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실언을 시작으로 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설화 논란까지 연이어 터지자 국민의힘 지도부의 미흡한 대응을 향한 비판 목소리가 당내에서 들끓자 김기현 대표가 13일 “최근 우리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도 아니고 다른 당을 창당해 그 당의 실질적 대표로 알려진 특정 목회자가 억지를 부리는데 우리가 일일이 언급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 당 정신이 어떤 특정 목회자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궤변”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서 “이런 막말에 동조하는 모습은 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수차례 자중을 요구했음에도 오히려 당 내외에서 이를 증폭시키는데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즉, 전 목사의 발언 논란을 비판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당에 해가 되면서 전 목사만 띄워주는 형국이 되기에 김 대표는 궤변에 대해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되며 사실상 연일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이슈화를 시켰던 홍준표 대구시장을 향해 에둘러 비판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실제로 김 대표는 “특정 목회자가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 지도부가 눈치를 본다는 게 말이나 될 법이냐.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고 불쾌감을 표하면서 “앞으로 이런 터무니 없는 언행으로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해줄 것을 요구한다. 국민의힘은 국민만 바라보고 더 큰 민심을 담아내기 위해 혁신과 변화를 선도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아울러 이날 회의에서 지도부는 중앙당 윤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를, 당무감사위원장엔 신의진 전 의원을 각각 선임했는데,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당 기강을 세우는 대표적인 두 개의 위원회인 만큼, 신임 위원장을 중심으로 위원 구성까지 조속히 완료해서 우리 당 구성원 모두가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높은 윤리 의식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전광훈 논란’의 수습 국면에 들어선 분위기가 엿보였다.

무엇보다도 황 신임 윤리위원장은 앞으로 당과 협의를 거쳐 모두 9명의 윤리위원단을 새롭게 구성하게 되는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리위가 구성되면 ‘5·18정신 헌법 수록 반대’와 ‘전광훈 우파 통일’ 등의 실언 논란을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이 1호로 징계 논의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전날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들 특정 종교인을 끊어내는 것이 대수인 양 뭐라고 하는데, 그런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며 “김종인-이준석 체제에서는 특정 목사를 끊어내야 하느니 하는 이야기가 왜 애초에 들리지 않았을까를 고민해보는 것이 옳다”고 지적해 사실상 당 지지율 하락이 전 목사의 탓이 아니라는 점을 에둘러 지적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비대위원장은 선출되는 데 있어서 그런 사람에게 빚질 것이 없는 위치다. 다 알다시피 나는 세 명과 함께 전당대회를 끝까지 마쳤다.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그냥 빚지지 않고 대표직을 수행하려고 했다”며 “그래서 김종인-이준석 체제에서는 부정선거론자들이나 특정 종교집단에 대해서 신경을 쓸 이유 자체가 없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정 종교인을 끊어내는 것은 이 상황에서 몸풀기 운동만큼도 안되는 행동”이라며 “결국 그의 불합리한 영향력 행사를 어떻게 차단하는지가 핵심이다. 지지율 하락의 이유는 그 종교인이 중요한 요인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같은 날 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YTN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하여 전광훈 목사의 동원력과 영향력을 높이 평가하고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 그는 “전광훈 목사가 거의 매주 토요일 또는 일요일에 탄핵 반대, 박근혜 석방 시위를 했다. 어떤 경우는 (참가 인원이) 10만 명을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며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많은 인원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은 정치, 사회, 문화 다 합쳐 몇 명 안 된다. 블랙핑크·BTS·윤석열·이재명·전광훈 목사 이 정도로 행동하는 지지층이 수만 명, 10만 명이라는 건 엄청난 파워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엄 소장은 “지금 전광훈 목사가 자유통일당 대표를 하고 있지만 태극기 부대 등 수십만 명으로 추정되는 강경 지지층이 국민의힘에 입당,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유지가 되고 있다”며 “그 대표성이라는 건 한 번 확보되면 그 영향력은 끈질기게 이어지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영상 편집 / 박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