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요구권 요청건수는 ↑ 수용률은 ↓
은행들 거절해도 처벌 규정 불명확

정부가 금리인하요구권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픽사베이
정부가 금리인하요구권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픽사베이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금융당국이 금리인하요구권 제도를 개선해 내년부터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 강화를 주문하면서 은행들이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줄이고 있는 만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국민이 ‘금리인하요구제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방식 및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신용상태가 재산 증가, 신용평점 상승 등으로 개선된 경우 금융회사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대출계약시 은행 등 금융회사는 차주에게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음을 안내해야 하고, 차주가 이를 요구할 경우 금융회사는 10영업일 내에 수용여부 및 사유를 통지해야 한다. 만약 금융회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금리인하 요구를 거절 또는 지연하는 경우 금소법상 불공정 영업행위로서 과징금·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하지만 부정확하거나 불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권리 행사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회사가 신청요건·심사기준을 소극적으로 운영하고, 불수용사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위가 발표한 ‘불수용 사유 유형별 안내 문구’에도 “귀하의 대출은 신용상태가 금리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대출로 금리인하요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귀하의 신청사유 및 제출자료 심사결과, 귀하가 이용 중인 대출상품의 금리를 인하할 정도로 당행 내부신용등급이 개선되지 않아 금리가 유지됨을 알려 드린다” 등 설명이 모호하거나 기준 자체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로선 은행 입장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이에 금융위는 금리인하요구권 관련 통일된 통계 산출기준을 마련하고 매 반기별 실적치를 공시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우수사례 공유, 기록·보관 항목 지정 등을 통해 금융업권의 금리인하요구제도 관리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대책이 실제 현장에 적용이 가능할지 여부다.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건수는 20만건에서 91만건으로 4.5배 증가했으나 수용률은 같은 기간 61.8%에서 37.1%로 떨어졌다. 3명 중 2명은 금리인하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는 점도 악재다. 금융당국이 내년도 가계부채 증가율을 올해(6%)보다 더 낮은 4%대로 관리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강화도 예고한 상태에서 은행들이 금리를 낮출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전·월세대출 등 주요 가계대출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형태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대출금리도 역시 더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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