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미래 “宋, 책임 안 지면 당이 엄중 조치해야”
이용 “김재원, 스스로 거취 결정해야”

(좌측부터)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고위원들의 실언 논란으로 비판 받은 국민의힘이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거취 결정할 것을 압박하고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도마에 오른 더불어민주당에선 송영길 전 대표의 귀국을 촉구하는 등 자당에서 불거진 일로 궁지에 몰린 여야가 결국 스스로 결자해지에 나서는 모양새다.

◆ 속 타는 민주당 지도부, 스스로 송영길 조기귀국 압박 나서

민주당에선 이날 고민정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송 전 대표를 겨냥 “최근 불거진 돈 봉투 사건은 우리 모두의 싸움을 무력하게 만들었고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우리의 정당성마저 잃게 만들었다. 민주주의를 더 이상 후퇴시키지 말라”며 “떳떳하다면 피할 이유도, 미룰 이유도 없다”고 조기 귀국할 것을 거듭 주문했다.

특히 ‘전혀 모르는 일’이라던 송 전 대표 해명과 달리 이정근 민주당 전 사무부총장과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가 나눈 전화통화 녹취록에 이 전 부총장이 강 감사에게 “송 전 대표가 ‘(강)래구가 돈 많이 썼냐’고 묻더라”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을 꼬집어 고 최고위원은 “돈을 주거나 받은 게 아니라면서 왜 녹취록에 그런 말들이 들어가 있는 것이냐. 대체 송영길 캠프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길래 거짓이라고 믿고 싶은 그런 말들이 녹음됐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라면 적극 해명해야 할 일이고 작은 잘못이라도 있는 것이라면 국민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오영환 민주당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까지 내세워 “얼마 전 오 의원은 정치개혁을 이루지 못했다며 스스로 권한을 내려놨다”며 “이런 후배 앞에서 어떤 선택이 존중 받을 것인지 송 전 대표는 누구보다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고 송 전 대표를 압박했고, 같은 당 송갑석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송 전 대표에게 빠른 귀국을 간곡하고 엄중하게 요청드린다. 책임 있는 자세로 직접 나서서 일말의 의구심도 남김없이 진실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송 최고위원은 “송 전 대표 본인의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당이 치명적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이번 녹취록을 둘러싼 의혹으로 당의 도덕성과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송 전 대표는 프랑스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만 예고할 뿐 귀국 요구에 대해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나와 아무 관련 없다’, ‘귀국해 따로 할 말 없다’고 말하는 송 전 대표의 무책임한 말을 지켜보며 당원과 국민은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간의 정당 혁신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직면했다. 사태 수습을 위한 마땅한 책임을 져버려선 안 된다”며 “전임 대표이자 최고 어른인 상임고문답게 송 전 대표가 있을 곳은 프랑스 파리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재차 송 전 대표에 조기 귀국을 요구했다.

◆ 친윤 의원들, ‘실언’ 김재원에 거취 압박…태영호에도 경고

국민의힘 이용 의원(좌),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우).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이용 의원(좌),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우). 사진 / 권민구 기자

한편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팀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이 잦은 실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사실상 자진 사퇴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 의원은 1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5·18 관련해서든 전광훈 목사 관련해서든 실언했을 때 당에서 빨리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 상당히 시간이 지연되고 늦은 상황”이라며 “어떤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자진사퇴는 그 분의 판단에 맡기겠다”면서도 진행자가 ‘본인 스스로의 조치인가’란 질문엔 “그게 어떻게 보면 가장 현명하겠지요”라고 답해 김 최고위원 스스로 물러날 것을 에둘러 압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당 대표가 취임하고 한 달 좀 지났는데 온통 이슈가 처음엔 김재원 최고위원으로 갔다가 지금은 전 목사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다”며 “김 최고위원의 행보를 보면 실언하고 나서 ‘더 이상 공개석상을 자중하겠다, 국민들께 사죄드린다’라고 하고 5·18 민주화공원 가서 직접 사죄했지 않나. 그러니까 당 입장에선 사죄했는데 이걸 어떻게 정리해야 될까. 징계를 줘야 될까 말아야 될까 고민하지 않을까. 당을 위한다면 김기현 대표가 취임한지 한 달 됐는데 최고위원들의 발언이 수위가 지나친 데 대해 한 번의 결단도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실언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필요성을 김 대표에 촉구했다.

여기에 ‘윤핵관’으로 꼽히는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1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김재원 최고위원과 관련 “윤리위원회가 구성됐고, 우리 당이 적어도 국민 눈높이와 일반 생각에 어긋난 분들이 모인 당이 아니다”라며 “우리 당이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 연대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면 윤리위원장과 윤리위원들이 알아서 조치할 것”이라고 징계 절차가 개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이 뿐 아니라 이 사무총장은 ‘4·3 발언’ 등 역사 관련해 여러 실언 논란을 초래한 태영호 최고위원을 향해서도 “북한에서 교육 받다 보니까 북한에선 제주 4·3 사건을 김일성의 교시에 의해 일어난 남한의 민중봉기였다고 가르치고 배웠다고 하는데 우리 역사에선 김일성 교시에 의한 폭동이라고 정의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과 다르다. 자중했으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설상가상으로 태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공개된 월간조선 인터뷰에선 “북한을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는 김구 선생이 통일을 위해 노력했다고 하겠지만 북한의 대남 전략전술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는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한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는데, 이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망언을 하고 있는 건가. 당 지도부는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방관만 하고 계실 건가”고 지적했다.

특히 허 의원은 “지난해 백범 김구 선생 서거 73주기 때, 우리 국민의힘은 수석대변인 논평으로 ‘김구 선생은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지는 것을 막으려 생을 마치실 때까지 통일을 위해 노력’하셨고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고자 했던 김구 선생의 뜻을 이어받겠다’고 당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제는 국민의힘의 역사와 정통성마저 부정하겠다는 건가”라며 “국민이 국민의힘을 버릴까 두렵다. 이제는 더 이상 안 된다.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문책할 것을 촉구했다.

여기에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도 태 최고위원의 ‘김구 평가’를 꼬집어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다. 의원께서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으로 온 것은 환영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상식과 괴리된 말씀을 하면 곤란하다. 국민을 가르치려 들지 말라”며 “여당 최고위원의 말과 행동은 당원과 국민의 수준을 대변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보수정당의 일원으로서 정치인의 품격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여야 자체 수습에 논란 잦아들까…진정성 따라 ‘여론’ 힘 실릴 듯

더불어민주당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1) [사진 /오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1) [사진 /오훈 기자]

급기야 민주당에서도 장경태 최고위원이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태 최고위원의 발언을 꼬집어 “제주 4·3 김일성 발언 때도 뭘 사과하냐며 북한에서 배운 역사관으로 바꿔야 한다고 하더니 김일성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며 김구 선생을 폄훼하고 비난했다. 망언 폭주”라며 “윤석열 정권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를 선출한 장소가 백범김구기념관이었다는 것도 상기시켜 드린다. 태 최고위원에 대한 국민의힘의 책임 있는 조치를 지켜볼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앞서 민주당에선 자당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겨냥해 태 최고위원의 SNS에 ‘Junk, Money, Sex 민주당. 역시 JMS 민주당’이란 글이 올라오자 격분해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의 설화로 국민을 부끄럽게 하지 말라. 윤리위 심사를 본인이 요청하겠다는데 윤리위 징계에 그칠 사안이 아니라 태 최고위원은 막말로 정치를 오염시킨 데 대해 책임지고 이제 그만 국회를 떠나라”라고 사실상 국회의원 사퇴까지 요구한 바 있다.

다만 논란의 당사자인 태 최고위원이 윤리위에 심사를 자진 요청하는 이례적 행보를 보인 만큼 이제 공을 넘겨 받은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어떤 결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설화 논란을 싸늘하게 바라보던 여론이 움직일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이는데, 마찬가지로 돈 봉투 의혹에 휩싸인 민주당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송 전 대표가 빨리 귀국해 ‘국외 도피’란 인상을 주지 않아야 일단 여론 설득에 나설 수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무당층이 늘어가는 가운데 과연 두 거대정당 중 어느 정당이 먼저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줄지에 따라 지지정당이 없다던 유권자들의 마음도 움직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민주당에서도 이를 의식한 듯 19일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가 “조기 귀국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청했음에도 귀국을 미루며 외국에서 기자회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의 전직 대표로서 매우 부적절한 태도이자 처신”이라며 “송 전 대표가 조기 귀국하지 않고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가장 강력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입장문을 내놓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에서도 이날 송 전 대표의 귀국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같은 압박 속에 당사자인 송 전 대표가 기존 입장을 꺾고 귀국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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