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초박빙으로 끝난 탓? 패배한 李에도 “역할 요청”

(좌측부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선이 끝난 지 거의 한 달 가까이 되어가는 데도 6·1지방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선 ‘이재명’, ‘윤석열’이 계속 거론되고 있어 마치 대통령선거가 지속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 “지방선거에 이재명 역할 요청”…“지선, 李 지키는 선거”

민주당에선 이 상임고문의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그런 결과가 무색하게 이 고문의 역할론을 주장하거나 이 고문과 자신이 더 가깝다는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비록 졌지만 이 고문이 역대 민주당 대선후보 중에서도 최다 득표를 기록했으며 대선 승리한 윤 대통령 당선인에도 역대 최소 격차로 석패했다는 점 때문이다.

즉 이 고문이 향후 대권에 재도전할 기회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보기에 낙선인에게 도리어 서로 몰리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건데, 이 고문이 대선 출마 직전까지 도지사로 재임했던 경기도 선거의 경우 이 지역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저마다 이 고문을 언급하며 그와 밀접하다는 인상을 주려는 듯 치열하게 ‘친명’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기지사에 출마한 조정식 의원은 7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나와 “이번 경기지사 선거는 대선 이후 곧바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윤 정부의 독주와 불통, 오만함을 엄중히 경고하고 견제해야 하는 선거이고 또 이 고문을 지키고 민주당을 강력하게 해야 한다는 데 큰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며 “최근 이 고문을 겨냥한 표적 수사, 보복 수사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 고문은 이제 민주당 뿐 아니라 민주진보진영 전체의 가장 큰 가치이자 소중한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후보인 안민석 의원은 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여러 민주당원의 질문을 들었다. 만약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경기도지사가 된다면 바로 대권플랜을 가동하고 4년 뒤에는 (대권경쟁자로서) 이 고문을 공격할 공산이 다분해보인다는 것”이라며 “자신을 발탁한 문 대통령을 비난하고 정권교체한다고 나서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배반의 장미가 될 것이 뻔히 보이는데 안방을 내주고 꽃가마에 태울 이유가 뭐란 말인가? 민주당은 민주당의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지선 경쟁자인 김 대표를 비판하기 위해 이 고문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당 밖 인사인 김 대표조차 이 고문을 거론하면서 서로 ‘명심’ 경쟁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7일 민주당과의 합당식에선 “지난 대선에서 이 고문과 제가 가치연대, 정책연대를 하면서 선거 치룬 이후에 정치교체 추진과 또 가치 연대를 이루기 위한 합당 제의, 또 정치교체 공동추진위원회 제안을 받고 빠른 시간 내 의사결정해서 합당을 결정했다”며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이 이 고문과 합의했던 공동선언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급기야 민주당 지도부까지 이 고문을 거론하며 그의 역할을 주문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는데,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이 고문의 지방선거 역할을 묻는 질문에 “의논해서 역할을 요청할 생각”이라며 “유세는 당연히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고문이) 선대위에서도 전면에 나서느냐, 아니면 좀 자유로운 상태에서 지원하느냐 등 여러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 과유불급? ‘명심’ 찾다가 내홍까지 불거지는 민주당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자신의 주소를 송파구로 옮겼다면서 서울시민으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시사포커스DB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자신의 주소를 송파구로 옮겼다면서 서울시민으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시사포커스DB

다만 이 고문의 영향력을 의식해 저마다 이 고문의 의중이라는 이른바 ‘명심’을 내세우다 보니 민주당은 내홍으로까지 번진 모양새인데,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심송심’이란 말까지 돌았을 만큼 친이재명계로 꼽히는 송영길 전 대표가 대선 패배에 따른 책임을 진다면서 스스로 대표직에서 사퇴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자 친문 등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앞서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간곡히 요청드린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었는데, 여기에 이 고문이 ‘좋아요’를 눌렀다가 취소했었던 데다 친이재명계인 김남국 의원까지 지난달 경북 영천에 있던 송 전 대표를 만나 지방선거 출마를 요청하면서 송 전 대표의 출마가 이 고문의 뜻에 따른 결정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송 전 대표의 출마에 반대하며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까지 가졌던 김민석 의원은 지난 5일 MBC·CBS라디오에 출연해 “이 후보가 밀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차출론, 추대론 프레임 자체가 황당한 것”이라며 ‘명심’ 해석을 놓고 다른 입장을 내놨고, 심지어 친문계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 소속 의원들 13명은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대선 패배는 민주당 전체, 이 고문. 문재인 정부 모두의 책임이다. 송 전 대표는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 대열에 혼선을 주지 말고 책임 있게 행동하길 촉구한다”고 이 고문까지 싸잡아 직격하면서 송 전 대표를 압박하기도 했다.

반면 이 고문의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5일 오후 유튜브 ‘오마이TV’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 후 당내에서 ‘누구는 안 된다’고 하기보다 선택지 중 하나로 놓고 최선의 선택지가 무엇인지, 송 전 대표도 ‘나를 시켜달라’는 게 아니라 ‘당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 표현인 것으로 안다”며 송 전 대표에 대해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보고 결국 유권자인 서울시민의 선택 아니겠나. 호남 출신이고 인천시장으로 지방행정 경험했고 당의 5선 의원 등 경륜과 역량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송 전 대표를 띄우는 목소리를 냈다.

이렇듯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 간 계파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모양새임에도 불구하고 송 전 대표는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 공모 마지막 날인 7일 끝내 경선 후보로 등록한 뒤 자신의 SNS에 “대선 후 한 달여,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부족함이 많으나 지방선거 승리의 마중물이 필요하다면 피하거나 외면하지 않는 것이 당 대표를 했던 저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송 전 대표가 당내 일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마를 강행하면서 당내 비이재명계의 반발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 반면교사? ‘윤심’ 부각보다 언급 자제하는 국민의힘

조응천 민주당 최고위원(좌)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조응천 민주당 최고위원(좌)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대선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에선 출마 후보들이 도리어 윤 당선인과 가깝다는 점을 적극 내세우기보다 자중하려는 듯한 기류인데,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명심’ 논란의 영향도 없지 않겠지만 자당 내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데 따른 경계심의 발로로 보인다.

당장 김은혜 의원이 경기지사 선거에 뛰어들자 이 지역에 먼저 출사표를 던졌던 같은 당 유승민 전 의원은 7일 YTN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과의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의 화두와 약속이 공정과 상식 아니겠나. 곧 대통령 취임하실 분이고 공천 개입이나 선거 개입은 절대 안 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김 의원이 윤심이 아니라 그냥 김심이기를 바란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윤심이다’, ‘명심이다’, ‘박심이다’ 이런 게 아니라 경기도민들의 민심 아니겠나”라고 김 의원에 견제구를 던졌다.

비록 유 전 의원도 윤 당선인과의 관계를 부각시키려는 듯 “(출마) 권유는 아니고 전화 통화했다. 대선 끝나고 주말에 당선인께서 전화하셨는데 ‘선거 때 지지하고 도와줘서 고맙다’ 그러셨고 ‘고생하셨고 앞으로 잘하시는 게 중요하니까 잘하시길 바란다’ 그랬다”며 “내가 출마선언하고 3월 31일 날 저녁에 전화를 드렸는데 출마 선언했다고 내 입으로 말씀드리는 게 도리일 것 같아 덕담 나누고 그랬다. 응원한다고 덕담 주시더라”라고 덧붙이기는 했으나 일단 친윤계로 비쳐져온 이 의원의 등판을 더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반대로 김 의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의 출마에 윤 당선인의 요청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어제 출마선언하기까지 제가 결정했다. 지금 (제) 나이가 몇인데 제가 책임지는 것”이라며 출마 이유에 대해선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경기도, 성남, 제 지역구인 분당갑까지 ‘위드 이재명’이란 분위기가 다시 일어나 당에서 걱정하는 분들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윤핵관’인 것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엔 “대변인이기에 당선인의 의중을 알아야 해 현안에 대한 얘기가 오갈 수밖에 없다. 가까이 있다고 윤핵관이라고 한다면 이번에 정권교체하면서 윤 당선인에게 표를 줬던 모든 분을 윤핵관으로 불러야 한다”고 맞받아쳤는데, 그는 전날 출마회견에서도 윤심에 따라 출마한 게 아니냐는 시선을 일축하려는 듯 “정확하게 할 것은 윤심이 아니라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나온 것, 이것을 분명히 한다”고 못을 박은 바 있다.

다만 김 의원은 7일 CBS라디오에서 “힘 있는 경기도가 되려면 힘 있게 합의점을 도출해 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윤 당선인의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내가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와서, 보다 힘 있는 경기도를 위해 충분히 중앙정부로부터 협조를 받아낼 수 있는, 가장 그 부분에 있어서 근접한, 경기도민께 평가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고 윤 당선인과의 관계를 자신의 후보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모습을 일부 내비치기도 했다.

이런 자세를 취하는 데에는 ‘윤심’을 고리로 국민의힘에 내홍을 촉발시키려는 민주당의 공세를 의식한 점도 없지 않은데, 당장 이날만 해도 조응천 의원이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김 의원의 출마에 대해 “유 전 의원에 대한 대항마로 완전 윤심을 그대로 받아 안고 있는 것 같다. 유 전 의원에 대해 윤심이 조금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니냐”며 “유 전 의원은 우리 당으로 봐선 도지사 하면 여야 가릴 것 없이 굉장히 잘해줄 것 같은 분이라고 생각되는데 뒤집으면 국민의힘 입장에선 저 분은 돼봐야 우리한테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아닌가”라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래선지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권 의원 역시 지방선거에 출마한 것은 아니어도  ‘윤핵관’임을 내세우기보다 김 의원과 비슷한 자세를 취했는데, 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것은 윤 당선인의 의중이 담긴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그렇지 않다. 당선인과 상관없이 결정한 일”이라며 ‘윤핵관’이란 표현에 대해서도 “그런 표현으로 뭉뚱그려서 마치 이권이나 권력을 탐하는 사람처럼 표현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당선인과 가깝다는 이유로 정치적 공격을 많이 받았는데 선거 과정에서 (내가) 당선인께 가장 직언과 쓴 소리를 많이 한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제가 국회 상원 격인 법사위원장, 사무총장까지 역임한 권성동인데 제 이름을 불러 달라. 4선 중진의원 권성동 이렇게 표현해주면 제일 좋겠다”고 ‘윤핵관’이나 ‘윤심’이란 표현 자체엔 거리를 두는 자세를 취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윤 당선인의 국정철학과 핵심공약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을 내세워 “원내대표가 되면 정부, 당선인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그런 (윤핵관) 프레임에서 벗어나 잘 활동하도록 하겠다”고 윤 당선인과의 관계를 자신의 강점으로 부각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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