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없으면 보이는 허술한 점들…조악한 IR자료‧허위 공문 등
상장 회사 홈페이지상 주소엔 창고만, 계열사 아닌데 계열사처럼
취재 시작하자 기사 일부 삭제 및 블로그 포스트도 일부 사라져

다음달 10일 상장한다는 A사 홈페이지상 주소지 건물 (사진 / 강민 기자)
다음달 10일 상장한다는 A사 홈페이지상 주소지 건물 (사진 / 강민 기자)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비상장 공모주 사기는 욕심 없이 바라보면 허술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쉽게 속는다. 몇가지만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면 비상장 공모주 사기에 당하지 않을 수 있다.

■ 상장심사 승인도 일주일 전에 알 수 있다는 사기꾼들

본 기자가 비상장 공모주사기와 관련해 긍정적으로 응하자 카카오톡 메시지로 도착한 A사 IR자료와 한국거래소 공문은 얼핏 봐도 그럴 듯하지 않았다. IR자료는 희망으로 가득 찬 비전을 제시하지만 조악한 수준이다. IR자료는 투자를 권유하기 위한 것인데 픽셀이 깨진 이미지가 다수 발견된다. 이 IR자료를 보고 누가 투자를 결정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한국거래소 공문에는 상장심사 승인일이 일주일 후로 돼있다. 이와 관련한 지적에 사기꾼으로 추정되는 자는 “서류를 일주일 전에 받아보고 있으며 그전부터 다 작업이 어느 정도 돼 있는 기업을 컨택하는 부분이다”라며 “그래서 저희가 선매집을 할 수 있으며 실수 없이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며 어느 정도 정보를 알고 매집을 해야 저희도 손해를 보지 않늗다”면서 “처음이다보니 모르는 부분이 많을 수 있다 궁금한 건 바로 말해달라”고 답했다.

처음이다보니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 사기꾼이 제시한 A사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우선 이들이 제시한 자료의 검증이 필요했다. 한국거래소에 공문을 보여주자마자 실시간으로 허위 공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공문에 나온 인물의 부서와 직책이 다르고 ‘상장공시팀’ 이라는 팀은 없다는 것.

한국거래소 공문에 나온 심사승인일이 일주일 전인데 맞냐라는 지적을 비상장 공모주 사기꾼에게 하자 돌아온 답변 (사진 / 강민 기자)
한국거래소 공문에 나온 심사승인일이 일주일 전인데 맞냐라는 지적을 비상장 공모주 사기꾼에게 하자 돌아온 답변 (사진 / 강민 기자)

사기꾼들이 제시한 A사 기사 캡쳐 등을 실제로 검색해 봤다. 실제로 기사가 몇 건 있었다. 기사에는 문제가 없지만, 실상을 알고 나면 이 기사들 또한 허위다. 특별한 확인 작업 없이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또 블로그 등에서 장외 주식 거래하는 법 등으로 A사 상장 소식을 홍보하고 있었다. 최근 일주일 새 블로그 포스팅 수가 몇건 더 늘었다. 이 블로그에는 개인 전화번호가 노출돼있다.

■ 조악한 IR자료 등 바탕 다수 현장 방문해보니, 상장 의지 전혀 없어

A사 홈페이지에 나온 주소로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주소를 지도 앱 등에서 확인했더니 도저히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 규모로 보기 어려운 곳에 있었다. 지도 앱에 나온 사진과 현장은 거의 동일했다. 이곳은 창고로 쓰이는 건물로 보였다. 굳게 닫힌 셔터문에는 ‘창고 앞 주차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이 현장에서 A사 화장품 사업부문 총괄을 하고 있는 이를 만날 수 있었다. 상장에 대해 묻자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본인은 화장품 사업만 하고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이 때까지만해도 상장이 정상 진행되는데 오해한 것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이후 기업 IR 자료에 나온 B사를 방문 후 기업 관계자들도 모른 채 비상장 공모주 사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B사는 작년 사우디아라비아기업인 바그라프스틸과 철강 스크랩 등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본지가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었다. 이 사실이 기사 등에 노출될 때 A사 계열사인 것처럼 보여 A사가 마치 실적이 급격하게 발생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B사 대표는 “A사 계열사가 아니라 A사 최명호 대표가 작년엔가 우리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말을 했었다”며 “이제 몇 달 내로 사정이 나아지면 최 대표의 투자도 사실상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B사 대표는 현재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알고있냐고 묻자 “사실상 우리 회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며 최 대표가 B사 지분을 가진 것은 없다”며 “다만 과거에 최 대표로부터 투자를 받은 적은 있는데 작년 투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을 당시 최 대표가 본인에게 대표를 주면 투자 관련 일을 하기 쉽다고 해 등록은 한 바있다”고 답했다.

결론적으로 B사와 A사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을 뿐 회사와 관련된 일로 엮여 있지 않다는 것이 김 대표가 강조한 내용이다.

사기꾼으로 추정되는 자가 제공한 A사 IR자료 ⓒ시사포커스DB
사기꾼으로 추정되는 자가 제공한 A사 IR자료 ⓒ시사포커스DB

수소문 끝에 어디에도 정보가 노출돼 있지 않은 A사 서울 사무소에서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A사 대표는 “상장을 준비하는 것은 맞지만 시기는 올 하반기나 내년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3월 10일 상장을 하려면 상당한 준비를 마친 상태여야 하는데 지금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사기꾼들이 다음달 10일 상장을 한다고 A사 주식을 팔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하자 “모르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당황했다.

취재결과 실제 상장과 관련된 정보는 모두 허위였고 포털사이트 등에 노출된 정보도 완전한 사실인지도 명확치 않았다.

취재 중에 A사 기사 일부가 삭제됐고 블로그 포스팅도 일부 사라졌다. A사 대표는 본 기자에게 통화로 “검색을 해보니 우리도 모르는 새에 일이 일어난 것 같다”며 “조치를 취했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취재 시작 후 A사 기사를 출고한 한 매체의 기사가 삭제됐다. ⓒ시사포커스 DB
취재 시작 후 A사 기사를 출고한 한 매체의 기사가 삭제됐다. ⓒ시사포커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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