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통화 여부 놓고 진실공방까지…민주당 “尹, 선거 개입하나” 공세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좌), 강용석 무소속 경기지사 후보(중), 윤석열 대통령(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좌), 강용석 무소속 경기지사 후보(중), 윤석열 대통령(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강용석 무소속 경기지사 후보의 발언이 국민의힘은 물론 윤 대통령까지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어 사실상 보수진영은 어렵게 만들고 더불어민주당에만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 강용석과 윤 대통령 측, 통화 여부 놓고 ‘주장’ 엇갈려

앞서 지난 12일 ‘한국경제신문’에선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에 강 후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를 공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내용의 강 후보 인터뷰가 보도된 바 있는데, 여기서 강 후보는 “윤 대통령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로 김은혜 후보보다 인연이 깊다”며 “(윤 대통령이) 지난주에도 연락해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랑 싸워야지 왜 김은혜를 공격하느냐. 함께 잘 싸워야 하지 않느냐고 하셨다”고 주장했고, 지난 16일에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채널에 올린 ‘[충격단독] 윤 대통령 선거개입 논란’이란 제목의 영상엔 5월 6일 금요일 밤에 통화했다고 정확한 일자까지 밝혔다.

다만 당시는 취임식 이전이어서 당선인 신분이므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는데, 이 영상에 강 후보와 함께 나온 김세의 씨는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도 강 후보와 통화했다. 윤 대통령과 언제 통화했는지 그 기록이 남아있다”고 주장하기도 해 윤 대통령 측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급기야 대통령실에선 16일 “대통령은 강용석 변호사와 통화한 사실이 없다. 보도에 참고 바란다”는 공지까지 기자들에게 전했는데, 그러자 강 후보도 17일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대통령실과의 공방처럼 흘러가서 불쾌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희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며 “통화한 기록이 있다는 말은 한 적 업고 세계일보 기사는 조금 오버했다. 전화를 건 기록이 있다거나 이런 건 말이 안 된다”고 자칫 갈등으로 비쳐질까 수습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진중권 전 교수가 지난 16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대통령실에서 거짓말했을 것 같지는 않다. 강용석은 여차하면 까는 사람”이라며 윤 대통령과 통화한 게 사실이라면 강 후보가 통화기록을 공개했을 것이란 지적을 했던 점을 의식한 대응으로 보이는데, 그러면서도 강 후보는 17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직후에도 통화한 건 사실이란 입장을 고수했으며 동석한 가세연의 김세의 씨도 “강 후보가 13일 인터뷰한 내용은 단 하나의 거짓도 없다”고 강조했다.

◆ ‘어부지리’ 민주당 “尹 사과하라…진실공방 끝내려면 康 고발하라”

(좌측부터) 민주당 이상민, 조정식, 오기형, 백혜련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민주당 이상민, 조정식, 오기형, 백혜련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양측 간 진실공방 양상으로 치닫는 데 대해 민주당은 반색하며 적극 나서고 있는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오기형 대변인은 17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만약 윤 대통령이 강 후보와 통화하고도 거짓 해명하는 것이라면 윤 대통령이 당선인으로서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을 본인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공직선거법 제9조와 제85조 위반 소지를 의식하고 거짓 해명을 하고 있는 것 아닌지 깊은 의문을 표한다. 윤 대통령과 강 후보는 어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만큼 수사를 통해 명백히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압박했다.

앞서 민주당 경기도당은 지난 16일 윤 대통령의 통화가 공무원의 중립의무와 공무원 등의 선거관여 금지 위반 사항이라며 윤 대통령과 강 후보 모두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한 바 있는데,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 되신 분이 지방선거에서 특정 정파와 후보를 지원하며 선거 중립을 위반하고 있는데, 사과하고 앞으로 그런 것은 있어선 안 된다. 본인의 취약한 정치적 지지기반을 이번 지선에서 확실하게 구축해보겠다는 욕심이 앞서다보니 그런 무리수가 생기는 것”이라고 윤 대통령을 몰아붙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조정식 민주당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도 열린우리당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한 마디에 탄핵 위기까지 가지 않았나”라며 “대통령이 직접 선거에 개입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건 중대한 사건이고 진실공방이나 정치중립 위반 여부에 대해 선관위 차원에서 신속하고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 같은 민주당의 공세에 강 후보도 부담을 느꼈는지 17일 야권에서 제기한 윤 대통령의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말이 안 된다. 개입은 없었고 윤 대통령과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선을 그었는데, 이에 민주당에선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선대위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백혜련 의원이 같은 날 오후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방을 끝내기 위해 윤 대통령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강 후보를 고발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백 대변인은 “선거법상 문제만이 아니라 누가 거짓말하고 있느냐의 문제로 바뀌었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 국민이 알아야 할 사안”이라며 만일 강 후보가 거짓말한 것이라면 도지사 후보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배수진을 치도록 요구하기도 했는데, “전국민 상대로 허위사실을 여러번 유포한 사람이 도지사 후보직을 유지하는 것은 도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사과로 끝낼 게 아니고 사퇴까지 해야 한다”고 압박수위를 높였다.

◆ 갈등 본질은 ‘단일화’? 가능성 놓고 반응 엇갈린 국민의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좌), 김기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좌), 김기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렇듯 윤 대통령이 김 후보를 공격하지 말라고 전화했다는 강 후보 주장까지 나오게 된 배경엔 경기지사 선거 판세가 특정 후보의 압도적 우세가 아니라 근소한 격차로도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김 후보와 강 후보 간 보수후보 단일화가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와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 중 어느 쪽이 오차범위 내 앞서고 있는지는 조사기관마다 다르게 나오고 있는데, KBS·MBC·SBS 방송3사가 의뢰해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입소스가 14~15일 실시한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김동연 37.3%, 김은혜 36.1%, 강용석 2.9%로 집계되기도 해 만일 김은혜 후보와 강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김동연 후보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민주당에선 촉각을 곤두세우며 양측 간 단일화가 되지 않게끔 갈등을 더 부채질하고 있는데, 일례로 이번 ‘대통령 통화 진실공방’에는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까지 “대통령이 설마 전화했을까 생각하나 진상규명을 꼭 하고 객관적 사실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놓을 정도로 양측 갈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선 강 후보와 각을 세우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그와의 단일화에 대해 당내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자신에게 의혹을 제기한 강 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을 뿐 아니라 그의 복당도 불허한 바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당 입장에서 대통령에게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세력과의 단일화는 검토도 할 이유가 없다. 단일화라는 용어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김은혜 후보와 강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여기에 김은혜 후보도 전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나와 “당원과 국민 목소리를 들어야지 저의 유리함을 타진하기 위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없고 당에서 단일화를 깊숙이 바라보는 분위기도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7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단일화란 표현을 하기까지 논란이 있기 때문에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가급적이면 후보가 한 명으로 되어서 선거를 치렀으면 좋겠다. 큰 틀에서 보면 보수 세력이 경기지사를 꼭 가져야 경기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일화 필요성에 무게를 두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강 후보를 향해 “표가 조금이라도 갈려지면 박빙 상태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있다. 이번엔 좀 협조해주면 좋지 않겠나”라며 사실상 김은혜 후보로 단일화되도록 후보직을 포기하라는 주문으로 비쳐질 수 있는 발언까지 했는데, 문제는 강 후보가 같은 날 오후 “중도 사퇴라든지 일방적인 사퇴, 이런 것은 절대 없다”고 분명히 못을 박아버렸다는 것이다.

오히려 강 후보는 자신에게 ‘대통령에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세력’이라고 표현한 이 대표를 겨냥 “전형적인 물타기다. 조속히 사퇴해 지방선거에 지방선거에 더 이상 영향을 안 미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맞불을 놓은 데 이어 단일화와 관련해선 “조건은 이미 저희가 아주 클리어하게 공개했다. 양자TV토론 3회와 당 이름을 뺀 여론조사 1회”라며 “이걸 받으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지 자꾸 여러 루트로 강온양면 전략을 쓰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먼저 상대방을 존중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이 대표도 같은 날 오후 전국동시지방선거 대전시당 선거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로부터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강 후보의 복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게 되자 “오늘부로 그런 (복당) 이야기가 더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못을 박는 등 ‘강 대 강’ 맞대응에 나서고 있어 보수후보 단일화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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