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尹 독주 맞설 균형 맞춰야” vs 국힘 “민주당, 盧 꿈 망치는 정당”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인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나는 깨어있는 강물이다' 추모식에서 권양숙 여사, 문재인 전 대통령 및 내빈들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인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나는 깨어있는 강물이다' 추모식에서 권양숙 여사, 문재인 전 대통령 및 내빈들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3기 추도식이 열리는 23일 여야 지도부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앞다투어 집결하는 등 6·1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난국 처한 민주당, 盧 추도식 계기로 국면 전환 노리나

민주당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에 비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고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을 분위기 전환을 위한 기점으로 삼으려는 모양새인데, 실제로 리얼미터가 지난 16~20일 전국 유권자 2528명에게 실시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95%신뢰수준±1.9%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은 50.1%를 기록했으며 민주당은 38.6%로 나왔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지난 20~21일 서울 거주 유권자 1002명에게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50.2%, 민주당은 31%로 나올 정도로 양당 간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실정이다.

심지어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이번 지방선거의 성격에 대해 물었을 때 ‘새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견이 지난 조사 때보다 6%P 오르며 과반인 53.5%로 나온 데 반해 ‘새 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민주당 등 다른 정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동기 대비 6%P 하락한 40.9%를 기록해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새 정부 견제론’은 통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민주당은 23일 고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대대적으로 강조하는 방향으로 여론전에 나섰는데,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노무현 정신이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있는데도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검찰 공화국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윤 정부의 독주에 맞설 수 있는 지방정부를 세워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윤 정부의 독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고 노 전 대통령이 꿈꾼 새로운 대한민국을 기필코 완성하겠다”고 역설했다.

이 뿐 아니라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추도식 전날인 지난 22일 밤 먼저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2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 대통령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전직 대통령 수사에 착수했다. 13년 전의 일이 반복될까 두렵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대선후보에 대한 음해와 공격, 수사가 이어지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느냐”고 글을 올리기도 했고, 고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는 봉하마을을 찾은 송 후보에게 “꼭 승리하라”고 힘을 실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정치검찰의 행태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건 윤 대통령이건 간에 잘못된 관행이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되겠다고 하는 (메시지가) 국민통합을 위해 쓰여 진다면 좋지 않겠나”라며 “검찰 출신 대통령이 나온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보복 수사에 앞장섰던 당시 검찰 잘못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가 이어진다면 훨씬 더 국민통합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고 고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을 고리로 윤 대통령 압박에 나섰다.

◆ ‘잊히고 싶다’던 文까지 가세? 盧 추도식 와 이재명과 비공개 오찬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공식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공식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한 발 더 나아가 다른 일정상 참석하지 못한 윤 대통령과 달리 그간 ‘퇴임 후 잊히고 싶다’고 강조해왔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정작 23일 추도식에 참석했는데, 권 여사와는 물론 추도식에 참석하러 내려온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및 민주당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을 가져 당초 정치권과 거리를 두려는 듯 했던 본인 발언과 달리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사실상 선거 지원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비록 이 위원장이 “(선거 얘기) 안 했다”고 말했으나 문 전 대통령은 고 노 전 대통령 기념관으로 운영될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을 둘러본 뒤엔 방명록에 ‘깨어있는 시민들이 당신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라고 적었으며 현장에 모인 참석자들도 문 전 대통령 부부가 등장하자 환호를 보내고 이 위원장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등 흡사 민주당 전당대회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하며 민주당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무색하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추도식에 참석하고자 내려왔다가 현장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와 야유를 들었는데, 일부 시민들은 이 대표의 통행을 가로막기도 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고, 비단 이 대표 뿐 아니라 박지현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에게마저 ‘내부총질 그만하라’는 고성이 나올 정도로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가운데 이 위원장은 추도식 직전 유튜브 ‘박시영TV’에 출연해 문 전 대통령과 오찬한 사실을 알리며 “워낙 많은 분이 계셔서 사적인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웠다. 일부러 사진도 하나 찍어주시긴 했는데 지난달 11일 청와대에서 늦게까지 술 한 잔하고 말씀도 많이 듣고 드리고 그랬다”고 문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적극 내세운 데 이어 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이 열어준 길을 따라 잘 왔는데 이제는 가셔서 저 혼자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노 전 대통령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실제로 지난 대선 과정에서 권 여사는 이 위원장에게 “고 노 전 대통령을 가장 많이 닮은 후보”라고 평한 적도 있는데, 이 위원장은 이 발언도 들어 “닮아야지 생각했고 스타일이 비슷한 측면이 있어 지금도 사실 그 후과를 많이 치르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추도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노 전 대통령 추모일을 맞아 어제부터 오늘까지 충청, 부산·울산·경남 일대를 저희가 지원하러 왔다. 사람 사는 세상의 꿈,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의 꿈을 앞으로도 잊지 않고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 견제 나선 국힘 “盧 꿈 망치는 자들, 당적 같다고 동지인가” 직격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13주기를 맞아 묘소를 참배, 분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권선동 원내대표, 이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13주기를 맞아 묘소를 참배, 분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권선동 원내대표, 이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뉴시스

한편 고 노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를 지지층 결집 기회 삼아 적극 움직이는 민주당에 맞불을 놓는 듯 노 전 대통령 시절 국무총리를 지냈던 한덕수 국무총리는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까지 봉하마을로 총출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는 추도식을 마친 뒤 민주당처럼 권 여사를 만나 비공개 면담을 가졌으며 이 대표는 권 여사 예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협치의 틀도 그렇고, 노 전 대통령을 모시는 일에도 소홀함에 없게 하겠다고 권 여사께 말씀드렸다. 지금은 지방선거 와중이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오지 못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인원이 노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자리에 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도 이날 양금희 대변인 논평을 통해 “생전 노 전 대통령이 보여줬던 리더십을 기억하며 우리 사회에 깊게 남아있는 정치대립을 해소하고 소통과 통합의 민주주의로 향해 나아가자는 취지를 새겨본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 의회 일방독주가 아닌 통합과 상생의 정치, 의회민주주의로 국민 대통령의 강물로 함께 흐르는 것이야말로 국민 뜻을 받드는 길일 것”이리며 “대통합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길 기대한다”고 이번 추도식 참석이 국민 통합 행보임을 강조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에서 노무현 정신을 내세워 ‘통합’을 거론한 데에는 고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을 계기로 진영 대립 구도를 통한 결속력 강화에 나선 민주당과 대비된 행보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아예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앞서 이날 오전 지방선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을 겨냥 “노 전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 없이 노력한 만큼 대우 받는 세상을 꿈꿨고 이는 어떤 진영에 속해있느냐를 떠나 우리 정치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라며 “이 후보를 비롯해 많은 민주당 정치인이 노무현의 꿈을 잇겠다고 했는데 당적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기라고 감히 표현할 수 있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은 “조국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 써준 혐의로 2심에서 유죄 판결 받은 최강욱 의원은 반성하지는 못할망정 불복하겠다고 당당히 주장을 펼쳤다. 이런 최 의원을 지키겠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을 노 전 대통령이 지켜보면서 뭐라 할지 생각했나”라며 “민주당은 제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노무현의 꿈을 망치는 자들이 노무현의 꿈을 잇겠다고 하니 통탄스러울 뿐”이라고 민주당에 일침을 가했다.

이 같은 진영 논리를 직격하는 국민의힘의 지적에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인들이 누구와 친하다는 것만으로 기록된다는 것은 정치를 제대로 한 게 아니다. 문제는 노무현·문재인과 친하다는 것 말고 국민에게 내놓을 만한 게 없다는 것”이라며 “무슨 주장을 했는지, 무슨 가치와 비전을 내세웠는지, 무엇을 위해 결단하고 노력했는지 선명한 게 없다. 친노, 친문만으로 기억되는 정치는 이제 그만하자”고 촉구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노’ 표심에 호소하는 이 위원장의 행보는 그치지 않고 있어 과연 노 전 대통령을 부각시키는 것만으로 민주당에 유리한 판세가 조성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