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주장해온 전면 개편 시동…줄사퇴 끝에 선대위 전원 사퇴로?

(좌측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한 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힘에 부치는 지경에 처하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나서서 사실상 해체 수준의 선대위 개편에 들어가 결국 이준석 대표가 그간 주문해온 대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윤석열 패싱(?) 김종인, 갑자기 왜 선대위 개편 나섰나

김 위원장은 3일 오전 선대위 회의에서 6본부장 사퇴 등 선대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 정서를 따르면 측면에서 선대위가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선대위 전면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회의 직후에도 그는 기자들과 만나 “본부장 사퇴를 포함해 구조조정도 해야 할 것”이라고 인적쇄신을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인적 개편은 시기상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여론이 선대위에 너무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 정서에 맞게 선대위를 개편해야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다는 판단”이라며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이 같은 판단에 영향을 준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실제로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선 윤 후보의 지지율이 이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열세를 보이는 등 난조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의식한 듯 김 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제가 윤 후보의 총괄선대위원장 맡은 지 딱 한달 가까이 됐는데 한달 동안 나타난 현상이 최근 여러 의원들이 언론에서 본 것과 같이 상당히 윤 후보의 위기상황”이라며 “1월 말까지 다시 원래 상황으로 (여론) 전환시키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만약 금년 대선에서 우리가 우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 같으면 과연 당의 존재가 이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각심을 가질 것을 당내에도 당부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윤 후보의 하락세가 자충수 때문이라 봤는지 “후보가 자기 의견이 있다 하더라도 이게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 하면 그런 말은 해선 절대 안 된다. 그리고 지나치게 선대위 하는 사람들이 후보 눈치를 볼 것 같으면 선거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없다”며 도리어 너무 후보를 의식하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는데, 그래선지 앞서 이날 오전 당사에서도 선대위 쇄신과 관련해 ‘윤 후보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김 위원장은 “동의 구할 필요가 없다. 내가 판단한 기준에 의해 내가 얘기하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사전 동의 없이 선대위 쇄신이 전격 결정됐다는 점은 이 소식을 접한 윤 후보 반응을 봐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날 오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년 증권파생 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 중이던 윤 후보는 자신이 행사 참석 중에 중앙선대위 대변인 명의로 선대위 쇄신 및 대선후보 일정 중단 공지가 뜨자 이날 행사 이후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불과 지난달 28일만 해도 김 위원장이 “지금은 인적쇄신을 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이 대표와 온도차를 보였던 만큼 당초 선대위 개편 가능성을 일축했던 윤 후보로선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방향전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인데, 심지어 김 위원장은 선대위 회의에서 ‘(선대위 재편에) 이 대표의 의견이 반영됐느냐’는 질문에 “선대위 개편 과정 속에서 이 대표와도 일부 논의하는 상황이 있을 거라 본다”고 답해 윤 후보보다는 이 대표 쪽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자세를 취했다.

◆ 이준석에 저격당하면 끝장? 몸 사리는 野 인사들

(좌측부터) 신지예 전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김민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권성동 사무총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신지예 전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김민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권성동 사무총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다만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의총에서 “윤 후보에 내가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노릇을 할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 선대에서 해주는 대로 연기만 잘할 것 같으면 선거 승리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윤 후보에게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음을 밝혔고, 윤 후보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사퇴를 계기로 “앞으로 기성세대가 잘 모르는 것은 인정하고 청년세대와 공감하는 자세로 새로 시작하겠다. 애초에 없어도 될 논란을 만든 제 잘못”이라고 자세를 한껏 낮춘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그간 신 전 수석부위원장 영입에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 영입 때와 마찬가지로 회의적 반응을 보여 온 이 대표는 같은 날 오전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어떤 경로로도 선대위 관계자나 의사결정권을 가진 인사에게 신 전 수석부위원장의 거취에 의견을 내지 않았다. 선대위를 그만둔 뒤 인적쇄신에 대해 특정 인물을 언급한 적 없다”고 신 전 수석부위원장의 자진사퇴가 자신이 요구해온 선대위 쇄신과는 관계없단 반응을 보였다.

비록 자진사퇴한 셈이지만 신 전 수석부위원장의 거취가 이렇게 정리되자 최근 여성 표심 공략 차원에서 윤 후보 선대위에 영입된 페미니스트 출신의 김민전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당내 ‘손절’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자세를 한껏 낮췄는데, 당초 김 위원장은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남학생들은 군대 가기 전이라고 해서 술 마시고 학점 안 나오고 군대 다녀오고 나선 적응하는데 학점 안 나오고 이 사이에 여학생들은 학점 잘 나오는데 남학생들은 너무 안 나오는 것 아니냐”고 발언했다가 이 대표에게 지난 1일 “20대를 그냥 적대하려 하는구나”라고 직격 당한 뒤 결국 김 위원장은 3일 “20대 남성분께 죄송하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신 전 수석부위원장과 달리 김 위원장은 사퇴 표명까지 하진 않았지만 이날 오전 열린 선대위 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이 사과문과 YTN 인터뷰 원문을 제외한 모든 SNS 공개 게시물도 삭제했는데 이처럼 기세등등해진 이 대표는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사모 커뮤니티 등에서 내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돼 문자 폭탄을 받고 있다. 당 차원에서 확인해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권성동 사무총장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윤핵관’(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을 강도 높게 비판해온 이 대표가 갑자기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권 사무총장에게 이 같은 지시를 내리자 권 사무총장은 ‘처음 듣는 이야기’란 반응을 보이면서 ‘(내가)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아느냐’며 자신이 한 게 아니란 취지로 반발하다가 내부 분위기가 경색되자 결국 ‘확인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조수진 최고위원과의 충돌 때와 달리 이 대표와의 신경전이 정리되는 과정을 보면 이 대표의 장악력이 한층 높아졌다는 의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뼈 있는 말’ 남긴 채 사퇴한 원내대표·정책위의장…李 겨냥했나

(좌측부터)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래선지 그동안 선대위 합류에 회의적 반응을 내비쳐왔던 모습과 달리 이 대표는 3일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쇄신이 합류 조건은 아니다”라면서도 “아마 후보께서도 많은 고민이 있는 하루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저 역시 고민 많은 하루가 될 것으로 본다. 의총에 참석하지 않으며 여러 상황에 대해 여러 경로로 보고 듣고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합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자세를 일부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대위 재합류 여부를 고민 중인 이 대표와 달리 그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해온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의총에서 “많은 국민께서 우리 당의 최근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와 질책을 쏟아내고 계신다. 우리 당이 자중지란 일으켜 스스로 표를 깎아먹는데 언제까지 이럴 거냐는 수많은 전화와 문자 항의를 받으셨을 것”이라며 “원내대표인 저부터 쇄신에 앞장서겠다. 대선 승리만을 위해 백의종군하면서 함께 길바닥으로 나가 민심의 바닥에서부터 훑어나가겠다”고 선대위는 물론 당직까지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원내대표가 이날 의총 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해 당 지도부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의총에선 ‘자중지란’ 문제를 지적하면서 선대위 직책 뿐 아니라 당직까지 내려놨다는 점에 비추어 사실상 이 대표에게도 지도부 책임론에 따라 당 대표직까지 내려놓으라는 무언의 압박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나경원 전 의원의 경우 같은 날 오전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이 대표가 김 위원장과 오찬회동까지 했지만 복귀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런 논의를 해야 된다는 게 참 어이없는 노릇이다. 대선이란 큰 전쟁 앞에서 우리가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이 대표까지 싸잡아 직격한 데 이어 이 대표의 ‘2030 지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말보다 뭔가 내놓아야 한다. 선거에 2030만 중요한가”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이날 김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공동선대위원장직과 정책위의장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힌 김도읍 정책위의장도 그와 비슷한 목소리를 냈는데, “누가 선대위원장이나, 누가 본부장이다(하는 자리싸움은)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국민의힘에 정권교체하라고 명령했는데 저희는 내부 문제로 국민의 명령을 어기고 있다”며 “대통령 후보든, 당 대표든, 의원이든, 모두가 정권교체라는 국민 명령을 반드시 따라야 하고 수행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의원들께 송구한 말씀이지만 똘똘 뭉쳐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완전체가 돼 국민의 명령인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원내대표나 김 정책위의장의 발언에서 읽어낼 수 있는 부분은 결국 ‘자중지란’이 후보 뿐 아니라 당 대표 책임도 없지 않다는 지적인데, 이처럼 다선 의원들이 모두 당직까지 내려놓고 나가는 자세를 취한 점은 현직 국회의원도 아니어서 당 대표직 외엔 당내 영향력을 미치기 어려운 이 대표에 ‘양비론’으로 에둘러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날 의총 도중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뿐 아니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 위원장 등 모두가 일괄 사퇴 의사를 윤 후보에게 표명해 이 대표가 주장한 선대위 해체론이 아예 국민의힘의 선거판 자체를 깨버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데, 윤 후보까지 이 사태 속에 침묵하고 있어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 국면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