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전 이어가는 이준석…‘세 대결’ 벌이는 김기현·안철수

(좌측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가운데 차기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도 각자 ‘세몰이’에 나서며 기 싸움을 벌이고 있어 권성동 원내대표가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당을 이끌고 있지만 벌써부터 차기 당권 레이스는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징계 사태, ‘전화위복’으로? 민심 지지 받는 이준석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이란 중징계를 받은 뒤 국회를 떠나 장외로 나섰던 이 대표의 존재감이 오히려 점점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실제로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를 받아 지난 16~18일 전국 성인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한 국민의힘 당 대표 적합도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대표는 25.2%를 얻어 18.3%의 안철수 의원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으며 나경원 전 의원은 9.2%, 김기현 의원 4.9%, 장제원 의원 4.4%, 권성동 원내대표 겸 당 대표 직무대행은 3.1%로 집계됐다.

특히 이 대표는 영·호남을 막론하고 차기 당권주자로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해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보수의 아성으로 당의 지지기반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29.1%를 얻어 15%에 그친 안 의원을 큰 격차로 앞섰으며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호남지역에서조차 안 의원(9%)을 비롯한 다른 당권주자들은 한 자리수대 지지율을 기록한 데 반해 이 대표는 무려 29%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 아니라 이 대표는 이 조사에서의 연령별 지지도에서도 모든 연령층에 걸쳐 안 의원을 앞서는 것으로 나왔는데, 18~29세에선 안 의원은 18.6%를 얻는 데 그쳤지만 이 대표는 33.1%를 기록했으며 고령층인 60대 이상에서도 안 의원(17.7%)보다 높은 26%를 얻는 것으로 나타나 비록 당원권 정지된 상태더라도 도리어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는 당내 다선 의원들을 제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이 대표가 윤리위 징계로 밀려난 뒤 대신 당을 이끌고 있는 ‘윤핵관’인 권 원내대표가 발언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것을 비롯해 또 다른 ‘윤핵관’인 장 의원과 파열음이 일어나 친윤 간 충돌 아니냐는 시선을 받는 등 리더십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점도 재기를 노리고 있는 이 대표에게는 반사효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또 그간 ‘이대남’을 지지기반으로 두다 보니 여성 표심을 얻기 쉽지 않았던 이 대표가 정작 윤리위 징계 이후 이뤄진 이번 조사에선 여성층에서도 18.9%를 얻으며 안 의원(18.2%)을 오차범위 안에서 앞선 것으로 나오고 있어 당초 경찰 수사 결과도 나오기 전에 강행된 이 대표에 대한 징계가 도리어 전화위복이 돼버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이번 조사 외에도 그는 앞서 넥스트위크리서치가 KBC광주방송·UPI뉴스 의뢰로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도 22.9%로 오차범위 내 선두를 달린 바 있다.

19일 강원도 춘천을 방문해 국민의힘 당원들과 만나 대화 중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모습(좌)과 21일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이 대표의  SNS글. ⓒ이준석 페이스북
19일 강원도 춘천을 방문해 국민의힘 당원들과 만나 대화 중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모습(좌)과 21일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이 대표의 SNS글. ⓒ이준석 페이스북

이 같은 결과에 비추어 민심은 이 대표와 갈등을 빚어온 윤핵관이나 윤핵관에 힘입어 차기 당권을 노리려는 안 의원보다는 이 대표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12일 광주 지역 당원들과 만나고 13일엔 광주 무등산 서석대를 등반하는 등 장외 행보도 호남에서의 지지도 상승이라는 성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지방 순회를 통한 그의 장외 여론전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 14일 SNS에 “지난 며칠 구석구석 돌면서 저와 이미 교류가 있는 당원 동지들과 대화하고 있지만 더 많은 분과 교류하고자 한다”며 당원 만남 신청 홈페이지 링크를 공유하는 등 당원들과 직접적인 접촉 확대에 나선 이 대표는 다음 날 오전엔 하룻밤 사이에 4천여명이 신청했다고 밝혔고 지난 17일엔 부산에서 당원 및 시민들과 만난 모습을 자신의 SNS에 올린 데 이어 19일에는 강원도 춘천을 찾아 당원들과 만남을 가지는 한편 현재까지 7900명 가량 자신과의 만남을 신청했다고 밝히는 등 점점 보폭을 넓혀가는 중이다.

무엇보다 지난 8일과 11일, 16일에 이어 21일에도 국민의힘 온라인 입당 링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걸고 당원으로 가입할 것을 촉구하는 글을 계속 올리고 있어 자신의 징계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 직접적으로 당 윤리위와 충돌하기보다 당내 입지 강화를 위해 우선 세력 구축부터 나서겠다고 의미로 풀이되고 있는데, 그가 지난 19일 “윤리위원회 판단에 대해 따로 말하고 싶지 않다. 그들이 한 판단에 대해 국민들에게 잘 해명할 수 있기 바란다”는 글을 올린 점 역시 장외 행보가 윤리위 판단을 인정했다는 의미라기보다 앞으로 당권을 흔들 수 없게끔 확실히 준비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 대표가 윤리위와 직접 충돌하기보다 우회로를 택하게 된 데에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조언도 일부 영향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홍 시장은 지난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윤리위 직후) 전화 왔을 때 내가 ‘가처분 신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거 안 받아들여지면 이 대표는 정치적으로 끝난다’고 자세히 설명했다”며 “윤리위 재심 신청도 하지 말라, 잠행하고 사법 절차에만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만약 잘못되면 당신은 기소되는 순간 자동으로 당원권 정지되고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3~4년 걸릴지 모르는데 그때까지 정치할 수 없다(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 李 급상승에 긴장한 김기현·안철수, 한 목소리로 ‘견제’ 나서

한편 이 대표의 이 같은 상승을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는 차기 당권주자들은 각자 입장차는 있을지언정 공통적으로 이 대표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김기현 의원은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만약 이 대표가 다시 당 대표로 복귀한다면 결과적으로 봤을 때 여당의 내홍이 더 격화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동안 윤리위원회의 결정이 옳았는지, 진심이 아닌지를 떠나 결국 내부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해온 김 의원은 이를 위해선 이 대표가 자진사퇴하거나 현 최고위원들이 총사퇴하는 방식의 지도부 해체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진행자의 지적엔 “당이 국민들에게 지지받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해야 한다”고까지 역설했는데, 다만 이 대표의 조기 사퇴가 필요하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엔 “그렇게 말씀드리진 않는다. 책임 있는 분들의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답했으며 이 대표의 전국 당원 순회에 대해서도 “이의제기나 소송하지 않고 오히려 입당을 권유하면서 전국 당원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진심과 당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고 호평을 내놨다.

혁신24 새로운 미래 모임을 가진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좌)과 권성동 원내대표와 악수 중인 안철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혁신24 새로운 미래 모임을 가진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좌)과 권성동 원내대표와 악수 중인 안철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렇듯 김 의원이 이 대표의 복귀엔 공개적으로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 대표의 장외 행보까지는 비판하지 않는 자세를 취했다면 안 의원은 반대로 김 의원이 주장한 조기 전대론엔 선을 그은 채 현재의 권 직무대행 체제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이 의원의 장외 행보엔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방식으로 이 대표 견제에 나섰는데, 안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의총 결의대로 현 당 대표의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는 권 직무대행 체제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으며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최근 행보엔 “(지금은) 널리 알리기보다 자숙하는 형태가 본인과 당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의혹이 해소될 경우 6개월 뒤에 복귀하는 게 맞다고 보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안 의원은 “조만간 해소되기 바란다. 여러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결과에 따라 판단하는 것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는데, 이 대표가 복귀하는 데에 부정적이던 김 의원과는 일견 차별화된 자세를 취하면서도 ‘결과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고 여운을 남겨 이 대표까지 견제하려는 의도로 비쳐지고 있다.

◆ ‘모임·토론’ 세몰이 나선 김기현·안철수…일각선 “당권경쟁 쏠려” 일침

일단 이 대표는 당원을 상대로 장외전에 나서고 있다면 안 의원과 김 의원은 원내에서 의원들을 끌어들이며 경쟁하듯 공부모임이나 토론회를 열고 세몰이 경쟁에 들어갔는데, 먼저 지난 12일 안 의원이 마련한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 첫 모임에는 권 직무대행과 정진석 국회 부의장 등 친윤계 인사들을 비롯해 50여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면 김 의원이 지난달 22일 처음 개최한 ‘혁신24 새로운 미래’ 모임엔 2번째인 지난 13일 모임에도 40여명 안팎의 의원이 참석했다.

다만 김 의원의 공부모임과 안 의원의 토론회가 같은 날 열린 지난 20일엔 김 의원의 공부모임엔 56명의 의원이 참석한 반면 안 의원의 토론회에는 첫 번째 토론회 때 참석한 친윤계 의원 중 배현진 의원 외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35명이 참석하는 데 그쳤는데, 비록 안 의원의 토론회가 당 의총 시간과 겹친 부분도 영향이 있었다지만 당초 김 의원과 달리 당 밖에서 들어온 지도 얼마 안 된 만큼 ‘친윤’ 지원이 없을 경우 당내 입지에 뚜렷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차기 당권 여론조사에선 김 의원에 앞선 결과가 나왔더라도 친윤의 지원이 필요해 권 직무대행 체제를 흔드는 김 의원과 각을 세우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차기 당권을 의식한 당내 정략적 모습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인 조해진 의원은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정 난제들이 쌓여있는데도 집권당이 정부나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못 보여주고 당내 주도권 싸움. 헤게모니 싸움, 당권경쟁에 벌써부터 쏠려 있는 듯한 모습”이라고 자당을 향해 쓴 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특히 조 의원은 김 의원이 주장하는 조기 전대나 안 의원이 힘을 싣는 권 직무대행 체제 주장에 선을 그으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는 게 맞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조기 전대 주장에 대해선 “당권 쿠데타가 될 수도 있다. 새로 대표 뽑으면 (이 대표가) 다시 돌아올 수 없도록 만들어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권 직무대행을 비롯한 윤핵관 간 내홍에 대해서도 “당 대표 징계 사태도 그런 (주도권 잡으려는) 모습을 보여준 측면이 있다. 벌써부터 당권경쟁에 돌입한 듯한 모습은 국민 기대와 너무 동떨어져 있는 모습”이라고 비판하는 등 여론을 의식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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