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압박 이어지며 與 자중지란 속 지지율 추락…민주당에 ‘반사이익’ 가나

앞줄 왼쪽부터 지상욱 여의도 연구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중). 박성민 의원(이준석 대표의 비서실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앞줄 왼쪽부터 지상욱 여의도 연구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중). 박성민 의원(이준석 대표의 비서실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선과 지방선거 연승이 무색하게 최근 들어 국민의힘 지지율은 하락세로 접어들었는데, 선거 끝난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이처럼 여론이 냉랭하게 돌아서게 된 데에는 이준석 대표와 친윤석열계 인사들 간 끊이지 않고 있는 신경전 역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모양새다.

◆ ‘친윤’ 당 대표 비서실장 사직에 확대해석 선 그은 이준석

윤석열 대통령과 개인적으로도 친한 관계로 알려진 ‘친윤’ 인사인 박성민 의원이 30일 “일신상의 이유로 당 대표 비서실장을 사임했다”고 밝히면서 윤핵관 측과 이 대표 간 갈등 상황이 또다시 수면 위로 표출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특히 대표적 친윤계여서 대통령실과 당 대표 간 소통을 담당했을 당 대표 비서실장이 이 대표의 ‘메시지 혼선’ 지적이 나온 지 이틀 만에 전격 사임했다는 점에서 더욱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앞서 최근 대통령실에서 이 대표와의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이에 대통령실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일축하자 이 대표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제까지 저는 가만히 있는데 이렇게 메시지 혼선을 계속 가져올지 의문이다. 오늘 국민일보에 등장한 ‘여권 핵심관계자’는 누구였을까”란 글을 올렸는데, 이 뿐 아니라 같은 날 페이스북에는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으며 그 전날에는 “김정재 의원이 제가 혁신위에 5명을 지명했다는 허위사실을 얘기했다. 혁신위에 대해 이준석 사조직론을 내세워 끝까지 흔들려고 하는 모습이 의아하다”고 꼬집는 등 연일 친윤계와 충돌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다만 이 대표는 확대해석을 경계한 듯 30일 오전 경북 경주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맥스터 현장 시찰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어제 박 실장이 울산 지역구에 있다가 제가 포항에 있어서 실제로 같이 와서 얘기했는데 박 실장에게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들었고 제가 박 실장의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사임하게 된 것”이라며 ‘박 실장의 사퇴가 윤심이 떠난 것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있다’는 질문엔 “그런 해석은 가능하겠지만 어제 박 의원과의 대화에서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즉 당 대표인 자신을 패싱한 채 상의 없이 사임한 ‘항의성 행동’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인데,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표는 ‘박 실장의 사퇴가 이 대표에게 알아서 거취를 결정하라는 경고’라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 발언에 대해서도 “박 전 원장이 어떤 인식으로 말했는지 모르지만 그런 경우는 없다”며 자신의 사퇴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날 자신이 경주 월성 원전 방문 일정을 진행한 데 대해 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의를 일주일 앞두고 윤 대통령과의 갈등설을 차단하고자 현 정부가 힘을 싣는 친원전 기조에 발맞춘 ‘윤심 잡기’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해서도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고 원래 예정된 행보였다. 이걸 정치적 사안과 연계해서 해석하기에는 원자력 안전 문제는 이미 잡힌 일정”이라며 “김영식 의원실에서 예전부터 원자력 관련 방문 일정을 잡아달라고 해 협의를 통해 일정을 정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 당내서 “대통령 지지율 하락, 당 지도부 흔들기 탓” 지적도

국민의힘이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 with 준스톤'이 진행중에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이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 with 준스톤'이 진행중에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이를 보면 윤 대통령 측과 이 대표 간 거리가 벌어진 듯 비쳐지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이 정작 대통령 지지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도 아니어서 이 대표를 향한 압박은 정부여당에게 있어 자충수 격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은데,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0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권력에 줄서기 위해 당 지도부를 흔드는 행위가 정말 아쉽다. 여당 지도부를 흔드는 것이 윤 정부에게 결코 도움이 안 된다”며 정권 초반에 이례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데 대해서도 “당내 권력다툼, 여당 지도부 흔들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은 박 대표 비서실장이 사퇴한 데 대해선 “정치라는 게 갈등의 연속이고 잘 풀어나가는 것도 정치의 일환이다. 이 대표가 지금 상황을 잘 풀어나갔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내놨으며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윤리위의 이 대표 징계 심사에 대해서도 “당원과 국민이 뽑은 당 대표이기 때문에 섣부른 정무적 판단보다는 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게 원칙에 맞다”고 밝혔다.

심지어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아예 이 대표에 대한 ‘성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 관련 징계 심의 중인 당 윤리위를 겨냥 지난 29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나와 “당 대표 징계를 그렇게 가볍게 다룰 문제가 아니다. 당 혼란만 가중시키는 윤리위 회의를 열지 말고,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때 회의 열어서 종결해야 한다”며 “쟁점이 이 대표가 김철근 실장한테 7억원 각서를 쓰라고 지시했는지 여부인데 그렇다면 통화기록이 있어야 되고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통해서만 밝힐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윤리위가 밝힐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윤리위에서 징계가 된다면 굉장히 역효과가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하 의원은 “명확한 게 없는데 질질 끌면서 이슈화시키는 것 자체가 망신주기다. 당내 지지율 까먹고 당내가 마치 난장판인 것처럼 이렇게 보이지 않나”라며 윤리위가 ‘해당행위’를 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는데, 이 대표가 성 상납한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 측과 진실공방을 벌이는 등 아직 사실인지 아닌지 명확한 결과도 나오지 않은 만큼 윤리위가 징계 심의 시점에 대해 못을 박은 것은 경솔했다는 지적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성상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의 조사를 받고 있는 김 대표 측에선 이 대표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이던 지난 2013년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만날 수 있도록 힘써주겠다고 말했다면서 이런 말을 한 직후 이 대표가 성 상납을 받았다고 30일 법률대리인인 김소연 변호사를 통해 주장한 데 반해 이 대표는 자신에게 김 대표가 성 접대를 한 뒤 ‘박근혜 시계’를 받았다는 김 변호사 주장을 꼬집어 “시계 제작 시점으로 봐서도 말이 안 되는 거란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경찰 조사에서) 나오는 얘기들이 100% 사실에 입각한 얘기는 아닐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양측 간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선 “이번 대선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두어달 전 윤리위 회부가 된 게 납득되지 않았다. 이 대표가 징계를 만약 받는다면 당에 치명적인 결과가 나올 거라 징계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초 이 대표에 힘을 실어줬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선 최근의 대통령 지지율 하락 문제를 꼬집어 “여당이 결속해서 윤 정부를 보좌해줘야 되는 입장 아닌가. 지금 초기 당내 사정이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에 있어서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데 국민 입장에서 보면 짜증스러운 모습 아닌가”라고 이전과는 다소 온도차 있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장은 박성민 당 대표 비서실장의 사임에 대해 “어떤 상황을 전제로 사퇴하는지 모르겠는데 윤리위 판단이 끝나고 나면 조속히 당을 안정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되지 않나”란 입장을 내놓았으며 ‘이 대표가 정리돼야 하는 건가’란 질문에도 “윤리위원장이 7월7일에 최종 판단을 한다고 하니 어떤 판단이 나오나 그때까지 기다려볼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 내홍 표출돼봤자 ‘野만 이득’? 일각선 ‘하나 되자’ 호소 나와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과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원내부대표단이 30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의 원구성 강행 처리와 관련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민주당 김진표 국회의장 후보자 의원실을 항의 방문 후 취재진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과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원내부대표단이 30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의 원구성 강행 처리와 관련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민주당 김진표 국회의장 후보자 의원실을 항의 방문 후 취재진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결국 어느 쪽으로든 당 내홍이 노출돼봐야 민주당에만 이익일 뿐 국민의힘엔 좋을 게 없다고 판단했는지 곳곳에서 박성민 의원의 당 대표 비서실장직 사임에 대해서도 정치적 해석을 내놓기보다는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는데,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30일 현안점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당발 기사가 자꾸 갈등 구조로 부각하는 쪽으로 기사화되는 게 좀 걱정스럽다. 정치권에서 견해가 다소 다른 사람이 모여있는 건 당연하고 그 과정에서 의견이 부딪혀 소리가 좀 날 수도 있는데 그걸 지나치게 부각하는 것은 당내 분란과 갈등을 조장하려는 그런 일부가 있지 않느냐는 걱정이 있다”고 밝혔다.

이 뿐 아니라 이 대표도 확전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듯 박 의원 당직 사퇴설이 불거진 전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뭐 복잡하게 생각하나. 모두 달리면 되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라고 올린 글의 의미에 대해 30일 친윤과 맞대결하겠다는 해석보다는 “당 지지율 추세나 정부 지지율 추세 같은 것들도 최근 부침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걸 돌파할 방법은 작년 이맘때쯤처럼 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개혁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재형 혁신위원장 역시 이날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나와 “(내가 이 대표) 징계를 반대하는 것처럼 해석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성상납 행위나 증거인멸 행위 이런 모든 것들은 윤리위원들이 증거에 의해서 판단할 것이고 당 대표 거취와 관계없이 혁신위는 그대로 갈 것”이라며 “윤핵관 대 이핵관의 권력투쟁 부분에 대해선 내용을 다 알기 어렵고 적어도 정치적 집단에서 세력 간 경쟁이라든지 싸움은 없을 수 없으나 국민을 위해 어떤 걸 고민하고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경쟁 대상이 돼야지 내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당이 가선 안 될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위원장은 “공천 룰을 정비하기 위해 혁신위를 출범시켰다는 것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 공천에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있으니 오해를 낳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특정 개인이나 정파의 유·불리를 떠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룰이 있다면 그 정도 선에서 공천을 논할 것”이라며 “당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고민하면서 발언하고, 감정적인 대응이나 상대방에 대한 비난도 자제하고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렇듯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자’는 당부부터 나올 수밖에 없는 게 당장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7~29일 전국 유권자 1002명에게 실시해 이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조차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국민의힘은 이 조사에서 4주 연속 하락세를 찍고 있어 자칫 내홍이 확대되다간 선거 연패하던 과거처럼 여론이 다시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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