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준석 대표가 조수진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과 신경전을 벌인 끝에 21일 상임선거대책위원장직과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장 등 중앙선대위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다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이것은 선대위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어떤 미련도 없다.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에서 준비했던 것들은 승계해서 진행해도 좋고 기획을 모두 폐기해도 좋다”고 대표직만 유지한 채 대선 지원 최일선에선 한 발 물러날 뜻을 밝혔다.

정치권에 따르면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일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일부 언론에서 나오는 윤핵관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저를 공격하는 식으로 나오니 이를 정리하라”고 조 단장에게 주문하자 조 단장이 ‘난 후보 말만 듣는다’고 응수하면서 서로 언성을 높이는 설전까지 벌이게 됐는데, 이 대표 사퇴 필요성을 주장하는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링크를 일부 언론인에게 보낸 조 단장이 결국 같은 날 밤에 “여유가 없어 벌어진 일”이라며 “이 대표에게 사과드린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에 사과 의사를 표했지만 이 대표는 21일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라고 거부한 채 거듭 “거취 표명하라”고 SNS를 통해 촉구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21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간담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다른 사람들이나 시스템에 대한 문제라기보다 그날 우연히 발생한 일이다. 당사자들끼리 오해를 풀면 되지 않을까”라며 “조 단장이 이 대표를 찾아가서 잘 정리하겠다는 입장이고 잘될 것으로 기대한다. 두 분의 불편한 관계는 어제 아침에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로 주변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 한다”라고 입장을 내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조 단장의 사과를 받지 않겠다면서 급기야 자신이 선대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 같은 태도에 장제원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 선대위가 후보를 위한 선대위인지 자기 정치를 위한 선대위인지 기가 찰 따름이다. 티끌만한 억울함도 감내하지 못하겠다는 당 대표의 옹졸한 자기정치가 선대위를 얼마나 이기적으로 만들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후보를 위해, 선대위 조직의 안정을 위해 조그만 억울함이나 답답함은 인내하며 구성원들을 다독거리면서 가면 안 되느냐”라고 이 대표에 일침을 가했다.

심지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같은 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데 대해 “대표로서 좀 인내를 갖고 참아줘야지, 즉흥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게 좋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 대표는 끝내 같은 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울산 합의대로 당 관련 사무가 있어 후보가 요청하는 사안이 있다면 협조하겠다”면서도 선대위 내 모든 직책은 내려놓겠다고 못을 박았다.

특히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에 대해서도 “저는 개인적인 거취 표명에 대해 후보와 상의하지 않아도 판단할 주체적 능력이 있다. 제가 제 보직을 사퇴하는 것을 상의하는 것은 제가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고 아니면 깔끔하게 던지는 것이며 그건 후보와 관계없는 일”이라며 후보와 상의하지 않은 결정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선거 결과에 대해선 “저는 당 대표로서 만약 좋지 못한 결과를 얻게 된다면 상당한 불명예를 얻게 되겠지만 선거에 대한 무한책임은 후보자가 갖게 된다”고 후보에게 공을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표는 “이렇게 사태가 커질 때까지 하루 동안 오히려 후보에게 상의한 건지 조 단장에게 후보가 어떤 취지로 명을 내렸는지 더 궁금해진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윤 후보를 저격하는 모습까지 보였는데, 이날 이 대표의 회견에 앞서 당 대표실에서 그를 기다리다 끝내 만나지 못한 조 단장은 이 대표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란 국민적 열망을 위해 이 대표가 다시 생각하고 많이 살펴주면 좋겠다”고 사퇴 철회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조 최고위원은 “우리가 대선이라고 하는 건 대선후보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는 것은 아마 여러분 모두가 동의하실텐데 어제 그런 부분이 잘 전달되지 않고 잘못 받아들여졌고 그것 역시 제 불찰”이라고 설명하며 거취를 묻는 질문엔 “단 한 번도 어떤 자리를 요구하거나 자리에 욕심 내본 적이 없고 어떤 자리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이 사태를 관망하던 더불어민주당에선 즉각 호재로 삼고 이 대표처럼 윤 후보에 사실상 책임을 물었는데, 신현영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당사 브리핑에서 “내부 갈등을 미봉책으로 덮고 억지로 출범시킨 선대위의 예견된 참사고 준비 안 된 윤 후보가 만든 초유의 난파선 사태”라며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윤 후보에 있다. 윤 후보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무엇을 했는지 책임 있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윤 후보에 공세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