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당내외 李 사퇴 압박…김종인 사퇴론까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1일 서울 마포구 한 식당에서 김종인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마치고 취재진들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1일 서울 마포구 한 식당에서 김종인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마치고 취재진들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 전원이 당직 사퇴를 선언한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홍준표 의원이 예상했던 대로 사퇴 가능성에 선을 긋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당 안팎에서 이 대표를 향한 사퇴 압박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 본인 아니라 권성동 거취 꼬집은 이준석…김종인도 李에 ‘나 몰라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지도부 주요 인사들이 선거대책위원회 내 직책 뿐 아니라 당직까지 스스로 내려놓자 이 대표의 거취에도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는데,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이 사람들이 (바른미래당 시절) 손학규한테 단련된 이준석을 모른다”고 강조한 데 이어 저녁에도 “제 거취는 변함이 없다”고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의원총회에서 의원 전원이 당직 사퇴를 결의했다는 데 대해서도 “실제로 그게 이뤄졌는지 잘 모르겠다. 사무총장이 사퇴했나”라고 응수한 데 이어 자신과 갈등을 빚었던 조수진·김재원 최고위원의 사퇴 가능성에 대해선 오히려 “안철수 후보를 (대체 멤버로) 임명할 수 있다”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는데, 그러자 국민의당에서 신나리 선대위 부대변인이 “이 대표가 궁지에 몰리니 사리분별이 어려운 모양”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여기에 사무총장이 사퇴했느냐고 반문한 이 대표의 역공을 의식했는지 권성동 사무총장은 4일 “후보께서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필요하면 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4일 ‘권 총장은 필요에 따라 사퇴할 수 있다고 한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장 표명도 아니고 그게 뭔가”라고 지적할 뿐 자신이 물러나겠단 말은 하지 않았고 단지 “찾아와서 말씀해주시면 논의하겠다”고만 입장을 내놨다.

심지어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선대위에 합류시키려고 했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조차 4일 “이 대표의 역할에 대해선 아직 모르겠다”며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해 모르겠다는 입장만 내놨는데, 일부 보도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측근들과 통화하면서 “이건 나에 대한 쿠데타”라고 발언할 정도로 불쾌감을 드러내 김 위원장을 배제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인 만큼 이날 “그건(김종인 배제) 나하고 관계없다”고 밝힐 정도로 ‘제 코가 석자’여서 이 대표 거취를 신경 쓸 여력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표는 4일 윤 후보가 ‘쿠데타’라며 분노했다는 보도에 대해 “전권을 가진 총괄선대위원장이 하는 행동이 쿠데타라는 인식에 동의하기 어렵다. 놀라운 발언”이라고 여전히 김 위원장을 옹호한 반면 김 위원장은 “이 대표도 윤 후보 당선을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일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두둔해준 전날과 달리 이날은 이 대표를 딱히 감싸지 않아 대조를 이뤘는데, 일단 김 위원장도 4일 선대위 구성과 관련 “전부 사의를 표명했다니까 후보가 알아서 결정할 것”이라며 후보가 칼자루를 쥔 상태임을 밝힌 만큼 윤 후보를 더 이상 자극하지 않고자 이 대표 거취 관련해선 말을 아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尹선대위 인사들, 한 목소리로 이준석 사퇴 촉구

국민의힘 김경진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단장, 김용남 선대위 상임공보특보, 김민전 공동선대위원장, 김재원 최고위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김경진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단장, 김용남 선대위 상임공보특보, 김민전 공동선대위원장, 김재원 최고위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이 대표가 마냥 묵살하기엔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인데, 김경진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단장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하긴 했지만 “이 대표는 최근 일련의 언동이라든지 행동으로 인해 당원 뿐만 아니라 정권교체 바라는 국민들의 민심 취지를 많이 잃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만나는 사람 중 10명에 7, 8명 정도는 이 대표가 백의종군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의견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이 대표가 백의종군하면 2030 지지율이 확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엔 “이미 후보의 젊은층 지지율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 이 대표 없이는 2030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이 얘기도 어떻게 보면 과대포장된 주장 아닌가”라며 “제가 젊은이들하고 한번 대화를 나눠봤는데 ‘이 대표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에 의해 발탁돼서 벼락출세한 사람 아니냐. 이 분들이 2030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용남 국민의힘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도 같은 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나와 “선대위 개편 결론을 어떻게든 빨리 내야 하는데 큰 걸림돌 하나가 계속 걸려 있다. 걸림돌은 당 대표의 거취 문제”라며 “어제 의총에서도 이 대표에 대한 사퇴요구가 이어졌지만 이 대표는 지금 그걸 거부하고 있다. 후보 잘못도 일부 있겠지만 후보를 제외하고 갈등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이 대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특보는 “이 대표가 계속 당 대표로 남아있으면 전통적 지지층에서 윤 후보에 대한 지지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어서 후보 입장에선 점잖게 표현하면 이준석은 계륵과 같은 존재”라며 “당 대표로서 후보의 당선을 과연 바라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정도의 언행이 이어졌지 않나. 이제 당 대표가 도의상 책임지고 사퇴하는 게 정치 관례고 상식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이 대표를 압박했다.

여기에 김민전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성상납 의혹을 받는 대표가 선거기간 동안 당을 책임진다는 것은 국민들의 지탄을 받기 쉬운 것도 사실이고 상대당의 공격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선거 끝난 후 본인 의혹을 클리어하고 돌아오는 게 답”이라며 “적어도 선거기간만이라도 성상납 의혹을 받는 이 대표 스스로 직무정지하겠다고 선언하는 게 아름다운 정치 아닐까”라고 이 대표의 직무정지를 주문했다.

이 뿐 아니라 김재원 최고위원도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김기현 원내대표 등이 사퇴한 점을 들어 “원내지도부가 지금 대선국면에서 그렇게 잘못했다거나 실수했다거나 또는 차질을 빚은 적이 없고 오히려 당 지도부에서 여러 가지 불협화음이 나온다거나 차질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만약 의총에서 의원들이 당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한다면, 그리고 그렇게 결정된다면 저는 따르겠다”고 사실상 이 대표와 함께 ‘동반 사퇴’를 각오한 모습을 보였다.

한 발 더 나아가 당 내부 뿐 아니라 당외 인사들까지 이 대표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는데,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 대표를 겨냥 “대표직 가진 채 잠적, 잠행하고 돌출행동하며 자기 뜻을 관철하는 행태를 보고 적잖이 실망했다. 당 대표의 일탈행위는 그를 아끼던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짜증나게 하고 있다”며 “젊은 꼰대가 따로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후보 지지율이 떨어진 가장 큰 요인이 당내 불협화음 때문이고 귀책사유가 대표인 이준석에게 있다면 본인은 서운해 하겠지만 사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손학규한테 단련된 이준석을 모른다’고 했던 이 대표의 발언에 격앙된 손 대선 예비후보 측 설영호 대변인까지 4일 오후 논평을 통해 “이준석 당시 최고위원 등이 바른미래당을 장악해 미래통합당으로 통합하고자 했고, 이 대표는 결국 미래통합당으로 가지 않았나”라며 “이 대표는 자기 정치를 위해 선배 정치인의 이름을 함부로 팔지 말기 바란다”고 경고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대표에 대한 성상납 및 금품수수 등 의혹 사건마저 같은 날 검찰 반부패강력수사1부에 배당된 것으로 알려져 이 대표는 사면초가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 尹 침묵 속 이준석 향한 거취 압박, 김종인까지 옮겨 붙나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예결위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예결위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급기야 글로벌리서치가 JTBC의 의뢰로 지난 1~2일 1012명에게 조사한 국민의힘 내부 갈등 책임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전체를 대상으로 했을 경우 윤 후보가 과반인 56.7%이고 이 대표는 32.7%에 불과한 것으로 나왔지만 국민의힘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했을 경우 이 대표가 과반인 57.4%이며 윤 후보는 31.3%에 그치는 상반된 결과가 나와 당 지지층이 돌아선 상황 속에 장차 이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이 대표의 선대위 합류를 주장하며 공개적으로 비호하고 있는 인사는 하태경 의원 정도인데, 선대위 개편 파동으로 인한 후폭풍은 당초 쇄신을 주장한 이 대표에 그치지 않고 이를 후보와 사전 협의 없이 단행한 김종인 위원장에게까지 불어 닥치고 있다.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은 4일 오후 당사에서 김 위원장과 비공개 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이 대표도 지역을 다니면서 2030표심을 잡을 수 있는 역할을 주문했다”며 ‘선대위 내 이 대표 역할’론에 계속 힘을 실은 듯한 입장을 내놨는데, 급기야 김 위원장마저 선대위에서 배제하는 쪽으로 윤 후보가 고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임 본부장은 “위원장이 선대위 개편한다고 해놓고 물러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윤 후보는 책임이 큰 사람부터 (사표) 내라고 했다. 실제로 사표 내고 안 내고는 본인 마음이지만 김종인은 사표를 안 냈고 김병준은 사표를 냈으며 후보는 다 내라고 했다”며 “윤 후보는 선대위 6개 본부장보다는 윗선, 즉 이름과 책임이 더 큰 총괄, 상임선대위원장들이 일차적으로 사표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김 위원장에 대한 거취 압박에 들어가 이 대표의 요구로 시작돼 김 위원장이 단행한 선대위 쇄신 파동은 후보와 이 대표, 김 위원장 간 충돌로 치닫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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