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공개 책임, 감당할 수 있나’ 역공 나선 민주당…文 압박까지 나선 與·유족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수분 소속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 씨가 국민의힘 하태경, 태영호 의원과 함께 서울 종로구 북한인권사무소에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전달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수분 소속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 씨가 국민의힘 하태경, 태영호 의원과 함께 서울 종로구 북한인권사무소에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전달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연일 격화되면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가운데 피살 공무원 유족 등 여론의 압박에 내몰린 더불어민주당에서 기록 공개 협조 가능성을 열어놓는 배수진을 쳐 과연 국면 돌파를 위한 묘수가 될 지 아니면 자충수일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서해 공무원 사건 진상조사TF 발족한 與 “실체적 진실 밝힐 것”

국민의힘에선 20일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을 거세게 압박했는데,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무원이 북한에 잔인하게 살해당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월북몰이로 북한 만행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유가족들을 2차 가해했다. 만일 정권교체가 되지 않았다면 유가족은 더 긴 세월을 고통 속에 보내야 했을 것”이라며 “반드시 실체적 진실을 밝혀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겨냥 “건드리면 가만히 안 있다는 민주당 반응은 상식적이지 않다. 민주당은 인권이란 보편타당한 가치 앞에서 북로남불해선 안 된다”며 “숨겨져 있던 진실이 무엇인지, 어떤 과정과 절차로 (월북이라는)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 규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정미경 최고위원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어디까지 보고 받았는가”라고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압박수위도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19일 서해상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TF를 발족한 국민의힘은 오는 21일 첫 회의를 열기로 했는데, 위원장을 맡은 하태경 의원은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해당 공무원의) 도박 빚을 지나치게 많이 부풀렸고 정신적 공황상태였다고 발표를 하는데, 인권위 보고서를 보면 발표 후 심리전문가에게 진단을 의뢰한다. 정확한 근거가 있지 않고 해경의 추측인 것”이라며 “세 번째는 조류 조작인데 자력으로 간 거라 했으나 부유물에 타고 있으면 자력으로 가는 게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방수복을 은폐했는데 월북기도 했다면 왜 방수복을 방에 두고 갔겠나”라고 문 정부가 증거를 조작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뿐 아니라 민생을 챙겨야 할 시점에 월북 공무원 문제를 제기한다는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적엔 “인권 무시하고 먹고 사는 문제만 챙기면 된다고 한 게 전두환의 국정 철학”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으며 우 위원장이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첩보 내용을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나 정보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같이 열람했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월북이라고 이야기한 적 있다’는 주장을 편 데 대해서도 “제가 국방위원이고 정보위원인데 열람한 적이 없다. 질문했을 때 답변하면서 ‘월북이라는 단어가 있었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 민주당, ‘정보 공개시 국익 훼손’ 으름장? “휴민트 노출 등 감당 가능하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하지만 민주당에선 전반기 국회 국방위원장이던 민홍철 의원이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여러 가지 군 첩보 판단 결과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군 당국이) 보고했었다. 군 당국이 여러 SI(특수정보 첩보)를 가지고 판단한 결론이라고 얘기하니 여야 의원도 군을 신뢰했다”고 우 위원장과 같은 주장을 이어갔으며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런 문제제기를 전혀 하지 않았고 월북 여부가 큰 쟁점이 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윤 의원은 대통령기록물과 SI 공개에 대해서도 “대통령기록물은 윤 대통령이 항소를 포기해서 법원이 공개하라고 했기 때문에 공개가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SI정보일 텐데 SI 정보는 정부 몫으로, 민주당에 물어볼 게 아니라 본인들이 공개하면 될 부분이고 개인적으로는 SI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 아무리 궁하더라도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고 입장을 내놨으며 민 의원도 “당시 국방위에서도 ‘속 시원하게 첩보 공개하라’ 주장했었으나 군은 그것만큼은 안 된다고 했다. 안보 관련 문제는 한 번 침해되면 복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워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국방부에선 같은 날 문홍식 부대변인이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군이 서해에서 공무원을 피격한 사건의 정보 공개와 관련 “법과 규정에 의해 결정되면 국방부나 군은 당연히 따라야 될 것”이라면서도 “정보본부의 정보자산에 대한 무분별한 공개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용산 청사 출근길에 문 정부가 공개를 거부한 자료의 공개 필요성에 대해 “국민 보호가 국가의 첫째 임무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 국민이 의문을 갖고 있는 게 있으면 정부가 거기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보이는 게 문제 있지 않느냐”라고 입장을 내놓은 만큼 어떤 식으로든 공개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선지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에서도 이날 지선·대선 평가 2차 토론회에서 서해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국회 상임위의 비공개 회의록 공개에 뜻을 모았는데, 오기형 의원은 이날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적극적으로 대응해보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윤 정부가 (정보 공개에 대한) 책임과 부담이 있을 건데 여당과 국민이 요구하면 숨길 게 아니고, 피해와 대가가 있을 그건 윤 대통령이 판단해보라는 것”이라며 배수진 전략을 펼쳤다.

마찬가지로 우 위원장도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보 공개를 꺼려한 것은 불리한 진실이 있어서가 아니라 북한한테 얻은 정보, 첩보, 루트와 과정을 공개해야 되는 게 맞나 해서 협조하지 않겠다고 한 것인데 그게 마치 숨겨야 할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다. 북한에 우리가 여러 정보를 갖고 있는 휴민트와 우리가 첩보 모으는 방법을 다 노출할 정도로 이제 월북인지 아닌지, 왜 그런 판단했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라면서도 “그거 신경 안 쓰고 우리를 몰아세우는 데 혈안 돼 있다면 기꺼이 공개에 응하겠다. 여당이 생각할 때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면 공개하는 것에 협조하겠지만 감당 가능하겠나”라고 역설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사안이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는데, 우 위원장은 “(정부여당) 저분들은 당시 월북으로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싶은 건데 문 정부가 월북으로 조작할 동기가 어디 있느냐. 그분이 월북자면 상황이 뭐가 바뀌고 월북자가 아니면 상황이 뭐가 바뀌느냐”고 반문했으며 민 의원도 이날 “현재 감사원 조사도 착수한 마당에 법적 절차에 의해 (대통령 기록물 열람)하는 것은 가능성이 있다곤 하지만 ‘당장 문 전 대통령의 입장을 표명하라. 또 기록물 공개하라’는 것은 다분히 정치공세다. 문 정부의 친북정책을 어떻게든 노출시키려고 하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고 여당이 정쟁화 시키고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 설상가상 민주당…‘월북 발표 꺼린 담당자 교체’ 등 보도까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다만 이 같은 역공이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인데, 이날 동아일보에선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단정적 결과에 대해 당시 인천해양경찰서장과 중부지방해양경찰청 모두 난색을 표해 결국 본청인 해양경찰청에서 나서서 발표한 것으로 보도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을 겨냥 “대통령기록물 열람 요구에 안보 자산을 운운하고 대북 굴종 이미지를 만들려는 신색깔론이라며 반발하고 있는데 어제 민주당의 행동이 오늘 민주당의 핑계를 전부 다 반박하고 있다”며 “언론에 따르면 사건 직후 해경이 월북이라는 발표에 난색을 표하자 담당자를 교체했다고 하는데 이런 비상식의 이면을 밝히자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더구나 수사 초기 5일 만에 발표 내용이 바뀌는 과정에 청와대 개입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 서해에서 피살된 공무원이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던 윤성현 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도 동아일보에 따르면 당시 지휘부가 발표 문안을 작성했고 발표자로 지정된 자신은 이를 성실히 설명했을 뿐이라고 윗선에서 하달한 내용임을 내비쳤으며 국방부에서도 지난 16일에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2020년 9월 27일에 사건 관련 주요 쟁점 답변 지침을 하달받았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이를 꼬집어 피살 공무원의 형인 이래진 씨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는 22일 오전 9시30분 서울중앙지검에 서훈 전 안보실장과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는데, 문 전 대통령이 빠진 데 대해선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주변 실무진들의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되고 나면 고소장을 접수할 방침”이라고 부연해 향후 문 전 대통령도 고소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열어뒀다.

실제로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2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불타 죽을 때까지 6시간 생존한 것으로 군에서 파악하고 있고, 문 대통령은 서면보고를 (다음날) 오후 6시36분에 받았는데 과연 죽을 때까지 3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에 당연히 유족 입장에선 알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기록관장이 정보 공개를 거부하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한 사람인 문 대통령을 부득이 고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피살 공무원 아들인 이모 군도 같은 날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로 민주당 우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 “월북인지 아닌지가 뭐가 그리 중요하느냐고요? 그게 중요하지 않다면 왜 그때 그렇게 월북이라 주장하며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던 것이냐. 월북이라는 두 글자로 저와 어머니는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고 우리 가정은 완전히 망가졌다”며 “사과 받고 북한을 굴복시켰으니 된 것 아니냐고 하는데 김정은이 제 가족에게 사과했나. 조선중앙통신에서 모든 책임이 남쪽에 있다고 했는데 이게 북한을 굴복시킨 거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유족들을 필두로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민주당에선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맞대응에 나섰으나 이 과정에서 설훈 의원이 “아무리 봐도 공격거리가 아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아무것도 아닌 일로”라고 목소리를 높이다 발언 직후 곧바로 “이 말은 지우겠다. 죄송하다”고 정정하는 촌극까지 벌이는 등 자충수만 잇따르고 있어 이번 진실공방에서 민주당이 승기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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