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이번엔 민주당 의원들 대동 없이 변호사 1명만 동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앞에서 검찰 출석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TV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앞에서 검찰 출석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TV 캡처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오는 27일 출석하라고 통보했었는데, 출석 요구에 응하지 말라는 당내 일각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오는 28일 검찰에 변호사 1명만 대동하고 출석하겠다고 18일 입장을 내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불응해야” 권해도 檢 출석 밝힌 李 “잘못 없어도 가겠다”

성남FC 의혹으로 이 대표를 소환 조사했던 검찰이 대장동·위례 개발 의혹으로도 출석하라고 다시금 소환통보하자 민주당에선 당초 이에 불응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중론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차원의 분위기는 최고위도 그렇고 검찰의 무도한 행보에 대해 호락호락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으며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검찰의 소환요구는 정치 탄압을 위한 부당한 망신주기 출석 요구이기 때문에 응해선 안 된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전한 바 있다.

다만 민주당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앞서 같은 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표가 검찰의 추가 소환통보에 응할지를 놓고 전날 열렸던 의원총회와 관련 “양론으로 나눠졌다.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검찰이 두 번, 세 번 계속 불러도 그때마다 나가는 게 좋다는 입장을 내놓은 이 의원은 “피의자 심문은 검찰 수사를 위한 절차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방어하고 변호하는 그런 기회이기도 해 이 대표에게 ‘그 기회를 살려 무고함을 철저히 방어하고 변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적 의혹이 여러 개 있었고 또 예견된 것이기에 준비를 당연히 했어야 됐다. 이 문제는 당이 합심해서 정치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이 대표가 감당해야 될 개인적 명예의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으며 같은 날 국민의힘에서도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에 소명해야 할 비리가 줄줄이 사탕이다. 검찰 출두해서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하는 등 수사 받는 사안이 하나가 아님을 강조하면서 이 대표에게 검찰 출석하라고 압박했다.

결국 이 대표는 같은 날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아무 잘못도 없는 제게 또 오라고 하니 가겠다”며 검찰 출석 의사를 밝혔는데, 그러면서도 그는 검찰을 겨냥 “사법 영역은 매우 중립적이고 공정해야 질서 유지가 가능하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검찰은 공정하게 권한 행사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편파적으로 권력을 남용한다. 오로지 내가 가진 권력을 내 마음대로 행사하겠다는 이런 독재적 행태를 확실하게 보이고 있다”고 맹비난하며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 대장동 외에도 의혹 ‘줄줄이’…李, 피할 수 없으면 선제 대응?

태국에서 체포된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사진 / ⓒ뉴시스
태국에서 체포된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사진 / ⓒ뉴시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대표는 대장동 의혹 등에 대해 “민간 개발하지 않고 공공개발해서 개발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환수하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그래서 개발 이익의 절반 이상을 땅값이 오르기 전 기준으로 하면 70% 넘게 돈 한 푼 안 들이고 위험 부담 하나도 안 하고 성남시민을 위해서 환수한 게 배임죄냐”라며 “없는 죄도 만들고, 있는 죄도 덮으면서 사적 이익을 위해 검찰 권한을 남용하는 일부 정치 검찰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고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검찰에 항변했다.

이처럼 검찰의 소환통보에 응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굳이 검찰에 공세적 자세를 취한 데에는 사실상 검찰 출석 전 여론전 성격도 없지 않은데, 이 대표는 이미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던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에 제출했던 서면 진술서를 전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면서 검찰이 적용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 혐의를 꼬집어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는 형량이 같다. 공무원이 사익을 도모하지 않고 공익행위를 했는데, 사적 이익을 취한 경우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하는 등 검찰 출석도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당장 검찰이 소환통보한 성남FC 후원금 의혹이나 대장동·위례 개발 의혹 외에도 전날 국내 송환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사안에 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 역시 이 대표가 무작정 검찰의 소환통보를 묵살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만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아직 김 전 회장 의혹으로 이 대표가 소환통보 받지는 않았지만 여당에선 이미 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쌍방울 전 비서실장 엄모씨가 지난 17일 수원지법에 출석해 가까운 관계였다고 증언했던 부분 등을 들어 이 대표에 맹공을 퍼부었다.

실제로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거짓을 일삼는 이 대표 모습에서 뻔뻔함을 넘어 국민 무시까지 느껴진다”고 일침을 가했으며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쌍방울과의) 인연이라면 내의 사입은 것밖에 없다’던 이 대표의 발언을 비꼬아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은 ‘내의를 사 입은 인연’이 아니라 ‘내의까지 바꿔 입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정 위원장까지 같은 날 SNS를 통해 “이 대표는 둘만 입을 닫으면 된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둘의 관계를 입증해 줄 증인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현재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은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라고 지적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여기에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지난 17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박정오 전 성남시 부시장 등을 소환한 데 이어 18일엔 화천대유자산관리 김만배씨도 소환 조사하는 등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수사 속도를 올리고 있고 해당 의혹이 걸친 기간이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한 시절부터 약 11년여 년에 달하기에 이 대표에 대해선 검찰이 27일 뿐 아니라 30일 등 최소 2회 출석을 요구할 가능성도 흘러나왔던 만큼 이 대표가 고심 끝에 검찰 출석에 응하는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 李 “28일 토요일에 변호사 1명만 대동하고 출석”, 왜?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의재' 창립 기자회견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의재' 창립 기자회견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대신 검찰 출석에 응하더라도 미리 유리한 방향으로 주도권은 쥐겠다는 듯 검찰이 제시한 27일이 아니라 토요일인 28일에 출석하겠다고 이 대표는 밝혔는데, “수없이 많은 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주중에는 일해야겠으니 토요일에 출석하겠다”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앞서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받았던 지난 10일엔 평일인 화요일이었던 만큼 일각에선 휴일인데다 상대적으로 여론의 관심이 덜한 주말인 토요일을 택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이 대표는 “변호사 한 분을 대동하고 가 당당하게 맞설 것”이라고 밝혀 지난 10일 1차 검찰 출석 때처럼 수십명의 의원들이 동행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는데, 이와 관련해선 앞서 같은 날 이상민 의원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후 검찰로부터 조사 받을 때 이 대표는 가능하면 의원들을 대동 안 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이 대표가 조사받는 데 큰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여론’ 측면에서 그렇게 좋지는 않다”며 홀로 나갈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렇듯 이 대표가 ‘당과 분리 대응’으로 태도를 바꾼 데에는 여론의 영향도 없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는데,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에게 실시한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민주당 대응 태도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야당 대표이므로 민주당 공동대응’(45.6%)이란 답변보다 ‘개인의 문제이므로 민주당에서 대응하지 않아야 함’(47.1%)이란 답변이 오차범위 내 앞선 것으로 나온 점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지지정당이 없다고 밝힌 무당층에서도 44.3%가 민주당에서 대응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해 민주당이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42.7%)보다 오차범위 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비단 이 같은 여론 동향만 고려한 게 아니라 한편으론 비이재명계의 ‘분리 대응’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사법리스크 때문에 당 내부가 분열되고 ‘이재명 체제’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차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무엇보다 박범계·전해철·도종환·정태호·이용선·윤영찬·한병도·고민정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출신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이날 문 정부 출신 인사들의 정책 포럼인 ‘사의재’ 창립 기자회견에 대거 참석하는 등 당내 분위기도 이 대표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되는데, 비록 도 의원이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친문의 범위를 뛰어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론의 장이고 이 대표하고도 얘기를 나눴다”고 밝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확산되는 시점에 친문계가 세 결집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엔 선을 그었지만 우연이라기엔 시점이 묘하다는 점에서 좀처럼 의심 어린 시선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문 전 대통령 딸의 권유로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문 전 대통령이 책방을 열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이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서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친문계’의 재기를 잔뜩 경계하는 상황 속에 급기야 이 대표와 당내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다 패한 뒤 미국으로 떠난 이낙연 전 대표까지 이번 ‘사의재’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이 대표 지지층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교롭게도 친문계가 모여 만든 민주주의 4.0도 같은 날 국회도서관에서 올해 들어 첫 월례 세미나를 열고 선거제 개편 필요성과 방향성을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는데, 현직 의원 7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모임의 이번 토론회엔 그 절반에 못 미치는 20명가량만 참석했으나 친문계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된 이후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게 만드는 모양새다.

그래선지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 전 대통령의 책방에 대해 “비명계 정치인들의 사랑방”이라고 규정한 뒤 “이제 정말 이 대표는 홀로 광야에 버려진 듯하다. 민주당 내부에서 ‘포스트 이재명’ 시나리오가 이미 준비됐다는 소문이 돈다”며 이 대표가 변호사 한 명만 대동한 채 검찰 출석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민주당도 이 대표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비꼬았는데, 이 같은 압박 속에 오는 28일 사실상 홀로 검찰에 맞서야 할 이 대표가 과연 위기를 돌파해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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