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후보 4인으로 압축되면서 ‘정법’ 논란 속 2 vs 2로 전략적 연대?

국민의힘 대선 예비경선 2차 컷오프 결과, 본경선에 진출한 (좌측부터) 원희룡 전 제주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대선 예비경선 2차 컷오프 결과, 본경선에 진출한 (좌측부터) 원희룡 전 제주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4인으로 압축되면서 제각기 각개전투하기 보다 후보들 간 전략적 연대에 들어간 듯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과 경합 중인 가운데 유승민 전 의원이 토론할 때마다 윤 전 총장 저격수로 적극 나서면서 사실상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이 윤 전 총장을 협공하는 구도가 형성되자 십자포화를 맞던 윤 전 총장도 고립을 피하고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 러브콜을 보내는 모양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호남에서 열린 본경선 토론 당시 천공스승의 ‘정법 강의’ 일부를 꼬집어 “손바닥이 빨간 이유가 에너지가 나가기 때문이고 이걸로 암 환자가 피를 토하고 암이 나았다는 이야기하는 사람과 어떻게 알게 됐느냐. 이런 황당한 사람이 멘토라며 헛소리하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윤 전 총장을 몰아붙였는데, 홍준표 의원도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광주 KBS토론에서 유승민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한 검증을 내부총질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참 부적절한 비판이다. 천공스승이란 분이 국사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나”라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반면 지난 11일 첫 본경선 토론 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토론이 이재명식 포퓰리즘과 아무말 대잔치가 아닌, 국민들의 어려운 삶과 고단함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는 가슴과 머리의 토론이 돼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처음엔 말꼬리 잡는 것 하다가 점점 밑으로 내려가더니 이제 손바닥에 뭘 썼니, 끝에는 엉덩이 어디 항문에다가 침을 맞았니 해서 계속 배꼽 아래로 내려갔다”며 “토론 수준이 엉덩이나 손바닥이 아니라 가슴과 머리로 토론 수준이 올라와야 된다. 제가 그걸 선도할 것”이라고 공언했던 원 전 지사는 그날 토론 직후 유 전 의원이 ‘정법’ 질의에 집중한 점을 꼬집어 “이제 그만하라. 남들 보기 안 좋다”고 직격했다.

그러자 유 전 의원은 “뭘 그만하나. 왜 당신이 그런 얘기를 하나”라고 원 전 지사에게 맞받아치고 홍 의원도 “그래도 검증은 해야 된다”며 유 전 의원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전해졌는데, 2차 컷오프 이전 토론회에서도 유 전 의원의 해당 질문 공세로 토론회 직후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던 윤 전 총장은 이런 상황 때문인지 반대로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광주 토론회 보셨나. 원 전 지사, 참 토론 잘하더라”라고 원 전 지사에 한껏 힘을 실어주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특히 원 전 지사가 어제 토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이길 대책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을 하셨는데 100% 동감”이라며 원 전 지사가 최근 한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을 통해 했던 ‘대장동 게이트 5가지 의혹점’이란 주제의 강연도 들어 “누구든 보시면 대장동 게이트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시게 될 것이다. 사건 실체와 본질을 이해하기 어려운데 원 전 지사가 참 쉽고 재치 있게 설명해줘 좋았다”고 강조해 여당 후보 공격보다 같은 야당 후보 공세에 집중하고 있는 유 전 의원 등에 에둘러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원 전 지사의 그런 능력이 부럽기까지 했는데 국회의원을 세 번, 제주도지사를 두 번 역임한 공직 경험이 큰 도움이 됐던 게 아닌가. 원 전 지사의 경험과 공직자로서의 청렴한 자세가 대장동 게이트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보게 한 근원인 것 같고 원 전 지사의 미래가 기대된다”며 원 전 지사를 띄워주다 못해 아주 극찬을 쏟아내기에 이르렀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아온 후위주자를 윤 전 총장 자신이 띄워줌으로써 원 전 지사의 호감을 얻는 것은 물론 다른 후보들이 자신에만 공격을 집중할 게 아니라 원 전 지사에도 경계심을 가지게끔 공세를 분산시키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비쳐지고 있다.

다만 유 전 의원이 윤 전 총장을 비판하기 위한 소재로 계속 거론하고 있는 ‘천공스승’ 등 주술 논란에 대해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1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천공스승이란 분이 윤 전 총장의 굵직굵직한 행보에 대해 시기적 조언이나 방향에 대해 조언했다는 것은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았고 윤 전 총장이 천공스승이란 분의 영상을 봤다는 것 외엔 확인된 게 없다”며 “후보들이 앞으로는 부동산 대책, 복지, 코로나로 인한 교육 불평등 같은 심도 있는 주제를 건드리는 건설적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만큼 향후 토론에서 ‘정법’ 공세가 없을 경우 윤 전 총장이 과연 원 전 지사에 계속 러브콜을 보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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