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에 김주현 여신금융협회 회장 내정
금감원장에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형사2부 부장검사
산업은행 회장에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윤석열 정부의 초대 금융수장이 모두 결정됐다. 지난달 6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이후 신임 금융위원장 지명이 늦어지면서 금감원장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수장 인선도 늦어져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혼란이 일었는데, 이번 인선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게 됐다.

이들이 국내외 어지러운 금융상황으로 인해 산적해있는 현안들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나 금감원장에는 사상 처음으로 검찰 출신 인물을 배치해 논란도 나오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 ‘한 달 공백’ 금융위원장에 경제 전문가 내정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김주현 여신금융협회 회장을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주로 경제 부처에서 근무했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과 사무처장,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지냈으며 지난 2019년 여신금융협회 회장을 맡았다.

김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내정 발표 이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산분리를 언급하는 등 금융규제를 과감히 쇄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내정자는 “민간기업의 역동적 혁신과 성장을 적극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의 역할을 재정비하고 민간금융과의 조화로운 금융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지속 지원하고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혁신’이 촉진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법제 개편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융규제 혁신을 위해 필요하다면 금산분리 완화도 논의할 것”이라며 “지금 산업구조와 기술의 변화를 보면 과거부터 적용돼왔던 금산분리가 맞는 것인지, 개선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빅테크 업체들이 기술을 바탕으로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금융사들은 비금융 부문으로 진출하기에 제약이 많아 이를 개선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는데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 및 소상공인 대출과 관련해서는 원칙론을 내세웠는데, 우선 가계대출의 경우 “물가가 올라가고 부동산 가격이 등락을 거듭하는 경제 상황에 따른 미세 조정은 필요하다”면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큰 틀을 유지하고 취약계층 지원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소상공인 대출과 관련해서는 “예외가 반복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상환 능력이 생기도록 유도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정책 대응을 지속하고 연착륙을 위해 금융사들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7일 오후 취임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7일 오후 취임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금감원장에는 사상 첫 검찰 출신 인물 내정

금융권 인선 중에서도 업계의 관심은 신임 금감원장에 쏠렸다.

금융위원장 인사 직후 금융위원회는 이복현 전 북부지검 부장검사를 금감원장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공인회계사 시험과 사법시험에 동시 합격한 금융·경제 수사 전문가이며,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을 역임했다. 검찰 출신 금감원장은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내정자는 검찰 재직 시절 굵직한 경제범죄 수사 업무에 참여해 경제정의를 실현한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회사의 준법경영 환경을 조성하고 금융소비자보호 등 금융감독원의 당면한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적임자로 평가돼 신임 금융감독원 원장으로 제청했다”고 밝혔다.

이 금감원장 내정자는 김 금융위원장 내정자와는 다르게 업계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감독 업무보다는 사고 발생 이후 검사 업무에만 치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마이웨이 인사’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말하는 적재적소 유능한 인물 기용 원칙은 어디로 갔느냐”며 “검찰 출신이 아니면 대한민국에 유능한 인물은 씨가 마른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판이 계속되자 윤 대통령은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내정자 등 검찰 편중 인사 비판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금감원과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경우는 규제기관이고 적법절차에 따라 법 기준을 갖고 예측 가능하게 일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법 집행을 다룬 사람들이 가서 역량을 발휘하기에 아주 적절한 자리라고 늘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복현 신임 원장은 경제와 회계학을 전공한 사람이며, 오랜 세월 금융수사 활동 과정에서 금감원과 협업한 경험이 많다”며 “금융 감독 규제나 시장조사에 대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아주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신임 산은 회장은 첫 출근부터 난항

한편 정부는 신임 산업은행 회장에 강석훈 전 경제수석을 내정했다.

강 내정자는 제19대 국회의원과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했고, 현재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국제금융 환경 분석 및 금융·경제 정책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정책금융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강 내정자는 국회의원 재임 시절부터 정책금융의 역할 재정립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은행의 당면과제인 기업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하고, 민간의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지원 등 주요 업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적임자로 평가돼 신임 한국산업은행 회장으로 제청했다”고 설명했다.

강 신임 회장은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산업은행 전 구성원과 함께 마주하고 있는 당면 과제들을 풀어가도록 노력하겠다”며 취임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강 회장은 출근 첫날인 8일 노동조합 시위에 가로막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정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강 회장은 이날 오전 8시 50분경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을 시도했으나 노조는 이를 막아 세우며 “지방 이전 추진하는 낙하산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강 회장은 약 7분 동안 “문을 열고 같이 일할 수 있게 기회를 달라”, “함께 대화하고 (문제를) 계속 같이 풀어나가자” 등의 발언을 노조에 했지만 결국 집무실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노조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강 회장이 빠른 시일 내에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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