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과 대화 나선 이재명…안철수 이어 황교안 만난 김기현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만나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사진 / 권민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만나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대표 모두 최근 당내 파열음을 수습하고 통합, 화합으로 나아가는 데 부심하는 모양새여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안철수 이어 황교안 만나 ‘연·포·탕’ 시동 건 김기현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 김 대표는 자신이 공언한대로 ‘연대·포용·탕평’의 연·포·탕 공약 이행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당 대표 경선 당시 자신을 향해 의혹을 제기하며 거세게 공세를 폈던 경쟁주자들을 만나 총선을 위해 협력해 달라고 손을 맞잡았다.

먼저 3·8전당대회가 끝난 지 닷새 만인 지난 13일 안철수 의원을 만나 당내 과학기술 분야 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제안한 김 대표는 안 의원과 비공개로 20분간 대화를 나눈 뒤 “안 의원과는 앞으로 총선 압승을 위해 많은 공조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비록 안 의원은 김 대표가 제안한 당직을 고사했으나 같은 날 저녁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용인지역 경선선대위 해단식에선 “당을 적극 돕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도록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역설했다.

여기에 최고위원들도 안 의원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김재원 최고위원은 13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안 의원은 대표 선거에서 마지막 날 투표가 진행 중일 때 최후통첩을 날렸는데도 막상 결과 발표되니 오히려 ‘원팀’이라 하고 승복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당의 일원으로 앞으로 활동할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또 김병민 최고위원도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 의원과 관련 “우리 당의 다양성을 상징하기도 하고 합당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20% 넘는 책임당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총선 때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라며 “또 대권주자로서 활동하실 분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를 잘 살려갈 수 있도록 저희도 받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대표는 14일엔 자신에게 ‘울산 KTX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경선 내내 압박했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여의도의 한 호텔 일식당에서 만나 1시간가량 오찬 회동을 하면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원팀으로 가자”고 손을 맞잡은 것으로 밝혀졌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동에 대해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말씀 나누셨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원팀으로 함께 가자는 말씀을 하셨다. 집권여당으로서 해야 할 것은 일자리, 집값, 세금 문제 등 민생경제에 대해 확실한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서로 공감했다)”고 밝혔는데, 황 전 대표도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서로 협력하고 당과 나라가 어려울 때 당과 나라를 살릴 수 있는 협력의 틀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의 논의가 있었고 저는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앞으로 열심히 또 잘 챙겨나가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줬고, 앞으로 자주 연락하겠다고 한다. 나도 앞으로 연락 자주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황 전 대표는 자신이 전당대회 말미에 거론한 ‘대여투쟁’과 관련해 “(협력과) 병립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병립할 수 있는 것이기에 그렇게 추진해 가도록 하겠다. 필요하다면 우리 안의 잘못한 부분도 고치고 민주당이 잘못한 부분도 고치는 것”이라며 당 대표 선거 이후 주장한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서도 “지금도 그 부분에 관해 검토 중에 있다. 전문가 두 사람이 붙어서 하고 있는데 검증이 다 끝나면 좀 더 자세한 말씀을 드리겠다”고 여운을 남겨 경선 후폭풍이 아직 완전히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 ‘친윤’ 지도부, ‘비윤’ 유승민·이준석과도 함께 할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좌), 유승민 전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좌), 유승민 전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특히 대통령실과도 충돌해 ‘반윤’으로까지 비쳐지는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와도 새 지도부가 함께 할지는 단언하기 쉽지 않은데, 일단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당에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유 전 의원에게 손을 내밀려고 하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민주당에선 국민의힘의 새 당직 인선에 친윤계와 영남권 인사들이 대거 포진된 점을 꼬집어 14일 박홍근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 ‘직할 체제’를 완성했다. 김 대표가 끓인다는 연·포·탕은 친윤계와 영남 출신이 아니면 국물도 먹을 수 없는 모양”이라고 흔들기를 시도했는데,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병민 최고위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강대식 의원을 이번에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강 의원 같은 경우 사실상 유승민 전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국회의원”이라며 “지명직으로 최고위원은 딱 한 자리밖에 없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상징성이 큰 의미를 둔다”고 유승민계 임명을 들어 반박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당직 인선에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취지의 비판에 대해서도 김병민 최고위원은 “김예령 대변인, 윤희석 대변인이 임명됐는데 이 두 분의 공통점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라며 “누군가 함께 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제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경력을 갖고 활동해왔던 사람들이 능력과 역량이 있으면 국민의힘 내에서 얼마든지 그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연포탕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를 포용할지에 대해선 지도부 내 온도차가 없지 않은데, 김재원 최고위원은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이 당직에 기용된다면 연포탕의 상징처럼 되지 않겠냐’는 BBS라디오 진행자의 질문에 “당이 잘 되기를 바라서 하는 쓴 소리를 훨씬 넘어서 상당히 문제 있는 발언을 계속 하고 있고, (이 전 대표는) 사람이 잘 안 바뀌니까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면 태영호 최고위원은 같은 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계속 비윤, 친윤으로 갈라져 싸운다면 총선 이길 수 없다. ‘총선을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면 다 같이 가는 게 옳다”고 이 전 대표와 함께 할 의지를 보였다.

이 같은 새 지도부의 모습에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사안에 대해 태영호 최고위원보다는 김재원 최고위원의 말이 옳다. 안철수는 안고 가고, 이준석은 안고 가지 않아야 한다. 어차피 비상식과 상식의 구분인데 선명하게 해야 한다”며 “비상식의 품으로 모두 안으면 안 된다. 연포탕이라는데 어차피 모두 모아서 한 솥에 삶으면 된다”고 사실상 함께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당초 이 전 대표와 이전 지도부 때부터 충돌해온 조 최고위원이 14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성찰이나 반성의 자세가 보인다면 모두 같이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금이라도 본인의 역할을 되새기고 과거에 당으로부터 어떤 기대를 받았었는지 생각해봤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치열했던 지난 전대 과정에서 인신공격성 발언들이 난무했는데 이번 경선에서 드러난 당원들의 표심을 바탕으로 (친이준석계가)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공을 넘겨 조건부지만 이 전 대표 측과 함께 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변화를 보여줬다.

아울러 김 대표도 이준석계 당권주자였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만나려고 시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14일 천 위원장과의 회동 여부에 대해 “계속 연락하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이 전 대표도 연포탕 대상이냐’는 취지의 질문엔 “특정인을 지목해서 연포탕이냐 아니냐는 적절치 않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고 국민의힘 정권이 내년 총선과 이어지는 지방선거, 대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는 데 공감하는 분이면 민주당 인사라고 해도 큰 틀에서 대통합의 대상”이라고 답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 이재명, 민주당에 ‘단합’ 강조…“우리끼리 싸우느라 자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한편 ‘친명’과 ‘비명’으로 갈라져 내홍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인 민주당에서도 이재명 대표가 직접 나서서 단합과 단결을 호소하는 행보를 하고 있는데, 이 대표는 14일 민주당 당사에서 연 소통 행사에서 “의견이 다르다 해서 색출하고 청원해 망신주고 공격하면 기분은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당의 단합을 해친다”며 “적대감이 더 강화될 것이고, 그러면 누가 손해인가. 당 전체, 민주진영 전체에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고 강성 지지층에 자제를 촉구했다.

심지어 이 대표는 “누굴 제명하자 청원하고 그러면 제가 뭐가 되겠나. 집 안에 폭탄을 던지는 것과 똑같다”며 “징계 청원, 이런 것들도 더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점점 감정이 더 상하지 않나”라고 발언한 데 이어 “전 지금 당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다. 최대한 갈등을 줄이고 힘을 합치고 간극을 줄여 가야 하는데 못하게 만드는 결과가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을 ‘7적’으로 묘사해 유포한 포스터에 대해 “전 저쪽에서 변복시켜 파견한 그런 사람들이 그런 게 아닐까 싶다”며 “원래 싸워야 할 상대가 아니라 우리끼리 싸우느라 자멸할 수 있다. 상대가 가만히 있는데도, 별 것 안 해도 성과를 거두는 상황이 온다”고 내부 충돌을 그만둘 것을 주문했고, 자신과 마주한 당원들을 향해선 “(싸움을) 말려주면 어떨까”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표는 “내년 총선이 얼마나 중요한가.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 실제 벌어지지 않게 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며 “균열과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이겨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작은 차이나 이런 것을 넘어 우리가 단합, 단결해야 한다”고 총선을 내세워 당원들을 설득했다.

이 뿐 아니라 그는 “당 지도부가 소통이 부족했던 것은 맞다. 아무 잘못이 없어, 다 그쪽 문제야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다”고 자세를 낮추기도 했으며 “당내 분란이 심해지고 격화되는 데 누구 책임이 얼마인지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결국 책임자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다만 이 대표의 이 같은 소통 행보가 그간 격하게 벌어져온 내홍을 잦아들게 할 수 있을지는 확언할 수 없다.

그래선지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024 총선 공천제도TF 제1차 회의’에 참석해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데 있어 당내에서 누구나 수긍하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공천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중요한 과제”라고 힘주어 말했으며 11명인 이 TF에는 단장인 이개호 의원을 비롯해 9명을 비명계로 구성하고 친명계는 단지 문진석·이해식 의원만 포함시키는 등 실질적으로 민감한 부분인 총선 공천에 대해서도 ‘비명계’의 반감을 잦아들게 하려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양새여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