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주장에 尹·한동훈 등 반박 나서…文 발언, 민주당에도 여파

문재인 대통령(좌)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문재인 대통령(좌)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퇴임을 목전에 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나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 등을 통해 여러 현안 관련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 새로이 출범할 윤석열 정부와 다시 충돌하겠다는 뜻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文 “尹당선 아이러니…중재안 처리해야” vs 尹측 “文, 권력 사유해…검수완박, 부패완판”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배현진 대변인을 통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사실상 재논의해줄 것을 주문한 지 약 7시간 만인 25일 오후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를 통해 “박 의장의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 합의가 저는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는데,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검수완박에 대해서도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에 따르면 “당선인은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다’, 검찰총장 사퇴할 때 말씀하신 것과 생각이 변함없다”고 밝힌 반면 문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제 입장은 잘 알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한 발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은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공언한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도 겨냥 같은 날 JTBC 인터뷰 ‘대담, 문재인의 5년’에서 “이런 식의 표현은 부적절하다. 굉장히 위험한 표현”이라며 ‘국민 피해를 막겠다’는 이유를 내세운 데 대해서도 “편하게 국민을 들먹이면 안 된다. 대한민국의 정의를 특정한 사람들이 독점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또 문 대통령은 수사권 분리에 반발하는 검찰을 향해서도 “경찰의 잘못에 대해선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는데 검찰은 대대로 무소불위 아니었나. 검찰의 정치화가 문제”라고 비판적 발언을 쏟아냈으며 자신이 과거 검수완박에 대해 속도조절론을 주문한 데 대해서도 “과거에 했던 얘기를 지금 국면에 끌어들여 (말하면 안 된다)”고 선을 긋는 자세를 취해 민주당의 강행 처리에 사실상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비록 JTBC 인터뷰는 박 의장의 중재안이 나오기 전인 지난 14~15일 진행돼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검찰의 반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거나 민주당의 법안 단독 처리에 대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추진하는 방법이나 과정에 있어선 역시 국민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면 (여야) 합의 하에 처리되면 더 좋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다소 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부분과 온도차가 있지만 검찰과 윤 당선인 측에 대해 당초 문 대통령이 어떤 시각을 갖고 있었는지 분명히 보여줬다.

특히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대선 승리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다른 당 후보가 돼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라며 “검찰총장으로서 임기를 지키는 것은 중요했는데 중도에 그만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한 데 이어 민주당의 대선 패배에 대해서도 “저는 한 번도 링에 올라가 본 적이 없다. 우리 정부의 어떤 성과에 대한 부당한 공격에 맞설 수 있었다면 선거에 도움이 됐을 수 있었다”고 자신과는 선을 그었으며 정권교체론으로 대표되는 정부 비판 여론에 대해서도 “일종의 프레임 같은 것이다. 민주당 후보가 앞서기도 하고 대단히 근접한 대선 결과를 어떻게 설명하겠나”라고 대응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윤 당선인은 물론 한 후보자까지 격앙된 반응을 보였는데, 26일 배 대변인은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검찰총장인 윤 당선인이 중도사퇴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 “지난 시절 검찰 뿐만 아니라 경찰, 국세청 등 정부부처의 모든 권력기관을 통해 상대 진영을 압박하고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데 국민이 상당한 피로감을 갖고 있다. 윤 당선인이 탄생한 배경도 바로 그 때문 아니겠나”라며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 당선이) 참 아이러니하다’고 말했지만 저희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누구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또 배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가야 할 방향’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어제 방송에서 검수완박, 형사사법체계 개편 논의에 대해 말했는데 윤 당선인은 정치권 기득권 수호나 정치 범죄 성역화를 위해 형사사법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돼선 안 된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며 “헌법은 국가의 기본 통치 원리이고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규범이다. 국민 민생과 국익, 국민 권익을 지키는 데 헌법이란 가치를 무너뜨려선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맞받아쳤다.

이 뿐 아니라 윤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문 대통령으로부터 ‘부적절하다’고 직격 당했던 한 후보자까지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의하면 같은 날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범죄대응시스템이 붕괴돼 국민이 큰 피해를 볼 게 분명한 개헌 수준의 입법인데 국민 상대 공청회 한 번 없이 통과되는 것을 눈앞에 둔 상황”이라며 “현장을 책임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몸 사리고 침묵하는 직업윤리와 양심의 문제”라고 문 대통령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 文, 대담 인터뷰서 조국 두둔까지…“尹 조국 수사, 목적 있다 볼 수도”

문재인 대통령(좌)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문재인 대통령(좌)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이 윤 당선인 측을 더 격앙되게 만든 데에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에 대해서도 뚜렷한 근거 없이 윤 당선인을 겨냥해 의혹을 제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인데, 문 대통령은 JTBC 대담 프로그램에서 “당시 (조 전 장관) 수사를 주도한 게 윤 당선인”이라며 “수사 시점이나 방식을 보면 공교로운 부분이 많다. 어떤 목적이나 의도가 포함됐다고 볼 수도 있다”고 입장을 내놓은 반면 조 전 장관에 대해선 “그 사람과 가족들이 겪은 고통이나 이런 부분은 마음이 아프다. 우리 정부에서 민정수석이 되고 법무장관으로 발탁되는 바람에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없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뿐 아니라 문 대통령은 자신이 윤 당선인에게 주문했었던 ‘살아있는 권력 수사’가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 아니었는지 묻는 질문엔 “그에 대해선 평가하지 않겠다”며 답하지 않으면서도 ‘윤 당선인에게 살아있는 권력 수사하라고 한 게 진심이었나’란 질문엔 “역대 우리 정부처럼 대통령 주변 친인척이나 특수관계자가 정권을 농단하거나 부당한 특혜를 줬다가 (문제 되지 않은 정부가 있었나)”라고 반문했는데, 하지만 문 대통령이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수석비서관급 이상 공무원을 감찰하는 독립기구인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야당의 요구에도 임기 내내 공석으로 놔뒀다는 점에서 이 같은 발언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JTBC 대담 때와 달리 25일 청와대 출입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게 여전히 마음의 빚이 있느냐’는 질문엔 즉답을 피한 채 “인사와 관련해 때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그게 이번 선거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던 점에 대해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일부 온도차 있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는데, 하지만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는 이미 조 전 장관에 한껏 힘을 실어주는 등 후폭풍이 민주당에까지 불고 있는 모양새다.

조 전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던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선 이경 전 이재명 캠프 대변인이 “조 전 장관은 잘못했다고 수없이 사과했는데 어디까지 더 사과를 해야 하는가. 그만하라”고 비판한 데 이어 강성 지지층도 박 위원장의 퇴진을 한 목소리로 촉구하고 김남국 민주당 의원까지 26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조 전 장관이 사실 여러 차례 국민들에게 취임하기 전부터 많은 사과를 했는데 굳이 또 그런 얘기를 꺼낼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박 위원장을 직격했다.

여기에 조 전 장관이 법무부장관에 지명된 지난 2019년 8월9일부터 장관직을 사퇴한 같은 해 10월14일까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인 ‘그대가 조국’은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의 대대적 지원 속에 크라우드펀딩이 시작된 지 3시간 만에 목표액을 달성한 데 이어 불과 하루 뒤인 26일 오전 10시엔 목표액의 3배를 넘는 2억 가까운 금액이 모금됐고, 펀딩은 전국 10만명 시사회를 목표로 내달 15일까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 문 대통령, 막판까지 현안 입장 쏟아내며 논란 부채질, 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유튜브 캡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유튜브 캡쳐

비단 조 전 장관 관련 발언 뿐 아니라 문 대통령이 중재안이 잘됐다든지 속도조절론에 선을 긋는 등 현안 관련 입장을 쏟아내면서 민주당도 그에 발맞춰 움직이는 모양새인데, 국민의힘에서 박 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 재논의할 것을 요구하자 이에 선을 그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박 의장 주재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저희로선 기존 합의사항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렸고 의장께도 오늘 법사위의 심사 과정을 거쳐 내일은 반드시 본회의를 소집해줄 것을 요청드렸다”고 기존 중재안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처럼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치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 속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말을 아끼기보다 오히려 윤 당선인 측과의 갈등을 불사하고 현안 관련 입장을 적극 내놓은 데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일단 “제가 우리당 후보라고 (대선 때) 입도 뻥끗할 수 없었다. 우리만 유독 꽁꽁 묶어놓고 선거를 치른다”고 토로한 JTBC 대담에서의 발언에서 보듯 자신이 적극 여론전에 나서지 않아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문 대통령은 JTBC 대담에서 자신의 임기 중 벌어진 부동산 폭등에 대해서도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세계적 현상이며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은 작은 편에 속한다. 우리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공급이 많았다”고 항변하거나 자신의 재임 기간에 대해선 “소득 양극화를 줄여가며 소득 불평등은 많이 완화됐다. 2021년까지 5년 내내 분배가 개선됐고 우리 정부 임기동안 (일자리가) 127만개 늘어났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뿐 아니라 그는 ‘내로남불’ 지적에 대해서도 “이중잣대다. 부동산 보유나 투기 모든 면에서 보면 늘 저쪽이 항상 더 문제인데 저쪽 문제는 가볍게 넘어가고 이쪽은 작은 문제가 더 부각되는 것도 한편으로는 문제”라고 반박했으며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받지 못했음에도 30명 이상 인사 강행해온 데 대해서도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한 사례 많다는 게 특별히 문제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청문회는 도덕성 검증에만 매몰돼 정치화되니 망신주기 청문회”라고 맞받아쳤는데, 다만 이 같은 그의 주장이 여론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갈지, 퇴임을 앞둔 본인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해 줄지는 미지수다.

특히 청문회가 능력보다 도덕성 검증에만 매몰됐다며 국회를 비판하는 듯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현재 여러 의혹을 이유로 윤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들을 비판하고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도 불참하며 동의해주기 어렵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민주당을 당혹스럽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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