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중진들, 김기현 체제에 ‘쓴 소리’…태영호 “金 보호해 달라” 호소도
하태경 “전광훈 영향력 차단…당 지도부가 과감하게 정리해야”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모습. 사진 / 김경민 기자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모습.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당 지지율 하락 속에 곳곳에서 쏟아지는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키를 쥐고 있는 김기현 대표가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가기로 노선 정리에 나설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국민의힘 중진들, 지도부에 ‘실언’·‘전광훈’ 대응 지적 쏟아내

지난해 4월 21일 열렸던 이후로 357일 만인 12일 다시 열린 국민의힘 당 대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선 이제 출범한지 한 달을 갓 넘긴 김기현 지도부에 고언을 쏟아내면서 최고위원들의 실언에 대한 엄정 대응이나 전광훈 목사와의 선긋기 등 다방면으로 주문하는 중진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회부의장인 5선 중진 정우택 의원은 “전당대회 이후 당 지지율 하락세는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번 지도부는 대선의 연장선상에 있는 내년 총선을 이겨야 되는 절체절명의 사명을 갖고 있는데 그런 중요한 의미를 가진 이 시점에 최근 여러 상황은 우리에게 녹록치 않다. 현장에 있어보면 우리 당 중심에 있는 분들이 집권여당 품격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최고위원들의 설화 문제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이런 언행이 이뤄지지 못하면 현장에서 뛰는 당원들이 힘들게 된다.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으며 직전까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국민의힘을 이끌었던 5선의 정진석 의원도 지도부를 향해 “신상필벌을 분명히 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읍참마속 해야 할 일이 발생했다면 주저하면 안 된다. 단칼에 해치우지 않으면 앞으로 전진 할 수가 없다”고 사실상 실언 논란을 일으킨 인사에 대한 징계를 한 목소리로 주문했다.

일단 국민의힘에선 이양희 전 위원장 등이 일괄 사의를 표해 공석이 된 당 중앙윤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를 내정했으며 새 당무감사위원장에는 신의진 전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오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가 이들에 대한 임명 안건을 의결할 예정인 만큼 새 윤리위 구성이 마무리 되는대로 김 최고위원 등에 대한 징계절차 개시 여부가 공식 논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최고위원 설화의 시발점이 된 전광훈 목사에 대해서도 이날 회의에서 거론됐는데, 4선 중진인 홍문표 의원은 “지금 흘러들어오는 얘기로는 전 목사가 20~30만명을 우리 당에 심어놨고 그 힘으로 우리 당에서 버티고 있다는 식의 선전이 되고 있다. 목사 손아귀에 움직여지는 그런 당이 돼선 안 된다”며 “한 두 사람이 치고 나가면 눈치 보느라고 말 못할 텐데 당론으로 이 문제를 결정해 빨리 수습해야 한다”고 당부했고 회의 직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빨리 정리해야 한다. 그 사람 손아귀에 당이 놀아나면 (안 된다)”고 전 목사와 선 그어야 한다는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비단 홍 의원 뿐 아니라 앞서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전광훈 영향력 차단은 색깔이 다른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의 목소리가 일치한다. 그러니까 당 지도부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며 “지도부가 순발력 있게 바로바로 조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계속 시기를 놓쳐버리면 지도부 오래 못 간다”고 경고했다.

심지어 하 의원은 “영향력 차단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이중당적자 축출인데, 당원 가입서에 ‘전광훈 추천’이라고 쓴 사람 거의 90% 이상이 이중당적자”라며 전 목사가 대표로 있는 ‘자유통일당’을 꼬집어 “(자유통일당원이) 아니라는 확인서를 받아와라, 확인서를 안 주면 각서를 쓰라는 식으로 영향력 차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했다.

◆ ‘쓴 소리’ 직격당한 與 지도부 “김기현 흔들지 말고 자중하길”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하 의원의 발언처럼 홍준표 대구시장도 일찌감치 여러 차례 전 목사와의 결별을 당 지도부에 주문한 것을 물론 ‘전 목사가 우파 통일’ 등의 발언을 했던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까지 요구한 바 있는데, 이 같은 당내 요구 속에 김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최고위원 징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잘 챙겨보겠다”며 말을 아꼈고 태영호 최고위원은 “우리 당의 오랜 중진들이 자꾸 근거도 없는 걸 가지고 김 대표를 흔들고 있는데 이런 걸 좀 자중해 달라고 (했다). 무작정 모든 부담을 자꾸 당 지도부에만 주지 말자는 취지”라고 발언했다.

실제로 태 최고위원은 앞서 이날 회의에서 “김 대표가 혼자 민주당 상대하고 윤석열 대통령 옹호하는 와중에 중진들이 김 대표를 뜬금없이 아무 구체적 근거도 없이 흔들고 있다. 지금 당 지도부가 구성된 지 한 달이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는데 중진 의원들이 김 대표를 좀 앞장서서 보호해주는 역할을 해주길 부탁드린다”며 “제가 나서면 남들 눈에 보기 좋지 않은데 이럴 때 중진이 나서서 원외에서 지난 시기 경륜 있던 분들이 지도부를 흔들려고 하는 것을 막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 실언이나 전 목사 문제 등으로 김 대표와 설전을 벌이기도 한 당내 원외 인사인 홍 시장은 자신을 겨눴다고 판단한 듯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월 태 최고위원이 ‘제주 4·3 사건은 김일성 지시’라고 했었던 주장을 꼬집어 “근거 없이 김 대표를 흔든다고? 집행부를 논란의 중심에 서게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 자숙해야 하거늘 화살을 어디다 겨누고 있는지 어이가 없다”며 “내가 귀하처럼 근거 없이 함부로 말하는 사람인가. 총선이 다가오니 별의별 사람이 다 나서서 대표에게 아부하는데, 그러면 당이 어려워진다”고 맞받아쳤다.

비록 홍 시장과 달리 이날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쓴 소리만 한 것은 아니어서 온도차는 있는데, 정진석 의원의 경우 김 대표 체제 하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데 대해서도 “자꾸 당 지지도 가지고 그러는데 원래 업 앤 다운이 있는 것이다.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과거 보수정당은 늘 분열로 실패했다. 김 대표를 중심으로 차돌처럼 뭉쳐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고, 정우택 의원도 김 대표의 국회의원 30명 축소 제안에 대해 당론으로 관철하라고 주문하는 등 김 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유승민 “與 이렇게 된 건 尹 탓” 확전…野 “태영호도 징계하라”

유승민 전 의원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유승민 전 의원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이처럼 마냥 쓴 소리만 하는 것은 아니다보니 지도부에선 이들과 달리 늘 비판적 목소리만 쏟아내는 당내 일부 인사의 경우 고언이 아니라 어떤 의도를 가지고 지도부를 ‘흔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관측되는데, 실제로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김 대표가 취임하고 나서 국민의힘 지지도가 계속 내려가고 대통령 지지도도 내려가는 상황인데 이 지도부와 지지율로 어떻게 총선을 치르겠나”라며 한 발 더 나아가 “당이 이 모양이 된 것은 윤 대통령 책임이다. 김 대표를 설득하는 것보다 윤 대통령이 마음을 바꾸기를 설득하는 게 오히려 맞다”고 김 대표와 윤 대통령을 싸잡아 직격하기도 했다.

급기야 유 전 의원은 “지난해부터 당을 100% 장악하려고 전당대회 룰을 바꾸고 이 사람 저 사람 주저앉히고 그러지 않았나.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친박 갖고 고집 부릴 때 딱 이런 상황이었는데 2016년보다 나쁜 상황이 굉장히 일찍 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5선 의원 출신의 보수 원로인 박찬종 변호사 역시 같은 날 CPBC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김기현에 대한 신임투표로 전락해 조용하게 지나버렸다”고 유 전 의원과 비슷한 평가를 내리면서도 유 전 의원에 대해선 “현재로선 민주당에 가야 할 사람”이라고 주장해 ‘고언’이라기보다 ‘당 흔들기’에 목적이 있다는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미 김 대표 스스로도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국민의힘을 우리 당 당원도 아닌 전 목사와 결부시켜 마치 공동체인양 호도하며 악의적 공세를 취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은 유감”이라며 ‘당 흔들기 아니냐’고 보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는데, 더구나 민주당까지 국민의힘 내부 상황을 꼬집어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여당 지도부가 당내 쓴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당장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1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국민의힘이 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한다면 김 최고위원 못지않게 막말을 쏟아낸 태 최고위원과 김미나 창원 시의원도 반드시 함께 징계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을 거세게 압박하기도 했는데, 총선까지 1년도 안 남은 시점에 당 안팎으로 지도부를 압박하는 상황에 몰린 김 대표가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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