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상임선대위원장 그만뒀다고 당 대표가 대선에 무관심하게 있을 수 없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좌)와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좌)와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선거대책위원회 내 직책을 스스로 모두 내려놓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하루 뒤인 22일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만나 오찬 회동을 가져 표면상 선대위에서 손을 뗐다고는 해도 막후에서 계속 영향을 미치려는 속셈이 아닌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여성기자협회 50주년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의 오찬 회동에 대해 묻는 질문에 “별 다른 논의 계획은 없다. 원래부터 만나기로 돼 있던 일정이 공교롭게 된 것”이라며 “김 위원장과 저는 척하면 척하는 사이다. 불필요한 이야기는 잘 안 한다”며 확대해석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고 당 대표로서 대선 승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묻는 질문에도 “이준석이 빠져야 이긴다고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김 위원장과 오찬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안에서 할 얘기가 있겠느냐. 김 위원장과 늘 얘기한다”며 ‘선대위 복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저와 김 위원장은 10년 가까이 교류해 딱히 말을 나눌 필요가 없다”며 ‘김 위원장이 어떤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것을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대표는 오전과 달리 당 대표로서 대선에서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당 대표로서 할 수 있는 것과 (선거대책위원회와 윤석열 후보 측의) 요청이 있는 것을 하겠다”며 일부 변화된 모습을 보였는데, 앞서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오늘로 당 대표의 통상 직무에 집중하겠다”면서도 “세대결합론이 사실상 무산됐으니 새로운 대전략을 누군가 구상하고 그에 따라 선거 전략을 준비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을 정도로 대선 전략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에둘러 던지고 있어 “이준석이 선거에서 손을 떼었다”는 그의 말은 단지 표면상으로만 물러난 척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이 대표가 ‘척하면 척’인 관계라고 강조한 김종인 위원장도 이날 이 대표와의 회동 직후 이 대표의 선대위 복귀 가능성에 대해선 “정치인이 한번 선언했으면 그걸로 끝나는 거지, 번복한다는 게 쉽지 않다. 나 스스로도 그런 상황을 뻔히 알기 때문에 그거에 대해 내가 구체적으로 얘기도 하지 않았다”면서도 “상임선대위원장 그만뒀다고 해서 이 대표가 대선에 대해 무관심하게 있을 수가 없다”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이 대표의 정치의 미래도 내년 대선을 어떻게 마치느냐에 달려있다. 하여튼 내년 선거 승리하는데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내가 얘기했다”고 밝혔는데,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오찬에 함께 참석한 고문들이 “앞으로 나보고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후보와 여러 가지 의논을 잘해가지고 선거가 이기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당부를 들었다”며 선대위 개편 여부와 관련한 자신의 구상도 내놔 결국 이 대표가 조수진 최고위원과의 충돌을 명분으로 김 위원장이 실질적으로 선대위 전권을 장악할 수 있게끔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김 위원장은 이날 기존의 종합상황본부가 아니라 자신과 가까운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에게로 한껏 힘을 실어주면서 “지금 임 실장이 담당하고 있는 총괄상황본부가 정무실도 있고 전략실도 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매일 의논해서 후보의 일정, 메시지를 지금처럼 방관하지 않고 조율하는 형태를 취하면서 선대위가 보다 더 효율적으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며 “(메시지 일원화를 총괄상황본부)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도 대대적인 선대위 조직 개편을 단행할 경우 일어날 여파를 의식한 듯 “지금 시점에 선대위 개편하려고 손댈 것 같으면 또 혼란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각기 그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일단 당부하고 부족한 부분은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따로 선대위가 제대로 기능하게 끌고 가려고 내가 그런다”고 덧붙였는데, 기존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김종인 측 목소리가 커질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이번 ‘이준석·조수진 갈등’ 사태는 윤 후보 측근들과 분점 중이던 선대위 권력을 김 위원장이 장악하기 위해 이 대표가 벌인 쑈 아니었느냐는 시선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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