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민주당 ‘독주’ 구도…與 의원들, ‘지역대표론’보다 ‘대야 협상력’ 무게 둬
홍준표 “모두 영남권으로 채워지는 사상 초유의 (투톱) 구도”에 아쉬움 표해

국민의힘 윤재옥 신임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윤재옥 신임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구를 지역구로 둔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주호영 의원의 뒤를 이어 집권여당의 새 원내사령탑에 오르게 돼 그가 선출된 데 대한 의미와 여소야대 구도가 여전한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원내 전략을 펼쳐나갈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여소야대 속 협상력 택한 與 의원들…尹, ‘드루킹 특검’으로 증명돼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단 2명만 출마한데다 윤 의원과 김학용 의원 모두 ‘친윤계’로 분류되고 두 의원이 동갑내기 친구 사이여서 경선 과정 동안 파열음이 일기는커녕 조용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기에 두 후보 간 차이점이라고 해봐야 김 의원은 당내 소통력과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수도권 원내대표론’, 윤 의원은 그간의 여러 경력을 내세운 ‘대야 협상력’을 가장 특징적으로 꼽을 수 있는데, 의총 표결 결과 윤 의원이 65표, 김 의원이 44표를 얻어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역 대표론보다는 당장 직면한 여소야대 상황 극복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양곡관리법, 방송법, 간호법 등 민주당이 줄줄이 본회의에 직회부하며 원내 과반 의석수를 바탕으로 사실상 의정을 일방 처리하는 상황 속에 존재감이 사라져버린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주당과 협상해본 실무 경험이 있고 유의미한 실적도 낸 바 있는 윤 의원을 택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윤 의원은 지난 2018~2019년 자유한국당 때 김성태 원내대표가 단신을 통해 드루킹 특검을 이끌어내자 당시 원내수석부대표로서 민주당을 상대로 한 달 동안 특검 세부 내용을 조율해냈고 결국 이 특검을 통해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징역형을 받게 되면서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선지 지난 4일 원내대표 출마 회견 때 윤 의원 스스로도 “꼼꼼한 원내전략, 탁월한 대야 협상으로 힘 있는 여당, 반듯한 국회를 다시 세우겠다”며 자신이 협상의 적임자임을 강조했는데, 이때 그는 여야 원내대표회담 정례화를 포함한 여야 의원 간 소통 기회 확보 등을 약속할 정도로 협치 의사를 피력했고 심지어 7일 당선 소감에서도 “지금 협상이 사실상 테이블에 같이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잘 안 되는 상황인 것 같다. 빠른 시간 안에 민주당 원내지도부, 또 지도부를 만나서 필요한 일들을 논의해보겠다”고 민주당과 만날 의지를 적극 드러냈다.

민주당에선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을 오는 13일 본회의 직회부 상정으로 표결 통과시킬 기세인데다 이달 중 임기가 만료되는데도 불구하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끝까지 매듭지으려는 모습을 내비치고 있어 촉박한 일정 속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박 원내대표와 마주앉아 주요 현안들에 대한 협상을 해야만 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발동했던 양곡관리법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재투표 추진 의사를 보이며 국민의힘에 TV토론을 제안하고 있어 이를 수용할지 여부도 당장 새 여당 원내대표로서 고민해야만 할 주요 당면과제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민주당 주도로 처리된 양곡관리법에 대해 거부권으로 맞받아쳤듯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나머지 법안에 대해서도 계속 거부권으로 응수할 경우 대통령과 야당의 직접 충돌로 갈등이 극을 달려 여당 원내대표가 협상에 나설 여지조차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건데, 일단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자체에 대해 ‘찬성’이 60%, ‘반대’가 28%로 나왔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도 ‘좋지 않다’가 48%, ‘좋다’가 33%로 나와 또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 野 “양곡관리법 재의결 등 협의하자…여당이 품 넓히고 대화 힘써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좌),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좌),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특히 대통령실 관계자가 7일 이를 의식한 듯 “여론조사 결과도 참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윤 의원이 선출된 데 대해선 “여소야대 상황이기에 야당과의 협력을 통해 국회를 잘 이끌어나가기 바란다”고 입장을 내놨는데, 야권 역시 한 목소리로 윤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 소식을 맞아 ‘협치’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이수진 원내대변인이 7일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일방 독주로 협치는커녕 정치조차 실종됐다. 무엇보다 ‘민심’과 ‘여야 협상 경험’을 강조한 윤 신임 원내대표가 국회의 권위를 복원하고 여야 협치의 계기를 만들길 기대한다”며 “당장 현안인 양곡관리법 국회 재의결을 위한 구체적 협의를 기대한다. 아울러 주요 쟁점 법안에 대해 법안 심사 거부와 대통령 재의 요구 건의라는 집권여당발 무책임의 악순환도 이 기회에 끊어내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원내대변인은 “마지막으로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전하겠다는 그 기백을 결코 잃지 않길 바란다. 대통령이 아닌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가 진정한 책임정치”라고 당부했으며 정의당에서도 같은 날 류호정 원내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윤 원내대표가 강조한 ‘민심의 힘’이 여야 협치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길 바란다. 복합위기와 민생위기 앞에 여야가 제시한 대책을 정책으로 실현하고,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의회정치를 복원하는 데 애써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입장을 내놨다.

특히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는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21대 국회는 여야 간 대화보다 대결과 반목이 일상”이라며 노란봉투법 등도 거부권 대상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윤 원내대표를 향해 “시민 삶에 무한 책임지는 집권여당이 보다 품을 넓히고 야당과 대화할 수 있게 힘써 달라. 정의당도 제2야당으로 협력할 것은 하겠다”고 호소했는데, 사실상 여당이 한 발 양보해나가면서 협상에 임하라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어 윤 의원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이날 원내대표 당선인사에서 윤 의원은 “거대야당의 폭주를 민심의 힘으로 막아내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공언했기에 결국 야당이 일방 처리하는 쟁점 현안 등에 있어 여당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해 맞대응하겠다는 뜻으로도 보이기 때문인데, 이날 양곡관리법, 방송법, 노란봉투법, 특검, 의원정수 축소 등 현안 관련 질문에 그는 “이런 저런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챙겨나가겠다. 좀 더 공부하고 숙고한 다음에 답할 것”이라고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더구나 ‘친윤’ 의원이기도 한 만큼 거부권을 행사하며 민주당과 충돌한 윤 대통령의 뜻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대통령실에선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최근 당정간 정책 교류 협력을 강화하고 있기에 새 원내대표가 가세하면 그런 흐름이 더 공고해지지 않을까 싶다. 새 지도부가 구성됐기 때문에 당정 협의를 하는 등 기회가 많아지지 않을까”라며 사실상 당정관계 강화도 기대하고 있고 윤 의원 역시 이날 “윤 정부의 성공”을 외쳤던 만큼 내년 총선 전까지 윤 정부의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등에서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해 사실상 ‘협치’에 무게를 둔 협상보다 야당과의 ‘기싸움’ 형태로 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다만 윤 의원은 이날 당정관계와 관련해 소통 강화 및 품질 제고가 필요하다면서 “정기적으로 협의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현안이 있을 때 수시로 협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야 정책이나 입법 과정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는데, ‘실수를 줄인다’는 의미에 비추어 무작정 대통령 뜻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야당이나 여론으로부터 비판 받을 여지가 없도록 수정해나가겠다는 의미로도 비쳐지고 있다.

◆ 尹, 총선 전략부터 당내 화합까지 與 자체 ‘숙제’도 풀어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좌), 홍준표 대구시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좌), 홍준표 대구시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야당이나 당정 간 관계도 복잡한 과제지만 윤 의원은 내년 총선까지 원내사령탑을 맡게 되는 만큼 총선 전략부터 공천 잡음 최소화는 물론 친윤과 비윤 혹은 노선갈등으로 인한 내부 불협화음 등 국민의힘 자체 문제도 살펴봐야 하는데, 먼저 윤 의원은 총선 공천과 관련해선 “누구든 물갈이를 위한 물갈이 대상이 되거나, 경선도 못해보는 억울한 일을 당해선 안 된다”며 공정한 공천을 강조했고 이준석 전 대표 등 당 안팎의 친윤·비윤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지 묻는 질문엔 “원팀,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당 단합, 총선 승리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하겠다”고 이 전 대표까지 끌어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임자인 주호영 의원도 전날 퇴임 기자회견에서 ‘새 원내지도부에 제언할 게 있는가’란 기자들의 질문에 “첫째는 당내 화합이다. 의원들 간 화합과 소통이 가장 중요하고 새 원내지도부는 편가르기 하지 말고 화합, 소통하는 일을 가장 최우선으로 두면 좋겠다”고 답한 바 있는데, 윤 의원은 이 발언도 인용해 “주 원내대표가 퇴임하면서 ‘단합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는데 같은 생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윤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7일 페이스북에서 “모두 영남권으로 채워지는 사상 초유의 구도가 됐다. 부디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도 배려하는 그림으로 채워졌으면 한다”고 꼬집었으며 같은 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선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저조한 상황을 들어 “30%대를 왔다 갔다 하는데, 대통령실과 당의 정치력 부재고 민심을 제대로 읽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여당 지도부에 쓴 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울산이 지역구인 김기현 대표에다 대구가 지역구인 윤 원내대표로 ‘투톱’을 이뤄 내년 총선의 승부처가 될 수도권 출신 인사는 없이 당의 지지기반인 영남 출신에 집중된 모양새를 지적한 발언으로 보이는데, 앞서 이날 경선에서 “수도권에서 원내대표를 했을 때 우리가 이긴 사례가 거의 없다. 정치적 지향점, 방향으로 외연확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윤 원내대표는 당선 후 회견에서 내년 총선의 ‘수도권 전략’을 묻는 질문에 “지역별로 분리해 대책을 세우기는 쉽지 않고 중도층의 민심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다. 결국 정책 방향이나 정치 지향 등을 생각하면서 고민해야 하지 않나”라고 밝혔다.

또 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시간을 갖고 구체적으로 분석해보겠다. 중도, 미래 세대에서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는 보도를 봤는데, 그 부분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종합적으로 보겠다”고 답변해 지역보다는 ‘중도층’ 잡기 등에 방점을 두고 선거 전략을 짜내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다만 새 원내지도부 구성에 대해 “다음주 전원위원회가 끝날 때까지는 인사를 안 할 생각이고 그 기간에 의견을 잘 듣고 판단하겠다”고 밝혀 향후 원내지도부 구성을 통해서라도 ‘지역 안배’ 모습을 어느 정도 보여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