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구속요건 전무하다” 역설…민주당, ‘소속의원 전원 참석’ 검사독재 규탄대회 열기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검찰의 영장청구와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검찰의 영장청구와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검찰이 예고했던 대로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도 강하게 반발하면서 규탄대회를 열고 맞대응하기로 했는데, 일단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진 만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구속영장 청구 요건·내용 문제 삼은 이재명 “의연히 맞설 것”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시각, 난방비 지원 점검 간담회에 앞서 서울 관악구에 있는 경로당을 찾아 기초연금 부부합산 감액 문제를 거론하는 등 자신과 관련해선 말을 아낀 채 민생 행보를 이어갔던 이 대표가 결국 같은 날 오후에는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희대의 사건”이라며 검찰과 윤석열 정권을 강도 높게 성토하는 입장을 내놨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저는 한 점의 부정행위를 한 적 없고 부정한 돈 단 한 푼도 취한 적 없다. 경찰과 검찰, 감사원, 상급기관들이 먼지 털 듯 털어댔지만 관련자들의 번복된 진술 외에는 어떤 범죄증거도 발견할 수 없었는데 그건 범죄사실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오늘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자 사사로운 정적 제거 욕망에 법치주의가 무너진 날”이라고 영장에 적시된 혐의를 전혀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그는 법적으로도 구속영장 청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 “일거수일투족이 생중계되는 제가 가족을 버리고 도주하겠나. 가족들과 거주하는 주거가 분명하고 수치스럽기는 했지만 오라면 오라는 대로 검찰 소환 요구에 성실하게 응했다”며 “사상 최대 규모의 수사진에 의한 수년간의 수사, 1백번도 넘는 압수수색에 수백 명의 관련자 조사를 다 마쳤는데 인멸할 수 있는 증거가 남아있기나 하느냐. 조금의 법 상식만 있어도 구속요건이 전무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표는 “물가 폭탄과 이자 폭탄으로 국민 삶이 무너지는데 국정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제1야당 대표가 국민 곁을 떠나겠나.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국가권력을 정적 제거에 악용하는 검사 독재정권은 반드시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검사 독재정권의 헌정질서 파괴에 의연하게 맞서겠다”고 끝까지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는데, 특히 검찰이 영장에 대장동 의혹 관련해 4895억원 배임 혐의를 적시한 데 대해선 회의가 끝난 뒤에도 “대법원 판결에도 어긋나는 억지 주장”이라고 지적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속 사유에 ‘야당 대표의 영향력이 크다’고 써놨더라. 제가 변호사에 수십년간 종사했는데 야당 대표니까 구속해야 된다, 영향력이 커서 구속 필요성이 있다 등이 적시된 영장은 처음 봤다. 기가 막혔다”고 검찰에 일침을 가했는데, 다만 ‘곧 국회로 넘어올 체포동의안 표결을 자율투표로 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보느냐’거나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직접 영장실질심사에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어떤 입장이냐’는 등의 기자들 질문엔 답변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 결과 확신 못하는 李 체포동의안? 내주 의총 ‘분수령’ 되나

국회 본회의장 모습. 사진 / 김기범 기자
국회 본회의장 모습. 사진 / 김기범 기자

이 대표 주장대로 검찰의 영장 청구 사유나 내용이 일고의 가치도 없을 정도로 자신 있다면 도리어 불체포특권 포기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여론에 자신이 결백하다고 확실하게 호소하거나 심지어 당초 자유 투표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던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해서라도 부결을 당론화하지 않겠다고 답변하면 되겠지만 끝까지 침묵을 지킨 데에는 한편으로 단독 과반이라 충분히 부결시킬 수 있는데도 일말의 가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없지 않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입장을 내놓은 민주당 의원들은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냈는데, 안민석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민주당은 과감하게 담대하게 부결시키면 된다. 이탈표는 5표 이내로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 가결 예측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고, 심지어 비이재명계로 꼽히는 당내 중진인 이상민 의원 역시 이날 KBS라디오에서 가결 가능성에 대해 “제가 볼 때는 그렇지 않다는 분위기가 더 많다”고 발언했다.

반면 또 다른 비이재명계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체포동의안을 보고 입장을 정하겠다는 의원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친이재명계 측에선 이 같은 목소리에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려는 듯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당한 검찰 수사와 영장 청구에 대해 양심과 상식을 가진 우리 당 의원들이 어떤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겠나”라고 힘주어 말했으며 정청래 최고위원도 “체포동의안은 0.1고의 가치도 없다. 똘똘 뭉쳐 부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고, 급기야 안 의원은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굳이 자당 의원들에 이런 엄포까지 놓는 데에는 일견 우호표일 줄 알았던 야권인 정의당이나 일부 무소속 의원마저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찬성 입장을 보이기 때문인데, 일례로 이정미 정의당 대표만 해도 16일 YTN라디오 ‘이슈 앤 피플’에서 “민주당 의석만으로도 충분히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것”이라면서도 “부결되면 계속 민주당은 방탄에 대한 문제 제기를 받을 것”이라며 “정의당은 창당 이래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의 특권이기 때문에 내려놓아야 한다는 당론에 입각해 어떤 당이든 체포동의안에 대한 찬성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안인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강제하는 것은 자칫 비명계를 자극해 당내 파열음만 격화시킬 수 있기에 이를 거론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돼 이르면 27일 표결에 부쳐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내부 결속을 다지고 비이재명계 의원 등 당내 인사들과 적극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암시하듯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 의견을 마련해야 하니 다음 주에 의총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이 대표가 이번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의원들에게 친전을 보낼 것 같다”며 “정확하게 대표의 입장을 의원들에게 보내고 의총을 열어 내용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고, 체포동의안 부결 여부 등을 정하는지 묻는 질의엔 “의총에서 많은 의원이 얘기할 것이다. 여러 안이 제시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 규탄대회 전원 참석시켜 이탈 불식?…정의당發 ‘특검’에 동참도

김용민 의원을 비롯해 안민석, 황운하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김건희 여사 특검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김용민 의원을 비롯해 안민석, 황운하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김건희 여사 특검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특히 박 대변인은 “당에선 이 대표에 대한 부당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모든 의원들이 대체로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 대표 사퇴 가능성엔 분명히 선을 그었는데, 그러면서도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성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 기자들과 의원들에게 보낼 것이다. 아마 주말 안에는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고, 전국 17개 시·도당위원장에게는 이미 이날 ‘전국지역위원장 연석회의 및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 참석 요청 관련 공문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박 대변인은 “내일 오전 10시 반에 긴급 전국지역위원회 위원장 회의를 소집하는데 원외 위원장도 있고 현역의원 모두 포함해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전국위원회 회의를 열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11시30분에는 윤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가 열릴 예정인데 국회의원 전원과 수도권 지방위 전 당직자와 보좌진, 원외 지역위원장까지 포함해 진행할 것이다. 오늘과 내일, 이번 주말은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성에 대해 얘기하고 다음 주가 넘어가면 원내 차원의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처럼 전국위원회 회의부터 규탄대회에 이르기까지 ‘의원 전원 참석’을 분명히 한 데에는 체포동의안이 무기명 투표인 관계로 누가 가결 표를 던져도 정확히 특정할 수는 없기에 의원 개개인마다 내심 가지고 있는 체포동의안 처리 여부에 대한 입장과 별개로 사실상 이 대표에 대한 체포나 구속은 부당하다는 단일대오를 내주 의총에 앞서 강제로라도 형성케 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규탄대회의 경우 참석 대상이 약 1500명에 이르는 이례적일 정도의 대규모로 여기선 이 대표가 직접 연설에 나설 뿐 아니라 대장동·김건희 특검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발언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미 이날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고민정 최고위원이 “떳떳하면 김 여사부터 수사하라고 지시하라”거나 장경태 최고위원이 “검찰이 할 일은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터무니없는 영장 청구가 아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라고 김 여사에 맹공을 퍼부은 점도 이런 전망에 한층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 여사를 겨냥한 이 같은 민주당의 십자포화는 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날 법사위에서도 쏟아져, 기동민 의원은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수사와의 형평성을 꼬집어 “공정성을 잃어버린 무도한 정권이다. 정권이 하는 일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표적수사, 정치보복수사”라고 검찰을 맹폭했는데, 다만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과 만나 “야당 대표의 정치적 활동에 대해 수사하거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게 아니라 기초단체장 재직 때 이뤄진 공직비리에 대해 수사하고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충분한 물적 증거와 인적증거를 확보했고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했다”고 민주당 측에 반박했다.

또 체포동의안 부결이 예상되기에 구속영장 청구의 실익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총장은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하는 것이고 국회는 국회의 일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 국회에서 어떤 절차가 이뤄질지 예측하고 검찰의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며 이 대표가 도망이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어 구속사유가 없다고 항변한 데 대해서도 “구속영장 청구 기준은 특정인에게 별도의 기준이 있을 수 없고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을 따랐다”고 응수했다.

이 뿐 아니라 ‘도이치모터스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데 대해서도 이 총장은 “모든 사건에 있어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기준과 원칙을 따를 것이다. 수사팀이 그런 원칙을 갖고 수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변하는 등 검찰 역시 전혀 물러설 뜻이 없기에 민주당으로선 한층 특검으로 압박하는 행보를 취할 것으로 보이는데, 정의당이 지난 14일 법안 발의 정족수인 10명에 못 미쳐 국회의 협조를 호소했던 대장동 특검법에 대해서도 이 대표에 영장 청구된 이날 박용진·이용우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동참해 발의 요건을 충족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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