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검찰 수사권도 못 뺐고 지지층 결집도 실패?

19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 모습. 사진 / 공민식 기자
19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 모습. 사진 / 공민식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강경파 의원들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추진을 시도했지만, 진보 진영까지도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검찰 수사권도 뺏지 못하고 급기야 지지층 결집도 실패하는 분위기가 엿보였다.

◆ 민주당 검수완박, '친노' 조기숙 "왜 자멸의 길을 걷는가"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역임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추진하는 움직임에 대해 "대선 패배 후에도 '졌잘싸'를 외치던 정당이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왜 갑자기 자멸의 길을 택하는지 그 합리적 이유가 궁금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조 교수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의 사법체계상 별로 사용하지 않을 뿐, 미국 검사도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게 정설로 보인다"면서 민주당을 향해 "당내 민주적 토론이나 국민적 합의는 생략된 채 꼼수로 인천상륙작전처럼 밀어 붙이는 검수완박 입법을 보고 있노라면 민주당의 목적과 정체성에 의문이 생긴다"고 직격했다.

그는 "9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형소법 원칙에 동의한다"며 "그러나 9999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라면 여기에 찬성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보통 사람들은 검찰에 의해 인권침해를 당할 일이 평생 한 번도 경험하기 어렵다"며 "재벌, 대기업, 정치인, 6대 범죄 피의자를 제외하고 무기력한 검찰 만들기가 다른 모든 민생 이슈를 능가할 만큼 중요한지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는 "검찰 권력 덕분에 우리처럼 범죄로부터 안전한 나라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민주화 이후에는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함으로써 부정부패 감소에 일조하기도 했다"고 평가하면서 "범죄 발생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기에 공권력의 크기로만 논하는 건 무리겠지만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역량 부족(경찰을 폄훼하는 게 아니라 과거 검찰이 하던 수사에 아직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므로)으로 피의자를 증거 없음으로 풀어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비명이 현장에서 들려온다"고 덧붙이며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 추진을 반대 입장임을 표명했다.

◆ '민주당 원로' 문희상 "누가 봐도 꼼수...쥐 잡다가 쌀독 깨는 꼴"

이에 더해 이날 민주당의 원로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이) 아무리 큰 흐름에서 명분이 있는 목표더라도 처리하는 방식이 누가 봐도 꼼수인 게 분명하면 이기는 것 같지만 지는 거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 전 의장은 "(검수완박 입법 강행은) 쥐 잡다가 쌀독 깨는 것"이라고 비유하면서 "이렇게 고집부리고 무리하면 민심이 떠난다. 지방선거에서 오히려 버림받을 것"이라고 경고음을 내며 비판에 가세했다.

◆ 조정훈, "586 선배들 퇴장할 시간, 괴물로 이름 붙여지지 않길"

뿐만 아니라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수완박'을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의 5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의원들을 겨냥 "민주화의 상징인 선배들이 괴물로 이름 붙여지지 않길 바란다"면서 "선배 세대가 쟁취한 반독재에 이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서 이제는 선배들의 퇴장이 필요한 시간이 됐다"고 맹폭했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선배들은 국회와 정치를 선악 대결의 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단일대오만이 살길이라 외쳤고, 이탈자는 배신자라고 낙인찍고 있다. 172석의 힘을 바탕으로 압박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민주당 '검수완박법' 역풍...권성동 "졸속 입법, 국민에게 버림 받게 될 것"

이에 더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렇게 졸속입법해서는 안 된다는 자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어떤 의원은 비밀투표를 하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법안을 무기명 비밀투표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일부 핵심 세력들이) 이것(검수완박법안)을 강행 입법 처리한다면 민주당은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즉,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한다면 민심은 떠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경고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 지지층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오는 6·1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검수완박' 입법 추진을 통해 지지층의 결집을 이루면서 현 정권과 이재명 전 후보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얻겠다'는 계획이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특히 민주당은 검수완박에 대한 명분 부족으로 민심이 뒷받침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강행 추진함에 따라 오히려 민주당은 지지층 결집도 실패하고 검수완박에 대한 이미지만 더욱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 역풍을 맞이한 것이라는 분석의 목소리도 관측됐다.  

◆ 여론조사, 검수완박에 대한 민심은? '반대 65%' vs '찬성 27%'

앞서 여론조사전문회사인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지난 18~20일 3일간 전국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NBS 전국지표조사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에 대해 응답자의 65%가 '반대한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되어 '찬성한다'(27%)는 의견보다 2배 이상의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검수완박' 입법에 대해 동의하는지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는 의견은 39%의 응답율을 보인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은 50%로 '검수완박'의 반대 의견이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무선 100%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였고,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 국회의장 '검수완박' 중재...민주당 강경파들 "박병석, 권한 남용, 헌법 파괴적" 맹폭

한편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에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박병석 국회의장이 22일 여야의 중재안을 제시하며 "더이상의 카드가 없다"고 강조하며 "의장의 중재안을 양당에서 수용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고, 이에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결국 의원총회를 통해 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겠다고 모두 밝히며 극적타결을 이룬 모습을 보였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수용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감지되기도 했는데, 실제로 민주당 강경파로 분류되는 '행동하는 의원 모임'인 '처럼회'의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 의장의 최종 중재안 제안과정은 헌법파괴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김 의원은 박 의장을 향해 "입법권을 가진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당론을 결정했는데, 의장이 자문그룹을 통해 만든 안을 최종적으로 받으라고 강요하는 건 입법권 없는 자문그룹이 실질적인 입법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권한 남용"이라고 규정했다.

심지어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처리하기 위해 민주당에서 위장 탈당까지 감행한 민형배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중재안을 내놓은 박 의장을 향해 "놀랍다. 국회의장이란 분이 이렇게 몰아 부치느냐"고 따져 물으면서 "헌법파괴적이고 권한을 남용하는 일이다. 국회의장의 입법권 전유는 반칙이다. 의회 민주주의 파괴다"고 맹폭했다. 

앞서 민 의원은 지난 20일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 정상화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을까 싶어 용기를 낸다"며 민주당에서 탈당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국회 안건조정위원회의 야당 몫의 자리로 들어가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고 했었다.

◆ 성일종 "민주당 강경파 득세, 민주당에 결코 도움 안 돼" 

반면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주당의 강경파에 의해서 합리적 세력인 민주당의 온건파나 또 협상파들의 입지가 굉장히 줄어들고 있다"면서 민주당의 강경파 의원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어 성 의원은 "지금 현재 민주당에 강경파들만 얼굴이 나오는데, 그 강경파들이 득세를 할 때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반문하며 "민주당 얼굴 자체가 강경파로 바뀐 것은 민주당에 결코 도움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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