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부서 이재명 겨냥한 질타 이어져…국힘서도 李 압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재보궐 국회의원 후보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재보궐 국회의원 후보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재명 민주당 의원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당 내부에서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2일 지도부 총사퇴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은 아직 이 같은 지적에 별 다른 대응 없이 침묵만 지키고 있어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대선 ‘졌잘싸’ 재평가 나선 민주당 의원들, 사실상 李 책임론?

지방선거 대패라는 결과에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2일 전원 사퇴하겠다고 입장을 내놨으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통해 처음으로 원내 입성하게 된 이재명 의원도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당장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총사퇴 발표 전에 당 지도부가 가졌던 비공개 회의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대선 패배 원인 분석과 평가, 그에 따른 당 혁신을 잘하기 위해 왔으나 지방선거가 임박해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는 데 대해 모든 비대위원이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재명 상임고문이 연고 없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게 패인이라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비대위원도 있었다”고 답했고, 총사퇴로 인한 새 지도부 구성에 대해선 “비대위원장은 어떨 때는 원로가 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외부의) 새로운 분이 하기도 한다. 그 분 중심으로 위원을 구성하고 할 일과 기한 등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난 대선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나 ‘이재명 책임론’이 거론됐다는 것은 역대 최소 격차로 대선에서 석패한 데 대해 ‘졌지만 잘 싸웠다’고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번 선거에 이 의원이 조기 등판한 부분 등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되는데, 지선 참패를 계기로 대선에 대해서도 ‘졌잘싸’가 아니었다는 냉정한 목소리는 친문 의원들을 중심으로 늘어가고 있다.

당장 전해철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책임정치를 실천하고 제도적 혁신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이 필요에 따라 원칙과 정치적 도의를 허물고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변명과 이유로 자기방어와 명분을 만드는 데 집중하면서 국민들이 생각하고 기대하는 민주당 모습과 멀어지게 만들었다”며 “당 혁신을 논의하기에 앞서 대선과 지선 패배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은 한발 물러서 객관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선거 결과에 대해 책임 지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홍영표 의원도 SNS를 통해 “대선 이후 ‘졌지만 잘 싸웠다’는 해괴한 평가 속에 오만과 착각이 당에 유령처럼 떠돌았다. 국민과 당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도 패배한 대선에 대해 성찰하거나 반성하지 못했다”며 이번 지선 패배를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고 규정한 뒤 “민주당은 당원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에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뒀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과정을 정략적으로 호도하고 왜곡했고, 그런 방식으로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남을 탓하며 국민 일반의 상식을 행동으로 거부했다”며 “책임지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은 국민들께 가장 질리는 정치 행태일 것이다. 그러니 국민 실망과 분노가 누적됐고 (민주당은) 대선을 지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방선거를 치르다 또 패배했다”고 사실상 이 의원을 저격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박지원 전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상 이 의원을 겨냥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 국민의 판단은 정확하다. 이 책임을 누가 질까? 당이 살고 자기가 죽어야 국민이 감동한다”고 뼈 있는 말을 던졌고, 지난 대선에서 이 의원 지지를 선언한 바 있는 조성은씨마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의원의 계양을 당선을 꼬집어 “저런 정치에 누가 무슨 기대를 할까. 참 못난 승리”라며 “당을 모두 나빠지게 한 것은 이재명 당선인의 책임이 없을까. 송영길의 택도 없는 서울행은 누가 등 떠밀었을까. 저러라고 이재명 후보가 필요하다고 한 것은 아닌데”라고 비꼬았다.

앞서 “이재명 비대위가 지방선거를 맡는 것이 가장 뛰어난 선거전략”이라고 주장했던 그였기에 이처럼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이 놀라울 정도인데, 심지어 조씨는 “윤석열에 회피하고, 성남에서 회피하고, 경기도에서 회피하고. 영길 친구 재명, 재명 친구 영길 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떤 제정신인 정당 지도부가 당의 선거 모든 것을 저것과 바꾸나. 창피한 정치는 안 하는 게 정도”라고 노골적으로 이 의원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좌측부터) 민주당 윤영찬, 박용진, 홍영표, 전해철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민주당 윤영찬, 박용진, 홍영표, 전해철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또 윤영찬 민주당 의원 역시 조씨처럼 이 의원의 계양을 출마를 직격했는데,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돌아보면 원칙도, 정의로움도, 감동도, 민주당다움도 없는 꼼수와 꼼수의 릴레이였다. 송영길 전 대표의 난데없는 서울시장 출마, 종로 보궐선거 무공천 원칙을 스스로 깨버린 이재명 상임고문의 계양공천”이라며 “당내 계파싸움의 재현에 대한 우려나 선거를 앞두고 분란을 야기해선 안 된다는, 저를 포힘한 우리들의 침묵은 민주당의 사당화를 더 가속화시켰다. 이제 지켜야 할 것도 없고 더 이상의 침묵은 죄악”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윤 의원은 지선 패배 원인을 대선에서 찾았는데 “‘졌잘싸’로 대선 패배의 민심을 오도하고 호도한 채 패자가 승자처럼 행동한 데 있다. 회초리로 때리던 민심이 말귀를 못알아 듣는 민주당에 몽둥이찜질을 가했던 것이고 그게 지방선거의 결과”라며 직격탄을 날렸고, 지선 결과에 대해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탓하는 당내 목소리에 대해서도 “책임을 비대위의 특정인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시도는 온당하지도 않고 부끄러운 일이고 박 위원장은 누가 임명했나”라고 꼬집으며 박 위원장을 추천했던 이 의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선에서 심판 받았는데 ‘졌잘싸’ 이러면서 국민의 질책과 평가를 회피했다. 국민이 볼 때 대선 패배에 책임 있는 후보, 당 대표, 또 그 당시 원내대표 이런 분이 선거 전면에 나서면서 대선의 연장전으로 민주당이 스스로 끌고 들어가 놓고 구도는 지역 일꾼론으로 하자고 했으니 이게 잘 안 먹혔다”며 이 의원을 겨냥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 같고 (스스로가) 민주당 혁신의 주체인지 아니면 오히려 쇄신 대상인지 이거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면 이번 선거가 내후년 총선의 예고편에 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보다 한층 노골적으로 이 의원을 직격한 의원들도 있었는데, 이원욱 전략공천위원장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한다. 이 말에 내 친구 이재명의 답이 있길 바란다”고 직격했으며 조응천 의원도 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의원의 승리를 “상처뿐인 영광이고 굉장한 내상이 왔다”고 꼬집은 뒤 이 의원이 8월 전당대회에 나와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재보궐 나온 이유 중 하나가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대참패의 한 원인이기에 전당대회에 출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제동을 걸기도 했다.

◆ 손혜원·김어준 등 일부 이재명 두둔하는 목소리도

반면 이 위원장을 두둔하거나 이번 선거 결과를 ‘졌잘싸’라고 강변하는 주장도 일부 있었는데, 손혜원 전 의원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한 민주당 인사들을 전방위로 저격하며 맞대응에 나서 먼저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선 “민주당 패배는 바로 당신, 이낙연으로부터 시작된 건데 본인만 모르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박지원 전 의원에게도 “국민의당이 민주평화당으로 사라져갈 때 이 분 뭐하셨나, 혹시 민주당 비대위원장에 관심이?”라고 맞받아쳤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이재명 책임론’을 언급한 박용진 의원을 향해선 “이 분, 혹시 8월에 당 대표 출마하려나? 그렇다면 전당대회 때 이 의원을 공격할 밑자락이 필요하겠죠”라며 “대선, 지선에서 아무 도움도 안 된 당신 같은 사람이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며 제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민주당과 어찌 이렇게도 흡사한지. 저쪽 편을 들며 덩달아 떠들어 대는 저 분은 원래 제 잘난 맛에 사는 그렇고 그런 사람”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손혜원 전 의원(좌)과 방송인 김어준씨. 사진 / 시사포커스DB
손혜원 전 의원(좌)과 방송인 김어준씨.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러면서 손 전 의원은 “계속되는 민주당의 오만과 뻘짓 속에서 그나마 경기지사 성공, 인천 계양에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살린 게 이재명 당선자다. 또 계산 없이 자신을 던져 최선을 다했던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눈물 나는 헌신을 통해 보석 같은 정치인을 재발견한 것도 큰 소득”이라고 이 의원과 송 후보를 감쌌는데, 마찬가지로 방송인 김어준 씨도 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재명 후보의 도를 이어받은 김동연 후보가 윤심 가득 담긴 김은혜 후보를 이겼다. 경기도 (승리) 때문에 반반 느낌이 난다”며 “이재명도 살아났지만 김동연도 살아난 것이기에 여러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이번 선거를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경기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김동연 당선인조차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졌잘싸’란 해석에 대해 “그건 틀린 생각이라 생각하고 만약 그 생각을 한다면 더 깊은 나락에 빠질 것이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진 이유도, 그 이후도 성찰이 부족했다”며 선을 그었는데, ‘이재명 책임론’을 둘러싼 내부 의견이 이처럼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이 의원에 대한 압박수위에 따라 향후 당 내홍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침묵하는 이재명…국민의힘 “민주당, 이재명의 강 건너야”

실제로 친문 측 신동근 의원은 “숱한 우려와 반대에도 ‘당의 요구’라고 포장해 송영길과 이재명을 품앗이 공천했고 지방선거를 이재명 살리기 프레임으로 만들었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책임져야 한다”고 압박한 데 반해 이재명계 수장인 정성호 의원은 “국민들께서 다시 매서운 회초리를 내려치면서도 가느다란 희망은 남겨놓았다. 국민의 호된 경고를 받고도 민주당이 기득권 유지에 안주한다면 내일은 없다”며 지선 패배를 오히려 기득권 교체 명분으로 삼으려는 자세를 취하는 등 친문과 친명 간 충돌 전조가 감지되고 있는데,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이 의원이 출마할 경우 그 파열음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힘에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기현 의원이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불복으로 민심에 역주행하던 이재명의 민주당이 민심의 벼락을 맞았다. 이 의원은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직함이 무색할 정도로 혼자만 살아남았으니 개인적 방탄조끼 입기를 위한 무책임 출마였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재명의 강’을 건너 당내 합리적 인물 중심으로 재편해야 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재명을 앞세워 강경 노선을 주도했던 이들이 차기 총선 공천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그 길로 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견된다”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다만 당 안팎에서 가해지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인 이 의원은 침묵을 지킨 채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데, 2일 캠프 해단식이 끝난 뒤 이 의원에게 기자들이 ‘민주당 비대위 총사퇴’를 비롯해 ‘당내 이재명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지선 패배 요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당권 도전 생각이 있느냐’ 등 여러 질문을 쏟아내도 끝내 입을 열지 않고 자리를 떠버려 조만간 원내 입성하더라도 당내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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