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부터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까지 수사 사건 ‘줄줄이’

문재인 전 대통령(좌), 윤석열 대통령(중), 이재명 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문재인 전 대통령(좌), 윤석열 대통령(중), 이재명 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정권 교체되고 나면 형사 사건 수사라고 하는 것은 과거 일을 수사하는 것”이라며 전 정권 시절 의혹들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겠단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사저 앞 집회만으로도 압박 받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속이 한층 타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 백운규 영장 기각에도 안심 못하는 文…檢, 靑 개입 여부 수사 ‘계속’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15일 밤 기각됐지만 당시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무혐의로 본 게 아니라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뤄진 것으로 보이나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던 만큼 검찰은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보강 수사한 뒤 기소할 것으로 관측돼 백 전 장관은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백 전 장관은 문 정부 초기인 2017년과 2018년에 산업부 산하 기관장 13명의 사직서를 받아내도록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인사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 중 산하기관 2곳에선 후임 기관장 임명을 부당하게 지원하거나 전임 기관장이 내린 인사 발령을 취소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는데, 검찰은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와 산업부 간 연결고리였을 거라 보고 청와대 윗선 수사로까지 확대해나가고 있다.

실제로 산업부와 그 산하기관에서 확보한 이메일 등 압수물에서 박 의원이 산하기관장 사퇴 종용에 가담한 정황도 검찰이 발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서울동부지검이 박 의원에 대해서도 출석할 것을 통보하자 문 정권 청와대 출신 의원들은 물론 민주당 지도부에서까지 문 정권에 대한 보복수사가 시작됐다며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당초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한 게 아니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오면서 압박수위가 높아지자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국회에서 가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는 언론보도는 문 정부의 인사와 관련된 윗선 수사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응하는 당내 기구를 만들어 대응해 나가겠다”고 역설했으며 박홍근 원내대표도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백 전 장관 기소가 무리수였음이 드러났지만 검찰은 언론에 수사 정보를 유출해 인사수석실 행정관이던 박 의원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전 정권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와 야당 인사를 겨냥한 기획 사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퇴행적 정치보복을 멈추라”고 촉구했으나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자꾸 정치 논쟁화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당 정부 때는 (전 정권 수사) 안 했나”라고 반문했으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문 정부에서 했어야 할 수사를 문 정부가 막아서 못한 걸 이제 와서 정치보복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대통령 발언과 관계없이 범죄행위에 대한 단서와 고소·고발이 있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윤 정부 검찰 수사는 이미 문 정부 때 고발된 사건, 문 정부 검찰이 3년 묵혀뒀던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문 정부 시절인 지난 2019년 시작됐지만 정작 비슷한 구조의 사건인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김은경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유죄 확정 판결까지 내려졌던 반면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에 대해선 문 정권 검찰이 3년 넘게 결론을 내리지 않아왔다는 점에서 그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새 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뤄지자마자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 “윗선은 어디까지냐. 인사 관한 문제에서 문 대통령까지 안 간다는 보장 있나”라던 우 위원장의 발언처럼 문 대통령까지 수사대상에 오르게 될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까지 文 직격…피해 유족 “전 정권 국정농단”

北 피격 공무원 형 이래진 씨와 김기윤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北 피격 공무원 형 이래진 씨와 김기윤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설상가상으로 지난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까지 해경이 1년 9개월 만에 ‘월북 의사를 확인했다’는 문 정권 당시 판단을 번복하면서 문 대통령을 더 궁지로 몰아넣었는데, 국방부 역시 “다시 한 번 분석한 결과,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다”고 밝혀 17일 기자회견을 연 피해 유족들은 문 전 대통령과 서훈 당시 국가안보실장을 고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뿐 아니라 유족들은 이날 오전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시 공무원 이씨의 근무함정이었던 ‘무궁화 10호’ 직원들의 2020년 9월 24일자 진술조서 8건을 공개했는데, 유족 측 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월북 관련 진술에는 터무니없다는 말 밖에 없는데 당시 해경은 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월북 정황이 있다고만 발표했다”고 지적했으며 이씨의 형인 이래진 씨도 “월북 정황이 없음을 증명하는 증거들을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것은 월북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조작된 수사를 한 것”이라고 문 대통령을 압박했다.

문제는 이 사건 관련 내용에 대해 전 정권이 대통령기록물로 묶여 비공개 처리해버렸다는 점인데, 유족들은 오는 23일 대통령기록관장이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할 경우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고 했으며 국민의힘에서도 이준석 대표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월북공작사건의 전모는 모두 공개돼야 한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거짓평화를 위해서라면 한 사람의 명예와 인권, 유가족의 아픔은 무시해버릴 수 있는 오만함에 대해 육모방망이보다 분노의 민심 표출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상투적 모토가 진상규명 아니냐. 5·18이나 세월호 참사 등에 있어 유가족 중심주의에 따라 강하게 주장하던 모습 그대로 해달라”고 한 목소리로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처럼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의 진상규명에 협조할 것을 촉구하자 민주당에선 돌연 월북이라고 단정한 적 없다며 발을 빼기 시작했는데,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월북 시도를 단정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왜곡된 주장이고 우리 정부는 당시 다각도로 첩보 분석하고 수사 벌인 결과,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던 것”이라며 “월북 의도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도 내놓지 못한 채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려 교묘하게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급기야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17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민생이 굉장히 심각한데 국정 우선 과제 중에 이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냐. 이걸 왜 또 꺼내 들어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 대통령까지 언급할 일인가”라며 “앞으로 대통령이 수없이 많은 첩보를 들을 텐데 상반된 견해나 기관의 보고가 올라올 때 그걸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첩보 판단의 문제지 그게 무슨 정략의 문제고 이념의 문제냐. 당시 문 정권이 우리 국민의 희생에 대해 강력하게 북한에 항의했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사과까지 한 일 아니냐. 사과 받았고 그걸로 마무리된 사건”이라고 발언했다.

이 같은 ‘왜 또 꺼내 들어 문제 삼느냐’는 그의 태도는 세월호 진상규명 등을 외쳐오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자국 공무원의 생명이 걸린 사안에 대해 상반된 첩보가 올라왔을 때 당시 정권이 잘못된 첩보를 택했다면 그 오판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반응을 보여야 함에도 한편으로는 김 위원장이 사과했다면서 북한이 잘못했음을 인정했다는 논리를 펴면서도 자국민이 사망하기까지 첩보 판단을 내린 문 정권에 대한 책임에 대해선 일언반구 거론하지 않았고,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다면 도리어 적극 진상규명에 나서야 하지만 관련 대통령기록물 공개를 위한 국회 동의에 협조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엔 정작 “없다”고 일축했다.

현행법상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묶인 국가안보실 자료는 15년 이내 보호기간 중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서울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이 있어야만 열람이 가능한데 원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협조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는 점에서 그간 기록물 공개를 요구해온 유족으로선 행정소송부터 헌법재판소 헌법소원에 이르기까지 일단 법적 공방을 통해 풀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정부에서도 같은 날 감사원이 “최초 보고 과정과 절차 등을 정밀하게 점검해 업무처리가 적법, 적정했는지에 대해 확인할 예정”이라며 특별조사국 소속 감사인력을 투입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해경과 국방부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는 등 진상규명을 바라는 유족들의 호소에 힘을 보탰는데, 그간 해당 자료 공개를 거부해온 문 전 대통령 측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문재인 뿐 아니라 이재명도 줄줄이 ‘의혹’ 수사대상 올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문 전 대통령을 압박하는 사건들은 비단 이 뿐만이 아니라 백 전 장관이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부당개입 의혹을 비롯해 지난 대선을 앞두고 여성가족부가 민주당 공약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있는데, 특히 여가부의 민주당 공약 지원 의혹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정영애 전 장관을 조사한 데 이어 전체 부처에 공문을 보내 특정 정당 소속 국회 전문위원이나 정당 관계자들로부터 대선 관련 공약 개발 지원을 요청 받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수사범위를 확대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한 발 더 나아가 윤 정권의 수사는 문 전 대통령에 그치지 않고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맞붙었던 이재명 의원에게도 뻗치고 있는데, 경기도 성남 백현동 아파트 개발 사업 특혜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경찰은 지난 15일 이 의원의 과거 성남시장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김인섭씨와 사업 개발사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16일엔 성남시청에서 8개 부처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경찰에 접수된 이 의원의 이름이 언급되는 사건들을 모두 강제수사하고 있어 문 전 대통령 뿐 아니라 이 의원 역시 새 정부 출범 이후 속도를 내고 있는 수사 상황에 심리적 압박감을 감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경찰에선 백현동 의혹 외에도 이 의원의 부인인 김혜경씨의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 성남FC 후원금 뇌물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 합숙소의 비선캠프 전용 의혹, 무료 변론에 따른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에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담당한 최철호 KBS PD의 이 의원 상대 명예훼손 혐의 고발 사건까지 5건을 수사하고 있는데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맡아 수사 중인 검찰은 이 의원을 이미 배임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그래선지 이 의원도 15일 SNS를 통해 “정치보복 사법살인 기도 중단하라”고 항의하기도 했지만 이번 대대적인 전방위 수사에서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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