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사과로 수습 나선 이재명…민주당, 검찰 수사에 명운 달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며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며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2021년 5월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여야 간 공수 전환시키는 수준을 넘어 민주당 내부까지 뒤흔드는 모양새인데, ‘정치기획수사’라고 주장하면서 반발하던 초반 입장과 달리 파문 5일 만에 이재명 대표가 고개를 숙이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파장이 잦아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당 내홍 불붙일까 우려? ‘돈 봉투 의혹’ 논란에 이재명 사과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전 대표는 당시 최종 득표율 35.6%를 얻어 친문 성향 후보인 홍영표 의원을 불과 0.59%P 격차로 제치고 신승해 민주당 대표가 됐으며 특히 45%가 반영되는 대의원 선거에선 홍 의원을 1.5%P로 앞섰지만 40%가 반영되는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홍 의원에 0.67%P 차로 패배하기도 했던 만큼 검찰 수사로 드러난 이번 ‘2021년 전대 돈봉투 의혹’은 총선을 앞둔 민주당 내부를 뒤흔들 가능성도 있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와 송 전 대표 사이 관계는 ‘이심송심’으로 불릴 만큼 송 전 대표가 대선부터 이 대표의 국회 입성에 이르기까지 그간 이 대표의 정치 행로에 적극 힘을 실어온 ‘친이재명계’로 꼽힌다는 점에서 이번 돈 봉투 의혹을 접한 당내 비명계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는데, 돈 봉투를 수수한 의원들 윤곽이 명확해질수록 이 대표가 받게 될 정치적 부담은 점점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검찰의 정치기획수사’라는 당내 주장에 맞서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17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당이 시기의 문제라든지 이걸 가지고 기획수사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처사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다. 송영길 대표 선거 때 만들어진 것이고 송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그것에 대한 최소한 정치적 책임은 져야 되는 문제”라고 역설했으며 이상민 의원도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당에서 정치탄압이라고 짚은 것은 잘못 짚었다.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상민 의원은 “(녹취록의) 목소리만 들어도 누구인지 알겠다. 돈 봉투가 살포됐다고 한다면 선거 캠프에서 조직적으로, 적지 않게 상당한 범위로 배포됐을 것”이라고 꼬집었으며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선 “선거 과정 중 이런 돈을 두고 받고 했다고 한다면 이건 선거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훼손이고 위협이다. 당 밖의 공직선거에선 가차 없이 형사처벌 받고 다음 출마도 할 수 없을 정도인데다 설사 당선돼도 무효형 받을 정도인데 당내 선거라도 준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최재성 전 정무수석도 1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가 터졌을 때 송 전 대표가 ‘이정근의 개인적 일탈’이라고 애기했는데 이 상황을 알고 있었구나라는 것으로 언제 알았을까? 행위가 벌어지는 시점에 알았다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고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이렇듯 당내가 들끓자 급기야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는 한편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 宋 귀국 여부와 檢 수사 결과 발표 시점에 민주당 명운 걸려

송영길 서울시장후보가 질의응답을  가지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송영길 서울시장후보가 질의응답을 가지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하지만 프랑스 파리에 있는 송 전 대표가 그간 ‘나는 모르는 사안’이라며 선을 그어왔기에 이 대표의 귀국 요청에 순순히 호응할지는 미지수인데, 본래 일정대로면 오는 7월 초에나 귀국하기로 한 만큼 현재 ‘돈 봉투’ 의혹을 파헤치고 있는 검찰의 수사 결과가 언제 발표될지 여부에도 민주당으로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민주당 현역 의원 10여명을 포함한 정·재계 인사 40여명에게 9400만원의 불법 자금이 살포된 것으로 보고 있는 이미 자금 조성 등에 핵심적 역할을 한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을 비롯해 강화평 전 대전 동구 구의원 등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는데, 강 회장이 준비한 돈 봉투가 20개란 점을 고려하면 최대 20명의 민주당 현역 의원이 수사선상에 오를 수도 있어 내년 총선 공천에 미칠 파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어느 의원이 돈 봉투를 받았는지 분명하게 밝혀질 경우 해당 의원들의 계파나 출신지역이 어느 쪽인지에 따라 민주당 내 정치지형이 뒤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인데, 이미 민주당 지지기반인 광주·전남 지역에서 몇몇 국회의원이 ‘돈 봉투’ 수수 의혹에 휩싸인 것으로 알려져 지역정가가 술렁이고 있으며 내달 초엔 친이낙연계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이 첫 지방심포지엄을 광주에서 열고 전대 관련 의혹에 대해 자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계파나 지역별로도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정작 자당에서 사건 초반에 ‘정치기획수사’라고 비판했었던 검찰에 도리어 자당의 명운이 걸린 수사를 맡길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됐는데, 실제로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안은 당이 사실을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자체 조사를 하려고 했으나 실질적인 수사권도 없는데다 ‘셀프 조사’ 지적을 받을 수도 있어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듯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셀프 조사하는 것은 결국 셀프 면책을 해주는 길로 가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해 그런 논란 자체가 실체적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될 것이란 지도부의 판단이 있었다”고 자체 조사를 하지 않기로 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 국민의힘·정의당, 민주당 맹폭…공세 퍼붓다 태영호 ‘자충수’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반면 국민의힘과 정의당에선 이번 사안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는 물론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민주당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돈 봉투 의혹 관련) 법사위 긴급 현안질의 개최를 민주당에 요구하기로 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긴급 현안질의를 할 예정”이라며 자당 당사에 ‘돈 봉투 제보센터’도 설치해 민주당의 돈 봉투 사건과 관련된 제보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법사위 소속인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공정한 수사’를 검찰에 주문한 민주당의 요구를 꼬집어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고 일침을 가한 데 이어 “이 대표를 비롯해 올해 기소된 민주당 의원만 4명이고, 이번 ‘쩐당대회’ 관련자들까지 합하면 이미 20명을 가볍게 넘기고 있어 민주당이 왜 그토록 검수완박을 밀어붙였는지 더욱 명확해졌다”며 “검찰은 신속·엄정한 수사로 쩐당대회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고 민주당도 더 이상 야당 탄압 운운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피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힘에선 포문을 이 대표로 확대하는 모습도 보였는데, 윤희석 의원은 이날 논평을 통해 “당 대표 선거보다 더 중요했을 대선후보 경선에선 그보다 더한 돈 봉투 살포가 있었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겠나”라고 꼬집었으며 성일종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는) 지금 남이 저지른 일에 대해 사과할 때냐. 본인의 범죄 혐의부터 고백하고 수사 받는 게 먼저”라고 일침을 가했고 심지어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부패상을 드러낸 돈 봉투 사건은 한 번의 사과로 지나갈 일이 아니다.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면 이 대표와 민주당은 계속 정치탄압 수사라고 우기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유 전 의원은 “이 대표는 돈 봉투 사건에 대해 사과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다. 수많은 부패 혐의와 측근 다섯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며 “사과가 아니라 사퇴하고 법의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 이 대표가 야당 대표 자리에 앉아 국회를 자신의 방탄용으로 전락시키는 한 우리 정치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이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고, 국민의힘에선 당력을 집중하려는 듯 근시일 내에 최고위원회의 백드롭도 ‘마약 발본색원’이 아니라 ‘돈 봉투 의혹’ 관련 문구로 교체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뿐 아니라 정의당에선 이날 이정미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가 당 차원의 공식 사과와 송 전 대표의 조기귀국을 요청했지만 이것만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공개된 녹취록에 오고 간 돈 봉투 대화는 민주당 일상 안에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관행처럼 느끼기에 충분했는데 누가 이걸 개인의 일탈로만 보겠나”라고 꼬집었으며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송 전 대표를 비롯한 전·현직 의원들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은 ‘제 눈에 들보는 못 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한 목소리로 민주당을 압박했다.

다만 돈 봉투 의혹을 고리로 민주당을 성토하던 중 여당 일각에선 도를 넘는 자충수를 둬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는데, 태영호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을 겨냥 “쓰레기(Junk), 돈(Money), 성(Sex) 민주당. 역시 JMS 민주당”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곧바로 삭제하고 오후에 추가로 올린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최종 확인 단계에서 비공개로 보고돼야 할 메시지가 실수로 전체보기 상태로 공개됐다”고 해명하면서 “당에 누를 끼친 데 대해 죄송스럽고 사과드린다. 저와 당사자를 당 윤리위원회에서 심사하도록 요청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앞서 최고위원들의 실언에 대해 엄중 조치하겠다는 의지를 김기현 대표가 분명히 밝히고 윤리위원장까지 임명한 뒤에도 다시금 태 최고위원이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4·3 발언’ 등 이전 경우와 달리 그냥 지나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데, ‘돈 봉투 의혹’으로 맞은 공수전환의 시점에 자칫 자당 실언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 예기치 않은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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