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확산세 속 노조 목소리 힘 실어준 野
지지율은 ‘강경 대응’ 나선 尹 상승

5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모습(좌),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정의당, 국회 생명안전포럼 의원들이 노란봉투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우) 사진 / 권민구 기자(좌) 김기범 기자(우).
5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모습(좌),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정의당, 국회 생명안전포럼 의원들이 노란봉투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우) 사진 / 권민구 기자(좌) 김기범 기자(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화물연대 파업 사태에 정부가 강경하게 대응하는 가운데 여야도 노동계의 움직임과 관련해 제각기 입장을 내놓고 있는데, 정부여당은 민주노총과 화물연대를 거세게 압박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선 이 같은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노란봉투법 처리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모습을 보이고 있어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양측 중 어느 쪽이 웃게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법과 원칙’ 강조한 尹…총파업 예고에 민주노총 향해 경고한 與

지난달 29일 시멘트 업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으로 화물연대 파업에 강공으로 맞선 윤석열 대통령의 대응 기조에 발맞춰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한 목소리로 파업 행태를 비판하며 불법행위를 중단하고 정부와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유류운송용 탱크로리 화물은 특성상 과적이 불가능하고 과로의 가능성도 없다. 소득수준 역시 타 화물운송업자에 비해 높다는 게 여러 조사로 나타나 있기 때문에 안전운임제 도입 취지와 아무 상관없는 직종”이라며 “결국 정치적 파업으로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데 화물연대 지도부와 탱크로리 운송업자들은 비조합원의 업무 복귀 방해 행위와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정부와의 대화에 응해주길 바란다. 민주노총이 아무리 불법파업을 계속해도 윤 정부의 단호한 입장은 전혀 변함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는 이날부터 업무개시명령 이행여부를 확인하고 이르면 6일부터 미이행 운수사업자·종사자에 영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특히 운송 거부하는 화물차주에 대해 유가보조금 지급을 1년 제한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대상에서도 1년간 제외하는 등 초강경 제재 방안까지 쏟아내고 있는 만큼 정부가 물러설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당초 전망됐던 오는 6일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은 의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김수상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도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정유·철강 분야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대해선 “결정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민주노총도 화물연대 파업 지원을 위해 오는 6일 전국 15곳에서 ‘동시다발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혀 노동계와 정부 간 충돌은 어느 한쪽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외나무다리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데, 심지어 민주노총의 해당 대회 투쟁 구호는 ‘화물 총파업 투쟁 승리! 윤석열 정부 노동 탄압 분쇄!’로 현 정부와의 대결임을 분명히 했고 앞서 지난 2일 전국건설노동조합도 화물연대 파업 지지를 선언하면서 동조 파업을 예고한 만큼 이번 총파업 대회가 윤 정권에 대한 최고수위의 압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이런 움직임에 맞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과거 정치권이 소통이란 미명 하에 언제나 민노총에게 끌려 다녀 국가의 법치가 무너졌고 그 결과 대한민국은 민노총 공화국이 됐다. 윤 정부는 합법적이고 건설적인 제안엔 늘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불법과 탈법의 파업엔 법과 원칙을 세워 무너진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울 것”이라며 도리어 민노총에 경고했고, 같은 당 김행 비대위원도 “이들이 주도하는 각종 집회엔 ‘윤석열 퇴진’, ‘이재명 수호’ 등 피켓이 있다. 윤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정치 파업이고 대선 불복이고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반체제”라고 분명히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김행 비대위원은 “민주당은 민노총의 하청집단이 됐고, 민주당은 이재명 수호집단이 됐다. 민노총 시대는 굿바이 해야 하는 것은 시대의 요구이자 국민의 요구”라고 주장했으며 급기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민노총 건설노조가 각 지부에 ‘레미콘 타설 전면 중지’ 등 요청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현장 비조합원들이 타설 못하도록 강력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던 점을 꼬집어 “이번 사건은 단순한 파업이 아니라 제2의 이석기 사태다. 근로조건 개선이 절실한 사람들은 타인의 생존권을 짓밟고 조직적 폭력으로 협박하지 않는다.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에 불법을 자행하면서 파업을 몰아붙이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소속인 정우택 국회부의장까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으로 민생과 국가경제 피해가 막심하다. 주유소에 휘발유도 동나고 있어 국민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정치권이 파업을 조장하고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행태는 절대 있어선 안 된다. 여야가 민생과 국가경제를 겁박하는 파업 현안에 대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야권에 호소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정의당에선 상반된 목소리를 내놓으며 정부여당과는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 민주당 “노동자가 적인가”…‘野 단독’ 노란봉투법 처리 경고도

정의당이 5일 상무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정의당이 5일 상무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민주당에선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사태 12일째인 5일 고민정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법치를 강조하면서 노동자를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정청래 최고위원도 “적대적 노동관에 기반한 공안통치를 강력한 리더십으로 착각하는 것 아니냐”고 윤 대통령의 강경 대응을 비판하는 한편 노동계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을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고 발언한 점을 꼬집어 “윤 대통령은 노동계를 명백한 적으로 인식하고 말살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노동자는 척결과 억압의 대상이 아닌 협상의 파트너”라며 “대화와 타협을 거부한 불통의 일방독주로는 닥쳐오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경고했고, 같은 당 전용기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화를 단절시켜버리는 윤 대통령의 무책임이 답답하다. 화물연대 파업을 비롯한 노동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 인식은 과거 군부독재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뿐 아니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국회 생명안전포럼, 정의당 소속 의원들 76명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 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조법 2조, 노동3권 무력화 개선을 위해 노조법 3조를 개정하려는 논의에 국민의힘도 당장 동참하라고 촉구했는데, “수많은 파업 끝엔 사측이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제기한 재산과 임금에 대한 가압류, 그리고 가혹한 손배소가 놓여지고 있다”며 이들은 근로자나 사용자의 정의를 협소하게 규정해 특수고용노동자나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노조법 2조와 국가와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가압류 신청 남용으로 악용되는 노조법 3조를 고치자고 역설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 필요성을 주장한 것인데, 해당 법안을 심사 중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지난주 노란봉투법 첫 법안 심사 당시 여당이 퇴장해버리고 정부 측도 대화를 거부한 데 대해 “야만적 손해배상제도를 그대로 두겠다는 것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쟁의권을 원천 부정하고 강제 노동시키겠다는 건데 이것이야말로 반문명적인 자유 파괴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역설했으며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회견 뒤 여당이 끝까지 법안 통과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와 관련 “저희가 쓸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 60일 지나면 (상임위에) 다시 상정할 수 있는 등 수단이 있다”고 야당 단독 처리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 뿐 아니라 민주당에선 전날 이수진 원내대변인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적대적 노정관계로 얻을 것은 없다. 정부는 화물 안전 운송과 화물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중심에 놓고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한다. 민주당은 화물 안전운임제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국회의 책무를 다하겠다”며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도 단독 처리할 가능성을 내비쳤는데, 실제로 지난 2일 국회에선 민주당 단독으로 국토위 법안소위를 열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심사에 들어간 바 있다.

◆ ‘강 대 강’ 충돌 국면 속 여론은 어느 쪽 힘 실어주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노조원들이 지난 달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입구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가지고 있다 / ⓒ시사포커스DB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노조원들이 지난 달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입구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가지고 있다 / ⓒ시사포커스DB

야권이 성토했듯 정부가 노동계와 대치 국면에 돌입한 것은 사실인데, 심지어 지난 주말에 화물연대 측과 회동해 ‘선 복귀, 후 대화’를 제안했다고 이날 2차 확대자문단 회의에서 밝힌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조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동안 할 얘기 다했고 더 내놓을 것도 없는데 대화해가지고 바깥으로 이야기만 더 증폭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라며 “(화물연대 측) 이분들은 대화에 목마른 상태인데 국토부는 대화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미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 품목 확대는 어렵다는 상태이기에 더 대화하는 것 자체가 분란의 소지가 있지 않겠나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불법과 타협 없고 법치주의 확고하게 하는 것은 저도 같은 생각이지만 노사관계는 독특한 게 있어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면서 진행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대통령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에게도 계속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다만 전날 회의에 배석한 최병욱 국토부 노조위원장은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이 오늘 오전에 연락 와서 정권퇴진과 관련된 정치 파업으로 변질돼 가는 부분에 대해 괴롭다, 생존권 위해 투쟁하는 것이지 정치파업하고 상관없는데 민주노총이나 다른 외부 요인에 의해 이런 부분들이 공격받고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빨리 대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해달란 얘기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즉, 화물연대 측에서도 정치적 측면과 관계없이 협의하길 바란다는 의미인데, 이들을 지원하겠다면서 ‘윤 정부 탄압 분쇄’ 등을 내세우는 등 강공으로 나선 민주노총과는 정작 온도차 있는 반응이어서 이번 파업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를 보여주듯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8일~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에게 실시한 전국지표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인 58%를 기록한 것으로 나왔으며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상승한 것으로 나온 바 있다.

또 앞서 포스코 양대 노조 중 하나인 포항지부 포스코지회가 지난달 28~30일 조합원 투표를 통해 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하기로 한 데 이어 오는 6일 민주노총이 화물연대 파업을 지원하고자 준비 중인 총파업에 대해서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제철 등 주요 노조는 적극 참여하지 않은 채 상임집행위원회 소속 주요 간부들만 참여할 것으로 전해지는 등 파업 동력은 약해지는 모양새인데, 이 역시 여론 기류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야권이 단독 처리를 불사하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지난달 25~30일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0.1%가 노란봉투법에 반대한 것으로 나왔는데 ‘근로조건에 사실상 영향력이 있는 자를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과반인 67.1%가 반대했을 뿐 아니라 ‘노조의 쟁의행위를 노사 간 의견 불일치가 있는 모든 사항에 대해 허용해야 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53.8%가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나타나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정치권 역시 이런 분위기를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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