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만난 반기문 “한일관계도 정상화시켜 협력하는 게 바람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윤곽이 당선 이후 그가 보인 행보를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다.

윤 당선인은 18일 서울 통의동에 있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내 집무실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만나 1시간 동안 비공개로 각종 외교안보 현안과 관련해 대화했는데, 반 전 사무총장은 “취임이 두 달도 안 남았는데 국제사회 정세가 상당히 요동치고 있다. 미중 간 알력에 덧붙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사회가 어렵게 됐다”며 “신냉전 체제에 들어와 있다. ‘자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주문했고 윤 당선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반 전 총장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우리 스스로 튼튼하게 안보와 국방을 하고, 그 다음에 동맹”이라며 “국민들이 한미동맹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 동맹은 미국-나토 동맹과 달라 자동개입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대통령이 60일 안에 국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한미군이 있어서 별로 걱정하지 않지만 이런 것을 알고 한미관계를 정확히 한 바탕 위에서 남북관계, 중국과의 관계를 이끌어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라고 조언했고,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거라고 말씀드렸고 일본과의 관계도 아주 나빠졌는데 한일관계도 정상화시켜 인접국으로서 같이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또 반 전 총장은 남북관계에 대해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왔다 갔다하는 면이 있고 북의 도발이나 정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게 있다. 남북관계는 감성적으로 대하기보다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원칙, 기준, 가치의 바탕 위에서 같은 민족으로서 얼마든지 북한을 도와줄 수 있다, 협력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는데, 일단 한미동맹 강화와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등은 윤 당선인이 대선 전부터 강조해왔던 만큼 반 전 총장의 조언을 구하는 시간을 가진 데에는 자신의 외교안보 구상을 재확인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에도 TV토론 당시 취임 후 정상회담 순서를 묻는 질문에 “미국 대통령, 일본 수상, 중국 국가주석,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답한 바 있을 만큼 미국과의 외교를 최우선순위로 뒀는데, 이를 보여주듯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당선 수락 인사를 한지 불과 5시간 만에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다.

또 11일엔 오전 10시30분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가졌으며 같은 날 11시에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만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축전을 전달 받았는데, 그가 토론 당시 발언한대로 미국, 일본, 중국 순으로 만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그간 역설해온대로 ‘한미일 공조 강화’에 방점을 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북핵 문제 협력 등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져 북한에는 러브콜을 보내는 반면 일본과는 각을 세우던 문 정부의 외교 기조와는 사뭇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처럼 한미일 공조 강화 가능성을 의식한 듯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즈는 지난 17일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한한령 해제 등이 사실상 윤 당선인의 정책 행보에 달려 있다고 벌써부터 압박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보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사실상의 중국 견제 기구인 쿼드 소속 국가 정상들과 먼저 전화 통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대중 견제노선을 띠는 오커스 소속국인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와도 전화통화해 이미 신냉전 시대로 접어든 국제정세에 맞춰 쿼드 가입 등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윤 당선인은 사드 추가 설치는 물론 쿼드 산하 워킹그룹에 먼저 참여해 기능적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단계적 쿼드 참여 의사까지 밝힌 바 있는데, 다만 확대해석을 경계한 듯 지난 16일엔 특사 파견에 대해 인수위 출범 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김성한 인수위원도 “쿼드 가입하고 특사하고 연결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역설해 18일 인수위 출범을 기점으로 어느 나라부터 누구를 내세워 특사를 보낼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영상편집/ 권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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