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깊게 고민하고 중지 모아 달라” 주문 후 권성동 “재논의 필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좌)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좌)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타협한지 사흘도 안 돼 국민의힘에서 재논의 가능성을 피력하면서 다시 정치권이 검수완박 문제로 충돌하려는 모양새다.

◆ 검수완박 중재안 제동? 尹 “국민 이기는 정치 없다…정답 고민하라”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의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 브리핑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검수완박에 대해 “정치권 전체가 헌법가치를 수호하고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답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정치권이 중지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는데, 특히 윤 당선인은 “민주당도 국민 대다수가 검수완박에 대해 깊은 우려하고 많은 말씀 주시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 국민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며 “거대여당이 국민이 우려하는데 입법 독주를 강행하지 않으리라 보고 있다”고 사실상 검수완박 중재안에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비록 윤 당선인이 측근에게 ‘검수완박 중재안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는 보도에 대해선 배 대변인은 “언제 누구에게 전언을 했는지 사실 확인된 것이 없다”며 선을 그었으나 ‘민주당도 국민 우려를 잘 알고 있을 거라 본다’거나 ‘정답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정치권이 중지를 모아 달라’는 이날 발언은 윤 당선인이 박 의장의 중재안을 정답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며 국민 우려를 강조한 것 역시 이번 합의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나 검찰 측 반응이 좋지 않은 상황을 의식해 내놓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당장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서울시민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에게 지난 22~23일 실시한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회의장 중재안 수용’에 대해 잘못했다는 응답이 42.5%, 잘했다는 응답은 34%로 긍정·부정 격차가 오차범위 밖인 8.5%P로 나왔으며 잘못했다는 의견은 국민의힘 지지층(52.3%)과 20대 대선에서 윤 당선인에게 투표한 유권자(51%)에서 과반을 기록한 것으로 나왔고 중도층에서도 ‘잘못했다’가 42%, ‘잘했다’가 35.1%로 나타났다.

반대로 ‘잘했다’는 응답은 민주당 지지층(41.6%)과 정의당 지지층(52.1%), 20대 대선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투표한 유권자(43.6%)에서 전체 응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는데, 윤 당선인이 정계 입문 전까지 몸담아 그의 배경이 되고 있는 검찰 역시 김오수 총장이 사퇴 카드를 던지는 등 중재안 내용에 반대하고 있고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조차 23일 박 의장의 중재안에 우려한다는 입장문을 낸 데 이어 24일엔 중재안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묻고자 자신에게 전화 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예상되는 부작용 등을 설명했다고 밝히기도 해 윤 당선인이 ‘중지를 모아달라’고 정치권에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김오수 총장도 25일 오전 대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중재안에 동의할 수 없고 명확하게 반대한다.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 시기만 잠시 늦춘 것에 불과하다”며 “중재안에 의하면 검찰 직접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고, 직접수사의 경우에도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는 분리한다고 하는데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서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 국회의원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리는데 국민 여론을 존중해주시고 성급한 법안 처리를 멈춰주길 요청 드린다. 결론 내놓고 하는 특위가 아니라 여야 및 유관기관이 모두 참여해서 형사사법체계 전반을 폭넓게 제대로 논의할 수 있는 국회 특위를 구성해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이날 “중재안의 ‘중’ 자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외친 김 총장은 윤 당선인을 향해 “당선인은 전임 검찰총장이었으므로 검찰에 애정이 있으니 (검찰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호소하는 등 정치권에 중지를 모아달라고 주문한 윤 당선인 측에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였다.

◆ 尹 주문 의식? 중재안 극찬했던 권성동마저 “재논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현안 관련 박병석 국회의장 긴급 면담 이후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현안 관련 박병석 국회의장 긴급 면담 이후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이처럼 중재안대로 처리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비등하자 한 후보자와 직접 통화했었다는 이 대표부터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형사사법제도는 172석의 힘자랑과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비논리적 요소에 의한 시한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부패한 공직자 수사, 선거 관련 수사권을 검찰로부터 박탈하는 것은 국민 우려가 큰 만큼 국회는 더 신중하게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국민 우려가 불식되고 지지여론이 생긴다면 국민의힘도 입법에 흔쾌히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또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가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만 해도 “소수당 원내대표로서 최악은 막아야겠다. 국민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재안 동의라는 선택을 했고 그런 부분에 대해 국민들께서 양해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고 어렵게 합의한 만큼 합의사항이 지켜져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협상 당사자인 원내대표로서 최고위원들에게 설득을 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던 권성동 원내대표마저 갑자기 최고위원회의에선 “중재안 합의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비판을 겸허히 새긴다. 선거 범죄, 공직자 범죄에 대해선 국민들 뜻이 모일 수 있도록 여야가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비록 권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합의문에는 향후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폐지된다는 강제적 문구가 없어 즉 국민적 동의가 없는 검찰 수사권 폐지는 여전히 불가능하다. 중재안은 결코 검수완박이 아니다”라며 민주당 원안과 일일이 비교하는 등 중재안을 수용한 이유를 설명했으나 “다만 공직자 범죄와 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빠진 부분에 대해선 지적이 많이 있다”고 결국 재논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국민의힘에선 허은아 수석대변인을 통해 “문 대통령 임기 내에 검수완박 법안의 강행처리를 위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민주당의 무도한 입법 폭주는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민심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공식 논평을 냈다.

심지어 배 대변인에 앞서 윤 당선인의 대변인으로 활동해 ‘윤석열의 입’으로 꼽히는 윤 당선인의 최측근 중 한 명인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까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위공직자, 선거사범, 정치인의 치외법권 발상을 국민들이 용납할까. 70년 사법체계를 뒤흔들 법안을 이렇게 쉽게 하는 것은 국민에게 죄를 짓는 일이고 대장동 일당과 그 무리들이 지금 박수치고 있을 것”이라며 “검수완박이든 검수반박이든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경기도민의 의견을 받들어 재의를 요청한다”고 검수완박 중재안 처리가 아니라 재논의를 요구했다.

이 뿐 아니라 김 후보와 이날 면담하기에 앞서 가진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까지 “정치인들이 스스로를 검찰 수사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국민을 위한 것이지 정치인을 위한 게 아니라고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할 수 있나”라며 박 의장의 중재안에 합의한 정치권에 일침을 가했는데, 이렇듯 국민의힘에서 재협상에 무게를 싣자 민주당에선 즉각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며 예정대로 4월 내 처리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 민주당 “합의 파기 시 즉각 檢개혁법 통과”…정의당 “파기 시 국힘 책임”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좌)과 김응호 정의당 부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좌)과 김응호 정의당 부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비대위 회의에서 “한 후보자의 전화 한 통에 국민의힘 당 대표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법무검찰의 국회지부가 아닌가 의심 드는 대목”이라며 “국민의힘이 합의를 파기하는 즉시 검찰개혁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고 국민의힘에 경고했으며 박홍근 원내대표도 같은 날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오전에 박 의장과 통화했는데 의장도 이 문제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이다. 의장은 이 합의사항대로 이행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검찰 수사권에서 선거범죄와 공직자범죄가 빠진 점을 문제 삼는 데 대해서도 “지금 허위 왜곡, 날조 프레임을 짜고 있는 것 아니냐. 이미 경찰이 대부분 수사하고 있는 내용이고 고위공직자에 대해선 공수처가 다하고 있는데 한쪽만 듣고 그게 세상의 전부인양 이해하는 안 위원장부터 시작해서 저쪽의 왜곡된 시각에는 우리가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으며 “의장 중재로 합의한 것을 헌신짝 내던지듯 파기하면 앞으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민주당의 협조를 하나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으로 우리는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윤 당선인까지 압박했다.

아울러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이 여야 합의를 파기하기 위한 밑자락을 깔고 있지 않은지 우려스럽다. 윤 당선인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지, 검찰을 대표하는 검통령이 아니며 예정된 검찰 정상화 국회입법을 존중하고 국민 기본권 보장, 사법정의를 위한 후속작업을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윤 당선인에 촉구했는데, 민주당에선 전날 이수진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주장했듯 국민의힘에서 나오는 ‘재논의’ 주장은 단지 다음 주 안에 법안 논의를 막기 위한 시간끌기 전략으로 보고 있어 단호히 일축하는 모양새다.

심지어 정의당에서도 중재안 파기 가능성에 국민의힘 책임론을 제기하는 실정인데,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대표단 회의에서 “합의를 파기한다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한 후보자를 통한 윤 대통령 당선인의 오더 정치로 인해 일어나는 극한 대결의 책임은 온전히 당선인과 국민의힘의 몫일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 “경거망동을 즉각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김응호 정의당 부대표도 “재검토 발언은 다시 거꾸로 가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국민의힘 권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의장실을 찾아 박 의장을 면담한 뒤 “국민들로부터 오해 받은 선거, 공직자 범죄에 대해 추가적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드렸고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끼리 논의해 보라, 당신도 숙고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박 의장이 민주당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박 원내대표 주장에 맞불을 놨는데, 권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에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박 원내대표는 금주 중 법사위에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조문 작업을 끝내고 28일이나 29일에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정국은 다시 검수완박 문제로 급랭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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