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에 취임 후 첫 NSC 주재한 尹 “한미연합방위태세 강화 이행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한일 순방을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귀국하던 25일 북한이 동해상에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단거리탄도미사일 등 3발을 발사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섰는데, 한미동맹 강화에 방점을 둬온 만큼 대책에 있어서도 한미 공동 대응하는 모양새다.

◆ 北 도발에 NSC 연 尹 “한미정상 간 합의된 확장억제 등 조치” 주문

북한의 ICBM 발사 3분 만에 보고 받은 윤 대통령은 25일 오전 조기 출근해 1시간 넘게 북한의 미사일 도발 관련 긴급 NSC 회의를 주재하면서 “대한민국 안보에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상시 대비태세를 유지하라”며 “한미 정상 간 합의된 확장억제 실행력과 한미연합방위태세 강화 등 실질적 조치를 이행하라.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유관국 및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철저하게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서 거론된 한미 정상 간 합의된 확장억제 실행력이란 지난 21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후 나온 공동성명에 담긴 핵·재래식·미사일 방어 등 모든 범주의 역량을 활용한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방안을 이르는 것으로, 이종섭 국방장관도 이날 낮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지속된 도발에 대해 한미연합방위태세와 미국의 확장 억제를 보다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장관은 미국 국방부에 핵폭격기, 핵추진잠수함, 핵추진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스틴 장관에게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조기에 개최할 필요성도 역설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장관과 마찬가지로 이날 NSC회의에 참석했던 박진 외교부장관 역시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부내 대책회의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지속된 도발이 더 강력하고 신속한 한미연합억제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며 “이렇게 명백하게 안보리 결의를 계속 위반하는 상황에서 안보리가 더 이상 단호한 대응을 주저해선 안 된다. 3월 24일 북한의 ICBM 발사 이후 안보리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신규 결의가 채택될 수 있도록 우방국들과 공조를 신속하게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뿐 아니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박 장관은 앞서 이날 오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긴급 통화에서 한미공조를 통한 강력 대응과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으며 이번 주 안에 한미일 3국 외교장관 전화 통화도 추진하기로 했는데, 권영세 통일부장관까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남북 코로나 방역 협력 방안 세미나에서 “북한이 이런 도발로 직면하게 되는 것은 더 강화된 한미동맹의 억제와 추가적 불이익 외엔 없다. 정부는 북한 도발에 말로서가 아닌 행동으로 실효적 억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한미동맹을 내세운 대북 압박에 나섰다.

◆ 미사일 대응사격에다 엘리펀트 워크도…‘행동’ 보여준 尹정부

박진 외교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부내 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부내 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좀처럼 대통령이 직접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지 않는 모습이 보였던 이전 정권 때와 달리 윤 정부는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로 합참은 이날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엘리펀트 워크 및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을 시행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지난 2017년 7월 이후 4년 10개월 만이다.

합참에 따르면 이날 한국군은 현무-Ⅱ, 미군은 ATACMS 미사일을 각 1발씩 동해상으로 실사격했는데, 공군은 아예 전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징후를 포착하고 실제 발사에 대비해 F-15K 30여대가 무장한 채 활주로에서 지상활주하는 ‘엘리펀트 워크’ 훈련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합참은 이 같은 맞대응 성격의 무력시위와 관련 “어떤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와 압도적 전력으로 도발 원점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고, 원인철 합참의장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라캐머라 연합사령관과 화상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하게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도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대지 미사일과 엘리펀트 워크는 한미 연합대응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미가 동시에 준비해서 같이 대응했다는 점이 (이전 정부와의) 차이”라며 한미동맹 및 대북확장억지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한 데 이어 “합의해놓고 방치하는 것보다 이행 방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어제 대통령실에선 확장억제TF, 사이버안보TF, 한미경제안보TF, 원자력협력TF, 인도·태평양TF 등 5개 태스크포스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월별로 문제를 식별하고 이행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새 정부는 NSC회의에 그치지 않고 이례적으로 북한 도발을 규탄하는 정부 차원의 공식 성명까지 별도 발표했는데, 윤 대통령 판단으로 내놓게 된 이날 성명에선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에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 위반한 불법행위이자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라며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안보와 국민 안전을 지키는 실질적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지난 12일 있었던 도발 때와 달리 윤 대통령이 NSC 회의를 소집하는 등 강경하게 나선 데에는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귀국 전에 미사일을 발사한 점을 주목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더구나 북한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1발 뿐 아니라 한국, 일본을 사정권으로 둔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까지 한 번에 섞어 발사했다는 점 역시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불만과 미사일방어망 무력화 등 여러 의도를 담은 것으로 비쳐지고 있으며 김태효 차장은 북한 도발 의도에 대해 “임박한 한국 정치 일정에 개입하려는 의도 아닌가. 새 정부의 안보 태세를 시험해보려는 정치적 의도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아울러 미국도 한미연합방위태세와 확장 억제 등을 강조한 우리 정부의 목소리에 호응해 이 장관이 오스틴 장관에게 요청했던 전략자산 전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 비록 김 차장은 미국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 “지금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으나 실시간 항공추적 사이트 플라이트 레이더 24 등에 따르면 25일 오후 미국의 3대 핵 전력 중 하나로 꼽히는 B-52H 스트래토 포트리스 장거리 폭격기가 일본 동쪽을 비행한 것으로 밝혀져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예고됐던 확장 억제가 본격 가동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제는 북한 도발이 단지 이번 미사일 발사만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건데, 김 차장은 25일 오후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과 다른 장소에서 7차 핵실험을 준비하기 위한 핵 기폭장치 작동 시험하는 것이 탐지되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 동향을 주시 중”이라고 밝혔는데, 국가정보원 역시 앞서 지난 19일 국회 정보위원회가 비공개로 진행한 전체회의에서 “핵실험 준비는 다 끝나고 타이밍만 보고 있다”고 밝혔던 만큼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이후 5년 만에 북한의 핵실험이 재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다만 김 차장은 7차 핵실험 시점과 관련해 “아마 북한 지도자도 스스로 결정을 안 했을 것”이라면서도 “북한 당국 나름대로 원하는 규모와 성능을 평가하는 핵실험을 위해 마지막 준비 단계가 임박한 시점이다. 풍계리에서 하루 이틀 새 핵실험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지만 그 이후 시점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고, “오늘은 비교적 절제되고 상호 긴장을 상승시키지 않는 국면에서 할 수 있는 메시지를 (냈는데), 앞으로 도발 양태에 따라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민주당, 尹 행보에 심기 불편? “한미동맹, 국익보다 앞설 수 없어”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본관 202호에서 열린 추경안 신속처리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이강산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본관 202호에서 열린 추경안 신속처리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이강산 기자

한 발 더 나아가 김 차장은 북한의 군사 행동에 대한 윤 정부의 3원칙에 대해 “첫째 발사체가 미사일인지 방사포인지 탄도미사일인지 ICBM인지 정확히 기술할 것”이라며 “둘째 군사 조치에 반드시 상응하는 후속 조치가 따를 것이고 이런 행동을 한미군사협조 태세를 통해 함께 실천하고 유엔을 포함한 국제 사회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상황을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해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미상 발사체’와 같은 용어 사용 등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앞서 윤 대통령도 지난 23일 CNN과의 취임 첫 인터뷰에서 “(북한) 눈치 보는 정책은 아무 효과가 없고 실패했다는 게 지난 5년 동안 이미 증명됐다”며 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했던 만큼 그 연장선상에서 내놓은 방침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그래선지 민주당에선 새 정부의 이 같은 모습에 일부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 윤호중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선 규탄한다면서 “국가안보엔 여야가 없는 만큼 민주당은 초당적 협력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다만 대한민국의 안보에 직접적 위해가 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수수방관한 부분에 대해선 철저한 반성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윤 정부를 비판했고, “한미동맹은 중요하지만 국익보다 앞설 수 없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윤 위원장은 6·1선거를 의식한 듯 “책임감 있는 균형 세력이 사라지면 윤 정권의 불안한 아마추어 국정 운영은 민생 파괴와 안보 붕괴로 이어질 게 뻔하다”고 주장했는데, 다만 앞서 문 대통령 때인 지난 1월 27일엔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회의를 열었던 데다 문 대통령은 별 다른 언급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새 정부를 겨냥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수수방관했다’는 윤 위원장의 비판은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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