 이성만, 노웅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로 확대되면서 국회의원 사무실 압수수색까지 나서 그동안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만으로도 압박 받았던 민주당이 한층 더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된 모양새다.

◆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에 與 “반민주 부패정당”

앞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2일 이 전 부총장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윤관석 민주당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과 이성만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강래구 전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장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는데, 당초 이 전 부총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복수의 휴대전화 중엔 불법 정치자금이 지난 2021년 전당대회에서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 등이 있어 이 같은 근거들을 토대로 수사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전 부총장은 지난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정부지원금 배정, 공공기관 납품 및 임직원 승진 등 청탁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9억4천여만원,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21대 총선 비용 명목으로 3억3천만원 등 총 10억원대 금액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12일 1심에서 검찰이 구형했던 형량보다 더 높은 징역 4년6개월을 선고 받았는데, 이 전 부총장 개인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이 전 부총장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강 전 협회장이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해 달라”고 말한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윤 의원과 이 의원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데에는 이들 두 의원이 2021년 5월 전당대회 당시 특정 후보를 당 대표로 당선시키고자 9천만원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마련하고 전달,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인데 특히 윤 의원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인천시장으로 재임 중이던 시절 인천시 대변인으로 일한 송 전 대표의 측근이며 이 의원은 인천시의회 의장을 맡은 바 있어 문제의 2021년 5월 전당대회를 통해 송 전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 당선됐던 만큼 검찰이 수사범위를 송 전 대표로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12일 송 전 대표 보좌관의 근거지도 압수수색했는데, 국민의힘에선 13일 김기현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봉투 10개’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꼬집어 “목소리의 주인공은 강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간사인데 이 전 부총장과 함께 2021년 당 대표 선출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송 전 대표는 자신의 당선에 돈봉투가 오간 사실을 모를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대표는 “민주당의 이정근 게이트가 열리고 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부터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이어 윤관석, 이성만 의원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부패가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며 “대통령을 뽑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김용에게 대장동 검은 돈이 흘러들어간 정황도 있다. 돈봉투 선거가 169석을 가진 원내 제1정당에서 횡행하고 있었다니 경악스럽다”고 민주당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돈당대회나 쩐당대회로 표현할 수 있다. 돈으로 매표하는 행위는 반민주 부패정당의 대표적 특징”이라며 “이 대표부터 부정부패 의혹의 중심에 있으니 작금의 민주당 부정부패는 지금까지 드러난 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 모른다. 한 치의 의혹도 없도록 당국의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민주당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였다.

(왼쪽 앞)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 김기현 대표를 비롯 지도부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왼쪽 앞)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 김기현 대표를 비롯 지도부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이 뿐 아니라 김병민 최고위원은 윤 의원과 이 의원이 전당대회 이후 송 대표에 의해 당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과 사무부총장에 임명된 점을 들어 “이쯤 되면 송 전 대표는 조속히 귀국해 민주당 돈봉투 살포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자진해서 조사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공교롭게도 돈봉투 살포가 이뤄졌다는 2021년은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경선자금을 수수했다는 시기와 겹친다. 이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민주당은 당 간판 내리고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의원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과 관련해 돈봉투 10개가 사실이라면 연루된 사람은 10명 이상으로 보인다”고 강조했으며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기를 쓰고 검찰 수사권을 강탈하는 검수완박 폭주를 한 이유가 범죄소굴이기 때문이었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민주당 “진실 왜곡하는 檢 안 믿어…국면전환용 정치기획수사”

이처럼 정부여당이 해당 의혹을 파고드는 가운데 민주당에선 도마에 오른 윤 의원이 앞서 지난 12일 입장문을 통해 “돈봉투 의혹과 저는 아무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오로지 사건 관련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이뤄진 검찰의 비상식적인 야당 탄압 기획수사”라고 밝힌 데 이어 13일에도 “다른 상황에서 다른 취지로 한 발언을 상황에 관계없이 마치 봉투를 전달한 것처럼 단정해 왜곡했다. 국면전환을 위한 검찰의 정치기획수사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야당탄압에 맞서 끝까지 단호하게 싸워 반드시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아울러 이 의원도 지난 12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이 전 위원장과 관련해 그동안 보도된 의혹들과 저는 전혀 관련 없으며 사실무근이다. 어떤 사실확인 요청이나 사전조사 없이 들이닥친 황당한 압수수색에 강한 유감”이라며 “관련 진술만으로 야당 의원들을 줄줄이 엮으며 정치 탄압에만 몰두하는 검찰의 야만적 정치 행태를 규탄한다.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윤 의원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같은 당 윤건영 의원도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2021년 전당대회가 그럴 리 없을 것 같다. 돈봉투가 돌아다니고 지금 세상이 어느 때인데”라며 “본인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진실을 밝혀야 하겠지만 곶감 빼먹듯이 검찰 수사를 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검찰에 일침을 가했고, 이 대표 역시 13일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실을 찾으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진술을 통해 진실을 왜곡, 조작하는 검찰의 행태가 일상이기 때문에 잘 믿어지지 않는다. 이 정부의 장기가 압수수색”이라고 검찰 비판에 집중했다.

특히 그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청에 있는 CCTV는 가짜인 모형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언론에서 시장실 폐쇄회로TV가 작동하는 장면을 다 보도해서 검찰이 그 점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시장실의 CCTV가 모형이라고 주장한다”며 거듭 검찰에 대한 불신 어린 시선을 드러냈는데,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 본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행태를 꼬집어 ‘돈봉투 의혹’ 수사에 대해 “기획수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어 “압수수색 당일 언론에 의해 녹취파일이 공개됐는데 검찰이 기획했거나 최소한 개입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2년 전 있었던 일이고 그 당시 녹취파일을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있었던 이 전 부총장도 1심 선고를 받을 정도로 오래된 사건이어서 이미 오래 전에 녹취파일을 검찰이 입수했을 것”이라며 “대일외교와 도청문제, 지도부 등 여권 지지가 바닥 치고 있는 때에 이런 사건들이 나왔다고 하는 게 상당히 의아스럽다. 국면전환용 수사라는 국민적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檢 “자료·진술로 혐의 구체화”…정의당 “민주당, 스스로 소명해야”

서울중앙지검 전경. 사진 / 시사포커스DB
서울중앙지검 전경. 사진 / 시사포커스DB

다만 검찰 관계자는 이날 “어제 압수수색한 의원 2명은 금품을 공여한 쪽에 가담한 게 확인됐다. 자금을 마련하고 전달한 과정에 가담한 자들에 대해 먼저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라며 송영길 캠프 측이 현역 의원에게 300만원씩, 대의원들에게 50만원씩 총 9천만원 규모의 불법자금을 지급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수사팀 관계자는 민주당 측 반응을 의식한 듯 “객관적 자료와 진술을 토대로 혐의를 구체화해 압수수색했는데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투로 말씀하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정당법상(제50조) 당 대표 경선과 관련해 금품 제공을 지시·권유·요구하거나 알선한 사람 뿐 아니라 금품을 수수한 사람도 처벌을 받게 되기에 검찰이 자금을 받은 의원들로도 수사를 확대하게 되면 내년 총선을 앞둔 민주당으로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급기야 정의당까지 13일 이재랑 대변인 논평을 통해 “야당 탄압이란 말은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마법의 도구가 아니다. 민주당 스스로 전당대회에 대한 모든 의혹을 소명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한다”며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은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라. 그것만이 국민들이 손을 잡아주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비단 이런 의혹 외에 앞서 지난해 12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 구속을 피할 수 있었던 노웅래 의원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 재판도 내달 19일 1차 공판이 열릴 예정인데, 공교롭게도 노 의원 관련 혐의 역시 검찰이 이 전 부총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파악하게 됐던 데다 이밖에 이학영 민주당 의원과 한 대희 전 군포시장 수사로 번진 한국복합물류 취업청탁 의혹도 당초 이 전 부총장 수사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른바 ‘이정근 게이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치게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당장 국민의힘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13일 “민주당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부패 혐의 국회의원이 쏟아지고 있다. 이 대표의 토착 비리 혐의는 민주당 부패 게이트의 서막일 뿐”이라며 “이 대표는 물론 노 의원, 윤 의원, 이 의원, 이학영 의원, 기동민 의원, 이수진 의원(비례) 등이 부패 범죄 혐의를 받고 있어 범죄 혐의자 국회의원들로 따로 국회 교섭단체를 꾸릴 수준까지 갈 태세다. 민주당이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범죄 비호 정치, 범죄 방탄 국회를 고집하는 행태야말로 국민을 위해 작동해야 하는 ‘정치’를 탄압하는 것으로 ‘국민 탄압’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민주당을 맹폭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민주당 측 인사들 관련한 추문까지 터져 나오고 있어 또 다른 악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없지 않은데,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정진술 서울시의원이 앞서 지난 7일 ‘품위 손상’을 이유로 제명됐으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변호를 맡았던 정철승 변호사는 동료 변호사 성추행 CCTV 영상이 공개되기도 하는 등 연이은 악재에 자칫 과거 ‘미투 사태’와 같은 파장을 미칠까 민주당의 속을 태우고 있다.

그래선지 국민의힘에선 적극 공세에 나서고 있는데, 김민수 대변인은 13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 정진술 서울시의원의 제명은 뒤늦게 서야 언론을 통해 알려졌는데 제명 조치 이유가 ‘성비위’로 인한 것이라면 내부 징계로 조용히 무마시킬 일이 아니었다”며 “민주당 서울시당과 서울시의회 홈페이지에는 아직까지 정진술 시의원의 소속은 민주당으로 되어있다. 민주당이 제명했는지 안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맹공을 퍼부어 그간 정부여당을 거세게 압박했던 민주당이 다시 수세로 몰리는 것 아닌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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